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셀프 트래블 - 2017~2018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1
신연수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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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지칠 때 기운을 얻기 위한 방법 중에 하나는 여행 계획을 짜보는 것이다. 당장 여행을 떠날 수는 없지만 언젠가 꼭 가보리라, 그때를 생각하며 세워보는 계획과 읽는 가이드북은 재미있다. 그래도 어쨌든 셀프트래블과 세계 각국을 상상만으로 떠나는 여행이라 마지막에 헛헛한 마음이 드는 것은 피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다. <홋카이도 셀프트레블>에는 언젠가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는다. 이번 여름, 나는 간다, 홋카이도로.

꽤 오래전부터 여행해보고 싶은 곳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눈 덮인 삿포로와 오타루의 야경을 보고 싶어 하지만 내게 홋카이도에 대한 처음 기억은 보랏빛 라벤더가 끝없이 펼쳐진 사진이었다. 이 세상이 아닌 것만 같았다. 너무 평온하고 고요하고 아름다워 꼭 가보고 싶었던 그곳으로 드디어 떠난다. 비록 3박 4일이라는 짧은 기간이지만 <홋카이도 셀프트래블>과 함께 짧지만 알찬 여행을 계획했다.

 

꽤 오래전에 항공권 준비는 마쳤고 숙소는 JR 삿포로 근처 저렴한 비즈니스호텔로 예약을 끝냈다. 요즘엔 지방에서 출발하는 항공편도 많아 3박 4일이지만 아침 일찍 출발하고 밤 늦게 도착하는 아주 꽉 찬 비행 일정이라 조금만 욕심을 부린다면 꽤 많은 곳을 둘러보고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의 목표는 너무 빡빡하게 돌아다니지 않는 걸로 잡았기 때문에 느긋하지만 꼼꼼하게 세 지역만 다녀오기로 결정했다. <홋카이도 셀프트래블> 안에는 3박 4일 일정의 기본적인 코스 외에도 홋카이도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지역이 있지만 그곳은 다음을 기약하며 읽고 마음에 담아 두었다.

그동안 틈틈이 홋카이도 여행 계획을 다른 사람의 여행후기를 통해 세워보긴 했지만 코끼리 다리만 보고 있던 터라 어디를 어떻게 다녀야 할지 정확하게 확신이 서질 않았는데 이번에 <홋카이도 셀프트래블> 책 안에 포함된 지도에 숙소와 지하철, 가봐야 할 곳들을 형광펜으로 표시하면서 천천히 읽어보니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홋카이도 셀프트래블>에서 콕콕 집어주는 고수의 여행 계획은 3박 4일을 기준으로 한다. 어느 계절에 가도 각각의 독특한 매력이 있는 홋카이도답게 여름 핵심 여행과 겨울 핵심 여행, 겨울 스키와 온천여행, 기타 지역을 둘러보는 여행으로 나눠 설명한다. 나는 8월에 여행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3박 4일 여름 핵심 여행의 도움을 받았다. 다행히도 매일의 일정이 나와 비슷해 <홋카이도 셀프트래블>에서 알려주는 3박 4일 일정대로 움직이기로 결정했다.

이번 여행에서는 홍콩, 나폴리와 더불어 세계 3대 야경으로 불린다는 하코다테는 일정상 제외했기 때문에 삿포로에서 야경을 대신하기로 했다. 삿포로에서 야경을 구경할 수 있는 몇 군데 중에서 어느 곳을 선택해야 할지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홋카이도 셀프트래블>을 읽고 숙소와 멀지 않은 JR 타워에서 야경을 구경하기로 했다. 물론 현지에 도착해서 일정과 체력에 따라 조금 더 먼 곳으로 가볼 수도 있겠지만 <홋카이도 셀프트래블>에 여러 곳의 야경 명소에 대해 알려주고 있기 때문에 걱정 없이 떠날 수 있다.

 

 

이번 홋카이도 여행에서는 삿포로와 오타루, 비에이와 후라노를 다녀보기로 했다. <홋카이도 셀프트래블>에서 알려주는 방법으로 비에이와 후라노를 가보고 싶긴 하지만 조금 더 많은 곳을 둘러보기 위해 비에이 일정은 데이 투어를 이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번 <홋카이도 셀프트래블>에서는 삿포로와 오타루를 중심으로 읽었다. 저자가 알려주는 일정처럼 오타루를 갈 때 샤코탄도 함께 가볼까 고민했었지만 이번 여행은 휴식하고 생각하고 여유롭게 다녀오기로 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욕심은 내지 않기로 했다.

