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줄리엣지 > 일천구백구십이년 학원댄스로망 yo
며칠 전에 신세계 교향곡을 감상하였다. 음악만 듣고 글을 쓰지 않았다. 게으름을 피다가, 어제 줄리엣지 님이 정봉재의 YO를 소개하는 글에 곁들여진 추억을 공감하다 글을 쓰게 된다.
추억 속에서
학창시절 음악 시간에 클래식 음악 감상은 매우 드문 일이었다. 아무리 유명한 곡이라고 해도 곡 전체를 감상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 없었다. 선생님께서 그나마 알짜배기 정보를 챙겨주신 것을 학교를 졸업한 후에야 알았다. 예를 들면, 베토벤 운명 교향곡의 주제는 제 1 악장 처음에 나온다. 따다다딴~ (빚쟁이가 급히 문을 열라는 식으로) 문을 두드리는 소리라는 그럴 듯한 설명과 함께 첫 소절을 음악 선생님의 피아노 연주로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음악 교과서에 실려 있던 노래 ˝꿈 속의 고향(Going home)˝ 역시 이런 알짜배기에 해당된다. 드보르작 신세계 교향곡 제 2 악장의 선율을 따다가 가사를 붙여 만든 곡이기 때문이다. 이 노래를 알게 되면 신세계 교향곡을 아는 것과 같다, 다시 말해서 ˝꿈 속의 고향˝은 신세계 교향곡의 축소판과 같다고 설명하였던 것 같다. 그 때는 정말 그런 줄로 알았다. 지금은 달리 생각하지만. 여하튼 추억이 배어있는 음악이다.
신세계 교향곡 소개
드보르작(1851~1904)은 체코 태생 작곡가로, 체코 민족 음악을 세계에 알리는 데 공헌하였다.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고, 1892 년에 뉴욕 국립 음악원장에 초대되어 미국을 방문하게 된다. 1895 년 5 월에 귀국할 때까지 체류하였다. 이 기간 동안 작곡된 작품 중에서, 신세계 교향곡, 현악 4 중주곡 제 12 번 ˝아메리카˝, 첼로 협주곡 등이 유명하다.
드보르작이 미국에 체류하던 1893 년에 신세계 교향곡을 작곡하였다. 뉴욕 필하모닉 관현악단이 초연하였다. 그의 교향곡 중 제 9 번에 해당한다. 출판사에서 저지른 실수로, 출판 순서에 따라 제 5 번으로 표기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가끔 LP 레코드 자켓 등에서 오기된 것이 눈에 띄기도 한다.
신세계 교향곡은 미국 흑인 음악이 작곡가의 고향 보헤미아 음악과 많이 닮은 데서 자극을 받아 ˝신세계로부터˝ 고향을 향해 만들어진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 작품은 친근감이 넘치는, 그래서 대중적인 인기가 높은 편이다. 드보르작의 작품 중에서 뿐만 아니라 클래식 음악 중에서도 아마 최고일 것이다.
그리고, 인류 역사상 최초로 지구를 벗어나 우주에 울려 퍼진 최초의 음악이다.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 표면에 착륙하는 데 성공하고서 2 시간 반 동안 달 표면을 탐사하면서 헤드폰으로 신세계 교향곡을 들었다고 한다. (그 역사적인 순간에도 고향 생각 나는 음악을 들었다니. 내 생각에, 무사귀환을 간절히 바라는 심정이지 않았을까.)
고전 시대 교향곡의 형식을 따르고, 제 1 악장에 나오는 제 1 주제가 다른 악장에서도 반복되고 있어 곡 전체에 통일감을 주는 특징이 있다.
제 2 악장의 주제는 유명한 선율이다. 주요 악기는 잉글리쉬 호른이다. 흑인 영가와 인디언 민요에서 비롯되었다고 알려지기도 했지만 오해라고 한다. 드보르작이 원작자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선율을 토대로, 1922 년에 드보르작 제자 윌리엄 피셔가 ˝꿈 속의 고향˝이라는 제목으로 노래를 작곡하였다.
제 3 악장에서 유쾌함을 더하기 위해 트라이앵글이 사용된다. 제 4 악장은 서주부터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이전 악장의 중심이었던 주제들이 어울리고, 용솟음 치는 감동을 주는 피날레를 보인다.
신세계 교향곡을 4 악장까지 듣고나면 감동의 여운이 오래 남는다. 게다가, ˝꿈 속의 고향˝ 노래가 신세계 교향곡의 축고판은 아닐지라도 오래 전에 배워 익숙한 노래가 추억 속에 끼어 있기에 감동이 되살아 나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