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과 철학 좀 하는 괴물 - 괴물, 인간을 탐구하다 나무클래식 1
문명식 지음, 원혜진 그림 / 나무를심는사람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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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케란 원질이라고도 하는데, 쉽게 말하면 세상의 모든 것이

시작된 근본 물질이라고 할 수 있지. 우주의 모든 것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바탕이라고 할수도 있고.


감각을 통해 파악한 세계의 모습도 진짜는 아니다, 뭐 이런 걸

말이지. 그래서 우리가 늘 보고 듣고 느끼고 하는 것들 뒤에는

더 참된 것, 근본적인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거고. 그들은

그게 진짜 모습이고, 세계를 이루는 것, 그리고 세계가 비롯

된것이라고 생각했어.


모든 것은 인간인 주제에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무모한 욕망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물론 그것은 죄악이었습니다.


인간과 짐승의 참혹한 주검을 다루면서 때로는 상상하기도 힘든

역겨움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습니다.

그 무엇도 생명 창조를 향한 프랑켄슈타인의 야망을 꺾지 못했습니다.


영원히 사라지지 않고 존재하는 것, 볼 수도 만질 수도 없지만

모든 사물들을 흉내 내어 그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게 해 주는 것,

가장 이상적이고 완벽한 존재, 이데아의 세계는 곧 신의 영역이요,

감각으로 알 수 없는 본질의 세계지.


인간의 역사는 서로 미워하고 피 흘리며 싸운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인간은 자비롭고 선한 신을 섬기면서도

틈만 나면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벌이는 어리석고 위선적인

존재였습니다.


괴물은 복수를 다짐했습니다. 자신의 진심을 알아주지 않는

동정심 없는 인간들을 항해, 아무 죄 없는 자신에게 이처럼

고통스런 운명을 선서한 사악한 창조자를 항해.


데카르트는 모든 걸 의심하고 나서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는 명제가 가장 확실한 지식이라고 했거든?


동굴 속에서 쇠사슬에 묶여 바위벽만 보는 죄수들이 있다고

생각해 보시오. 그들은 동굴 밖의 태양과 그것이 비추는 사물의

참모습을 알지 못하오. 단지 벽에 비치는 그림자, 곧 어지러운

현상만을 볼 수 있을 뿐.


영국의 경험론 철학자 존 로크는 인간은 처음부터 백지 상태로

태어난다고 선천적인 관념따윈 없고 모든 건 지각과 반성 같은

경험을 통해 그 백지에 그려진다고.


인간의 인식 능력으로 입증할 수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무슨 오만한 생각이냐.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이는

너야말로 악마다.


나 또한 인간에게 이성적 능력이 있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오.

다만 이성이 인간을 지배할 정도로 강력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오. 그러기엔 인간은 너무나 감성적인 동물이오.


인간은 유토피아를 꿈꾸는 존재니까요. 현실이 추하고

고통스럽다고 느낄수록 꿈의 실현을 향한 욕망은 더욱 커지게

마련이지요.


나의 복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너는 살아 있고 내 능력은

완성되었다. 어서 오라, 나의 창조자, 나의 적이여! 우리는

각자의 삶을 위해 싸워야 한다. 따라오라, 인간의 미개한

정신은 결코 닿을 수 없는 태초의 순수한 세계로 안내하마.


@nasimsa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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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력 수업 - 아날로그 문화에 관한 섬세한 시각
박진배 지음 / 효형출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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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문화에 관한 섬세한 시각.

작은 공간들이 나름의 규칙을 가지고 작동할 때 도시는

'자극한 매혹'으로 다가온다.


플라뇌르의 핵심은 철저하게 관찰자의 입장이 되는 것이다.

다른 개체의 삶에 끼어들지 않고 객관적으로 관망하며, 그 자체를

존종하는 자세다. 도시를 보는 최고의 방식이라는 플라뇌르는

산보처럼, 그야말로 흐트러지는 걸음이다. 일상의 패턴에서 벗어나

바닥 질감을 느끼며 도시의 미로를 탐험하는 것이다.


골목의 폭이 넓지 않고 들쭉날쭉하다. 그 덕에 닫힌 공간과 열린

공간의 대비가 있다. 대로변에 존재하지 않는 골목 특유의 감성이

느껴진다.


