우리아이 낭독혁명 - '우리 아이 성장'의 최고 지침서
고영성.김선 지음 / 스마트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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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낭독을 좋아한다. 눈으로만 읽을 때와 이해의 정도와 감동이 전혀 다른 낭독은 깊이 있는 책 읽기에 안성맞춤인 독서법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고전이나 어려운 책을 읽을 때면 꼭 낭독을 하는데 소리 내어 읽는 고전의 즐거움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한때 이렇게 읽는 게 제대로 된 낭독인가 의문이 들어 낭독에 관한 책도 찾아보고 낭독 모임을 나가볼까 생각해 보기도 했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낭독과 그 효과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면 소리 내어 읽는 즐거움이 배가 되지 않을까. <우리아이 낭독혁명>은 아이들에게 낭독이 어떤 효과가 있으며 어떻게 독서교육을 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책이지만, 낭독을 시작해 보고 싶거나 나처럼 낭독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은 사람들이 읽기에도 좋은 책이다.

 

 

 

<우리아이 낭독혁명>은 고영성과 김선, 두 명의 저자가 낭독에 대한 이론과 실제 아이들을 교육한 독서방법에 대해 들려준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왜 낭독이 중요하며 소리 내어 읽기를 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이유와 함께 스페셜 코너에서는 아이부터 부모까지 낭독과 독서방법에 대한 생생한 실천법을 소개하고 있다.

본격적인 낭독 교육에 앞서 왜 우리나라는 자라면서 점점 적은 수의 책을 읽는지, 실제로 OECD의 국제성인역량평가에서 우리나라 성인의 문해력이 일본에 비해 낮은지에 관한 이야기는 아이를 교육하기에 앞서 부모, 책을 읽지 않는 어른들이 꼭 읽어봐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은 나이가 들수록 문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이는 바로 성인들의 독서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독서 역시 개인의 취향이라 적게 읽는다는 것이 나쁜 습관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내 주변에서 자녀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말하면서 많은 책을 사주는 부모들 중에 자신들이 먼저 제대로 된 독서를 하는 사람들은 많이 없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연간 성인 독서량의 '중간값'을 구하면 약 3권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하다. 3권이면 30대인 사람이 죽을 때까지 책을 읽는 시간은 3개월이다. 3개월이면 그 사람이 평생 동안 코 파는 시간과 같다. 이렇듯 부모는 자기 자신의 독서를 매우 홀대하고 있다. 반면 자기 아이에게는 그렇지 않다. 앞의 그래프에서 보듯, 초등학생은 연간 78권을 읽고 있으며 독서량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부모 자신은 책을 읽지 않지만, 아이만큼은 독서를 시켜야 한다는 열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아이 낭독혁명>은 낭독과 독서에 대해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어서 책 읽기에 익숙하지 않는 부모들도 이해하기 쉬운 책이다. 부모가 꼭 알아야 할 7가지 과학적 학습전략과 한글 조기교육에 대한 문제점부터 유아와 초등이 책을 좋아하는 생활 팁, 아이들과 함께 재미있게 독서체험을 할 수 있는 놀이까지 책을 읽은 후에 아이들과 바로 즐길 수 있는 유용한 방법들도 많다.

