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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게 저항하라 - 나를 지키고 이끄는 삶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조언
조주희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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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아하게 저항하라

‘진정한 여성성’, ‘명확한 경계를 설정하기’ 등과 같이 이전에 생각해 보지 못했던 주제들이 갑작스럽게 나의 일상에 대두되기 시작했다. 사회적 구조 안에서 21세기가 한 참 지난 요즘에도 여전히 한국 사회 안에서 여성의 위치는 남성과 동등하지 않고, 건강한 여성과 남성에 대한 고찰도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생각들을 새삼 떠올리던 차에 이 책 <우아하게 저항하라>를 만났다. 어쩌면 이런 주제에 대한 나의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에 적절한 자극을 주는 책이 아닐까 하는 호기심으로 이 책을 펼쳐 들었다.


작가 조주희는 미국 ABC 뉴스 한국 지국장으로 외신 기자이며 전방위적 글로벌 미디어 전문가 라고 소개되어 있다. 아주 특별한 이력을 자랑하는 작가의 경험들이 책의 구석구석에 녹아 있는 책인 듯 했다.


저자는 서문에서 여성으로 다른 문화, 다른 성별 사이를 줄타기 하며 밸런스를 맞추는 법, 사회와 가정에서, 이익 집단에서 현명하게 대응하며 영민하게 살아가는 법, 나를 사랑하는 만큼 주변을 돌아보고 사랑하며 연대하는 법, 변화하는 글로벌 시대에 대처하는 마음가짐, 나이 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웰에이징 하는 철학 등을 소개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었다. 여성의 권리는 주장하는 구호를 넘어서 일상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작은 저항을 쌓아가면서 새로운 역사의 물결을 만들어자가고 독려하면서 말이다. 어쩌면 흔한 말이지만, 삶에서 당시로서는 드문 여성 외신 기자로서 삶으로 터득한 작지만 단단한 저항들에 대해서 호기심이 생기게 하는 대목이었다.


여성 기자로 남성 중심적인 한국 사회를 거쳐온 그녀의 경험담들이 생생하게 첫 페이지부터 담겨 있었다. 때마침 지인들 중 기업의 임원 혹은 지사장 역할을 하고 있는 여성 리더들과 식사를 하며 나눴던 경험담과 대동소이 했다. 지금 40~50대들이 한국사회의 남성 중심적 거친 잣대에 부응하기 위해 매우 남성적인 기질들을 강화할 수 밖에 없었고, 삶에서 대두되는 여러가지 역할들을 동시에 소화해 내는 슈퍼 우먼일 수 밖에 없었다는 이야기들 말이다. 그렇게 투쟁적으로 삶을 치열하게 살아온 여성 리더들이 그나마 지금정도의 한국 사회 안의 여성의 지위를 만들어 온 것에 대해 약간의 감사를 떠올려 본다.

저자는 여성으로써 차별적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작은 팁들을 공유하고 있다. 어떤 것은 정말 연습해두고 싶다는 것도 있었고, 아직은 감은 오지 않는 팁들도 있었지만, 적어도 그녀가 삶에서 저항하고 자존을 쟁취하기 위한 노력들이 녹아 있기에 나 또한 그녀의 힘과 에너지를 잘 흡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차별에 대처하는 나름의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 먼저 사람을 만나 몇 마디 나눠보면 저 사람은 여성을 아래로 보고 있다. 차별을 할 가능성이 높다. 라는 판단을 대충 할 수 있다. 그러며 바로 방어 모드에 돌입한다. 물론 그 판단이 틀릴 수도 있지만 대비를 해서 나쁠 건 없다. 티 나게 거부감을 드러내라는 게 아니다. 그건 예의에 어긋 난다. 입으로는 미소를 짓되 눈으로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나의 모든 감각을 날카롭게 세우기 시작한다. 그 때부터 상대방이 내게 그어둔 선을 넘으면 어떻게 방어할 지 준비 태세에 들어간다.” (p39_차별에 대처하는 나만의 프로세스)

또한 경쟁을 넘어 연대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을 자신의 에피소드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결국 우리는 경쟁하는 것만으로 세상에 나를 온전히 세울 수 없다. 나를 돕는 이와 내가 도와야할 이들이 함께 해야만 우리로서 이 땅에 설 수 있다. 몇십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무의식 깊은 곳에 뿌리내린 남성 위주의 의식과 사회 구조 속에서 건강하고 당당한 여성으로 앞으로의 사회를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남성들과 대립하는 형태가 아닌) 성별을 초월하는 연대가 필요하다. 이런 거창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 또한 아주 작고 사소한 행동들행부터 출발하기에, 저자는 어찌보면 조금 진부한, 그러나 결국엔 실질적일 수 밖에 없는 조언들을 담아내고 있다.

“인맥을 만들고 이어가려면 개개인의 사소하고 전략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동안의 나의 경험을 돌이켜보면 문화가 달라도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는 법에는 크게 차이가 없다.(p151)

1. 사소한 것이라도 잘하는 것을 만들어라. – 전문가가 되라는 것이 아니라 일 이외의 인맥을 만들기 위한 취미기 필요하다.

2. 인맥의 중심에 있는 사람을 찾아라.- 권력의 중심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인맥을 잘 쌓고 있는 사람, 인맥을 타인과 나누고자 하는 사람을 찾아라.

