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50가지 드레스 디자인 뮤지엄 4
디자인 뮤지엄 지음, 김재현 옮김 / 홍디자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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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스 하면 미국에서 열리는 아카데미시상식을 비롯해 각종 영화제에서 여자 배우들이 입는 화려한 옷들이 떠오른다. 그야말로 뭇여성들이 선망하는 옷들이 아닐 수 없다. 눈으로나마 이런 꿈을 성취하고파 이 책을 보게 되었다.

우리의 생활이 많이 변한 만큼 우리가 입는 옷도 굉장히 많은 변화를 겪었다. 특히 여성들의 옷에 있어서 변화는 여성의 지위의 변화와 궤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겠다. 과거의 여성의 옷들은 지나치게 아름다움을 추구하다 보니 몸에는 많은 무리를 주었다. 잘록한 허리를 강조하다 보니 숨도 못 쉴 정도로 꼭 조여야 했던 옷, 치마는 넓게 퍼져서 우아함을 자랑해야 했기 때문에 철심을 두른 것을 입어야 하는 등 생활의 편의는 고려하지 않은 채 겉보기만을 추구한 옷이 많았다.

그러니, 요즘 세상에 태어나 가볍고 편안한 옷을 입고 마음대로 활동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축복이겠는가? 색깔도 예쁘고 디자인 또한 다채롭다. 이 책에서 이런 일반적인 복식의 변천사는 다루지 않는다. 오로지 드레스로만 국한해서 1915년에서 2007년에 이르기까지 혁신을 가져 온 드레스 50벌을 소개하고 있다.

이 중에는 코코 샤넬이나 크리스찬 디오르, 지방시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디자이너도 있고, 드레스 모델로는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검정 팔장갑을 끼고 민소매 검정 드레스를 입은 모습으로 유명한 오드리 헵번이나 지하철 통풍구에서 바람에 날리는 홀터넥 드레스의 치맛락을 누르고 있는 장면이 나오는 영화 ‘7년만의 외출’의 마릴린 먼로같은 명배우의 모습도 보이지만, 대다수는 내가 모르는 디자이너들이었다.

1988년에 아카데미시상식을 보면서 가수이자 영화배우인 셰어의 국부만 자수로 가린, 몸이 훤히 비치는 드레스가 아름답기도 하고 충격적이기도 했는데, 그 드레스에 대한 설명(74-75쪽)도 수록돼 있다. 또한 현대 과학기술의 발달을 반영하듯 옷의 소재로 이용되기에는 불편할 것 같은, LED를 이용한 드레스도 소개돼 있다. 아무튼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여성의 치마의 길이는 경기의 흐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불경기일수록 미니스커트가 유행이라나...이렇듯 옷도 우리 문화의 한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이런 색다른 고찰을 한 책도 읽어보면 사는 게 한층 즐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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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양미술 순례 창비교양문고 20
서경식 지음, 박이엽 옮김 / 창비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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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평론가 진회숙이 쓴 음악 에세이인 <클래식 오딧세이>를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그녀는 음악뿐 아니라 미술에도 조예가 깊은 것 같다. <클래식 오딧세이>에는 음악 작품에 대한 소개뿐 아니라 연관해서 보면 좋을 그림들도 여러 점 실려 있다.

그 중에서도 내게 충격은 준 그림은 벨기에의 브뤠헤에 있는 흐로닝헤 미술관에 전시돼 있다는, 다비드가 그린 <캄뷰세스 왕의 재판>이다. 이 그림에 대한 소개에서 그녀는 서경식의 <나의 서양미술 순례>에 나온 설명글을 인용하면서 자신의 생각을 적어 놓았다.

이 그림은 기원전 6세기경 페르시아를 통치했던 캄뷰세스 왕이, 판결을 잘못했다는 죄로 시삼네스라는 판사에게 가했던 살가죽이 벗겨지는 형벌 장면을 묘사한 것이었다. 어떻게나 이런 끔찍한 장면을 그림으로 옮겼는지...서양 그림 중에는 끔찍한 장면을 묘사한 것들이 꽤 된다. 게다가 이 그림이 더욱 충격적으로 여겨지는 것은 살가죽을 벗기는 사람들이나 그 형벌을 받는 사람의 얼굴에 아무런 표정이 없다는 점이다. 어찌 그럴 수가 있는지...

<클래식 오딧세이>에서 진회숙은 중세 음악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이 그림을 인용했다. 그 자세한 사항을 <클래식 오뎃세이>를 참고하시라.

어쨌든 이 설명글 덕분에 내가 <나의 서양미술 순례>를 찾아 읽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의 저자인 서경식의 독서 편력이자 영혼의 성장기록인 <소년의 눈물>을 읽은 감상에도 적어 놓았지만 그는 재일 한국인으로서, 그의 두 형의 우리나라에 유학하러 왔다가 간첩으로 몰려 투옥되는 사건을 겪는다. 이후 다행히도 형들은 무사히 출소하나 부모님들은 생을 달리한 다음이다.