책에서는 독서 발달과 능력에 따라 예비 독서가, 초보 독서가, 해독하는 독서가, 유창하게 독해하는 독서가, 숙련된 독서가로 구분하고 단계별 특징과 달성해야 할 목표에 대해 알려준다. 내 아이가 어느 단계에 있는 독서가인지 궁금하고 앞으로 독서 교육을 어떤 방향으로 진행해야 할지 고민이라면 <우리아이 낭독혁명>의 단계별 진행 방법과 다양한 독서력을 키우는 놀이 방법들을 참조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우리아이 낭독혁명>에는 독서와 낭독에 대해 다양한 방법과 팁 등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집중해서 읽었던 부분은 바로 낭독에 관한 것이었다. 낭독이 가지는 장점과 효과를 비롯해 아이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낭독법에 관한 예를 든 자세한 설명은 그동안 혼자 해왔던 낭독에 대해 다시 한번 더 생각해보고 놓쳤던 부분들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마지막으로 독서에 대해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왜 독서가 필요하며 책을 읽어야 되는지에 대해 궁금했고 독서의 이유를 찾고 싶은 사람이라면 더 꼼꼼하게 읽어봐야 한다. 다양한 간접경험을 제공하는 독서는 간접경험 뿐만 아니라 수능 점수와 취업, 그리고 평생의 풍부한 지적 즐거움까지 연결되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책 읽기, 더 나아가 독서를 통한 행복한 삶을 선물해 주고 싶은 부모들이라면 <우리아이 낭독혁명>이 제대로 된 독서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유아와 초등부터 고등생까지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조언을 들려줄 것이다. <우리아이 낭독혁명>에서 배운 여러 독서방법과 놀이를 가르칠 아이는 없지만 평소 낭독으로 책 읽기를 좋아하고 그것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었던 내게 <우리아이 낭독혁명>은 앞으로도 계속 낭독을 할 수 있는 힘을 불어넣어 주었다.

낭독은 위대한 씨앗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작은 독서 습관 하나가 큰 나무를 이루고 많은 열매를 맺는 결과를 안겨줄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하는 낭독, 소리 내어 책을 읽는 즐거움으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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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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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 잡히는 이 작은 책에는 참 많은 이야기가 들어있다. 요란하지도 않고 독자들을 눈물짓게 만들려고 작정하고 쓴 책도 아니지만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을 읽는 내내 코끝이 찡했다. 기억을 잃어간다는 것, 소중한 사람과의 추억을 더 이상 꺼내볼 수 없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슬픈 일이다. 하지만 정작 자신에게 그런 상황이 오기 전까지 우리는 그런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없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은 고요하다.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과 손자, 노인과 아들, 노인의 기억 등 제목처럼 하루씩 헤어짐을 준비하고 있는 노인의 이야기는 시끌벅적한 에피소드 없이 차분하고 잔잔하게 한 글자 한 글자에 기억을 새기고 있었다. 만약에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노인에 대한 과장된 동정과 가족들과의 헤어짐을 격한 슬픔으로 표현했다면 나는 당장 책을 덮었을 것이다.

손자가 할아버지에게 묻는다. "우리, 작별하는 법을 배우러 여기 온 거예요, 할아버지?"
우리는 모두 하루씩 이별하고 있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은 소소한 일상과 평범한 이웃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자연스러운 감동을 보여준다. 내 주변에도 있을법한 에피소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의 소설은 무척 편안하다. '오베라는 남자'부터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까지 그의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중에서 나는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이 제일 좋았다. 얇은 책의 두께, 빡빡하지 않은 글과 적당히 섞여 있는 그림까지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전혀 다른, 삶과 이별에 대한 깊이 있는 감동을 안겨주었다.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의 내용은 간단하다. 알츠하이머에 걸린 노인과 손자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아들과의 현재와 과거, 노인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들, 그 속에서 만나는 이미 떠나버린 할머니와의 대화 등 이야기는 현실이듯, 가끔씩 판타지인 듯 기억을 잃어가는 노인의 심정과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노아한테 뭐라고 하지? 내가 죽기도 전에 그 아이를 떠나야 한다는 걸 무슨 수로 설명하지?"

