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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ㅣ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요조 (Yozoh) 지음 / 마음산책 / 2021년 1월
평점 :

뮤지션이자 작가, 제주의 동네 서점 ‘책방무사’의 대표인 요조의 산문집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이 마음산책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은 요조의 음악과 일상, 다방면의 예술가들, 인간관계, 달리기, 채식, 책방 운영에 이르기까지, 요조의 내면을 만들어온 다종다양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산문집입니다. 사람냄새 물씬 나는 일상의 이야기 속에 빠져드는 오후입니다.

복잡한 아픔 앞에서 도망치지 않고, 기어이 알아내려 하지도 않고 그저 자기 손을 내민다. 모른다는 말로 도망치는 사람과 모른다는 말로 다가가는 사람. 세계는 이렇게도 나뉜다.
p.19 나는 스물일곱에 ‘요조’라는 이름으로 데뷔하는 데 성공했다 (요조는 디자이 오사무의 소설) 인간실격의 주인공이름인데 이 작가 역시 자살 시도를 여러 번 할 만큼 몸도 마음도 병약하기 이를 데 없어 그 당시 내 기준에 부합하는 예술가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예술가 역시 다른 직업들과 마찬가지로 그저 노동을 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술가가 되고 나서는 내가 겉으로 보기에 예술가처럼 보이는지 아닌지에는 점점 관심이 없어졌다. 그저 모든 직업인이 그렇듯이 나 역시 부와 명예와 의미를 좇는 평범한 사람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고흐(로 상징되는 모든 것0는 나에게서 잊혀졌다.
p.65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는 잊고 싶은 기억을 지워주는 클리닉 ‘라쿠나’가 등장한다. 사랑에 빠졌다가 끔찍하게 이별한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각자 라쿠나에서 그때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우는 데 성공하고 서로의 존재를 잊어버리지만, 결국 또다시 사랑에 빠지고 만다. 어떤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그 기억을 지워도 다시 그 사람에게 사랑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즉 각자가 지닌 이상형의 원형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로맨틱하고 운명적이인 속성으로 읽을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한편 어떻게 해도 벗어나지 못하는 인연의 속박으로 볼 수도 있다.
마음산책에서 협찬해 주신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