삿포로 여행에 대해 시간별로 가볼 수 있는 명소를 알려주고 있는데 마지막 날 돌아오는 시간이 오후라서 <홋카이도 셀프트래블>에서 알려주는 '삿포로를 하루 동안 둘러볼 수 있는 일정'에 나오는 곳을 장소별로 나눠 모두 다녀보기로 했다. 도보와 지하철 소요 시간도 알려줘 일정을 계획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오타루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을 읽고 난 후에 오타루 여행을 꿈꾸는 지인이 있다. 오타루는 워낙 유명한 곳으로 홋카이도를 간다면 꼭 가봐야 하는 지역이라 일정에 넣긴 했는데 나는 홋카이도에서 삿포로를 빼고 일본의 최북단 마을, 오호츠크해를 끼고 있는 아바시리를 제일 가보고 싶었다. 아바시리는 삿포로에서 특급열차를 타고도 5시간 30분이 걸리는 지역이라 3박 4일간의 일정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유빙 관광을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여름보다는 겨울에 적합한 여행지이다. 이번에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못 가지만 겨울에 홋카이도를 가게 된다면 꼭 그곳을 다녀오고 싶다.

오타루를 다녀온 사람들은 오타루가 후쿠오카의 유후인과 비슷한 분위기라고 한다. 아마 작지만 아기자기하고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여행지일 거라고 생각되는데 분명 많은 사람들이 오타루를 찾는데는 오타루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오타루에는 치즈케이크가 맛있는 르타오가 있다고 하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되는 도시이다.

홋카이도를 공부하면서 느낀 것 중에 하나는 참 맛있는 음식이 많다는 것이다. 홋카이도만의 독특한 음식뿐만 아니라 삿포로 하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맥주, 그리고 감각적인 카페까지 홋카이도는 말 그대로 맛있는 여행을 할 수 있는 지역이었다. <홋카이도 셀프트래블>에는 카페 '북해도로 가자' 회원들이 추천한 베스트 푸드와 식당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뭘 먹어야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면 직접 다녀온 선배 여행자들이 추천해 준 곳 위주로 다녀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나도 그들이 알려주는 곳 중에서 몇 곳을 체크해 두었다.

 

 

흰 눈으로 가득한 언덕에 서 있는 나무 사진으로 비에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아름다운 풍경 사진을 떠올릴 때 빠지지 않는 비에이는 겨울뿐만 아니라 여름에도 꼭 가봐야 할 곳이다. 세븐스타 나무, 크리스마스트리 외에도 짙은 파란색으로 유명한 아오이케와 보랏빛 향기가 가득한 후라노를 이번 여행에서는 데이투어를 이용해 다녀오기로 했다. 일정이 짧을 경우에는 여러 번의 교통편을 이용하거나 낯선 렌트보다는 핵심만 둘러볼 수 있는 데이투어가 여러모로 실용적이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함께 다니는 현지 투어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홋카이도 셀프트래블>에서는 기차와 버스를 이용해 비에이와 후라노를 모두 둘러볼 수 있는 방법을 자세하게 알려주고 있으니 참고하길 바란다.

 

 

홋카이도는 한국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비행시간에 부담 없이 짧은 일정으로도 떠날 수 있는 지역이라서 좋다. 그리고 겨울이든, 여름이든 어느 계절에 방문해도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처음 홋카이도를 방문한다면 나처럼 삿포로를 중심으로 오타루과 비에이, 또는 조금 더 멀리 하코다테와 노보리베츠까지 가볼 수 있고, 두번 이상 방문한다면 조금 더 멀고 조금 더 이국적인 지역을 찾아서 여행해 보는 건 어떨까.