만약에 알츠하이머를 앓고 계신 어른과 함께 살면서 힘들었다면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을 현실을 모르고 기억을 잃어가는 과정과 가족들과의 관계를 마냥 아름답게만 묘사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책 속에는 손자와 함께 배를 타고 나가는 바람에 가족들과 연락이 끊기는 등 실제였다면 고성이 오가고 하늘이 무너질 만큼 놀라고 힘든 상황도 있다. 단지 그런 표현들을 프레드릭 베크만 특유의 별일 아닌 듯, 무심하게 들려줄 뿐이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주인공인 인생이 있다. 하지만 기억을 잃어가면서 주인공이 누군지 잊어버리고 내가 어떤 인생을 살았는지, 가족들과 어떻게 지냈는지 등 모든 것이 점점 희미해져 간다. 우리는 모두 태어남과 동시에 절대 피해 갈 수 없는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지만 그전에 나를 잊어버린다는 것은 죽음만큼이나, 때로는 그 이상으로 큰 슬픔이다.

언젠가 알츠하이머에 관련된 TV 프로그램을 보던 중에 부모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다. 나도 저렇게 다 잊어버리고 살면 어떡하지? 나는 당장 대답했다. "내가 다 기억하잖아요. 내가 다 기억해 줄게요." <하루하루가 이별의 날>의 노인은 기억을 잃어가지만 아들과 손자를 통해 노인의 삶은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작별 인사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나는 세상에서 가장 오랫동안 추억을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루씩 이별하지만 하루씩 더 많이 사랑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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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 - 파리에서 보낸 꿈 같은 일주일
박정은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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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는 가이드북과 여행 에세이를 적절히 잘 섞어놓은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마치 내가 파리의 어느 야외 카페에 앉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해준다. 단순하게 파리 여행을 서술한 것이 아니다. 어느 곳을 선택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자세한 가이드북이 싫다면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를 따라서 여행을 다녀도 좋을 것이다. 꼭 가봐야 할 관광명소 이외에 저자가 알려주는 볼거리, 먹거리에 대한 팁을 얻을 수 있다.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는 아직 파리에 가보지 않은 나조차 파리를 사랑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언제가 파리 여행을 간다면 이 책을 가방 안에 넣어서 비행기에 오를 것이다. 긴 비행시간조차 행복하게 만들어 줄 부드러운 에세이만큼 여행 준비에 필요한 것이 있을까. 그녀가 정말 좋아하는 파리에 나도 가고 싶다.

 

 

 

만약에 내가 여행책을 쓴다면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처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리의 매력과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미사여구도 없고 전문가 포스 팍팍 풍기는 유려한 사진도 없지만 그 어떤 여행 책보다 파리에 가고 싶은 마음을 마구 흔드는 책이었다. 아직까지 여행 다녀온 몇 곳의 포스팅조차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나지만 이렇게 내가 다녀온 곳에서 좋았던 장소와 음식,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을 소개하고 싶어졌다.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는 파리에서 보낸 일주일을 보여주고 파리의 곳곳을 소개하는 책이다. 책 안에는 여유로움이 가득했다. 파리 사람들 속에 섞여 관광지를 찾아가고 그곳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는 저자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도 파리의 한복판에 서 있는 것만 같았다. 만약에 내가 일주일간을 파리에 있었다면 어디를 어떻게 다녔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그녀의 발걸음을 따라다녔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전혀 서두르지 않았지만 저자는 참 많은 곳을 다니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파리에서 오랜 시간 살던 사람처럼 그녀가 소개하는 곳은 파리에 간다면 꼭 가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 곳이었다. 파리에 여행을 간다면 꼭 가보고 싶은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 관한 이야기부터 파리에서 겪은 파업, 돈을 모두 도둑맞은 후에 한국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은 이야기까지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는 파리를 소개하는 가이드 북이면서 먼저 파리를 다녀온 선배의 조언과도 같은 책이다.

