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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 - 미투 운동에서 기후위기까지
리베카 솔닛 지음, 노지양 옮김 / 창비 / 2021년 12월
평점 :
8919.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리베카 솔닛
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을 읽는다는 경험은, 내가 단순히 나 자신을 넘어서서 다른 존재가 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때로는 여자가 되고, 때로는 백인이 되고, 때로는 흑인이 되고, 때로는 중세 유럽인이 되고, 때로는 조선 시대 사람이 되고, 때로는 고대 그리스 아테네 사람이 되고, 때로는 2차 대전 때의 유대인이 되는 식으로. 이 모든 경험은, 기존의 '나'라는 존재를 넓혀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지 않았다면, 단순히 지금까지의 삶의 축적으로서의 '나'밖에 되지 않았겠지만, 책을 읽었기에 저는 전혀 경험할 수 없었던 다른 존재가 되어 저라는 존재의 지평을 넘어서서 다른 '나'가 된 것입니다. 기존의 나와는 다른, 조금 더 넓어지고 다양해진 나로서.
리베카 솔닛의 <이것은 누구의 이야기인가>를 읽는 경험도 마찬가지입니다. 리베카 솔닛은 제가 상상해본적이 없었던 경험의 장으로 저를 인도합니다. 현대의 페미니즘과 정체성 정치, 기후 위기에 대응 같은 첨예한 논쟁과 투쟁의 장 속에 생생히 참여하여 자신만의 목소리를 낸 저자는, 자기 스타일 그대로의 글쓰기를 구사하며 독자들을 새로운 서사의 장으로 이끌고갑니다. 주류적 서사를 거부하는 저자의 목소리를 따라가다보면, 주류와는 다른 새로운 서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현대의 흐름이 보입니다. 그 흐름을 떠다니는 경험은, 너무 낯설어서 이질적이고 색다릅니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좋았습니다. 낯설은 것이란, 말 그대로 특별한 경험이니까요.
이 책을 통해서 저는 또다시 자기 자신을 변화시켰습니다. 기존의 저라는 존재의 영역에, 첨예한 현대적인 서사의 흐름이 첨가되었으니까요. 그것은 저를 새로우면서도 다양하고 폭넓게 만들것입니다. 리베카 솔닛의 글들을 저만의 스타일로 소화하는 식으로. 그래서 리베카 솔닛의 이야기는 저의 이야기로 변화되었습니다. 모난 것들은 조금 더 부드럽게 가다듬고, 저자가 부드럽게 넘어가는 건 저만의 방식으로 날카롭게 하면서. 책을 읽고 이 작업을 하니 또다른 책들이 읽고 싶어지네요. 왜냐하면 저는 더 넓고 더 다양해지고 싶으니까요. 저를 더욱 더 다른 나로 변화시키고 싶으니까요. 이 욕망이 계속되는 한 저의 책읽기는 아마도 계속될 예정입니다. 음... 중독이란 너무 무섭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