<홋카이도 셀프트래블>에 포함된 홋카이도 맵북에 이용할 기차역과 꼭 가봐야 할 관광명소를 체크해 두었다. 깔끔하고 보기 편하게 정리된 맵북 덕분에 첫째 날 삿포로에 도착한 후에 어디부터 다녀봐야 할지 정할 수 있었다. 연일 폭염 경보 문자가 울리고 늘 하던 일이 더욱 힘겹게 느껴지는 요즘 같은 뜨거운 여름에 <홋카이도 셀프트래블>을 읽으며 계획하는 여행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진작에 항공과 숙소는 예약했지만 제대로 된 일정을 잡지 못해서 걱정했었는데 <홋카이도 셀프트래블> 덕분에 나만의 완벽한 3박 4일 홋카이도 여행 일정을 세울 수 있었다. 이제 맵북을 예쁘게 올려 가방에 넣어두기만 하면 된다. '나 혼자 준비하는 두근두근 해외여행'이라는 말처럼 두근두근하며 홋카이도로 떠나기 전에 다시 한번 더 <홋카이도 셀프트래블>을 읽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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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정중할 것 - 과거, 상처, 인간관계, 스트레스로부터 온전히 나를 지키는 지혜
호르스트 코넨 지음, 한희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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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나아지겠지, 다른 사람들도 힘들게 살고 있는데 나만 너무 나약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들곤 한다.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고난이라고 하듯이 회사든 집이든, 인간관계에서든 각각의 힘듦이 있다. 어느 날에는 하루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힘겹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이만하면 나름 괜찮은 삶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가끔은 그런 긍정적인 생각 역시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해 나 스스로 만들어낸 보호막이 아닐까 여겨질 정도로 단단한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나는 매일매일 여러 감정들에 흔들리고 있다.

우리 모두는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수많은 공격과 갈등 속에서 잘 견뎌내고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괴로워하며 겨우겨우 한발씩 내딛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누구나 겪는 인간관계와 사회생활, 살아가면서 느끼는 여러 가지 힘겨움을 견뎌내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 걸까?

책을 읽으면서 나는 어느 단계의 고통 속에 서 있는지 생각해 봤다. 그 어느 해 보다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고 있는 요즘, 예전과 달리 어떤 결정이든 쉽게 내리지 못하는 나이와 상황에 있다 보니 더 많이 흔들리며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나에게 정중할 것>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여러 관계 속에서 겪게 되는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들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에게 정중할 것>이라는 제목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바로 '나'였다. 오직 나를 더욱 사랑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방법들에 대해 알려주는 이 책은, 지금 나에게 필요한 조언을 콕 집어서 말해 주었다. 내게 책이 올 때가 있다. 힘이 들 때면 그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책이 알아서 온다. 그리고 어김없이 이번에도 나에게 필요한 책이 왔다.

 

 

저자는 말한다. "Take care, 당신을 잘 지키세요!" <나에게 정중할 것>은 주변의 상황에 자신을 바꾸는 것보다 먼저 자기 자신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자신에게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나를 힘들게 하는 사고와 습관에서 벗어나고 여러 가지 스트레스에서 스스로를 지키라고 한다.

<나에게 정중할 것>은 오직 나에게 초점을 맞춰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주변 상황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방법들을 설명한다. 책은 8장으로 나눠 왜 그런 감정들을 느끼는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극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차근차근 설명해 준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나를 사랑하기 위한 심리학적 조언'이라는 부제처럼 <나에게 정중할 것>은 과하지 않게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어떻게 하면 되는지 심리상담사와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느낌이 들만큼 부드럽게 들려준다. 책을 읽고 있지만 마치 내가 끊임없이 책에게 여러 가지 고민을 이야기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나에게 정중할 것>은 과거에 연연해 하는 나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인 1장을 시작으로 2장 왜 나는 스스로에게 부담을 주는 걸까, 3장 스트레스와 짜증에 시달릴 때, 4장 나를 유독 힘들게 하는 사람들, 5장 나쁜 생각과 충동에 휘둘리고 있다면, 6장 직관의 힘을 활용하기, 7장 나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8장 그럼에서 불구하고 내 삶을 즐기겠다로 구성되어 있다. 내면을 먼저 들여다본 후에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과 그 해결 방법들, 주변 사람들을 구분해서 파악하고 대응하는 방법을 알려준 뒤 나쁜 생각을 극복하는 방법과 나 자신을 변화시키고 삶을 즐길 수 있는 법에 대해 들려준다.

