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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시간에 사회 공부하기 ㅣ 지식의 사슬 시리즈 2
강은천 기획, 손향구.강윤재 글 / 웅진주니어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시대가 영웅을 낳는다’는 말이 있는데, 이 책을 읽어보니 ‘시대(사회)가 과학을 낳았고 또 과학이 시대를 낳았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이 말처럼, 많은 과학자들이 발견해낸 원리나 그들의 세운 가설이 인증되고 받아들여지는 데에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 큰 힘을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그 동안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과학 또한 시대적 산물이 분명한 데도 불구하고. 늘 과학의 발전에 의해 사회도 발전됐을 것이라고만 생각했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내 생각의 허를 찌르는 것이었다.
그리스 시대에 데모크리투스가 원자론을 주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세까지 아리스토텔레스의 원소론만이 지지를 받다가 돌턴에 의해 다시 원자론이 주장된 얘기, 증기기관에 의해 산업혁명이 촉발된 배경 이야기 등, 평소에는 의심 갖지 않고 그냥 받아들였던 사실들에 대한 이유가 나와서 놀라면서 읽었다.
항상 과학의 발전으로 사회적인 변화가 크게 일어났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사회적인 필요성에 의해 과학이 발전돼 왔고, 아무리 발전된 과학 이론일지라도, 심지어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의 발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배척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처럼 과학과 사회는 고대로부터 서로 역동적으로 영향을 주고 받아왔음을 이 책을 통해 새삼 배우게 되었다. 그러면서 바로 이런 책이 논술공부에 도움이 되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좀 더 넓게 보고 서로의 관계를 파악하면서 보는 눈을 키워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앞서도 말했듯이, 물리.화학, 지구과학, 생물로 과학 주제를 나누고 그 아래에 획기적인 사회적 변화를 일으킨 여러 가지 과학이론을 알려주면서 그것이 미친 사회적인 변화는 물론이고 그런 과학적 이론이 대두되거나 과학적 발전이 이룩될 수 있었던 당시의 사회적인 분위기를 중점적으로 설명해 놓았다.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유행했던 계몽주의가 한몫 했으며, 증기기관의 등장으로 갑자기 산업혁명이 촉발된 것으로만 흔히 생각했는데, 그와는 달리 이미 산업의 발전이 이뤄지고 있어서 증기기관의 발달이 필요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전신기의 발명이 제국주의의 발전과 결코 무관하지 않았음도 알게 되었고, 종교계와 맞서는 내용을 주장한 다윈이 진화론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도 당시에 자유주의가 무르익어 자유경쟁을 지지하는 이론적인 주장이 필요했었기 때문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안타깝게도 멘델이 발견한 유전법칙이 히틀러에 의해 인종청소를 하게 되는데 대한 이론적 기반으로 악용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원자폭탄의 개발로 인해 수많은 원폭 희생자를 낸 데 대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당시 원자폭탄 개발 연구소의 소장이었던 오펜하이머가 사임했다는 이야기는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했다.
그리고 현대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반도체와 정보 사회, 고대로부터 현재까지 인간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날씨, 자연재해, 지각변동 등이 인간의 생활상은 물론이고 인간성 자체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지진이 아주 많이 일어나는 곳인 일본의 국민들이 단결력이 좋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는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이처럼 과학에 대해 알려주면서도 사회적인 현상과 엮어서 써놓았기 때문에 과학책은 무조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글 자체는 결코 쉬운 것은 아니어서 중학생은 돼야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어쨌든 과학을 다른 것들과 동떨어져 있는 하나의 학문으로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관계에서 살펴보는 새로운 시도여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고, 어떤 일을 보든 항상 전후 관계를 따져보면서 살펴보는 입체적인 사고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과학을 보는 새로운 눈이 하나 생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