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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클래식 FM 방송을 켜놓았다. 음악 소리가 들리기는 하지만, 익숙한 선율이 아니라서 그럴 테지만, 흘려 듣게 된다. 현악 합주를 듣고 있었는데 어느덧 피아노 소리로 바뀌어 있다. 그냥 듣는다.
요즘은 클래식 음악 방송을 아주 편하게 듣고 있지만, 그렇지 못하던 때가 있었다. 클래식 음악 방송의 특성 상 연주가 시작되기 전과 후에 곡명과 연주자를 알려주니까 시작할 때 듣지 못한 경우에, 대부분 그렇지만, 연주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서 곡명과 연주자를 챙기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었다. 그러나 클래식 음악의 연주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교향곡 전체 악장이 연주되는 경우에 최소 30분이 걸리고, 브루크너나 말러의 곡이라면 1 시간도 부족하다. 그러니까 연주가 끝나야 알려주는 곡명을 챙긴다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차라리 모르면 어때 하면서 그저 듣고 마는 게 편하다. 요즘은 애써 기다리지 않는다. 모르면 모르는대로 편하게 대한다. 편해지고나니, 억측 같지만, 지난 날 나의 노력이 모르면 약이요 아는 게 병이 되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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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플레이어가 고장난 후로 클래식 음악을 듣는 기회가 전에 비해서 대폭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CD를 넣고 플레이 버튼을 눌러 1시간 정도 마음 편하게 음악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었던 즐거움이 상당하였음을 새삼 알겠다. 익숙한 것이 없어지면 이리도 그리워지는구나.
CD 플레이어를 새로 장만하는 것이 좋겠다. 유튜브로도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광고 때문에 무료는 성가시고, 월정액을 내고 광고 없이 듣자니 CD 플레이어가 달린 미니 오디오 콤포넌트라도 장만하는 것이 낫지 않겠나 싶다. 고장난 CD 플레이어를 고치는 것이 애초 마음에 없었던 것 같다. 대체용 CD 플레이어를 고르고 고르는 중이다. 그러나 가격이 천차만별. 좋은 제품은 확실히 비싸다. 오디오 매니아가 아니라면 고가의 제품을 굳이 구입해야 하는지 고민이다. 고민이 깊어지면서 머리 속이 복잡하다. 이래저래 망설이다 좋은 때를 놓치는 실수는 말아야 할 텐데. 명품 오디오를 차라리 몰랐다면 미니 오디오 컴포넌트라도 구입해서 지금쯤 편하게 음악을 맘껏 듣고 있을 텐데 말이다. 역시 모르면 약이요 아는 게 병이다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