'Take care 원칙'에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설명한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설명들이라 지금 당장 나에게 맞는 'Take care 원칙'을 실천해 볼 수도 있다. 그리고 'Take care 체크리스트'는 자신을 더욱 분명하게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나에게 정중할 것>에서 알려주는 방법들은 추상적이고 막연한 조언이 아니라 좋았고 무엇보다 쉬우면서도 과하지 않게 실행해 볼 수 있는 것이라 마음에 들었다. 아마 'Take care 원칙'들이 특별한 방법이 아니라서 실망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방법이 아니라 실천이듯, <나에게 정중할 것>은 방법을 알려주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할 수 있도록 조언해 주는 책이다.

 

 

다른 사람을 전혀 의식하고 않고 살 수는 없다. 남을 의식하는 것이 도움이 될 때도 있다. 다른 사람의 삶의 자세나 방식은 자신의 삶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의욕을 불어넣기도 한다.

<나에게 정중할 것> 곳곳에 밑줄을 그었다. 책은 무조건적으로 당신이 옳아요를 이야기하지 않는다. 당신이 그러는 것은 누구가 겪고 있는 당연한 감정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그중에서도 나에게 맞는 운동과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으라고 조언하며 시도해 볼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알려주는 부분이 좋았다. 몸 안에 쌓여 있는 스트레스는 격한 운동보다 부드러운 방식으로 푸는 것이 좋으며 자신에게 맞는 적당한 양의 운동을 하기를 권한다. 사회생활에서나 인간관계에서 겪게 되는 감정 과잉들에 대해 대처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리고 'Take care 원칙'에서는 명상의 시간을 갖는다거나 아침 목욕, 감사 일기, 걷기 등 매일 자신만의 의식의 시간을 가져보라고 조언한다.

 

 

<나에게 정중할 것>에는 자신에게 집중해서 변화할 수 있는 방법들뿐만 아니라 나를 유독 힘들게 하는 사람들에 대해 여러 가지 유형으로 분석해 놓고 유형별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인간관계가 힘겹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무척 유용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Take care 원칙'에서 유형별 어려운 사람을 대하는 방법들에 대해 설명하는데 먼저 말 많은 수다형, 공격적 인간형, 악명 높은 악평자, 자기중심적 인간형으로 나눈다. 각각의 유형을 또 다신 세분화해서 구분하고 나는 그 속에서 나를 힘들게 하는 몇몇의 사람들을 발견했다. 말 많은 수다형에는 험담형, 역사를 늘어놓은 형, 운명에 시달리는 형이 있고 공격적 인간형에는 불친절형,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유형, 툭하면 흥분하는 유형이 있다. 그리고 악명 높은 악평자에는 불평꾼, 비관주의자, 외골수가 포함되고 마지막으로 자기중심적 인간형에는 얌체형, 남을 이용해먹는 사람, 배우형이 포함되어 있다. 물론 이런 각각의 유형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습 방법도 알려주고 있으니 사람 때문에 힘들다면 <나에게 정중할 것>에서 조언하는 방법들을 따라 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늘 다른 삶을 꿈꾸기에 막연한 부족함과 불만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더 자유로운 삶을 원하다면 스스로 굴레에서 벗어나라. 모든 것에 안정을 꾀하려는 자기 강요에서 벗어나라. 당신의 에너지를 확실한 경제 기반과 저축 계획에 내맡기는 것도, 그러면서 꿈을 이루며 사는 사람을 부러운 눈길로 쳐다보는 것도 그만두자. 이것은 자신을 현명하게 대하는 방법이 아니다.

원인은 나에게 있다며 자신을 학대하고 있지는 않는가. 주변 상황에 흔들리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방법을 찾을 수 없었는가. 지금 힘들다면, 그 원인을 알고 변화하고 싶다면 가장 먼저 나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해하고 사랑하자. 그리고 용기를 내자. 더 나은 지금과 기대되는 미래는 바로 나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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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으로 생각하라 - 생각이 뚫리고 인생이 바뀌는 완벽한 사고법
사이토 다카시 지음, 서라미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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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식하지 못한 것일 뿐 이미 3을 사용하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어, 나도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라는 부분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물론 저자인 사이토 다카시처럼 제대로 된 3의 활용법은 아니지만 그가 알려주는 다양한 3으로 생각하는 방법들 중에 몇몇은 나도 곧잘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그래서 나는 <3으로 생각하라>를 더 빨리, 더 꼼꼼하게 읽어 나갔다. '생각이 뚫리고 인생이 바뀌는 완벽한 사고법'이라는 3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고 활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미처 알아채지 못했을 뿐 3이라는 것이 선물해 주는 선택과 방향성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단지 그 방법이 저자가 이야기하는 사고법인 <3으로 생각하라>라는 것임을 알지 못했을 뿐 우리는 이미 완벽한 3을 더 나은 인생을 위해 활용하고 있었다.

