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책의 해’라고 한다. 하필 올해 2018년이 책의 해가 된 것인지 궁금하여 관련 정보를 찾아보았다. 단서가 될만한 사실 중 하나가 눈에 띄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5년 펴낸 ‘국민독서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의 연간 독서율은 65.3%, 학생은 94.9%.
연간 독서율이란 지난 1년 동안 일반 도서를 1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이다. 2015년 독서율은 직전 조사 기간인 2013년보다 6.1% 더 낮아졌다.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저 수치다. 조사 결과는 연간 독서율 외에도 성인 1인당 책 9.1권, 하루 평균 (평일 기준) 독서시간 6분 등을 알려준다. 상당히 심각한 상태인 것 같다. 조사된 수치가 감소 추세에 있다면 미래에 대해 결코 안심할 수 없다.
그래서 ‘책 읽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특별한 조치가 취해진 것이라 짐작이 간다. 작년 2월에 문화체육관광부는 ‘출판문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2017~2021)’을 발표하였다[1]. 이 계획에 따라 한국민이 책을 읽는 분위기를 대대적으로 조성하고자 올해를 책의 해로 지정이 추진된 것이다. 작년 책의 날에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018년을 책의 해로 지정을 재확인하였다. 뿐만 아니라 도서정가제 보완, 송인서적과 같은 유통 서점의 부도 사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이 계획안에 포함되었다.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출판업계의 주장과는 달리 소비자가 체감하는 신간 도서의 정가는 상당히 인상되었고, 나 역시 꼭 필요한 책이 아니면 구입을 꺼린다. 신간 구입보다는 중고서점에서 소장 가치가 있는 책의 구입을 선호하면서 구매 행태가 바뀌었다. 종이책을 고집하지 않고 전자책도 마다하지 않는다. 전보다 시립 도서관과 구립 도서관의 나들이가 잦아졌다.
내 생각이지만, 도서정가제가 독서 활성화에 기여하는 바가 크지 않다고 본다. 나말고도 반대 의견이 다수인데도 시비 끝에 2014년 11월부터 시행된 도서정가제가 3년 시한을 앞두고 2020년 11월까지 연장하도록 법이 개정되었다[2]. 꺼져야 하는 불씨가 되레 살아난 셈이다. 제도의 보완이 없는 채 3년이 더 지난다고 해도 출판업계의 허약체질이 강골체질로 개선될 것 같지 않은데 악법도 법이라 어쩌지 못하는 상황을 또다시 3년을 더 겪어야 한다.
한국민은 책을 적게 읽는다, 아니 거의 안 읽는다[3]. 출판계의 소비 주체가 책을 읽지 않는데다 출판업계와 서점이 흥하든 망하든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 논리를 내세우지 않더라도 소비자가 외면하는 공급자는 오래 버티지 못한다. 책을 읽어야 하는 국민은 책값이 비싸서 책을 사지 않는데 업계는 국민이 어떻게든 책을 구해서 읽을 것이라고 여기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책이 값비싼 소비재라는 인식은 소비 심리에 찬물을 끼얹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본다. 책을 사지 않고 도서관에서 대출이라도 하면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뤠잇! 이는 평소에도 책을 즐겨 읽는 국민에 해당한다고 생각하고, 성인의 연간 독서율에 이미 반영되었으리라. 연간 독서율이 감소하는 추세를 멈추게 하고 책 읽는 한국민을 늘리기 위해서라면 도서정가제는 한시적 시행을 마치고 폐기되었어야 했다. 그래야지 또다른 대안을 모색할 수 있을 테니까.
문화체육관광부의 출판문화산업 진흥 계획이 진정 소비자를 위한 정책일까. 시대가 변하는 과정에서 대세가 바뀌기 일쑤다. 대세를 거스르기는 어렵다. 그래서 말인데 영세하고 서비스가 형편없는 동네 서점을 모두 살리고자 애쓰는 것이 대안을 찾는 것보다 의미가 있는 것일까. 국민의 지갑은 두툼하지 못하다. 책을 읽는 국민을 늘려서 책의 소비를 촉진하려는 정책이 성공할런지 의문이 드는 것을 솔직히 숨기지 못하겠다. 2018년은 책의 해라서 여느 해보다 책을 읽는 국민들이 많아져야 하겠지만, 소비자의 반대 의견이 우세한데도 도서정가제는 연장 시행되고 있고, 소비자는 책을 사기 전에 책값 때문에 심기가 불편할 것이다. 책을 많이 읽으면 도서정가제의 정해진 할인폭 대신에 세금을 추가로 감면해주는 혜택이라도 생긴다면 모를까. 평소에 책을 읽지 않는데 새로운 읽을거리를 구하기 위해서 발품을 팔아 부러 도서관에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국민이 또 얼마나 늘어날까. 제도 따로 국민 따로 노는 책의 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
1. 문체부, 2018년 ‘책의 해‘ 지정 추진…출판업계 살리기 발벗고 나선다 https://goo.gl/gq2grD
2. 개정 도서정가제 3년…가격경쟁 사라졌지만 소비자는 불만 http://m.yna.co.kr/amp/kr/contents/?cid=AKR20171118042800005
3.한국민 독서시간 하루평균 6분…왜 안읽는걸까 http://m.yna.co.kr/amp/kr/contents/?cid=AKR20171013180300797
4. 2015년 우리 국민의 연평균 독서율 성인 65.3%, 학생 94.9% http://www.mcst.go.kr/web/s_notice/press/pressView.jsp?pSeq=14885
5. 읽는 사람만 읽는 ‘독서양극화’ 더 커졌다 http://www.hankookilbo.com/v_print.aspx?id=7c57645641f5493e9674c093df7239c6
6. 성인 1인당 책 9.1권 읽었다… 독서율은 OECD 평균 http://m.mt.co.kr/renew/view.html?no=2016012212115076552
7. [읽기혁명] 책 안 읽는 한국, ´미래´도 못 읽는다 http://chosun.com/tw/?id=2016040500997
8. 도종환 장관 ˝2018년 ‘책의 해‘로 지정할 것˝ http://m.edaily.co.kr/news/news_detail.asp?mediaCodeNo=257&newsId=02978246616091936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