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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땅 ㅣ 캐드펠 수사 시리즈 17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평점 :

캐드펠 수사 시리즈.17 욕망의 땅
캐드펠 수사 시리즈 3기 서포터즈로 출판사로부터 협찬받은 도서입니다.
욕망의 땅은 역사와 상상력이 결합 된 역사추리 소설로 캐드펠 수사 시리즈중 17번째입니다. 세대와 언어를 뛰어넘은 영원한 도전으로 움베르토 에코는 이 책의 저자 엘리스 피터스작가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고 했고 애거사 크리스티를 뛰어넘었다고 높게 평가하는 등 세계적인 추리소설의 작가입니다.
식품 창고 관리 담당자인 매슈 수사가 총회에서 문제의 거래에 대해 처음 이야기를 꺼낸 것은 성 베드로 축일에서 일주일이 지난날이었습니다. 축일장을 무사히 마치고 평온하고 순조로운 8월의 일상으로 장이 서는 동안에도 매슈 수사는 며칠에 걸쳐 성 아우구스티누스 수도회 수속 수도원의 원장과 거래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캐드펠 수사 시리즈 총21권, 집필기간18년, 전 세계 22개국에서 출간!
수도원을 창건한 피챌런은 스티븐 왕에 맞서 슈루즈베리성을 장악한 후 눈 밖에 나 재산을 몰수당하고 은신처에 머물다 잉글랜드로 돌아와 브리스틀에 주둔한 모드 황후 세력에 합류, 슈루즈베리 수도원의 입장에서 보면 호먼드 수도원은 이따금 서로 이로운 거래를 주고받을 만한 상대였고 이번에 토지 교환을 제한해 온 쪽은 호먼드 측이었습니다. 수도원 아침 총회는 이렇게 토지 거래가 이루어지는 상황으로 작품은 시작됩니다. 폐허가 된 ‘도공의 땅’ 이 이 이야기의 중심장소가 되는군요.

세상을 등지고 바라던 소명으로 뛰어든 순간, 땅과 집, 가마, 피붙이 따위는 루알드 수사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지난 생애를 일절 입에 답지 않으며 심지어 생가조차 하지 않는 성격으로 이 인물이 궁금해 지는군요.
마침내 호먼드와 슈루즈베리 간의 토지 교환이 이루어지고 도공의 땅을 방문한 캐드펠과 리처드 수사는 쟁기질을 하던 중 이랑에 손을 뻗어 보습 날에 얽혀 햇살 속으로 올라온 기다란 실 자락, 누군가의 기다란 머리 타래를 발견하는데 버려져 있던 땅에 사람이 묻혀 여인의 시체는 누구일까요? 15년간의 결혼 생활 끝에 홀연 수도원에 들어가 루알드와 남편에게 버림받은 뒤 고향으로 돌아갔다고만 알려진 루알드의 아내 제너리스로 의견이 모아지는군요.
그녀의 죽음은 장례식도 치르지 못한 채 아무도 모르는 곳에 은밀히 매장 된채 축복받지 못한, 즉 사람의 손에 의해 은밀히 닥친 죽음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뒤늦게나마 자신의 영혼을 위한 조처를 취하고 세상의 정의로 죽음의 정황을 꼭 밝혀주길 바라는 의미로 이렇게 세상에 나오게 된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유 없는 죽음은 없습니다.
“땅은 그저 정직합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쓰임이 다를 뿐이에요.” 그래, 땅만이 아니라 지식, 기능, 힘, 모든 게 마찬가지지. 그는 생각했다 훼손되기 전까지는 정직하고 순결해. ---P.79
“우리의 정의라는 것은 간혹 거울에 비친 모습으로 나타나는 지도 모르오.” ---P.351
사람들의 의혹은 몇 년전 수도원에 귀의한 루알드 수사에게 쏠리고 치밀한 문제풀이 추리보다는 주인공들의 감성선을 따라 흐르는 엘리스 피터스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작품입니다. “저 역시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오류를 범하기 마련인 인간임을 인정합니다.”라는 캐드펠 수사의 말과 그 시신의 주인이 이름을 되찾을 권리가, 그곳의 자신의 무덤이었음을 밝힐 권리를 이제 주어야 한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얽히고 설킨 실타래가 풀리기 전까지는 땅 속에 누워 있는 시신이 누구인지? 범인은 또 누구인지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가 설리엔 브런트 수사가 뜻하지 않은 복병으로 나타나면서 스토리는 약간의 혼선을 주었지만 모든 죽음에는 이유가 있다는 말이 생각났습니다.
삶과 죽음을 두고 흥정한다는 것은 자살 못지 않는 큰 죄악이고 그런 내기를 받아들이게끔 이끈 절망도 그 자체로 커다란 죄악이라는 말에 공감이 갔습니다. 욕망의 땅은 역사와 상상력이 결합 된 역사추리소설로 현대물과도 잘 어울렸습니다. 매혹적으로 다가온 중세 역사에서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과 시대를 초월한 지혜와 깊이, 캐드펠 수사의 선한 영향력과 번득이는 지혜에 감동적인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