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동서통합 의료인가? - 만성 불치병
이시형 지음 / 풀잎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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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50대 중반을 넘기니 몸이 여기저기 아프다. 그러니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 나는 아플 때만 챙기지 건강에 대해 잘 챙기게 되지를 않는다. 이런 나쁜 습관을 올해부터는 고쳐 보려고 생각해서 이 책을 보게 되었다. 특히 이 책에 관심이 생긴 건 저자가 이시형 박사이고 ‘동서통합 의료’라는 제목 때문이다.

동서통합 의료의 의미를 잘 표현한 일러스트

이시형 박사는 정신건강에 관한 책도 많이 내고 방송 프로그램에도 자주 나온 의사다. 나도 예전에 이시형 박사 책을 흥미롭게 봤던 적이 있다. 그런 공신력 있는 의사의 책이라서 기대가 되었고, 또 동서통합 의료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끔 보았던 방송 프로그램에서 난치병 환자나 병의 진행 정도가 심해 병원에서도 포기한 암 환자가 산속에 들어가 약초로 치유했다는 이야기를 떠올리면 근대 서양 과학이 아무리 발달했다고 해도 한의약을 무시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나 나름대로는 동서통합 의료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저자도 이런 맥락에서 동서통합 의료를 이야기한다. 자신이 앓았거나 앓고 있는 질병 이야기를 통해 동서통합 의료의 필요성도 이야기하나 그가 설명한 동서통합 의료의 사례가 주로 박우현, 김의신 이 두 교수의 사례에 국한돼 있어 아쉬웠다. 아직은 동서통합 의료가 소수에 의해 행해지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서양에 동서의학병원이 있고 동서의학 통합 연구를 하는 의사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이시형 박사가 직접 치료를 받고 있는 치인성스트레스증후군 얘기는 흥미로웠다. 처음 듣는 증후군이기도 했고 내 딸도 턱 아프다는 소리를 자주 했기 때문이다. 동양 의학 중 기 치료, 독소 해독 등을 소개하는 내용도 좋았는데 너무나 간략해서 아쉬웠다.

저자 이시형 박사의 치료 경과 사진

일반인들을 위한 책이라서 이렇게 개요식으로 쓴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전반적으로 사례 소개 책자 느낌은 없었으나 수술로 치유할 수 없는 노령 인구가 늘어난 만큼 호흡이나 약초를 통한 치료가 필요한 이야기는 꼭 귀담아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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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아름다운 르누아르의 미술수업 작고 아름다운 수업
김미진 지음, 오귀스트 르누아르 그림 / 열림원어린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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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이야기를 너무나 재미있게 소개하는 책이다. 중학교 때 복도에 르누아르의 <책 읽는 소녀> 그림이 대형 액자로 있어서 르누아르라는 사람에 대해서는 몰랐지만 그의 그림풍은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었다. 그 이후 보게 된 르누아르의 그림들은 밝은색의 예쁜 옷을 입은 소녀나 부인이 등장하는 것이 유명해 내게 르누아르는 따뜻한 사람이며 인생의 고난 없이 산 사람이라는 느낌이었다.


르누아르의 자화상


그런데 르누아르의 초년 인생은 그렇지 않았다. 미술 공부를 하고 싶었으나 가난한 집안 형편 때문에 13살 때 도자기에 그림을 그려 넣는 첨화직공 일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도자기공방 훈련소에 도자기에 그림을 붙이는 기계가 도입되면서 일자리를 잃는데, 이것이 전화위복이 되어 오히려 에콜 데 보자르에 입학해 제대로 된 미술 수업을 받게 된다. 거기서 그가 모네, 시슬레, 바지유를 만나고 당시의 화단을 지배했던 살롱전에서 요구하는 그림이 아니라 자기만의 화풍을 가지게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빨간색이 정말 예쁘다



이런 이야기와 함께 르누아르의 그림 여러 점에 수록돼 있다.<뱃놀이 일행의 점심식사>, <물랭 드 라 갈레트> 같은 명작 외에도 <어릿광대 옷을 입은 클로드 르누아르>, <클로드 모네의 초상>, <건축가 샤를 르 쾨르의 초상>, <앙토니 아주머니의 여인숙에서>와 그가 어쩔 수 없이 살롱전의 요구사항에 맞춰 그렸다는 <블로뉴 숲의 아침 승마>도 볼 수 있다. 또한 르느아르를 왜 색채의 마술사라 부르게 되었는지도 들려준다.


모네가 르누아르를 색채의 마술사라 불렀다.



