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중 『고민하는 힘』 서문과 제 1 장


0. 지금을 살아간다는 고민

나쓰메 소세키는 제멋대로 전진하고 있는 세상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시대의 본질과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내면세계를 묘사했습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 중에는 『도련님』처럼 유머로 가득한 책도 있지만, 의외로 밝은 분위기를 가진 작품은 적습니다. 회색빛을 띤 작품이 많습니다. 나쓰메 소세키가 품고 있던 생각은 문명이라는 것이 세상에서 말하는 것처럼 멋진 것이 아니며, 문명은 발전할수록 인간의 고독은 깊어지고 구원 받기 어렵다는 것이었습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묘사된 시대는 다르지만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와 통하는 것이 많다는 것에 깜짝 놀라게 됩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을 다시 읽을 때마다 그 혜안에 감탄합니다. (19-20)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는 `개인`의 시대가 시작되었을 때 시대의 흐름에 올라타 있으면서도 그 흐름에 따르지 않고 각각 `고민하는 힘`을 발휘해서 근대라는 시대가 내놓은 문제와 마주했습니다. 그들이 살아간 반세기에 이르는 생애 곳곳에는 그들이 `고민하는 인간`이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새겨져 있습니다. 그런 그들을 실마리로 삼아 거기에 나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을 섞어서 `고민하는 힘`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26)


1. 나는 누구인가?

너무 추상적이어서 잘 모르겠다는 사람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읽으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마도 `나도 이렇게 될지 모르겠는데`라든지 `나와 비슷해`라고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입니다. 나쓰메 소세키는 자아의 문제를 철저하게 파고들어 평생 그것만을 썼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나쓰메 소세키가 묘사한 것은 메이지 시대의 사람들이지만 지금 읽어도 위화감이 생기지 않습니다. 나쓰메 소세키는 현대인에게도 충분히 통하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31)

예를 들면 『그 후』도 그렇습니다. 주인공인 다이스케는 강렬한 자아 때문에 타인과 어울리지 못하고 아버지를 경멸하며 친구였던 히라오카와 사이도 멀어집니다. (34)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은 모두 자아에 대해 많은 것을 가르쳐 주지만 내가 크게 공감하고 찬탄했던 것은 『마음』이었습니다. (34)

제목도 매우 상징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근대 이전이라면 `마음`이라는 제목을 붙인 소설을 쓸 수 없었을 것입니다. 『마음』은 근대인이 지닌 마음의 심연을 묘사한 소설입니다. (37)

내가 『마음』을 독일에서 지니고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 소설이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라는 점에서 매우 많은 것을 이야기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37)

앞에서 타자와 상호인정을 통해서만 자아가 성립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타자와 연결되고 싶고 제대로 인정 받고 싶을 때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나는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말할 힘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마음』에서 나쓰메 소세키는 매우 큰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그것은 `진지함`이라는 것입니다. `진지함`이란 `어중간함`과 반대되는 말입니다.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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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나쓰메 소세키와 막스 베버를 실마리로 고민의 힘 속에 담긴 삶의 의미을 찾고자 한다. 하지만, 그들의 어떤 말보다도, 저자는 다음 문장으로 설득력 있게 삶의 의미를 설파했다고 생각한다.

강제수용소를 체험한 것으로도 유명한 정신의학자 빅터 E. 프랭클은 “호모 페이션스(Homo patience, 고민하는 인간)의 가치는 호모 파베르(Homo faber,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보다 더 높다˝, “고민하는 인간은 도움이 되는 인간보다 더 높은 곳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은 그의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어머니를 떠올립니다. 어머니는 고민의 바다를 품고 있었기 때문에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의지가 줄어들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나의 어머니는 행복하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통적인 관습과 신앙심을 잃지 않았던 어머니의 세대는 고민의 바다를 비추는 밤하늘의 별빛을 또렷하게 보았을 것입니다.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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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09-13 09: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도구도 고민의 산물은 아닐까 싶습니다..^^. 고민이 궁리로 이어지니까요..