 

<3으로 생각하라>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활용서이다. 쓸데없이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는 긴 이론 따위 없이 당장 자신이 필요한 부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알려주는, 본서보다 더 자주 보는 부록과 같은 책이었다. 구구절절 이야기만 가득할 뿐 정작 내게 필요한 방법들은 몇 줄 들어있지 않은 책들에 지쳤다면 <3으로 생각하라>는 제목처럼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 읽고 둘, 내게 맞는 방법들을 선택해서 셋, 실천하라. 이것 이상 더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자신만이 가진 생각의 틀을 기술화하여 능숙히 활용한다면 삶을 더 풍부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는데 자신만의 중요한 기술을 가질 수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그는 세장에 걸쳐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3에 대해 설명한다. 왜 3으로 생각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시작으로 30년의 실천으로 얻게 된 3의 생각법, 그리고 실천하는 방법까지 세 가지의 큰 주제 안에 작은 세 가지의 조언들과 세부적인 사고, 실천 방법들까지 저자가 들려주는 3의 생각법은 어렵지 않게 실천해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만약에 3이라는 생각법을 완벽하게 처음 들어보는 사람이라도 어려워할 필요는 없다. 지금부터 세 가지를 골라보는 습관을 들여보라는 저자의 설명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3의 사고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3을 활용한 여러 가지 활용법이 있는데 가장 먼저 따라 해 보고 싶은 것은 '글을 쓸 때도 유용한 3의 생각법'이었다.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내게 그 어떤 서평 쓰는 방법보다 쉽고 당장 따라 해 볼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책을 읽으면서 '이 문장 참 좋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 문장이구나'라고 생각한 부분, 즉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밑줄을 긋는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밑줄 그은 문장 중 베스트 3을 꼽는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밑줄 그은 문장 중 베스트 3을 꼽는다. 되도록 초반과 중반, 마지막 부분에서 골고루 세 문장을 고르도록 노력한다. 세 문장을 선택한 뒤에는 왜 이 문장을 골랐는지 써보자. 그것이 자연스럽게 서평이 되는 것이다.

 

 

<3으로 생각하라>에서 알려주는 서평 쓰는 방법대로, 책을 읽으면서 인상 깊었던 세 가지의 문장을 찾아봤다. 열 개가 넘는 포스트잇을 붙인 페이지를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며 하나씩 줄여갔고 이 책에서 감동 깊었던 베스트 3을 뽑았다. 그중 첫 번째가 바로 서평 쓰는 방법이었고 두 번째는 '인간관계에도 회색 지대가 필요하다'라는 부분이다.

<3으로 생각하라>를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평소에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함을 즐기는 나의 습관이 나쁜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기 때문이었는데 그중에서 인간관계 속에서의 3의 생각법이 좋았다.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 사이에 세 번째 항목으로 회색 지대를 만들어 놓고 이쪽도 저쪽도 아닌 사람들을 그 속에 놓아두면 된다. 그런 방법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도가 한층 깊어진다고 하는데 전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이다. 어떤 사람을 만날 때 내 기준의 틀에 맞춰 나와 맞는 사람, 맞지 않는 사람으로 구분 지어 버리면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게 되고 언젠가는 실망하거나 상처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3으로 생각하라>에서의 세 번째는 '어른의 인생에는 세 번의 기어 체인지가 필요하다'라는 것이다. 3의 생각법은 어느 특정한 분야에 한정되지 않는다. 살면서 세 번의 기회가 온다는 말처럼 저자도 어른의 인생 3분할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부분을 선택한 이유는 요즘 나의 상황과 딱 맞아떨어지는 조언이었기 때문이다.