이처럼 이 책은 르누아르의 작은 화집이자 그의 전기인데, 동화처럼 흥미롭게 되어 있어서 아이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다. 그동안 화집이나 화가의 전기는 그림 때문에 크기가 커서 휴대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았는데 이것은 작아서 휴대성도 좋고 종이가 좋아서인지 화질도 좋다. 책날개를 보니 다른 화가에 대한 책도 있다. 그 책들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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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보는 난중일기 완역본 - 한산·명량·노량 해전지와 함께
이순신 지음, 노승석 옮김 / 도서출판 여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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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량>을 본 뒤로 역사와 영화를 좋아하는 딸과 함께 영화 <명량><한산>을 다시 보고 이야기도 나누고 있어서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 대한 관심이 지대해진 이즈음에 <난중일기>를 다룬 신간 두 권이 나와서 열심히 보고 있다. 한 권은 이 책 <쉽게 보는 난중일기 완역본>이고 또 한 권은 더스토리에서 나온 <임진일기>이다.

두 권 다 나름의 특색이 있는데, 여기서는 이 책 <쉽게 보는 난중일기 완역본>에 대해서만 말하겠다. 이 책의 장점은 책의 앞쪽에 실린 ‘<난중일기> 해설‘<난중일기> 유적지 사진첩이다. <난중일기>라는 제목을 갖게 된 여유, 어떤 판본이 있는지 등 책 자체에 대한 이야기와 한산, 명량, 노량 등 이순신 장군의 전적지 사진뿐 아니라 이순신 장군의 가계도, 5수영지, 55, 조선소의 사진이 있어서 <난중일기>의 내용을 더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나는 이런 것들이 매우 궁금했는데 사진을 통해 그 궁금증을 풀 수 있어 아주 좋았다. 그리고 그동안 내가 이순신 장군과 관련해서 다녀왔던 곳을 따져보니 그의 3대 대첩 전적지, 아산 현충사, 여수와 통영, 심지어 <불멸의 이순신> 촬영지였던 부안까지 많이 다니긴 했다. 그렇게 다녀왔던 곳을 사진으로 확인해 보는 재미도 있어 이 사진첩 페이지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난중일기 유적지 사진첩 등과 이순신 장군 가계도, 지도가 실려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노승석은 그야말로 난중일기전문가이다. 박사학위도 <난중일기의 교감학적 검토>로 받았고 2013년에 난중일기가 유네스코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에 자문도 했단다. 2014년에는 그가 국내 최초로 출간한 <교감완역 난중일기>가 영화 <명량>과 때를 같이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이 책은 몇몇 대학에서 교양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도 그는 여해고전연구소 소장으로서 이순신을 연구하며 강의하고 있다고 한다. 여해는 이순신 장군의 자다. 자는 16세 이상의 남자에게 어른들이 지어주는 새 이름이라고 한다. 연구소 이름에 이순신의 자를 쓸 정도도 이순신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목차부터 완역본의 의미를 느끼게 해준다.



이런 전문가가 쓴 데다 이 책은 완역본인 만큼 주석을 읽지 않고도 그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세부 설명이나 부연 설명이 필요한 것들에는 주석을 달아 놓아서 많은 것들을 알 수 있게 해놓았다.


일기 세부 내용. 완역본이라 주석을 보지 않아도 쉽게 읽을 수 있어 좋다. 세부 사항을 주석으로 달아 놓아 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다.


<난중일기>의 내용은 날짜, 날씨, 이순신 장군이 만난 사람, 전투 준비 상황이나 전투를 위한 수영 간의 협조 사항, 군사 문제, 장계 작성 등과 같은 업무 처리 내용과 장군 자신의 몸 상태와 활을 쏜 횟수, 가족이나 지인에 대한 걱정 등을 적어 놓았다. 업무 일지처럼 객관적인 사실만 짧게 적은 날이 대다수이지만 전투 상황을 자세히 기록하거나 자신의 감상과 시까지 적으면서 길게 쓴 날도 있으며, 전투 때문에 빠뜨린 날도 있다. 하지만 어쨌든 전쟁 중의 장수로서 임진년부터 정유년까지 7년간 일기를 꾸준히 썼다는 것은 이순신 장군이 얼마나 끈기 있고 성실한 인물이었나를 증명해 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렇듯 일기 내용 자체는 이순신 장군이나 역사에 관심 없다면 사실 재미는 없다. 그러나 이 위대한 인물이 남긴 기록을 통해 그가 있었던 시간과 마주한다는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해준다. 또한 기록의 중요성도 되새기게 함으로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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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딴생각에 빠진 당신에게
홋타 슈고 지음, 정지영 옮김 / 밀리언서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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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딴생각에 빠진 당신에게>의 표지가 딴생각에 빠진 이의 얼굴을 너무나 실감나게 보여주어서 이 책에 끌리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시대 사람들은 휴대폰 때문에 모르고 살아도 자기 인생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것들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나도 그렇다. 나도 이런 쓸데없는 데 보내는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한 번 빠지면 왜 그리 시간이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보면 정작 해야 할 중요한 일을 미루게 되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 책이 궁금했다.

