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 분단을 극복한 천재시인 백석
백석 지음, 백시나 엮음 / 매직하우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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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백석의 시를 제대로 읽어봐야지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멋진 시전집으로 만나보게 되었다. 백석 하면 반사적으로 생각나는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가 시집의 제목이다. 표지의 흰 바탕은 젊은 날 시인의 얼굴을 더 빛나게 해준다. 백석이 윤동주의 시인이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느껴진다. 윤동주에게서 백석이 어떻게 반영되고 녹아있을까 궁금한 마음이었는데 편집 후기에서 그 면면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시집에는 총 7부로 엮인 시와 동화 시집 집게네 네 형제전편이 담겼다. 한 편씩 눈으로 읽기도, 소리내 읊조리기도 하면서 이렇게 저렇게 읽어나간다.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시들이 많지만 그나마 주석에 의지하며 분주하게 왔다 갔다 읽는다. 그러다 어떤 시, 어떤 행에서는 시인의 마음이 솔직하게 전해지며 목이 메이기도 가슴이 아프기도 한다. ‘수라를 읽으면 그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서술어 들을 추려 다시 읽어본다. -쓸어버린다/짜릿한다/서러워한다/아물거린다/서럽게 한다/걱정을 하며 있다가/슬퍼한다.-어느새 나도 거미가족의 재회가 간절해진다.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 같이 생각하며’, 이런 행은 다음 행으로 넘어가기가 어렵다.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 하는 것이었다.’ 애틋한 이야기, 정다운 이야기, 애를 써도 이해가 안되는 시들도 그저 귀하고, 모르는 채 한 번 쯤 소리내어 낭송하고 싶어진다. ‘집게네 네 형제에는 유명한 준치가시도 있지만 아이가 가장 좋아하던 그림동화 개구리네 한솥밥도 있어 반갑다. 편집 후기가 시인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시간순으로 수록되지 않아 궁금한 점이 있었는데 작품 연보가 있어 찾아볼 수 있는 점도 만족스러웠다. 내게 또 한 권의 귀한 시집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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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교육 미래학교 - 디지털 노마드 세대를 위한
박희진 외 지음 / 미디어숲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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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시작되고 있는 미래교육, 그 중심으로 한 발 다가갈 수 있는 안내서가 있을까? ‘디지털 노마드 세대를 위한 미래교육 미래학교가 바로 그런 책이다. 이 책은 현직 초 중 고등 교사들이 연구하고 체험하며 만들어갔기에 더 신뢰가 갔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일하고 공부하는 디지털 유목민을 의미하는 디지털 노마드 세대는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생활패턴을 지니고 또 필요로 한다. 정보를 기반하지 않은 개인의 열심은 자칫 실패를 축적시킨다. 지역적으로 소외되거나 정보 불평등을 겪는 경우에도 불안감이 높아진다. 익숙한 개념어들이긴 하지만 막상 내가 활용하기에는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난감할 경우가 많았기에 미래교육 미래학교는 더 반가왔다.


1부에서는 미래 교육의 전망을 엿볼 수 있다. 인류의 지식 총량이 늘어나는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고 급기야 2030년에는 3일에 두 배씩 증가한다는 주장(34)은 놀랍다. 과연 지식의 속도를 따라갈 수 있을지, 이 속도에서 뒤쳐질 경우 당면할 현실은 어떨지 두렵기도 하다. 또한 ‘TF팀과 같이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현상이 확대되면서 전 생애에 걸쳐 배우는 평생학습시대가 될 것(34)’이라는 말에 공감하게 된다.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배움을 위한 노력은 생존과 연결되리라 예상할 수 있다.


2부는 무료로 제공되는 다양한 교육 플랫폼 등을 소개하고 있다. 각각의 특징과 장점, 구성 및 접근법을 시각적으로 잘 설명해준다. 3부에서는 칸 아카데미, 테드, 무크 등 귀에 익숙하고 관심도가 큰 교육서비스와 온라인 강연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첫 화면부터 진행과정을 사진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직접 따라하도록 동기부여해준다. 활용 사례와 성공 사례들도 학습자의 의욕을 북돋는다. 막연함 때문에 더욱 어렵게 생각되었던 미래 교육 방식들을 친절히 소개받는 기회였고 이를 계기로 좀더 발전된 자신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배움의 장은 무한히 열려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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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양 힐다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58
에밀리오 우르베루아가 지음, 유 아가다 옮김 / 지양어린이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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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동물인 양이 등장하면서 자아찾기를 떠난다니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다. 민트색 하늘을 배경으로 꽤나 높으리라 짐작되는 건물의 꼭대기에 몸집이 커서 더 위태로워 보이는 한 마리 양이 시선을 붙잡는다. 노랑 바탕의 면지에는 여러마리 양들이 늑대에게 쫓기고 있다. 본문에 들어가기 전, 특별한 헌사에 잠시 머무르게 된다. 우리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해준 세상의 모든 할머니와 할아버지들께 드리는 헌사가 뭉클한 여운을 남긴다. 속표지의 힐다는 다행히 앞표지와는 달리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다.


옛이야기처럼 다정한 입말체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힐다가 얼마나 큰지 늘어선 사람들의 크기와 대비되어 한 눈에 알 수 있다. 힐다를 돌보는 양치기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어둡고 결국 힐다를 팔 계획을 세우지만 이를 알게된 힐다는 겨우 도망을 친다. 선명한 노랑, 초록, 파랑으로 달라지는 배경 색조가 무척 예쁘다. 양치기들이 양털을 가공하는 과정이 그림으로 고스란히 드러나 재미를 더한다.