 

 

언젠가 파리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라는 서점이 있다는 책을 읽었다. 꽤 독특한 이 서점을 가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에서 들려주는 이곳의 이야기는 나에겐 더 특별했다. 연출하지 않은 한때의 서점 안 시간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사진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저자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식이 좋다. 따뜻한 오후 커피 한잔 시켜놓고 마주 앉아 자신이 다녀온 파리가 어땠는지 조곤조곤 이야기해주는 것 같은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 안에는 파리의 공원에서 편안하게 쉬고 있는 파리 시민들의 모습부터 170년이 넘게 운영해온 식당 소개, '마라의 죽음'이라는 그림에 얽힌 이야기 등 어느 것 하나에 매여있지 않는, 마치 파리처럼 자유로움이 묻어있었다.

물론 파리 여행에 관한 책이니 파리를 알차게 여행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몽마르트르를 도보로 여행하는 방법, 사진을 통해 보는 파리의 메트로, 사진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가봐야 할 박람회와 전시회 등 다양한 여행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으니 자신만의 특별한 파리 여행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는 독특한 주제로 여러 여행지를 소개하는데 그중의 하나가 '키스를 부르는 파리의 장소'이다. 파리를 떠올릴 때 많은 사람들은 사랑의 도시, 로맨틱한 도시라고 생각한다. 그런 파리의 이미지에 딱 맞는 여행지가 바로 '키스를 부르는 파리의 장소'가 아닐까? 연인과 함께, 신혼여행지로 또는 그곳에서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다면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에서 알려주는 키스를 부르는 장소에 가보시길.

같은 곳을 다녀왔더라도 느끼고 감동받는 부분은 제각각이다. 인생 최고의 장소라고 엄지를 추켜세우는 곳이 다른 누군가에겐 최악의 여행지일 수도 있지만 어떤 추억으로 남든 간에 낯선 곳에서 경험하고 느끼는 모든 것은 가슴속 깊이 남아 나만의 소중한 기억이 된다. 파리도 저자에겐 사건사고가 많은 장소였다. 다시 오고 싶지 않은 순간도 있었지만 그것 또한 인생이라, 지나고 나면 다시 파리를 그리워할 순간 중의 하나가 된다.

그녀처럼, 나에게도 그런 기억으로 남아있는 여행지가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낯선 도시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순간, 뒤따라 오던 현지인에 혼자 겁먹어 경보하듯 쏜살같이 걸어가던 순간, 우연히 들어간 야시장 푸드코트에서 인생 최고의 저녁식사를 먹었던 순간 등 가만히 생각해 보면 출발 전부터 도착까지 매 순간순간이 참 좋았다.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는 나에게도 정말 좋았던 곳이 있었는지 일상에 지쳐 닫아두었던 추억을 다시 꺼내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 주었다. <나는 파리가 정말 좋다>를 읽으며 나도 정말 파리에 가고 싶었지만 우선 지금은 내 가슴속의 소중한 여행의 추억부터 정리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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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셀프 트래블 - 2017~2018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김은하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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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이라는 나라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단어는 무엇인가? 스페인의 전통춤 플라멩코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꽃보다 청춘의 여행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는 '스페인'이라고 하면 산티아고가 제일 먼저 생각난다. 카오산 로드에 가고 싶어 태국에 갔듯이, 나는 산티아고를 걸어보고 싶어서 책을 읽고 TV프로그램을 챙겨봤다. 아직 그 길을 걸어보지 못했지만 죽기 전에 꼭 걸어보고 싶은 산티아고가 있는 '스페인'은 -나에게 워너비 여행지가 아닌 곳이 어디 있겠냐 만은- 그중에서도 꼭 가보고 싶은 나라이다.