시간 관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책은 많지만 이 책처럼 SNS와 같은 네트워크에 허비하는 시간 때문에 중요한 일을 놓치는 경우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은 처음이다. 그래서 내가 시간관리를 못하는 것의 이유를 명확히 짚어주는 느낌이었고 목적 없는 인터넷 검색이나 유튜브 시청의 문제점에 대한 설명에도 공감할 수 있었다.

또한 시간 관리 매트릭스를 통해 일의 우선순위를 정해 중요하고 시급한 일부터 처리하라는 조언뿐만 아니라 집중력을 키우는 방법, 오늘 하루를 내일에 대한 대비를 하는 날이 오늘 그 자체로서 잘사는 것의 중요성 등을 여러 심리학 실험 사례와 함께 들려주기 때문에 훨씬 신뢰할 수 있는 내용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을 대하는 자세, 긍정적인 마인드의 효과, 정보량이 많다고 해서 다 좋은 것은 아니다 등 시간 관리뿐 아니라 삶을 잘 살아내는 데 도움이 되는 조언을 들려준다. 즉 쓸데없는 데 고민하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자신이 집중해서 할 수 있는 일, 즉 좋아하는 일을 찾아 오늘을 즐기면서 살라는 교훈을 들려준다. 아무튼 이 책을 통해 내 인생 그리고 오늘에 집중할 수 없게 만드는 요소들을 살펴보고 제거하려고 노력함으로써 단순하면서도 내실있게 사는 방법을 배워야겠다. 요즘 쓸데없이 머리가 복잡했는데 이 책 덕분에 조금은 정돈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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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난중일기 - 오리지널 초판본 패브릭 표지디자인
이순신 지음, 김문정 옮김 / 더스토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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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영화 <노량>을 봤다. 김한민 감독이 <명량>, <한산>에 이어 만든 이순신 장군의 3대 대첩에 관한 영화의 최종 편이다. 이런 직후라 그 세 영화의 모티브였으며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기간 동안 일기의 완역본이라는 이 책 <임진일기>가 궁금했다. 흔히 <난중일기>라 불리는 이순신 장군의 이 일기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책 앞쪽에 실린 그림 자료. 임진왜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책 표제지 바로 뒷장에 수록된 일러두기의 내용을 보면 일기 제목이 <난중일기>는 아니었다. <난중일기>라는 제목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이 발발한 해인 임진년(1592)부터 노량해전이 있었던 무술년(1598)까지 7년 동안 쓴 <임진일기>, <계사일기>, <갑오일기>, <을미일기>, <병신일기>, <정유일기>, <속정유일기>, <무술일기>, 이렇게 8권의 일기를 후대에 <이충모공전서>로 편찬하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 <임진일기>의 각 장 제목은 위의 일기 제목이 붙여졌는데 그 글씨는 이순신 장군이 쓴 친필 이미지를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순신 장군의 일기를 직접 대면하지는 못하지만 각 장의 제목만으로도 잠시 동안 이순신 장군을 마주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특히 이 책은 국보 76호 초판본을 표지 디자인으로 채택해서 더욱 더 진짜 이순신 장군의 일기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날짜와 날씨, 짤막한 메모 형식이 특징. 아주 긴 글도 있다.​


장군의 일기는 빠진 날을 제외하면 거의 매일 쓰여 있는데, 날짜와 날씨로 시작한다. 바다에 배를 띄워야 하는 수군이어서인지 날씨가 상세히 적혀 있는 것이 특징이며, 개인적인 일기라기보다는 업무 일지의 성격이 큰 것 같다. 그날 누구를 만나 무슨 이야기를 했고 어떤 업무를 처리했는지가 주된 내용이다. 그밖에 자신의 몸 상태, 어머니와 아들 등 가족에 대한 걱정, 주위 인물에 대한 간략한 평이 들어 있는데, 원균과 사이가 몹시 안 좋았는지 원균에 대한 평가가 매우 부정적인 것도 인상적이었다.




페이지 하단에 주석이 잘 돼 있어 있어 읽기에 편하다.


조선시대 장군이 쓴 일기인 만큼 조선시대 군인 계급 명칭이나 무기명 등 주석이 없으면 읽어내기 어려운 단어들이 많은데 그에 대한 해설이 각 페이지 하단에 잘 돼 있어서 쉽게 읽을 수 있다무엇보다도 이순신 장군이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아주 많은 것들을 꼼꼼히 챙겼으며 오로지 전투의 승리를 위해 살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또한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의 중요성도 되새길 수 있었다이순신 장군은 우리 민족의 영웅인 만큼 글을 통해 그를 만나보는 것도 아주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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