회사의 명운이 걸린 비즈니스, 낭만적인 시간, 편안한 휴식 등

저마다의 사연으로 사람들은 호텔을 찾는다. 이런 요구를 만족

시켜야 하는 호텔은 흔히 '환대 산업의 꽃'으로 표현된다.


파리가 선사하는 최고의 장면은 카페에 앉아서 밖을 바라보는 것이다.

거리에는 멋쟁이들이 지나간다. 마치 패션쇼를 보는 것 같은 즐거움

속에 어느 순간 나만의 세계에 몰입된다.


종교는 삶을 반성하게 하고 남을 배려할 수 있게 인도한다.

타 종교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인간은 성숙할수록 관대해지고, 사회와 국가는 발전할수록 포용력이

넓어진다.


영화 스태프들은 장면 구상을 위해 적합한 장소를 찾고, 거기에

스토리를 입혀 새로운 장소로 탄생시킨다. 당연히 연출된 배경은

극적이고 아름답다. 그래서 장소를 찾아가면 저절로 영화에 이입된다.


스피크이지 공간의 마술은 무엇보다 폐쇄성이다. 나만의 아지트 같은,

그래서 방문자가 특별 대우를 받는 느낌을 준다. 개성을 넘어 약간의

배타성마저 가미된 '나만의 것', '나만의 장소', '나만의 비밀'. 이게 사실

반이다. 그다음은 엔트리 메시지, 즉 첫인상이다.


공공디자인이 위대한 점은 그 장소와 작품에 대해 모두가 이야기

한다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일상 공간에서 다가오며 특히, 옥외

장소들은 시민들의 생활과 아주 밀접하다.


공간의 틈새에 어떤 스타일로 어떤 스토리를 담는가가 열쇠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도시 구조물의 미학적 수준보다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다.


책은 우리가 누구이며 무엇을 알고 있는지 증명해 주는 DNA다.

특정 주제와 문화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책에는 시간과 공간이

담겨있다. 거기에 또 책을 읽는 시간과 책이 놓여 있는 공간이

존재한다.


공연은 현시점에서의 경험이다. 인생과 같다. 그래서 반복될 수

없고, 복구될 수 없다. 같은 공연이라도 내일 보면 또 다르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hyohyungbook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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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에 빠진 심리학자 -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신화 속의 심리학
조태진 지음 / 팬덤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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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로마 신화 속 이야기는 인간이 품을 수 있는 정서와 욕구에

관해서 애기하면서 특정한 행동을 취하면 이런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경고합니다.


진정한 자기애란 나의 이기주의가 중요하지만 그와 함께 섞여

살 수밖에 없는 타인의 이기주의도 마찬가지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데 그 에너지가 쏠릴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프로이트의 쾌락원칙이라는 개념을 빌면 건강한 쾌감을

추구하려는 동기가 존재하기 때문에 말이지요.


공포나 두려움이라는 표현을 쓸 때 종종 뒤따르는 표현은

'사로잡히다.'입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반응은 '공격'과 '도피'

입니다. 이 공격과 도피를 '가까이 접근한다.'와 '멀리 떨어진다.'

라고 바꿔 표현하면 묘하게 뉘앙스가 달라질 것입니다.


공포와 두려움의 신인 포브스, 데이모스와 남매 사이인 것은 공포와

두려움이 조화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고 있어서일지도 모릅니다.


'질적 전환'이란 표현은 기분의 기복이 심한 조울증에 적용할 수 있을

텐데요. 그 이유는 무엇엔가 도취되어서 미친 듯이 기분이 들떴다가는

이내 가파른 산길에서 굴러 떨어지는 듯이 기분이 한없이 우울한 상태로

변하기를 반복하기 때문입니다.


선천적인 이성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기능이 이유를 묻고 찾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지독한 이기주의자이자 건강한 이기주의자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자신의 정직한 욕구를 밖으로 표현했지만 부모가 그 욕구를

아이의 고유하고 정직한 욕구로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거나 심지어

부모의 기준에 맞춰서 아이의 욕구를 억눌려 버릴 때 자신의 정직한

욕구를 표현하기 위해 떼를 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감정은 특정한 이유로 마음속에 생겼다가 이내 또는 조금 있다가

사라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만약 이를 소유하려고 한다면 우리

마음은 그에 대한 정직한 반응으로 초조함, 불쾌함, 두려움, 혐오감

등의 다른 정서들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인간성이 동물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속성을 가짐으로써 만약 건강한

동물성을 천시하고 억압한다면 그에 따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는

인간성도 타락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법의 제재를 받지 않더라도 자신 안에 잠복해 있다가 나타나는

욕구의 실현을 삼갈 수 있를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이 쌓임에

따라 우리의 양심은 좀 더 세련될 수 있을것입니다.