스페인이라는 나라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당연히 '산티아고'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산티아고에 대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스페인이라는 나라를 알게 되었고 플라멩코를 추는 집시 동영상을 본 후에 그 춤을 배워보고 싶어 백화점 문화센터 앞을 기웃거리기도 했다. 한 방에 훅 마음을 빼앗겨 버리는 나라가 있는 반면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처럼 하나씩 조금씩 빠져드는 곳이 있는데 그 곳이 스페인이였다. <셀프트레블 스페인>은 스페인에 관한 모든 여행 정보가 담긴 책이라 그동안 이곳저곳에서 수집해 조금 틀리거나 잘못 알고 있는 정보들을 제대로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나 혼자 준비하는 두근두근 해외여행' 시리즈는 자유여행을 위한 맞춤형 가이드북이다. 하지만 꼭 자유여행이 아니더라도 가이드북을 읽어 보는 것은 중요하다. 단체여행을 할 때도 틈틈이 주어지는 자유시간에 뭘 해야 할지 몰라 여행지에서의 소중한 시간을 허비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해외여행을 간다면 꼭 그 나라에 대한 기본적인 여행 지식은 알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끼리를 보지 못한 사람들이 코끼리 다리나 코만 만져보고 각자 다르게 코끼리를 정의 내리는 것처럼 여행지의 전체를 보지 못한 채 명소 위주로만 다니다 보면 여행하면서도 그리고, 다녀온 후에도 기억에 남는 것은 없다.

 

 

몇 단어로 스페인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순 없지만 <셀프트래블 스페인>은  우선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 먼저 알려준다. 스페인이 정확하게 어느 나라와 접해서 위치해 있는지부터 스페인의 낮잠 문화인 시에스타, 다양한 예술과 문화 그리고 세계적인 건축가인 가우디의 건축물까지 스페인의 수십가지 매력을 보여준다. 여행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스페인 추천 여행 루트도 있는데 지역별, 날짜별로 다양한 코스를 알려주고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다. 그리고 축제의 나라라고 불리는 스페인답게 매달 열리는 다양한 축제도 소개해 주는데 여행 가는 일정에 열리는 축제가 있다면 즐겁게 참여해 봐도 좋을 것이다.

 

 

스페인에는 다양하고 매력적인 여행지가 많은데 <셀프트래블 스페인>에서는 그중에서도 바르셀로나에 대해 더 집중해서 설명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의 대표적인 여행지부터 각 지역에 대한 지도와 설명이 상세하게 담겨있다. 그리고 '타인의 바르셀로나'라는 페이지에서는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는 다른 여행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스페인에서의 즐거운 사진과 여행에 관한 이야기, 아직 떠나지 않은 사람들에게 보내는 용기를 읽어보면 당장이라도 스페인으로 떠나고 싶어진다.

가우디의 대표적인 건축물인 사그라다 파밀리아부터 구엘공원과 카사 바트요등의 스페인만의 건축물들은 사진으로만 봐도 그 웅장함이 느껴진다. 스페인을 간다면 꼭 봐야 할 사그리다 파밀리아는 현재에도 건축 중이며 가우디 사후 100년이 되는 2026년을 완공 목표로 삼고 있는데 성 가족 성당에 대한 설명과 우리가 알고 있는 가우디가 만든 쪽 외에 가우디 사후에 만들어진 색다른 느낌의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만날 수 있다.

 

 

여행지에는 잘 알려진 관광명소와 맛있는 음식 외에도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많은데 열정의 나라 스페인에서는 플라멩코 공연뿐만 아니라 다양한 로컬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신나는 춤과 음악이 있는 세계적인 휴양지인 이비자섬은 스페인에 있다. 정말 잘 논다는 스페인 사람들과 함께 밤새도록 신나게 놀고 싶다면 현지의 클럽을 방문해 보는 것도 좋다. <셀프트래블 스페인>에는 술에 취하지 않아도 밤새도록 춤추며 즐길 수 있는 바르셀로나의 여러 클럽들을 소개하고 있으니 현지 클럽을 가보고 싶다면 꼭 참고하시길.

 

 

유럽 어느 나라를 가든 절대 빼놓지 말아야 할 장소 중의 하나는 바로 미술관이다. 우리가 교과서와 수많은 책에서 봐왔던 세계적인 명작들을 눈앞에서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화가 피카소뿐만 아니라 이름만은 잘 알고 있는 수많은 화가들의 작품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스페인의 미술관 중에서도 나는 프라도 미술관을 가장 가보고 싶다.

