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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몽환도 ㅣ 스마트소설 한국작가선 1
주수자 지음 / 문학나무 / 2021년 3월
평점 :

시인이자 소설가, 희곡작가인 주수자 저자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미국 콜케이드 신학대학원을 졸업. 2001년 [한국소설]로 등단. 대학로에서도 공연된 작품 [빗소리 몽환도]와 영어 저서 [Night Picture of Rain Sound] 는 2017년도 출간된 개정판입니다. 스마트소설계의 선두주자로 소설은 세차게 내리치는 폭우 속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비는 공상호의 옥탑방을 찾아온 묘령의 여인과 작은공간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요? 스마트소설이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 신선함을 선물해 줍니다.
“아, 으, 음, 어휴, 저는 그저 독자입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당신 같이 아름다운 여자가 그런 방식으로 죽는 걸 도저히 볼 수 없어 참견하게 된 겁니다. 책읽기에서 독자란 그저 방관자로 있는 것만은 아니니까요. 그렇지 않습니까? 책이 우리를 바꿀 수 있듯이 독자도 책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적어도 책에 대한 이해의 깊이 정도는.... ”---p8
사각사각 비가 내리고 있어 서둘러야 한다. 비가 오는데 굳이 왜 청소를 해야 되냐고 하겠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외려 중요하다. 비가 오더라도 일은 끝내야 한다. 일단 쓰레기가 젖으면 치우기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p11
문을 닫았지만, 창문을 열었기에 비가 작동하는 소리가 들린다. 빗소리, 빗소리, 토닥토닥, 빗방울소리, 안과 밖이 연결된 소리,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지우는 소리, 소설 속의 여자는 현실에 와서, 창문을 여는 행위를 통해, 환상을 지속시킨다.---p159
작품16개의 단편에서 '비'는 현실과 환상을 차단하는 '벽'의 역할을 하는 한편, 주인공 '공상호'의 옥탑방을 환상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빗소리 몽환도'는 모바일 시대에 트렌드를 고려해 창작된 형태인 스마트 소설의 가치가 극대화 시키는 작품이라고 합니다. 단편의 짧은 글 속에서도 끊임없는 긴장감을 주기도 하고 정신적인 안정감을 동시에 반복시키며 읽는 독자의 정신을 집중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입니다. 오늘처럼 비가 내리는 날이라면 더욱더 빠져듭니다.
씨즈온서평단에서 지원해 주신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