서니데이 2016-09-13 20: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거서님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오거서 2016-09-13 20:25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 님도 즐겁고 넉넉한 추석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

2016-09-14 1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4 14: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4 16: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소한 것들의 과학 - 물건에 집착하는 한 남자의 일상 탐험 사소한 이야기
마크 미오도닉 지음, 윤신영 옮김 / Mid(엠아이디)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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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마크 미오도닉은 재료공학 전문가로, 일상의 순간을 담은 사진 한 장으로 수많은 재료가 세상을 구성하고 있음을 설명한다. 우리가 세세하게 인지하지 못하지만 재료는 우리의 일부가 되고 있기 때문에 그 사실을 알리고자 책을 쓰게 되었다고 밝힌다. 저자가 옥상에서 휴식을 취하는 순간이 찍힌 사진 속에서 고른 재료들은 이러하다. 강철, 종이, 콘크리트, 초콜릿, 거품, 플라스틱, 유리, 흑연, 자기,생체재료.

남다른 발상 덕분에, 10 가지 재료를 핵심으로 하는 재료 이상의 이야기를 풀어낸 책이 탄생한 것이다. 또한 저자는 책의 끄트머리에서 모든 재료를 아우르는 하나의 통일된 개념을 제시한다. 그리고, 재료의 효과에도 주목한다. 저자가 설명하는대로, 재료를 개체가 아닌 전체를 보면서 효과까지 따라 읽다 보면, 우리가 재료를 합성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음에도 재료의 효과와 능력이 우리한테 영향을 끼치는 탓에 우리 역시도 재료의 일부가 되고 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이 개념은 이렇다. 어떤 재료가 하나의 재료로 된 것처럼 보이거나 만져지거나 균질해 보이더라도 그것은 환상이라는 것이다. 재료는 서로 다른 존재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이 모두 한데 모여 전체를 이룬다. 그리고 이 각기 다른 존재들은 각기 다른 크기대로 관찰할 수 있다. (306)

우리는 비물질 세계에서도 산다. 바로 마음, 감정, 감각의 세계다. 비록 재료의 세계가 이와 별개일지라도, 완전히 결별해 있지는 않다. 모두가 알 듯, 재료는 마음과 감정, 감각의 세계에 강한 영향을 미친다 편안한 소파에 앉았을 때의 감정은 나무의자에 앉았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초창기 고고학적 증거에 따르면, 인류는 도구를 발전시킴에 따라 장식적인 보석과 염료, 미술과 의복을 창조했다. 이런 재료는 미학적이고 문화적인 이유로 발전했고, 역사시대 내내 재료 기술의 발전을 강하게 이끌었다. 재료와 다른 사회적 역할 사이의 이런 강한 연관 관계 때문에 우리가 선호하는 재료, 우리 주위를 채우고 있는 재료는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다. 이 재료들은 각자 기능이 있고 우리의 이상을 표현해 주며 우리 정체성의 일부를 이룬다. (316)

의식적이든 아니든, 우리는 모두 재료가 가진 효과에 민감하다. 모든 것은 다른 무엇인가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이런 효과는 늘 우리의 마음에 영향를 미친다. 또한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끊임없이 영향을 받는다. 이런 식으로, 우리의 집단적인 행동은 재료의 능력을 집단 전체의 기능으로 강화시킨다. (317)

사람들은 자신이 되고 싶거나 찬탄하고 싶은 유형의 사람을 반영하는 옷을 산다. 또는 자신이 돼야만 하는 유형의 사람을 표현하는 옷을 산다. 우리는 인생의 온갖 국면에서 우리의 가치를 반영해줄 재료를 고르고 있다. 재료의 세계에서는, 우리를 둘러싼 재료의 효과를 지도에 다시 그리는 끊임없는 반영과 흡수, 표현이 일어난다. (317-318)


책을 덮고나서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가 필요하여 자연에서 재료를 찾기 시작했고, 지식을 쌓아 신물질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욕망과 복잡하게 얽히면서 재료가 개인과 우리를 나타내는 정체성의 일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재료 없이도 풍족한 삶을 지속할 수 있을까. 저자의 말대로, 재료가 없었다면 우리는 벌거벗은 채로 살고 있을 것이다. 인류가 이룬 문명 역시 재료가 풍부해진 덕분이지만, 이미 우리의 일부가 된 재료를 우리는 어떻게 대하는가.

