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의 거짓말 놀 청소년문학 22
발레리 쉐러드 지음, 김은경 옮김 / 놀(다산북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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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을 어느 정도까지 믿어야 할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 때는 이런 생각을 하고 살지는 않는다. 한 자 믿을 신()자처럼 다른 이가 하는 말을 통해 그 사람을 그대로 믿는다. 하지만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크게 실망을 하거나 배신을 당하게 되면 다른 사람의 말을 결코 믿을 수 없을 것이고 세상 살기가 쉽지 않겠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이야기다.

17살 난 사냐는 단짝 친구인 캐리가 계부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말을 듣고 법정에서 그 장면을 목격했다는 증언을 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캐리의 말에 추호의 의심도 없이 증언을 했고 그로 인해 캐리의 계부는 구속당한다. 그 일 이후 같은 단짝 클럽에 속하는 헤일리가 캐리로부터 도둑 누명을 쓰고 친구들과 관계를 끊게 된다. 오해가 있었을 거라 생각한 샤나는 헤일리와의 문제 해결에 나섰다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캐리의 사악한 이면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만 믿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이 직접 캐리의 거짓말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된 후 캐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이 책은 청소년소설이지만 추리 형식이어서 훨씬 재미있게 읽힌다. 캐리가 무엇 때문에 거짓말을 시작한 지는 나오지 않았지만 거짓말을 감추기 위해 더 큰 거짓말을 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서슴지 않는 캐리의 모습은 악녀였다.

내가 어렸을 때 부모님이 가장 강조하신 인성 덕목 중 하나가 정직이었다. 왜 그때는 그렇게 정직을 강요하셨는지 모르겠다. 가진 것이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정직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는데....지금 우리 아이들에게는 어떤 인성 덕목을 가르치는가? 내 아이들에게 정직을 가르치긴 했지만 그것보다는 노력 같이 개인의 성취를 이룰 수 있는 덕목을 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기본적인 인성 교육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거짓말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가? 호미로 막을 거짓말을 가래로도 못 막을 정도로 커지게 해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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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 산장 살인 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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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가시노 게이고는 놀랍다. 다작을 하는 데다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서 늘 기대가 된다.  팬이 안될 수가 없다. 특히 요즘처럼 더운 날에는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추리소설이 당기는데, 특히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이 그렇다.

  하지만 <가면 산장 살인 사건>의 이야기는 새로운 맛은 없다.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을 주나 이야기를 풀어가는 장면에서 재미를 준다.

   이 책은 제목과 달리 가면 산장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지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벌어진 교통 사고에 살인 의도가 있었고 그런 의도를 가진 사람이 누구였는지를 밝혀내는 이야기다. 심증은 있으나 물증이 없기에 살인 혐의가 있는 사람의 자백을 얻어 내기 위해 치밀한 연극이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야기 초반에는 이런 의도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가면이 걸려 있어서 가면 산장이라 불리는 이 산장에 경찰에 쫓기던 2인조 은행강도가 칩임하는데 이들이 유난히 이 산장 주인의 딸의 사고사에 대한 이야기에 집착하는 것을 보면 약간 의아스럽긴 해도 거기에 어떤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처럼 느끼지지는 않는다.  후반에 가서야  모든 일이 딸의 사고사를 밝혀내고자 그 부모가 벌인 연극이었음이 들어나지만, 이야기를 읽는 동안에는 뭔가 알듯 말듯하다. 결국 끝에서야 "어쩐지.. 그랬던 것 같더라"하는 마음이 들 뿐이다.

  이처럼 이 책은  뻔한 스토리여서 내용 짐작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이야기 말미에 히가시노표 반전이 있어서 놀랄 만한 재미를 준다.

  이 책을 보면서 누군가에는 사랑이 움직이는 것이고 또 누군가에는 붙박이별이어서 참 힘들다는 것을 되새기게 된다. 한 세상 쿨하게 살려면 떠나는 자 막지 말아야 하는데 한 번 생긴 정을 뗀다는 것이 쉽지가 않다. 하지만 너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하려면 마음을 접어야 할 때를 잘 알아야 하겠다. 집착도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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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이와 무명이 - 세상에서 가장 친한 친구 높새바람 32
이경혜 지음, 배현정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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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이경혜 작가는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로 청소년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작가이다. 그런 작가가 쓴 동화였기에 더욱 호기심이 생겼고, 제목 또한 <유명이와 무명이>로 대조적인 이름이어서 흥미를 끌었다.

