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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2
올더스 헉슬리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24년 11월
평점 :
기계문명 발달에 도취한 현대사회,
전체주의와 결탁한 과학의 진보가 미래에 가져올
비극을 경고한 20세기 디스토피아 소설의 대표작
에브게니 자먀틴의 <우리들>, 조지오웰의 <1984>, 그리고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세계3대 디스토피아 소설로 꼽습니다. 암울한 미래 세계를 그린 뛰어난 현대 고전을 남긴 올더스 헉슬리는 명문 집안 출신의 영국 작가로서 광범위한 지식뿐 아니라 예리한 지성과 우아한 문체, 그리고 때로는 냉소적인 유머 감각으로 유명합니다. 그가 1932년에 발표한 작품 <멋진 신세계>는 금세기에 미래를 가장 깊이 있고 날카롭게 파헤친 작품 중의 하나로 평가받는 작품으로 독자도 여러 번 읽은 책으로 문예세계문학선 두 번째 작품으로 기대가 됩니다.
<멋진 신세계>는 과학이 최고도로 발달해 사회의 모든 면을 관리.지배하고, 인간의 출생과 자유까지 통제하는 미래 문명 세계를 그린 작품으로 인간성을 상실한 미래 세계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한편, 신의 영역을 넘보는 인간의 오만함을 경고.비판합니다. 또한 조지 오웰의 <1984>와 마찬가지로 충격적인 미래 예언을 통해 인간의 자유와 도덕성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신의 계율은 결국 사회를 구성하는 인간들이 규정하는 것일세. 신의 섭리도 인간으로부터 얻는 것이야.” ---P.322
“산업문명은 극기가 없을 때 비로소 가능한 거야. 위생학과 경제학이 허용하는 극한까지 방종에 빠지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세계의 바퀴는 회전이 중지되고 말 것이니까.” ---P.323
가족이라는 유대가 사라진 세계, 죽음까지도 익숙해지도록 길들이기 훈련을 받는 세상에서 인간은 최소한의 존엄성과 인간적 가치, 그리고 스스로 생각할 자유마저 박탈당합니다. 헨리 포드가 T형 자동차를 대량으로 생산해낸 해를 기원으로 삼은 시대의 세계국(World State)에서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까지 다섯 계급으로 나뉘어, 필요에 따라 ‘맞춤형’으로 대량 생산됩니다. 하나의 난자에서 수십 명의 일란성 쌍둥이들이 태어나고, 이들은 끝없이 반복되는 수면 학습과 세뇌를 통해 어떠한 의문도 갖지 않고 정해진 운명에 순응하게 됩니다.
이들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수면 학습과 전기 충격을 통한 세뇌로 각자의 신분에 만족하며 살아가며그들은 정해진 노동 시간을 끝내면 자극적이고 단순한 오락들로 시간을 보내며, 항상 소마(soma)라는 약을 통해 환각과 쾌락을 느낍니다. 누구도 불만이 없고, 만인은 만인의 소유이며, 심지어 죽음까지도 무의미한 세계. 이 완벽한 유토피아에서는 모두가 다 만족스럽고 행복할까요?
그러던 어느 날, 신세계와 격리된 보호 구역에서 살고 있던 야만인 존이 이곳으로 초대된다. 존은 젊고 아름다운 사람들과 처음 보는 놀라운 과학 문명에 감탄하지만, 자유를 빼앗긴 채 아무 생각 없이 순응하며 살아가는 거짓된 행복에 점차 환멸을 느낍니다. 결국 야만인 존은 고통과 불행을 달라고 부르짖고는 홀로 외딴 등대로 가는데……. 그곳에서 과연 그는 갈망하던 원시적인 평화를 누리게 될 것인지 이것이 멋진 신세계의 이야기입니다.
체제의 수혜자가 되어 많은 것을 누리면서도 자신의 허영심을 충족하기 위해 체제 비판을 중단하지는 않다가 그는 이러한 이중생활을 즐기다 결국 그 체제에서 버려져 먼 외딴 섬으로 좌천되어 떠나버리게 됩니다. 버나드의 이런 모습을 통해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조차 어쩌면 객관적이고 공정한 것이 아니라 주관적이며 자기중심적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야만인 보호구역에서 레니나를 처음만난 존은 그녀의 매력에 반해 호감을 가지지만 차마 표현하지 못합니다.
레니나의 경우 처음엔 존을 놀라움과 이질감을 가지고 대하지만 존의 매력에 빠집니다. 둘이 연인 사이로 발전되나 했는데 막상 존은 결정적 순간에 레니나를 격하게 거부합니다. 표면적으로 존이 레니나를 거부한 이유는 성에 대한 두 사람의 견해차이 때문인데 레니나는 만인은 만이의 소유라는 신세계의 관념에 따라 너무도 쉽게 육체적인 관계를 요구하고 존은 구세계의 관점에 따라 가벼운 것이 아닌 무거운 것이기에 레니나에 대한 호감이 달아나 버리고 만 것이죠. 존과 레니나의 관계가 상징하는 것은 구세계와 신세계 사이에 있는 도저히 메울 수 없는 간극이라고 봅니다.
신세계의 문명은 구세계의 야만과 융합하기에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렸고 여러 가지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독자는 생각합니다. 이러한 큰 간극이 존을 죽음으로 몰았고 그는 자신이 신세계의 문명에 의해 오염되었다고 생각하고 보호구역에 돌아가지도 않은 채 스스로 고립되어 고행을 자처합니다. 이러한 모스은 신세계 사람들에게는 외계인처럼 보였고 그들은 존을 조롱하고 괴롭혔는데 이들에게도 구세계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었습니다. 존과 레니나의 파국, 그리고 존의 비극적인 사망 등 구세계와 신세계는 융합할 수 없다는 점을 작품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신세계 체제의 공고함과 구제불능인 점을 부각시켜 이 소설, 저자가 의도하는 비극적 느낌을 더욱 강하게 주고 있습니다. 읽을 때마다 느끼는 점이지만 이런 세계가 과연 앞으로 미래에 올것인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출판사 제공 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