서운함을 곱씹으며 달아난 힐다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곳에 다다른다. 도시에서와 마찬가지로 서커스단에서도 힐다는 환영받지 못한다. 황혼을 지나 어둠이 내리는 시간, 두려움을 물리치고 어린 양을 구해낸 힐다는 드디어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아낸다. 상처받고 힘든 시간을 지나 결국은 자신의 가치를 온전히 인정해주고 서로 아껴주는 관계를 맺는다.


독자들은 나는 저렇게 크고, 아름답게 빛나는 것을 또 하나 본 적 있어!”라는 어린 양의 마지막 말에 미소짓게 될 것이다. 나에게 그런 존재는 누구일까,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 주고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뒷 면지에서는 앞 면지와 뒤바뀐 상황이 유머러스하게 담겨있다. 힐다의 표정변화가 무척 생생해서 쉽게 감정이입된다. 딱 한 번 환하게 웃는 힐다! 한 편의 성장영화를 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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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 - 꽃과 잎이 그려 낸 사계절 이야기 꽃잎과 나뭇잎으로 그려진 꽃누르미
헬렌 아폰시리 지음, 엄혜숙 옮김 / 이마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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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것은 소중하고 소중한 것은 간직하고 싶어진다. 봄에, 가을에 꽃잎이나 단풍잎을 책갈피에 꽂으며 느끼는 행복은 익숙한 감정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감탄이 절로 나오는 작품으로 소소한 즐거움을 전혀 다른 차원으로 극대화시킨다. 표지를 채우는 멋진 새는 왜가리다. 그에 비해 작지만 선명한 노랑 나비는 꽤나 사랑스럽다. 흰 바탕에 검은색 제목은 새를 화려하게 부각시키고 빛을 받으면 깃털 속 금박이 더욱 반짝거린다. 면지는 숲 속 한 부분을 옮겨놓은 것만 같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의 변화를 한 권의 책으로 호화롭고도 감동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본격적인 봄이 시작되는 3월에 이 책을 만난 것도 감사할 일이다. ‘을 시작하는 첫 문장-‘눈꽃이 녹고 긴 밤이 점점 짧아지더니 마침내 봄이 왔어요.’-이 더 마음에 와 닿기 때문이다. 새들이 짝을 찾고 알을 낳는 것, 나무와 씨앗의 변화, 개구리나 오리, 그리고 무엇보다 꽃과 나비를 살피다 보면 봄내음이 느껴지는 것 같다. 다정한 문체와 화살표를 곁들인 친절한 설명까지 더 귀기울이고 꼼꼼히 찾아읽게 된다.


한여름의 잔치에서 겹쳐진 꽃잎, 낟알이 영그는 밀, 귀여운 멧밭쥐 등 세밀하고 생생한 장면이 근사하다. ‘여름밤의 사냥꾼올빼미는 검은 배경 때문에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감탄하는 사이사이 여러 가지 생태정보들은 새롭고도 유익하다. 한 장 한 장 찬찬히 읽어나간다. 책의 마지막 장, ‘물감은 한 방울도 쓰지 않았다는 작가의 말에서 다시 앞으로 돌아가 살펴보았다. 물감으로 테두리를 그리고 안을 채웠다고 생각한 장면들이 있었는데 다시 한번 감탄하는 순간이었다. 이 대단한 작업을 기쁘게 해냈을 작가의 자연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무엇보다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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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창 법칙 - 사소하지만 치명적인 비즈니스의 허점
마이클 레빈 지음, 이영숙.김민주 옮김 / 흐름출판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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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창을 방치한다는 것은 더한 망가짐도 허용한다는 묵과정도로 나름 이해하고 있었던 깨진 유리창 법칙을 제대로 살펴볼 수 있는 책이 나왔다. 100쇄 기념 에디션으로 멋진 옷을 입고 나른하고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일상에 경종을 울린다. 깨진 유리창 이론의 핵심은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당신 마음대로 해도 좋다!(6)’임을 서문에서 밝힌다. 차례를 살펴보면 17개 챕터에서 우리에게 낯익은, 또는 친근한 기업의 이름들이 보인다. 형사행정학 분야에서 나온 이론이지만 비즈니스 세계에 어떻게 접목해가는지 흥미롭게 살펴본다.

 

풍성한 사례들을 통해서 깨진 유리창 법칙이 어떻게 현실에서 드러나는지 배울 수 있다. 이 법칙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뉴욕 지하철 사례가 첫 번째로 나온다. 사소한 범죄들을 바로잡아가면서 도시 전체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는 무척이나 인상깊다. 통쾌하게 고객의 마음을 대변하는 에피소드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가장 심각한 깨진 유리창은 사람인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동의하게 된다. ‘가장 똑똑한 기업의 가장 멍청한 실수에서는 코카콜라의 선택을 예로 든다. 뉴코크 계획과 핵심고객들의 반발 사례에서 그냥 유리창 정도가 아니라 그랜드캐니언 크기의 어마어마한 깨진 유리창이라 부르고 있다.


깨진 유리창을 보여주는 각각의 사례들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때론 대단하다는 감탄을 자아내곤 한다. 각 챕터 마지막에는 깨진 유리창 Lesson’코너에 핵심사항을 정리해줌으로 한 번 더 생각하도록 돕는다. 기업의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지만 그에 머무르지 않고 얼마든지 개인에게도 적용할 만하다고 생각된다. 당신이 한 모든 일들은 도미노 효과를 가진다.(119)’는 말에서도 고객 대 기업관계에 멈추지 않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무시해도 좋을 만큼 사소한 일은 없다. 작은 하나가 전부로 변할 수도 있다.(136)’ 막연한 걱정을 넘어서 강박적으로 매달려야 함을 강조한다. 책에서 제시하는 솔루션들을 눈여겨 보게 된다. 기대 이상의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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