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입추였지만, 한여름 무더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기세등등하기만 하다. 에어컨과 시원한 음료 덕분에 간신히 더위를 쫓고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지나가리라.
얼음이 든 음료를 마시면서 빙한어수(氷寒於水)를 떠올린다. 얼음은 물에서 나오지만 물보다 차다(氷水爲之而寒於水)는 말이다. 청출어람(靑出於藍)과 동의어이다. 두 사자성어는 제자가 스승보다 뛰어난 경우를 비유한다. 작품의 경우에 원작초월이라 말할 수 있겠다.
클래식 음악에서 이런 경우의 대표적인 예로,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를 뽑을 수 있지 않을까.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제 2 번에는 ˝라 캄파넬라˝라는 별명이 있다. 제 3 악장에서 작은 종(La Campanella)이 쓰인다. 파가니니에 심취했던 리스트가 종소리를 편곡한 피아노 연습곡이 ˝라 캄파넬라˝이다. (리스트가 파가니니를 오마쥬하였다고 생각해본다.)
파가니니가 기량을 내세운 탓에 바이올린 협주곡은 내용 면이 떨어져 자주 연주되지 않는다.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제 2 번은 전곡보다 제 3 악장만 연주되기도 한다. 그리고, 리스트가 작곡한 연습곡은 원곡보다 유명해져서 같은 별칭을 원곡에도 붙이게 되었다.
파가니니(1782~1840)는 신기로 여겨지는 바이올린 연주 실력 때문에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라는 별명이 있다.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연주에서 감동을 받은 리스트는 피아노의 파가니니가 되고 싶어 했다고 전한다. 리스트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 연주에 두각을 나타내어 모차르트에 견줄 정도였다고 한다. 결국 리스트는 피아니스트로, 작곡가로도 남다른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리스트는 1838 년에 파가니니 카프리치오를 중심으로 피아노 곡으로 편곡하여 ˝초절기교 연습곡˝을 작곡했지만, 작품 난이도에 대한 반발을 겪고나서 연주하기에 용이하게 1851 년에 부분 수정한 작품이 ˝파가니니에 의한 대 연습곡(grand etudes de paganini)˝이다.
연습곡 제 1 번의 원곡은 파가니니 카프리치오 제 5 번과 제 6 번이다.
연습곡 제 2 번의 원곡은 파가니니 카프리치오 제 17 번이다.
연습곡 제 3 번(˝라 캄파넬라˝)은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제 2 번 제 3 악장의 종소리를 주제로 삼은 변주곡이다.
연습곡 제 4 번의 원곡은 파가니니 카프리치오 제 1 번이다.
연습곡 제 5 번(˝사냥˝)의 원곡은 파가니니 카프리치오 제 9 번이다.
연습곡 제 6 번의 원곡은 파가니니 카프리치오 제 24 번이다.
˝파가니니에 의한 대 연습곡˝ 중 세 번째 곡이 ˝라 캄파넬라˝이고, 제일 유명한 곡이다.
요약하면, 리스트가 청년 시절에 파가니니 연주회에서 바이올린 협주곡 제 2 번을 감상하고 크게 감명을 받아서 피아노로 연주하도록 리메이크한 작품이 바로 ˝라 캄파넬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