이 책은 이 사건을 겪은 뒤 그가 33세가 되던 해인 1983년 말에 누나와 함께 서양의 미술관을 둘러본 뒤에 적은 글에서 시작된다. 이 책에는 모두 11편의 글이 실려 있는데, 이 중 10편이 첫 여행 후에 쓰인 것이고, 그는 이후에도 여러 차례 서양 미술관을 다녀오는데, 8장에 실린 <상처를 보여주는 그리스도>는 1985년 말에 있었던 두 번째 여행 후에 적은 글이다.

이처럼 이 책은 미술 전문가의 가이드북이 아니다. 그리고 나와 같은 평범한 감상자로서의 감상도 담지 않았다. 그는 아주 복잡한 심경에서 그림들을 대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보지 못했을 더 많은 것들을 그림에서 보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널리 알려진 작품보다는 독특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그림들에 집중했다. 그런 만큼 색다른 미술 감상법을 제시한다고 하겠다. 더불어 ‘양심수’라는, 우리나라의 독특한 정치 상황에서 빚어진 아픔에도 직면하게 된다. 아무튼 이 책을 통해 그림과 역사를 함께 보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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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의 눈물 - 서경식의 독서 편력과 영혼의 성장기
서경식 지음, 이목 옮김 / 돌베개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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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정말이지 목표 없는 독서를 하고 있다. 그저 닥치는 대로 읽고 있다. 이 책도 그렇다 보니 읽게 된 것이다. 한 책을 읽다가 그 책에서 다른 책 정보가 나오면 그 책을 찾아서 읽어보는 식으로 독서를 ‘뱀 꼬리 잡기’ 식으로 하고 있다.

이 책도 음악 평론가인 진회숙 씨가 쓴 <클래식 오딧세이>를 읽다가 서경식의 <서양미술관순례>를 알게 되었고, 서경식이 누구인지 찾아보다가 알게 되었다. <서양미술관순례>는 전에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올 여름에나 읽게 되었다.

서경식은 1951년에 일본 쿄토에서 태어난 한국인 2세이다. 와세대대학에서 프랑스문학을 전공한 뒤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며 대학 강단에도 서고 있다. 이런 이력 말고 그에게는 조국에서 받은 크나큰 상처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박정희에서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독재 시기에 그의 두 형인 서승과 서준식이 조국에 유학을 왔다가 간첩누명을 쓰게 되어 사형선고를 받게 되는 일이다. 그가 대학 3학년 때의 일이다. 이 두 형제의 옥바라지를 하던 어머니와 아버지가 3년 사이로 세상을 뜨는 불행을 겪는다. 그렇지만 다행히도 두 형은 살아서 출옥한다. 나는 이런 사실을 그의 책 <나의 서양미술 순례>를 통해 알게 되었고, 그로 인해 이 책 <소년의 눈물>도 읽을 마음이 생기게 되었다.

<소년의 눈물>은 제목부터 마음을 찡하게 한다. 소년의 눈물은 소녀의 눈물보다 더욱 애처롭게 느껴진다. 사내대장부는 울지 않아야 된다는 고정관념이 있어서인지 소년의 눈물이 더욱 마음을 흔든다.

이 책은 그가 일본에서 나고 자라면서, 재일한국인으로 느꼈던 설움을 삭히는 데 독서가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소심하고 책 많이 읽는 대부분의 아이들처럼 그 또한 조숙했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작품들을 읽기도 했는데, 내게는 너무나 생소한 일본 작가들과 작품들이어서 그가 어떤 감동을 받았는지는 쉽게 짐작되지 않았다. 다만, 그가 재일외국인으로 일본 아이들 사이에서 느꼈을 차별과 틈을 독서를 통해 슬기롭게 극복해 왔음은 헤아릴 수 있었다. 소년 서경식의 눈물을 닦아주었던 것은 많은 책들이었다.

이 책에서 인상적인 것은, 시작하는 글에 나오는, 17세기 스페인의 화가 바르톨로메 에스테반 무리요의 그림 ‘창문턱에 기대어 있는 농촌 소년’(A peasant boy leaning on a sill)에 얽힌 에피소드이다. 저자는 이 그림의 영어 제목에서 leaning을 learning으로 잘못 읽고는 농부 소년의 즐거운 표정을 쌓여가는 지식에 대한 즐거움으로 해석했다고 하니 우습기도 하고 지식에 대한 저자의 갈망이 느껴져 부럽기도 했다.

저자처럼 자신의 유소년 시절을 추억하면서 많은 책이 떠오른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이제라도 추억이 되는 책읽기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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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오딧세이
진회숙 지음 / 청아출판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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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갖고 싶다는 갈망이 있다.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곡명을 척척 알아맞히고 음악가에 대해 줄줄이 정보를 읊어대는 사람을 보면 그렇게 멋있게 보일 수가 없다. 문화적인 취향이 매우 고급스럽게 느껴진다.