유명이란 이름은 유명한 사람이 되라는 바람에서 지어졌고, 무명이는 특별히 지어 놓은 이름이 없다 해서 무명이란다. 요즘에는 태명이라고 해서 엄마 뱃속에 있는, 태아에게도 이름을 붙여주는 세상인데 세상에 태어나온 아이에게 아직 지어 놓은 이름이 없다 해서 무명이라고 하다니 해도 너무 했다.

무명이는 이름에서는 존재감이 없는 아이이지만 붙임성도 좋고 씩씩하며 만화가를 꿈꾸고 있다. 유명이는 새침데기이지만 수의사를 꿈꿀 정도로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이 두 아이는 6학년 때 같은 반 친구로 만났는데, 무명이가 얼굴에 반점이 있는 유명이를 얼룩이라고 놀리고 유명이의 강아지 뽀뽀의 이름과 유명이라는 이름을 갖고 놀리는 바람에 1년 동안 본체만체 하면서 지내게 된다. 하지만 나중에는 서로 오해를 풀고 평생의 친구가 된다.

초등학교 6학년 교실을 배경으로 우정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게 하고 이혼 한 부모를 둔 나희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이혼 가정의 아이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유명이와 무명이가 꿈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아이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진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만든다. 이밖에도 방구호 선생님, 낙타 선생님 등 무명이와 유명이 주변 인물들이 재미있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도 흥미를 자아낸다.

내가 어렸을 때는 정말 세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던 것 같다. 아침이 되면 학교에 가고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 숙제 조금 하다가 밖에 나가 친구들과 놀고 저녁 때 집에 와서 저녁밥 먹고 가족과 함께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어떤가?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부리나케 달려가야 하고,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이며 어른들의 세계에 대해서도 제법 많이 알고 있다. 그렇다 보니 초등 고학년만 되어도 말투나 생각이 아이답지 않아 놀랄 때도 많다. 그래서 아이다운 이 책의 아이들이 아주 예쁘게 느껴졌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우정이다. ()은 자주 만나고 이야기하면서 좋은 마음과 미운 마음이 다 쌓여야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그럴 시간도 없고 그럴 마음도 없다. 깊은 대화를 할 시간도 없고 그런 만큼 한 번 사이가 틀어지면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는 모양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우정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시간을 주는 책이다. 요즘 많은 아동문고나 청소년도서가 학교 문제를 다루고 있기에, 이 책처럼 잔잔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글이 덜 재미있을 수도 있으나 우리 아이들에게는 매우 필요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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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아이들 2016-01-25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아동청소년 문학 전문 출판사 바람의아이들입니다.
바람의아이들은 2015년 한 해 출간된 도서들로 독자분들께서 작성해 주신 양질의 서평 중 우수 서평을 1편씩 선정하여, 바람의아이들 웹진과 카페에 소개를 해드릴 예정에 있습니다. (우수 도서 서평으로 해당 링크를 소개해 드릴 예정입니다.)
바람의아이들 도서를 관심 있게 보아 주시고 양질의 서평을 작성해 주신 것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혹시, 작성하신 <유명이와 무명이>도서 서평 링크 페이지를 한 해의 우수 서평으로
바람의아이들 온라인 카페 ‘미래의 독자’에 소개해 드리는 것이
불편하시다면 답변을 통해 말씀 부탁드려요.
그럼, 2016년도 좋은 책들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 - 세상에서 가장 기묘한 22가지 재판 이야기
도진기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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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는 누가 죽였을까라는 아주 흥미로운 제목의 책이다. 알다시피 성냥팔이 소녀는 가난과 소녀의 그런 처지를 방관한 많은 사람들 때문에 죽었다. 이 책은 성냥팔이 소녀에서 제기할 수 있는 법률 이야기로 시작해서 법에 대한 기본 지식을 재미있게 들려준다.

이 책의 제목처럼 성냥팔이 소녀를 누가 죽였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그런 문제에 대해 현재 우리나라 법으로는 누구도 처벌할 수 없다는 설명과 함께 법과 도둑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서 법률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을 풀어 놓았다.

사람이 죽으면 연옥에서 심판을 받아 천국으로 가거나 지옥에 가게 된다고 한다. 이에서 힌트를 얻어 이 책은 연옥에서 염라대왕이 죽은 자들의 죄를 심판하는 형식이다. 여기에 염라대왕의 보조자로 소크라테스가 나온다.

매 편마다 소설에서 찾아볼 수 있는 법률적 문제 또는 옛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 법적인 논쟁거리를 찾아서 그에 대한 법률 지식과 법률적 판단을 제기한다. 이를테면, 늑대가 온다며 마을 사람들을 속인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 마녀를 뜨거운 솥에 빠뜨려 죽인 헨젤과 그레텔, 베니스의 상인, 허생전의 이야기도 나오고 실제로 있었던 사건인 우리나라의 이태원 살인사건과 미국의 O.J.심슨 사건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그래서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그러면서 평행 우주와 같이 공상과학 영화에도 나온 법할 흥미로운 이야기도 잠깐이지만 등장한다. 그리고 끝으로 나온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이야기는 대반전이다.