반동형성이란 진짜 자기의 마음을 인정할 수 없어서 겉으로 그 정반대의

태도를 보이는 성향을 가르키는데 마음속의 갈등과 그로 인한 불안함을

스스로에게서 감추려는 헛된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행복이 행복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그것도 소중한 행복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고통스럽고 드려운 느낌들을 잘 견뎌 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주이상스'는 가장 좋아 보이는, 또는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예상되는 그 결과와 동반하는 부정적인 절차나 수단을 이를

악 물고서라도 감수해야만 한다고 주장합니다.


나르키소스가 많이 늦었지만 자기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면서 타인의

이기주의를 정직하게 인정하는 가능성을 뜻하는지도 모릅니다.

심리적 죽음이라는 고통을 견딘 후에 말입니다.


자신의 윤리적 체계를 정립했다 하더라도 그 체계가 수정되거나 때론

폐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정직하게 인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외부의 조건과는 상관없이 내재적으로 결정된 요인에 의한 것인지를

설명할 때 주로 결정론적으로 원인을 돌려버릴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집단적 무의식이란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성질의 것으로 자연 과학적으로

풀어서 말씀드리면 유전자 속에 각인된, 아직 제대로 가다듬어지지 않은

씨앗의 형태로의 집단적 또는 일반적인 성질입니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_fandombooks_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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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07-07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스로마신화는 결국 인간에 대한 이야기 아니겠어요.
 
말에 구원받는다는 것 - 삶을 파괴하는 말들에 지지 않기
아라이 유키 지음, 배형은 옮김 / ㅁ(미음)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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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파괴하는 말들에 지지 않기


'말이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니, 말이 스스로

무너질리 없으니 '말이 파괴되고 있다'고 하는 편이 정확할

것이다. 사람의 존엄성을 상처 입히는 언어가 발화되어 생활

영역에 뒤섞이는 것을 두려워하고 주저하는 감각이 흐려지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증오 표현을 퍼뜨리는 사람은 자기 나름대로 정의를 부르짖는

중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차근차근 따져보면 흔하디 흔한 

혐오감 위에 비속한 정의감을 뒤집어씌웠을 뿐인 경우가 많다.


사람과 사람의 토론이나 교섭을 할 수 있는 까닭은 말 자체에

'담보'로서의 무게가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입 다물게 하기 위한 말'이 내리쌓이면 '입을 다물게

하는 압력'도 반드시 높아질 것이다. '삶의 괴로움을 떠안은

사람'이 '도와줘'라고 말하지 못하게 만드는 압력이다.


어떤 시점에서 보기에는 이른바 미친 상태라고 해도 그것이

억압에 대한 반역으로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상태라면 그 자체는

정상입니다.


끔찍한 일이 일어났을  "말은 무력하다"고들 한다. 무슨 말을

해도 "허울 좋은 말"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뛰어넘어야 할 벽을 헷갈리지 않기 위해서는 '냉철하게 자신을

바로보는 일(자기 응시)'이 필요한 것이다. 공생 사회로의 길을

가로막는 벽은 어딘가 먼 곳에 있지 않다. 그 벽이야말로 우리의

'이웃'에 있다.


'누군가'를 망설임 없이 증오하는 사회는 '나' 또한 망설이지

않고 증오할 것입니다. 그런 사회가 싫다면 지금 '침묵한다'는

선택지는 없습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범람하는 언어에는 반론하기 어려운 성격이 

있습니다. 익명으로 넘쳐나는 언어에 정면으로 대응하고자 하면

중요한 논점이 빗나가기 쉽습니다.


'사는 의미'에 대해 제3자로부터 설명을 요구받을 이유는 

없을뿐더러, 사회에 그 의미를 증명해야 할 의무도 없습니다.