이런 겉멋에서뿐 아니라 이 시대에 존재하는 많은 문화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에서도 클래식 음악에 대한 책을 종종 읽는 편이다. 음악도 가끔 듣고. 그럼에도 여전히 클래식 음악 에 대한 지식은 쑥쑥 늘지 않는다. 그림에 대한 지식이 책 한 권으로 쌓이지 않는 것처럼.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이런 마음으로 대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저자인 음악 평론가 진회식의 맛깔난 글과 함께 여러 음악가와 낯선 음악에 대해 배웠다.

책을 읽는 동안 컴퓨터를 켜놓고 책에서 소개된 음악을 찾아 들었더니 저자의 음악 설명이 더욱 실감나게 전해졌다. 이 중 바흐의 음악 ‘마태 수난곡’과 독일의 여성 조각가 캐테 콜비츠의 조각 작품 ‘피에타’를 결부시켜서 해 준 이야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음악 책 속에서 미술가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던 것도 새로웠고, 저자의 말마따나 캐테 콜비츠의 ‘피에타’가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어머니의 절규를 가슴 저리게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어렸을 때 남동생이 먼저 저 세상으로 가는 가슴 아픈 일을 겪었는데, 그때 내게도 전해져 왔던 내 엄마의 깊은 슬픔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엄마를 여읜 나의 슬픔까지도...

바흐에 관한 글들을 읽으면서 그가 위대한 음악가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교향곡 9번의 저주에 관한 글들을 읽으면서 작곡가들이 가졌을 작곡 스트레스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밖에도 이 책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클래식 음악에 대해 알은체를 하기에 좋은 글들이 많으며 좋은 음악과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주는 글들이 많다.

클래식 음악에 대해 알고 싶은데 어찌 해야 할지 모르거나 클래식 음악이 그저 어렵게만 느껴진다면, 우선 이렇게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음악평론가들의 책부터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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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여자 큰여자 사이에 낀 두남자 - 장애와 비장애, 성별과 나이의 벽이 없는 또리네 집 이야기
장차현실 글 그림 / 한겨레출판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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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무척이나 에로틱하게 느껴진다. 나만의 생각인가? 하지만 아쉽게도 내용이 무척 건전하다. 사실 부분적으로 야한 내용도 아무렇지도 않게 표현해 놓은 곳도 있긴 하다. 우리 생활에서 성도 빠질 수 없는 부분이므로.

이 작품은 생활 만화이다. 프리랜서 만화가인 ‘장차현실’이 싱글맘으로서 다운증후군이 있는 딸 은혜를 낳고 키우면서 겪었던 많은 걱정과 즐거운 기록, 은혜가 어느 정도 큰 뒤에 연하의 남자를 만나서 결혼을 하고 은혜 나이가 열 여섯 살이 되었을 때 늦둥이 아들 또리를 낳고 살아가면서 겪었던 생활 속의 작은 일들을 아기자기하게 담고 있다.

장애아를 둔 엄마로서 주위의 눈총 때문에 겪었던 가슴앓이와 아이가 자립할 수 있게 키우기 위해 애썼던 이야기들이 잘 드러나 있다. 또한 한 여자로서 좋은 남자를 만나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는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쉽게 말해 수필 만화이다. 요즘 만화하면 웹툰의 영향인지 매우 시사적인 내용을 담고 있거나 파격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이렇게 잔잔한 생활 속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을 보니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 쯤 되면 제목에서 지칭하는 네 사람이 누구인지 금방 파악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읽어보면 이 가족이 일반 가족과는 다름을 느낄 수 있다. 이 가족은 열린 가족이다.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지 않고 장애와 비장애를 가르지 않는다. 남성이라고 해서 육아나 집안일에서 배제되지 않는다. 은혜가 장애가 있다고 특별대우를 하지도 않는다. 은혜를 은혜 그 자체로 받아들인다. 집안일도 함께 하고 육아도 공동으로 한다. 그야말로 평등 가족이다.

시끌벅적하지만 서로 간의 소통이 개방돼 있어 문제가 쌓이지 않고 행복이 넘치는 가족이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가족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요즘 많은 문제들이 가정에서 비롯되고 있음을 우리는 느낀다. 이 책에서 작가의 남편이 하는 말 중에,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가족이요, 내게 힘을 주는 것도 가족입니다”라는 것이 있다.

나이를 먹어보면 이 말이 무척 공감이 될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도 그런 점을 깨달았으면 한다. 가족이라면 응당 자신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자가 돼야 하겠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님을 알아야 한다. 가족이기 때문에 지나친 기대감에 그리고 너무나 허물이 없어서 무의식 중에 상처를 주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게 우리는 가족 때문에 상처받는 경우가 많음을 깨닫고 가능한 한 가족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는 가족의 일원이 되기 위해 애써야 하겠다. 우리 청소년들이 이 책을 보고 좋은 가족관을 본받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작가의 작품 중에 <엄마, 외로운 거 그만하고 밥 먹자>라고 은혜를 키우는 것을 집중적으로 다룬 것도 있다고 하는데,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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