스페인 왕실에서 수집한 미술품을 바탕으로 세운 프라도 미술관은 고야의 '옷 입은 마하'와 '옷 벗은 마하'뿐만 아니라 수태고지, 시녀들 등 거장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바쁜 일정이지만 미술관을 방문한다면 시간을 조금 여유롭게 가지고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작은 책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웅장함과 위대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빠른 곁눈질로 갔다 왔다는데 의미를 두기보다 모든 작품을 다 보지는 못하더라도 좋아하는 작품 앞에서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스페인이라는 나라를 소개해준 카미노 데 산티아고. 산티아고 순롓길에 대한 소개와 함께 순례자들의 종착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 산티아고만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순롓길에 대해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인 루트와 팁, 그리고 종착지의 잘 곳과 먹을 것에 대한 간단한 소개는 산티아고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해서 보여준다.

바르셀로나, 마드리드부터 그라나다와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까지 스페인 여행의 A to Z를 알려주는 <셀프트래블 스페인>은 일일이 적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은 매력을 가진 스페인에 대해 충분히 알고 여행 갈 수 있도록 친절하게 설명해준다. 여행 프로그램과 여행 후기, 책등을 통해 스페인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셀프트래블 스페인>을 통해 아직 스페인에 대해 모르는 부분이 꽤 많다는 것을 알았다. 짧은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셀프트래블 스페인>에서 짜주는 알찬 여행 스케줄을 따라 짧지만 꽉 찬 여행을 할 수 있다. 굳이 일정을 짜지 않고 발길 닿는 데로 다녀볼 수 있는 여유로운 여행을 계획한다면 책에서 소개하는 관광명소 이외의 매력적인 소도시를 방문해 보는 것 어떨까?

태양과 정열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나라인 스페인은 나에겐 설렘의 나라이다. 언젠가 떠날 스페인이 가진 특별함을 미리 보고 느끼기 위해 다시 한 번 더 <셀프트래블 스페인>을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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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 나폴리 4부작 3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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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살아온 흔적을 더듬어 한 권의 책을 쓴다면 나는 나폴리 4부작처럼 디테일하고 생동감 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나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구, 당시의 상황들을 엘레나 페란테와 비슷하게라도 묘사할 수 있을까?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를 읽는 내내 이런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책 한 권은 언감생심이다. 나는 A4 한 장에도 제대로 된 글을 쓸 수조차 없을 것이다. 누구나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이야기한다면 책 한 권도 모자란다고 말한다. 하지만 막상 언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인생을 반추하며 적어보라고 한다면 과연 책 한 권이 나올까?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에 이르러 그런 의문이 들었다. 이 책은, 나폴리 4부작은 소설이 아니라 저자 자신의 이야기가 아닐까. 주인공인 레누의 이름은 엘레나 그레코이고 작가의 이름은 엘레나 페란테이다. 이름만 같다고 이 소설이 저자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없겠지만 소설이라고 하기엔, 상상 속에서 빚어낸 이야기라고 하기엔 나폴리 4부작은 대단하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생생함과 느껴보지 않은 일이라면 묘사할 수 없는 감정 표현들을 보며 나는 다시 한번 베일에 싸인 작가에게 무한한 존경심을 느꼈다.