'쓸모없다는 낙인이 찍힐지도 모른다는 공포'란 '나는 살 가치가

없으니 스스로 죽어야 한다'는 심리 상태로 몰아넣는다.


'문학자가 해야 할 일'은 아주 많지만 그중 하나는 [없는 말]을

찾아내기라고 생각한다.


'애당초론'은 쓰기에 따라 독이 되기도, 약이 되기도 한다.

'애당초 생산성이 없는 사람에게 세금 써봤자' 같은 주장에

쓰이면 사회가 경직되어 숨이 막힌다.


어느 정도의 '사양'은 미덕이 맞을지도 모르지만, 누군가에게

'목숨이 걸린 사양을 강제하는 것'은 폭력이다.


그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구원받은 느낌을 주는 것,

그 존재를 믿으려는 마음의 움직임. 그것이 '문학'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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큔, 아름다운 곡선 자이언트 스텝 1
김규림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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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시간 위에 선을 그리는 존재예요. 

어쩌다 선과 선이 만나고 한동안 같은 궤도를 그리며 겹쳐져요. 

그때 거기서 섬광이 일어나요. 화학반응을 한 것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운 빛을 내죠. 그러니, 내가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가르쳐줘요. 사랑이란 어떻게 하는 건지.


매일 밤 오래도록 푸른빛을 보다 잠들곤 했다. 빛이

명멸을 반복하는 동안 그도 그곳에 있었다. 잠들어 있을 뿐

사라진 것이 아님을 말해주는 생명의 신호.


인간관계라고 다를 게 없었죠.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만

남비고 반응하지 않은 관계는 멀어졌어요. 알고리즘은

나날이 정교해지면 이용자가 원하는 것만 보게 하고 다른

세상은 차단해 버렸죠. 편집된 삶.


내가 안드로이드 엄마와 언제부터 살았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내 기억이 존재하는 순간부터 엄마는 내 곁에 있었다.

유치원에 처음 갔던 날, 친구를 마중 나온 엄마를 보고 나의

엄마와 다르다는 걸 깨달았던 순간이다.


"외부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엄마는 나를 순식간에 들어올려 창문

밖으로 내던졌다. 그날 그방의 풍경이 신기하리 만큼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 뒤로 분노에 찬 아버지의 비명이 멀리 공중으로

흩어졌다. 기억은 전원이 차단된 것처럼 그 순간 멈췄다.


인간은 늘 스스로를 정교하게 모방한 존재를 꿈꾸면서도 

그것이 가져올 미래에 날을 세우고 있으니까.


안드로이드와 나 사이에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와 마주섰다. 사람이었다면 누가

봐도 설렜을 매력적인 외모였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이상하지. 왜 외면하려 애쓸수록 모든

신경이 그리로 곤두서는 걸까.


"대체 어딜 갔다 온 거야!"

안도감이 몰려옴과 동시에 화가 동시에 화가 치솟았다.

당황스러움도 잠시, 따스한 온기와 꽃향기가 한가득 몰려오자

활시위처럼 팽팽하던 긴장이 탁 풀리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나는 아이처럼 엉엉 울고 말았다.


인간의 선에서 예측 가능한 기술적 불행들은 반드시 일어나고야

만다. 이 시대의 속성이 그렇다. 그래서 나는 이 시대가 싫다.


나도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큔의 실없는 농담과 해맑은 실수가

나를 자꾸 웃게 했다.


다른 모양이라고 해서 그게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순 없을 거예요.

큔의 말이 맞았다. 인간만이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건

오만인지도 모른다.


분노의 원인은 공장에서 일하는 로봇들에게 있지만, 그 칼날은

인간형 안드로이드와 이를 소유한 사람들로 향할 겁니다.


두려움은 생존을 위한 자연스러운 감정이에요.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면 자신을 지킬 수 없으니까요.


세상이 끝났다고. 그레이스가 죽어서 내 세상도 죽었어.

그래서 이렇게 살다 죽을 거야. 

다른 사람들의 세상을 망가뜨리면서.


그녀는 죽음에 대해 말하면서도 시종일관 편안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인드 업로딩을 하면 현실의 당신은 그대로이고 당신의

자아가 가상공간에 하나 더 생기는 겁니다. 그것이 후에 당신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아무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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