길면서도 짧은 인생을 살며 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세 번뿐이겠냐만은 크게 마음먹고 지금까지 살아왔던 것과 전혀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용기는 자주 오는 게 아니다. 그리고 요즘 나는 없어져 버린 그 용기를 저 밑바닥에서 마지막으로 끌어당겨볼까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 변화를 주지 않으면 앞으로 쭉 바뀌지 않을 것만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있는 요즘이라 <3으로 생각하라>에서 들려주는 이야기가 더욱 귀에 쏙쏙 들어왔다.

어느 책이든 책을 읽고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 없다. 요점은 빨리 이해하고 당장 따라 해 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주느냐, '그래서 뭐?'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냐는 차이인데 <3으로 생각하라>는 완벽하게 전자에 해당하는 책이었다. 책 속에서 저자가 말하는 세 가지씩만 따로 적어놓아도 완벽한 요점정리집이 될 만큼 지금 당장 변화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만족할만한 활용서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유연성'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일 아니면 이라는 흑백의 구분이 아니라 또 하나를 더 생각함으로써 생각의 폭을 넓히고 선택을 더욱 유연하게 할 수 있는 습관을 기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없어서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부터 경우가 수가 너무 많아 선택하기가 어렵다는 사람까지 3을 통한다면 의외로 쉽게 내가 원하는 세 가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답은 내 머리와 가슴속에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쉽게 꺼내는 방법을 몰랐을 뿐이다. 니즈를 알고, 찾아내고,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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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지음, 송은주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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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을 보지 않고 보는 영화가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듯이 어떤 줄거리인지 모르고 읽는 책이 더 재미있다. 하지만 가끔 알고 읽는 편이 더 좋은 책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줄리언 반스의 장편소설 <시대의 소음>이 바로 그런 책이다. 줄리언 반스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로 우리에게 익숙한 맨부커상을 수상한 영국의 대표 작가이다.

<시대의 소음> 역시 줄리언 반스의 유려하면서도 세심한, 하지만 읽기 쉽지 않다는 특징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책이다. 그래서 미리 알려주고 싶다. 만약에 그의 책을 읽기가 다소 불편했다면 <시대의 소음>은 꼭 어떤 내용인지, 누구에 대해 쓴 이야기인지 알고 시작하길 바란다. 모르고 읽었을 때와 알고 난 후의 <시대의 소음>은 전혀 다른 책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시대의 소음>의 주인공인 드미트리 드미트리예비치는 러시아의 작곡가이다. 책은 제삼자가 보는 시선으로 쓰여있지만 그 제3의 인물이 바로 드미트리 자신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그의 감정 표현은 디테일하다. <시대의 소음>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다음과 같다. "러시아의 뛰어난 예술가가 격동의 시대를 거치고 있는 러시아의 수많은 권력집단에 맞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이야기". 하지만 그것은 투쟁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순응이었으며 <시대의 소음>에는 영웅이 아닌 겁쟁이로 권력과 타협하며 살아가야만 하는 예술가의 슬픔이 가득 담겨있다.

<시대의 소음>에 등장하는 드미트리 드미트리예비치는 실존 인물이다. 그는 20세기의 대표적인 작곡가인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이다. 쇼스타코비치의 음악 중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곡은 바로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두 주인공이 왈츠를 추는 장면에서 나온 왈츠 음악으로 올드보이를 통해 더 유명해진 곳이다. 왈츠 2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 중의 하나인데 작곡가가 러시아 사람으로 쇼스타코비치라는 사실은 <시대의 소음>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만약에 책 속에 등장하는 드미트리예비치가 단지 소설 속 가상의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다면 이 책은 읽기가 조금 힘들수도 있다. 주인공의 상황이나 러시아의 권력층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주인공의 내면을 들려주는 식으로 예고 없이 변화하는 이야기의 시점들만 따라가다 보면 이 책이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건지 이해하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쇼스타코비치의 음악과 그가 살았던 시대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시대의 소음>을 읽는다면 지루하기만 했던 장면들이 전혀 다르게 보일 것이다.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는 소련의 스탈린 독재 체제와 제2차 세계대전 등을 거치며 많은 권력집단 속에서 살아왔다. <시대의 소음>속의 주인공인 드미트리예비치 역시 12년마다 바뀌는 정치권력 아래에서 예술가로서 어떤 결정을 해야 할지 늘 고뇌하며 아슬아슬하게 살아간다.