사실 자전적인 이야기든, 소설이든 혹은 적당히 섞여 있는 책이든 상관없다. 나폴리 4부작의 4권인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가 11월에 출간 예정이라 지금은, 앞선 두 권보다 더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의 마지막 장을 덮기가 아쉬울 뿐이다.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를 한 단어로 적어보라면 '휘몰아치다'라는 단어를 쓰고 싶다. 앞선 두 권과 전혀 다른 속도감과 긴장, 끊임없이 일어나는 릴라와 레누의 변화,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와 이탈리아의 격변하는 상황들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물론 <나의 눈부신 친구>부터 <새로운 이름의 이야기>까지 그녀들과 함께 등장하는 모든 이야기들은 언제나 변화무쌍했고 다채로웠다. 그리고 3권인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에 이르러 그 변화는 회오리로 변했다. 페이지마다 작은 회오리가 끊임없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 속에 말려 들어가는 글자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나는 점점 더 책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는 그녀들의 중년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레누는 아이로타 집안의 피에트로와 결혼을 하고 릴라는 엔초와 함께 살며 햄공장에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그녀 방식대로 견디며 살아간다. 서로 다른 쪽을 보며 걸어가는 표지처럼 이 책에서 그녀들은 점점 더 멀어지고 각자만의 인생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겉으로 보이는 것일 뿐 릴라와 레누는 무의식적으로 절대 서로를 잊지 않고 살아간다. 물론 그 연대감이라는 것이 항상 서로를 그리워하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시기와 질투, 때로는 연민 그리고 때로는 우정과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그녀들의 끈은 절대 끊어지지 않는다.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에서는 특히 그녀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의 혼란스러운 정세와 함께 변화해 가는 주변 사람들의 불안한 감성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허덕이며 따라가기에 바빴다.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는 2권의 마지막 장에 등장한 니노 사토라레와 레누가 결국 격정적인 사랑에 빠지고 그녀는 남편에게 이혼을 말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남겨둔 채 니노를 따라 떠나는 것으로 끝난다.

 

 

레누는 릴라뿐만 아니라 실비아라는 여자와의 사이에서 아이를 두고, 결혼은 또 다른 좋은 집안의 여자와 결혼을 한 니노에 대해 끊임없이 비난한다. 그녀는 릴라와 자신 둘 다 니노에게 굴욕당했다고 생각했다. 미친 멜라니가 니노를 보며 소리친 것은 니노를 그의 아버지와 혼동한 것이 아니라 니노 안에 숨겨진 부자 간의 유사성을 감지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니노와 사랑에 빠진다. 서로의 아내와 남편에게 이혼을 말하고 아이들을 남겨둔 채 둘만의 세상을 위해 떠난다. 레누가 반복해서 말하는 니노에 대한 비판은 결국 그녀의 마음을 현실에 주저 앉히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한 것이었다. 착한 아이의 역할을 충실히 해온 레누는 그녀 인생 처음으로 자신의 욕망의 소리를 따라갔고 어렸을 때부터 그토록 원했던 니노의 사랑을 가졌다. 하지만 과연 그들의 사랑이 예쁜 동화의 아름다운 마무리처럼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이 날까?

하늘 위에서 모든 것이 단순해진 것 같았다. 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쓸데없는 생각을 멈추려고 했다. 가끔 니노에게 행복한지 물으면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게 키스했다. 드높은 창공에서 두 발을 디딜 수 있는 유일한 표면인 비행기 바닥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도 같았다.

<떠나간 자와 머무른 자>는 니노와 떠나는 레누의 불안한 감정으로 끝이 난다. 책을 읽기 시작할 때는 떠나간 자를 릴라라고 생각했었다. 떠난다는 것은 자의든, 타의든 용기가 필요한 행위이다. 그래서 나는 당연히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릴라의 삶에 또 다른 변화가 생겨 떠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의 이런 짐작을 보기 좋게 날아가 버렸다. 떠나간 자는 레누였다. 그것도 니노와 사랑에 빠져 모든 것을 버린 채 불안하게 흔들리는 비행기에 몸을 맡기며 떠난다. 몇 문장 만으로도 앞으로 레누에게 어떤 변화가 닥칠지 추측할 수 있지만 이번에는 그런 지레짐작은 하지 않겠다. 이탈리아 나폴리의 작은 마을의 작은 소녀들에서 출발한 이토록 방대하고 깊은 이야기를 저자는 어떻게 마무리해 줄지 기대하며 11월을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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