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여행 #겨울
여행하다 갑작스런 추위에 주춤하게 되었다. 추위가 아니라도 노천 카페 앞에서 발길을 멈추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이번엔 카푸치노 한 잔으로 몸을 녹인다. 길을 걷다가 우연히 만난 사이에 주고받는 말이 이어지지 않고 끊기면서 순간의 적막 속 긴장감을 느낀다. 아… 내가 유럽을 만나고 있는 내내 유럽은 얘깃거리가 끊이지 않는데 나의 말문이 막힐 뿐이다.
유럽의 겨울은 생각보다 혹독한 것 같다. 매번 그랬다고 느끼지만, 겨울 초입의 추위는 매서운 법. 유럽에서도 마찬가지. 어제 네덜란드로 오는 동안 비가 내렸고, 오늘 비는 그쳤지만 바람이 세차다. 바람이 가세하는 추위를 감당하기 버겁다. 네덜란드에서 겨울 바람을 마주하는 기분이 묘하다. 유럽의 초겨울을 경험하면서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 1 번 ‘겨울날의 환상’의 선율을 떠올려본다. 말이 좋아서 환상이지, 역설법이지 않나 싶다. 이곳은 차이콥스키의 고국인 러시아와 떨어져 있음에도 유럽에서 막상 겨울을 맞으면서는 추위 때문에 운신이 힘들다. 그래서 드는 생각은, 유럽은 여름에 와야 하겠다. 겨울보다는 여름이 여행에 좋을 것 같다. 혹시 더위로 다른 고생을 하게 될런지 모르겠지만.
자연적 조건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더라도 유럽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동안 역사, 종교, 문화, 예술, 문학, 신화를 각각 떼놓고 생각할 수 없음을 현지에서 생생하게 알게 되었다. 앞으로는 루브르 박물관이나 오르세 미술관의 도록을 펼치면서도 작가와 작품과 관련하여 역사와 문학을 떠올리게 되리라. 또한 그런 맥락에 맞추어 책읽기를 지속하여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유럽에 대한, 특히 가보지 못한 다른 나라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진다. 그런 나라들 중에서 러시아, 스페인이 단연 앞에 있다. 유럽의 못 가본 나라들을 나중에 방문하게 된다면 역시 이번과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겨울날이 시작되는 즈음에 유럽에 머무르면서도 가보지 못한 러시아를 생각한다. 특히 러시아는 친숙한 듯하지만 낯설다. 러시아의 클래식 음악을 조금 알지만, 그림은 전혀 알지 못한다. 무지는 비단 그림에만 그치지 않지만 말이다. 여행 내내 지식의 부족함을 깨닫는다.
이제는 유럽앓이를 끝내고 겨울맞이에 바빠져야 하겠다.
2017-11-26. 암스테르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