스탈린의 러시아에는 이 사이에 펜을 물고 작곡을 하는 작곡가 따위는 없었다. 이제부터는 두 가지 종류의 작곡가만 있게 될 것이다. 겁에 질린 채 살아 있는 작곡가들과, 죽은 작곡가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체포당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매일 밤 승강기 옆에서 밤을 새우는 모습, 자신을 심문하는 자가 심문당하는 상황이 되어 버려 다행히도 체포되지 않았다는 구절, 그리고 저명한 작곡가의 서재에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며 그것이 바로 스탈린 동무의 초상화라 말하는 권력층의 대화를 읽으며 과거, 먼 나라에 있었던 이야기가 아닌 어디선가 느껴보고 분개했을 법한 기시감을 느낀 것은 나뿐이었을까?

그러나 겁쟁이가 되기도 쉽지 않았다. 겁쟁이가 되기보다는 영웅이 되기가 훨씬 더 쉬웠다. 영웅이 되려면 잠시 용감해지기만 하면 되었다-총을 꺼내고, 폭탄을 던지고, 기폭 장치를 누르고, 독재자를 없애고, 더불어 자기 자신도 없애는 그 순간 동안만. 그러나 겁쟁이가 된다는 것은 평생토록 이어지게 될 길에 발을 들이는 것이었다. 한순간도 쉴 수도 없었다. 스스로에게 변명을 하고, 머뭇거리고, 움츠러들고, 고무장화의 맛, 자신의 타락한, 비천한 상태를 새삼 깨닫게 될 다음 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겁쟁이가 되려면 불굴의 의지와 인내, 변화에 대한 거부가 필요했다.

줄리언 반스의 책은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마치 보물 찾기를 하듯 책 속의 숨어있는 문장들은 다시금 그의 책을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화려한 미사여구 없이 담백하고 쉬운 단어들만으로 표현하는 그의 문장들은 <시대의 소음>에서도 어김없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 

생존 인물에 대해 자신만의 해석으로 소설을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권력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겁쟁이의 길을 선택했지만 끊임없이 예술가만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조용한 투쟁을 해온 드미트리예비치처럼 줄리언 반스 역시 자신만의 방법으로 모든 시대와 그 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들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소설이 곧 현실이고 현실이 곧 소설이었다. 쇼스타코비치의 왈츠 2번을 좋아한다면 그의 음악을 들으며 그가 살아온 과정을 한 번쯤 함께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과거가 아님을, 소설이 아님을, 단지 한 사람의 이야기가 아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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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델라이언 데드맨 시리즈
가와이 간지 지음, 신유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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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을 하면서 책을 읽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나는 주로 일찍 출근해서 근무 전 30분 정도, 점심 식사 후에 30분 그리고 퇴근하고 1~2시간 정도 틈틈이 책을 읽으려고 한다. 물론 시간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읽다 보면 책의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없을 때도 있고, 한창 재미있을 때는 아쉽게 덮어야 할 때도 있어서 주중에 읽는 책과 주말에 읽는 책을 구분해서 보는 편이다.

소설의 경우는 한 번에 읽어야지 이야기의 흐름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여유롭게 읽을 시간이 있을 때 보려고 하는데 어쩌다 보니 <단델라이언>을 제일 힘들게 일하고 온 평일 저녁에 읽기 시작해 버렸다. 일본 추리, 스릴러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고 가와이 간지의 <데드맨>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단델라이언>은 주말에 읽으려고 책장에 꽂아두었다.

마치 추리 소설에서 사건이 일어날 것만 같은, 날씨도 습하고 유달리 피곤해서 잠도 오지 않았던 그날 밤 <단델라이언>이 눈에 띄었다. 아직 본격적으로 잠들기에 조금 이른 시간이었고 얼른 읽고 싶었던지라 한두 시간만 읽고 자야지라는 생각에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잘못된 판단이었다.