재료는 우리가 누구인지 드러내준다. 우리 인류의 요구와 갈망을 여러 스케일로 표현함으로써 말이다.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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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1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9-11 1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ttps://youtu.be/x4r3vBVpD9c

브람스 교향곡 제 4 번 e 단조, Op. 98

I. Allegro non troppo
II. Andante moderato
III. Allegro giocoso
IV. Allegro energico e passionato

• 연주자

필하모니아 관현악단 (Philharmonia Orchestra)
지휘, 오토 클렘퍼러 (Otto Klemperer)

•연주시간: 약 39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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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09-11 08: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상쾌한 아침입니다^^: 명절 본가에 가기 전 집안 대청소 중인데 오거서님께서 올려주신 이 곡으로 제 마음을 청소하고, 저는 집 안을 청소하니 기분이 좋네요^^: 훌륭한 감상자의 태도는 아닌듯 하지만 브람스 할아버지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겠지요^^: 아직 낮은 더운 날입니다. 행복한 명절 전 일요일 보내세요, 오거서님^^!

오거서 2016-09-11 08:14   좋아요 2 | URL
음악을 즐기는 것만한 훌륭한 감상이 어디 있을까요. 마음을 청소한다는 말이 크게 와닿습니다. 그리고 너그러이 이해가 되리라 봅니다. 명절 앞이라 그런지 낮에는 덥고 밤에는 한기가 느끼집니다. 겨울호랑이 님도 건강에 유의하시고 추석을 넉넉하게 지내시기 바랍니다! ^^

겨울호랑이 2016-09-11 08: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오거서님도 행복한 추석 연휴 되세요
 
 전출처 : 오거서 > 클래식 음악 감상, 브람스 교향곡 제 3 번 - 클렘퍼러

재작년 가을이 한창 깊어가는 즈음 있었던 일이다. 날짜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 날은 아내가 대구에서 상경한 친구를 만났다. 내가 저녁에 귀가하니 아내는 평소와 다른 어조로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브람스 교향곡 3 악장, 집에 있어요?˝
˝뭐, 뭐요?˝
평소 아내는 클래식 음악이 어렵다고 했다. 내가 알기로, 소품이 아닌 교향곡을 찾아서 감상한 적은 없었다.
˝친구를 만나서 오후에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린 작은 음악감상회에 갔었어요. 감상한 곡 중에 정말 아름다운 곡이 있었어요. 그래서 곡명을 외웠는데… 브람스 교향곡 3 악장.˝
아내가 외웠다는 곡명이 비록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어떤 곡을 말하는지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마음 속으로 제 3 번의 3 악장을 짚었다. 브람스 교향곡 전집 세트를 꺼내 놓고서,
˝브람스가 교향곡을 모두 4 곡 작곡했는데 몇 번인지 중요해요. 1 번부터 4 번까지 다 3 악장이 있어요. ˝
˝1 번 3 악장인가… 이런 선율이었는데… 들려 줄게요. ˝
흥얼흥얼. 아내가 선율은 제대로 외우고 있었다.
˝브람스 교향곡 제 3 번의 제 3 악장일 거야. 유명하거든. ˝
브람스 교향곡 제 3 번이 수록된 CD를 꺼내서 CD플레이어에 넣고 3 번 트랙부터 플레이 하도록 맞춘 다음 볼륨을 높였다.
˝맞아요. 이 곡이에요! 정말 아름답지 않아요?˝
˝아름다운 곡이지요. 브람스가 이런 감동을 줄 지 몰랐네.˝
나는 맞장구를 치면서 내심 반가웠다. 그리고, 아내가 아름다운 심성을 지녔음을 새삼 보았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선율을 따라 흥얼거리다가 아내는 다짐하듯이 말했다.
˝3 번 3 악장을 꼭 외워둬야겠네. 삼삼으로 외우면 되겠다!˝
그 날 이후 브람스 교향곡 제 3 번은 아내한테도 나한테도 ˝삼삼˝ 교향곡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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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09-10 0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ㅡ이야기와 함께한 이번 삼삼 ㅡ좋은데요!^^

2016-09-10 0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6-09-10 10: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클래식과 함께한 멋진 이야기 좋네요^^: 저희 부부는 `추억의 90년대 음악` 으로 하나가 되지요..ㅋ

나와같다면 2016-09-10 1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내분의 아름다운 심성을 볼 수있는 오거서님도 좋은 분 같아요..

페크pek0501 2016-09-10 1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부 사이에 공통 화제가 있다는 게 좋아 보입니다.
˝삼삼˝ 교향곡이 된 이야기 잘 읽고 갑니다. 음악과 함께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