3. SNS를 활용하라. –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SNS를 통해 솔직한 감정을 세련되고 논리적으로 표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4. 약속은 칼같이 지키고 청탁과 부탁은 어렵게 하라. –

5. 만나는 동안 상대방에게 충실하라.” (p152~156)”

코로나 사태로 시끄러운 요즘, BBC뉴스에서 이런 뉴스가 나왔다고 한다. 코로나 사태를 더 잘 대응하고 있는 리더들은 남성들보다 여성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여성보다 남성이 이 세상에 더 많은 리더의 위치에 있는가? 평균적인 남성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대 평가하는 편이기 때문에 여성들보다 더 많은 기회를 차지하고, 상대적으로 평균적인 여성들은 자신의 능력을 과소 평가하기 때문에 기회가 주어졌을 때 주저한다. 라는 골자의 내용이었다. 우리는 여성으로 이 땅을 살아가는 데 집단적인 심리적 위축을 경험해 왔다. 여성이라는 인류의 절반이 다른 인류의 절반 보다 열등하다고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집단적 최면 상태에 있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사회 분위기를 바꿔가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여성들은 보다 자신의 능력을 신뢰하고 기회에 앞서 주저하지 않는 것이며, 남성들은 보다 지혜롭게 이런 여성들의 능력을 활용하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더 나은 승리를 가져다 주지 않을까.. 아름답게 저항하라는 조주희 작가의 글을 읽어내려가며, 우리가 더 나은 평등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개개인의 책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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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이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
오명호 지음 / 애드앤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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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이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


모든 정보는 필요를 만났을 때 유용함이 발생한다. <협상이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라는 책을 받아 들고 단숨에 읽어버린 이유도 나의 절실한 필요 때문이다. 그 때문에 책을 덮으면서 느끼는 소감은 쉽고 명쾌하고 깔끔하다.


저자 오명호씨는 협상 교육 전문가로 기업과 기관을 대상으로 협상 교육을 해 왔다고 한다. 강사들이 쓴 글들은 책장이 술술 잘 넘어간다 할 정도로 쉽다. 쉬운 예와 표들 그리고 적절한 연습 문제까지 더해 있어서 개념을 하나씩 익혀나가는데 훌륭한 길잡이가 된다. 특히, <협상이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에서는 그런 장점들이 돋보인다.



그러나 앞서 말한 것처럼 독자의 필요와 이 책의 정보가 맞아야 그 효용성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래서 행동경제학을 기반으로 한 실험 관련 서적이나, 심리학 책을 몇 권 읽은 독자들은 그렇게 새로울 게 없는 정보라고 느낄 수 있다. 10년 전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유사한 정보를 담은 책들은 많기 때문이다. 반면, 이런 실험들을 협상의 현장으로 데려와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구체적인 상황들을 적어보면서 책을 읽는다면 비로소 나에게 활성화될 수 있는 정보가 될 것이다.


‘ZOPA(Zone of Possible Agreement_협상가능영역)’, ‘BATNA(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_최상의 대안_플랜B)와 같은 개념을 처음 접한 것은 아니었지만, 읽으면서 내가 얼마나 이런 것들을 활용하면서 생활해 왔는가를 한 번쯤 떠올려보게 된다.


‘협상이 이렇게 유용할 줄이야’라는 제목처럼 조금 더 지혜로운 방법으로 협상력을 장착해서 일상을 살아간다면, 감정적인 소모보다 더 다양한 선택지들을 고르면서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 미치자 저자가 제안하는 기술마다 내가 당장 적용할 수 있는 상황들을 적어보게 된다.


책 속 들여다보기

양보의 기술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영화 속 대사는 누구나 한 번쯤 느끼게 되는 지점들이다. 내가 하는 일의 특정 영역에서는 이런 양보의 이슈가 내심 고민이다. 어떻게 내가 하는 양보가 상대에게 더 가치있게 느껴지도록 할 수 있을까? 나의 호의가 당연한 것이 아니라 의미 있는 것이 되게 할 수 있을까? 책을 읽어내려가다 보니, 비단 협상이나 흥정이 필요한 거래적 상황뿐만 아니라, 우리 일상(심지어 가족관계 안에서도)에서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을 듯하다.


훌륭한 양보의 기술은 쉬운 양보를 하지 않는 것, 화끈한 양보를 하지 않는 것이다. 쉬운 양보는 오히려 상대방의 만족감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몇 년 정 동대문 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하면서 흥정을 시작했는데, 주인의 화끈한 양보가 오히려 ‘이렇게 깎아도 남는 거였어? 나 호구된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게 해 불편한 마음으로 거래를 했던 기억이 상기되는 지점이었다.


그럼 어떻게 양보를 할까? 상호성의 법칙을 기억하라. ‘내가 하는 작은 양보는 어려운 것이니, 당신도 하나 작은 것을 내놓으시오’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또 한꺼번에 양보하지 않고 쪼개서 양보하는 것이다. 이왕이면 한계 지점까지 몇 번의 양보를 할 것인가를 미리 정해 놓고 양보를 조금씩 해나가는 게 좋다. 양보의 폭은 점점 줄어드는 방향으로 하면, 더욱 상대방에게 가치 있는 양보를 얻어낸 쾌감을 줄 수 있을 듯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책은 쉽게 읽히고, 한 번에 협상에 대한 느낌을 익히기엔 충분하다. 그래서 손에 잡히기 쉬운 곳에 두고 사소하게 협상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에 다시 슥~하고 훑어보고 나의 협상력을 키우기 위한 전략을 세워보아야겠다는 결심을 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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