이 책의 저자인 도진기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법률을 공부했고 현직 판사이다. 이런 전문가이면서도 추리소설을 좋아해 2010년에는 <선택>이라는 작품으로 <미스터리 신인상>을 수상하면서 데뷔했고 그 이래로 여러 편의 작품을 낸 추리소설가다. 그래서인지 마지막에 추리소설 같은 대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은 법을 잘 모른다. 물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법을 잘 모르고 사는 것이 맞을 것이다. 법을 생활의 편리함을 위해 그 틀을 깨는 사람들을 제재하기 위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번쯤 이런 것을 읽어보고 법률이 무엇인지 기본 지식을 갖추면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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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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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추리소설 같다. 보통 추리소설 하면 장르문학이라 해서 순수문학에 비해 하류로 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김영하가 썼다. ‘김영하’라면 이상문학상, 만해문학상을 받은 순수 문학가이다. 그런 이가 쓴 추리기법의 작품이라니 더욱 솔깃했다.

기대했던 만큼 흥미로웠다. 하지만 살인이나 폭력 등 잔혹행위에 대한 묘사는 쉽게 읽어지지가 않는다. 그래서 소설 첫 부분부터 등장하는 김 노인의 이야기들이 유쾌하게 읽히지는 않는다. 이런 점 때문에 추리소설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이 책이 쉽게 끌리지는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긴장감이 있다. 초반부터 김 노인의 정체가 드러났기 때문에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 긴장을 놓치지 않게 된다. 그리고 김 노인이 읽는 금강경이나 반야심경의 좋은 구절들이 오히려 긴장을 배가시키고 공포를 조장하면서 끝까지 이야기에 몰입하게 한다.

김 노인은 오직 완벽한 쾌감을 위해 살인을 하는 끔찍한 연쇄살인마이다. 이런 그가 치매에 걸리고 나서 집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게 되자 일상사 및 자신의 생각을 기록한다. 이 책의 이야기는 바로 김 노인의 기록이다. 이 이야기를 끝까지 읽고 나면 독자인 내가 두 가지 오류를 범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김 노인은 치매이고, 살인마이다. 치매 환자의 기억력과 살인마의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었다는 점이다. 순순히 김 노인의 기록을 따라 의심 없이 읽었는데 놀라운 반전에 부딪히게 된다. 과연 시간이 죄이고 기억이 문제였을까? 그것들이 전부는 아니지만 결코 무관하지도 않을 것이다.

치매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가정이 늘고 있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다 보니 치매 같이 노화에서 빚어지는 퇴행성 질환의 발병이 증가하고 있다 하니 수명이 더욱 더 늘어나는 앞으로는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다. 예전에는 발병도 전에 생을 마치므로 크게 문제시 되지도 않았을 텐데...

이 책은 치매를 이렇게 말한다. “인간은 시간이라는 감옥에 갇힌 죄수다. 치매에 걸린 인간은 벽이 좁혀지는 감옥에 갇힌 죄수다.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숨이 막힌다.” 또한, “이 생인지 저 생인지도 분명치 않다. 낯선 사람들이 찾아와 자꾸만 내게 여러 이름을 댄다. 이제 그 이름들은 내게 어떤 심상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사물의 이름과 감정을 잇는 그 무언가가 파괴되었다. 나는 거대한 우주의 한 점에 고립되었다. 그리고 여기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기억이 사라진다는 것, 세상을 잊는다는 것 그리고 내 자신마저도 잊는다는 것.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가슴이 먹먹하고 머리가 멍해진다. 너무나 감당하기 힘든 문제일 것 같다. 당사자나 가족 모두에게.

이 글을 읽기 전에는 치매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다. 언론매체에서 치매 가정에 대한 사회적 대책이 시급하다고 할 때도 그 심각함을 몰랐었다. 그런데 이 책을 통해 치매의 무서움을 느꼈다. 시간이 오래산 자에게 부리는 고약한 심술의 실상을 확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 치매를 소재로 한 글이 많지만 이 책처럼 그 두려움을 확실히 전해주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우리 인간은 누구나 시간 감옥에 갇혀 있다. 그곳을 벗어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하지만 그 감옥에서 벗어날 때까지 나와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대한 기억만은 담고 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마지막으로 가져야 할 희망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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