<단델라이언>은 옛날 옛날의 어떤 이야기로 시작한다. 다소 괴기스러워 오싹하기까지 했던 민담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괜히 시작했구나. 계속 읽어보고 싶어지겠는걸. <단델라이언>을 반 정도 읽고 시계를 보니 10시 50분이었다. 눈도 뻑뻑하고 정말 피곤했는데 끝까지 읽고 싶었다. 결말이 너무 궁금해서 계속 읽을까? 잘까? 한참을 고민했다. 가와이 간지의 독특한 세계 속에서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결국 졸린 눈을 부릅뜨고 <단델라이언>을 끝까지 읽어버렸다. 피곤했지만 결말과 범인을 알고 나니 왠지 뿌듯하게 잠들 수 있었다.

<단델라이언>은 <데드맨>으로 요코미즈 세이지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하며 천재 작가라는 찬사를 받은 가와이 간지의 네 번째 장편 소설로 <데드맨>, <드래곤 플라이>, <데블 인 헤븐>에 이은 시리즈의 완결편이다. 빈틈없이 꽉 짜여 있는 구성과 물 흘러가듯 잔잔하지만 지루함 없이 살인 사건을 해결해 가는 가와이 간지만의 매력을 마음껏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이야기는 1988년부터 시작되고 1998년에 사건이 일어나며 현재에서 그 모든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간다. 현재와 16년 전, 혹은 더 먼 과거까지 돌아갔다가 다시 현재로 이어지는 각각의 사건과 사람들의 관계는 처음엔 복잡해 보이기도 하지만 작가가 놓아주는 다리를 한 개씩 밟으며 따라가다 보면 어렵지 않게 <단델라이언>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두 명의 소녀가 있다. 일란성 쌍둥이인 히나타 유메와 히나타 에미는 혼자 가정을 이끌어가느라 늘 바쁜 엄마의 빈자리를 서로의 존재로 채워간다. <단델라이언>은 둘 중의 한 명인 히나타 에미가 열아홉 살의 나이로 죽기까지의 이야기, 그리고 그녀가 16년이 지난 후 하늘로 날아가는 듯한 모습의 시체로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광신도 집단에 의해 의도된 것인지, 어떻게 그런 모습으로 남겨질 수 있는지부터 의문인 에미의 시체는 바싹 말라 미라화가 된 채로 쇠파이프가 명치를 꿰어 허공에 고정되어 마치 하늘을 날아가는 듯했다. 마사야 경위는 그 시체를 보며 말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의 시신은 생전 처음 본다.' 그렇게 16년 만에 발견된 에미의 사건을 시작으로 그동안 숨겨져 있는 사회문제와 인간의 모습들이 하나씩 벗겨져 간다.


에미의 시신이 발견된 후 또 하나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사방이 트인 건물 옥상에서 불에 탄 채로 발견되는 가와호리 데쓰지. 가부라기 팀은 이 사건을 '개방형 밀실'이라고 부른다. 갇혀 있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범인이 빠져나갈 방법이 없는 옥상에서 벌어진 사건과 하늘에 뜬 채로 발견된 시신의 사건은 전혀 다른 것일까? 서로 연관되어 있다면 도대체 왜, 누가 이 두 명을 살해한 것일까.

<단델라이언>은 재미있다. 물론 재미뿐만 아니라 그 속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인 문제와 함께 어떨 수 없이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슬픈 인생들의 모습도 들어있다. <단델라이언>에는 수많은 선택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왜 그때 그런 선택을 했냐고 묻지만 만약에 다시 그 당시로 돌아가더라도 아마 그들은 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단델라이언>은 친절하면서도 친절하지 않는 책이다. 작가는 독자들에게 어렵지 않게 16년을 넘나드는 시간 속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설명해준다. 하지만 작가의 말에 현혹되어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길을 잃을 것이다. 처음부터 의심을 가지고 읽을 필요는 없지만 작가의 친절함에 속아 누가 범인인지 쉽게 알 것 같다는 생각은 버리고 <단델라이언>을 읽기 바란다.

범인이 전부는 추리소설은 없다. 나는 재미있는 추리소설이란 누가 범인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왜 그 사람이 범인이 될 수밖에 없었느냐에 대한 과정이 탄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단델라이언>은 왜 범인이 될 수밖에 없느냐에 대한 이유를 충분히 이해하고, 그 감정에 공감할 수 있도록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말 그대로 단숨에 읽어버렸다. 만약에 <단델라이언>을 읽기로 했다면 여유로운 시간에 첫 장을 펼치시길. 그것이 <단델라이언>을 더욱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첫 번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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