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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본 - 나와 함께 흔들리고 나와 함께 웃어준
구사노 다키 지음, 고향옥 옮김 / 행간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 가는 중간 과정 중에 있는 우리 청소년들을 위한 이야기다. 정신적 이유기라고도 하고 질풍노도의 시기라고도 할 수 있는 심리적 격변기에 있는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찾아 바르게 걸어갈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 아키는 중학교 3학년이 된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그저 탁구가 치고 싶어 방과 후 활동으로 탁구부에 든다. 그런데 이 학교의 탁구부는 남학생을 사귈 수 있는 특별 코스쯤으로 여겨진다. 방과 후에 운동 좀 하다가 귀갓길에 축구부나 야구부 남자 아이들과 어울려 남자 친구를 만들기가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탁구부에는 탁구가 좋아서 온 아이도 있지만 오로지 남자 친구를 사귈 목적으로 온 아이로 있다. 하지만 아키는 전자다.
그런데 이 학교 탁구부의 졸업식 때 전통은 졸업하는 선배에게 색종이를 주고서 그가 갖고 있던 리본(일종의 배지)을 받아오는 것이다. 하여 누구나 탁구도 잘 하고 남자 친구도 있는 선배의 리본을 받으려 한다. 그러나 아키는 운이 나쁘게도 운동도 별로고 남자 친구도 없는 이케하시 선배의 리본을 가져야 할 처지가 된다. 그런데 이케하시는 자신에게 리본을 달라고 하는 아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기는커녕 아키의 속마음을 꿰뚫어보고는 리본을 주지 않는다. 아키는 탁구도 못하고 남자친구도 없지만 당당한 이케하시의 태도에 무척 충격을 받는다.
그렇게 중학 3학년이 된 아키는 올해는 탁구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리라 마음먹지만 그것도 뜻대로 안된다. 함께 복식조로 연습했던 미카가 파트너로서 아키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런 큰 사건을 겪으면서 아키는 후지모토라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게 되고, 그녀를 통해 꿈과 현재의 자기 모습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또한 늘 엄마랑 부딪치면서도 자신의 꿈을 찾아가기 위해 애쓰는 언니의 모습을 보면서, 자기의 꿈은 무엇이고 또 그것을 위해 고교 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조금씩 깨닫게 된다.
아키는 언니와는 달리 엄마에게 맞추려고 자기감정을 억누르면서 자라왔는데 그런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것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고, 남에게 보이는 나의 모습에 대해 연연하기보다는 내가 진짜로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게 된다.
이 책을 보면서 청소년기야말로 정말 힘든 시기라는 생각이 다시 한 번 들었다. 이 시기에 우리 아이들은 아주 오랫동안 공부를 하게 된다. 아마 이 시기에는 공부 이외에는 선택의 권한이 없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에 결정된 꿈에 의해 인생이 정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공부하는 양이나 실력에 따라 그 꿈이 정해지기 때문에 공부밖에 할 수 없는 상태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아이들이 조금 더 자신에게 맞는 미래를 찾기 위해 애쓸 시간을 줄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다른 아이들에게 부화뇌동할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앞으로의 시간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키는 언니를 반면교사 삼아서 중학 생활을 했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간 언니가 이전과는 전혀 다른 행동을 보이자 몹시 고민하게 된다. 그래도 이런 모델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주위에 있다면 행복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더 이런 모범이 될 만한 책이 필요하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뿐 아니라 부모도 함께 읽어서 아이가 어떤 꿈을 가질 것이고 그의 실현을 위해 어떻게 애써야 할지 함께 고민하고 조언하는 귀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줄 것 같다. 힘들고 소중한 시기인 만큼 부모의 따뜻하고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들이 약이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리본은 소중한 중학 3년을 상징하는 것인 것 같다. 이케하시처럼 비록 다른 사람의 눈에는 성공하지 못한, 별 볼 일 없는 사람처럼 보일지라도, 나름대로 노력한 소중한 삶을 상징하는 것이었기에 쉽사리 남에게 내어주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아이들은 마음속에서 어떤 리본을 그릴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