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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 3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15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며 비로소 깨달은 인생의 지혜 42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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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 년이 다 나와 있는 큰 달력을 펴 놓고 2박 이상 여행을 갈 수 있는 연휴들에 색칠공부를 하고 있는 나를 보는 직장 동료들은 늘 “참 재미있게 산다”고 말을 했다. 세상에 가고 싶은 곳은 많지만 저렇게 적극적으로 다닐 수 있는 에너지가 부럽다고도 했다. 여름휴가를 가기 위해 몇 개월 전부터 비행기를 알아보고 예약을 해 놓고 준비하는 나의 지극정성은 아마도 주변 사람들에게 신나는 모습으로 보였던 것 같다. 재미나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 나쁜지는 않지만 사실 여행에 미쳤던 것은 삶이 우울했기 때문이고 사는 것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다녀온 유럽여행에 처음으로 여행에 내가 왜 그동안 재미없는 하루들을 보내 왔던가 후회를 했다. 좋아했던 클림트의 그림들을 책이 아닌 반짝이는 황금색이 칠해진 실물 그림을 넋을 잃고 그 자리에 앉아 한동안 말이 없었던 그날은 하루 종일 걸어 발톱이 빠져 고통스러웠던 일도 잊을 수 있었고, 늘 이름만 들어도 애잔한 빈센트의 오르세 미술관에서 본날은 정말로 가슴이 울컥해서 작은 액자 앞에 오랫동안 서 있었다. 왜 나는 그토록 작은 일이 흥분하며 하루를 망치고 때로는 그 일로 일주일동안 괴로워했었나 싶은 것도 여행 중 기차를 타면서 많이 생각했었다. 그래서 일 년에 한 번씩 있는 여름휴가를 위해 수개월 전에 비행기 표를 끊어 놓고 여행지의 책을 읽으면서 설레어하고 여행 루트를 짜는 동안에는 머리가 복잡하고 힘들지만 여행을 하고 오면 그런 시간들도 다 재미났었던 어느 해의 추억이 되어 있었다. 사는 게 매일 재밌지는 않지만 재미있는 며칠을 위해 그동안 나는 참 애를 쓰며 살았었다.



언젠가 읽은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좋은 느낌을 받았던 저자 김혜남의 새로운 책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는 일 년 중 일주일을 재미있게 살기 위해 애썼던 나의 지난날들도 재미없었던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생각하게 했다. 왜 그토록 며칠의 즐거움을 위해 오늘은 참는다는 생각을 했을까.




정신과 의사, 두 아이의 엄마, 한 남자의 아내, 그 가족들을 구성한 며느리로 바쁘게 살아 왔던 그녀에게 생긴 파키슨병은 오늘 하루의 소중함을 알게 해줬다. 대학에서 만난 남편과 바쁜 생활 때문에 결혼이 즐겁지 않았다고 했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다는 그녀의 이력에 나는 그녀를 다시 한 번 존경하게 됐지만, 그 존경이라는 표현위에 그녀에게는 참는 인내의 시간이 있었다. 누군가 자신의 옷장 서랍을 뒤지고 매번 참견을 한다면 그 갑갑함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그녀의 시어머니는 자신이 아들에게 해 줬듯이 옷장 서랍을 뒤져 정리를 해 놓고 잠을 자다가도 아들 걱정에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어느 프로에 나왔던 그런 시어머니였다. 퇴근 후 집에 들어와 나도 피곤하다며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고 눕는 남편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런 그녀가 한때는 이혼도 생각하면서 아이들에게 자신이 없어도 잘 살라며 눈물을 흘렸던 그 날들이 그녀가 지금 말하는 그 “재미”라는 것에 해당이 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병을 얻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했다.

진료 시간이 아닌데 전화로 혹은 면담으로 괴롭히는 환자들을 만나더라도 직업이 있다는 것이 소중해지고 내가 벌어서 내 치료비를 낼 수 있는 그 떳떳함이 자랑스러워지는 것이다. 몸이 점점 안 좋아지면서 이제는 직업이 있다는 것, 사랑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 소중한 가족이 내 옆에 있다는 것보다 훨씬 더 원초적인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몸이 점점 굳어가는 파킨슨병으로 어느 날 화장실을 가고 싶은데 몸이 움직여주지 않아 고통스러운 그때 5분이 지나서야 화장실 앞으로 딱 한 발짝 움직이면서 이제는 몸이 내 생각대로 자연스럽게 움직여 주는 것, 그 소중한 시간이 자신에게 허락되는 것, 그 삶이 얼마나 즐거운 것이고 가치 있는지 알게 되었다고 했다.


“내가 가려는 먼 곳을 쳐다보며 걷는 게 아니라 지금 있는 자리에서 발을 쳐다보며 일단 한 발짝 떼는 것, 그것이 시작이며 끝이다. 그렇게 한 발짝 한 발짝 내딛는 데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P24

그런 그녀가 자신의 딸과 아들에게 남기듯 얘기하는 이 마흔 두 가지의 얘기가 나이든 꼰대의 참견으로 들리지 않는다. 마지막 장은 그녀의 딸과 아들에게 전달하듯 썼지만 그 얘기 또한 가르침을 주기 위한 얘기들은 아니었다. 뭔가 권유하지만 내가 인생을 지금까지 살아보니까 이런 일도 있었더라, 이런 얘기는 한번 참고해봐, 라는 듯 얘기하는 그의 얘기들은 선하고 부드럽다. 아마도 파킨슨병은 그녀를 바람에 불면 몸을 다 내어주고 흔들리는 풀과 같은 존재로 만들었나보다. 그래서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를 지키는 법에서 그녀는 자신의 맘처럼 행동해주지 않고 상처를 주는 사람들을 대할 때는 그들의 행동을 그냥 외워버리라고 한다. 남편과 자신의 쓰는 장롱과 서랍장을 자신의 방식대로 정리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시어머니를 어느 순간 어차피 고쳐지지 않으실 테니 원래 저런 분이라고 생각하니 “어떻게 저러실 수 있어?”라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는 것이다. 사실 상대방과 내가 다름을 알아가는 순간에 오는 가슴 답답함을 이겨내는 것은 쉽지 않다. 내공이 쌓여야만 가능한 얘기인 것이다. 그 내공을 쌓기 위해 하루를 재미있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미생]에서 김대리가 장그래에게 했던 얘기 중 살아가는 것이 하나의 문을 열고 닫는 일이라는 대사가 생각이 난다. 인턴사원에서 정식 직원으로 가기위해 애쓰면서 이 문을 통과하면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냥 인생의 수많은 문중에 하나의 문을 열어 봤을 뿐인 것이다. 저자 또한 지금 괴롭고 고통스러운 일이 끝이 나면 다 좋아질 것 같지만 사실은 이것은 그냥 하나의 문이 열고 닫혀졌을 뿐이라고 했다. 1학기 중간고사가 끝이 나면 기말고사가 다가오고 한 학기가 끝이 나면 2학기가 시작되고, 졸업을 하면 다른 입학이 있고, 다시 졸업을 하면 이제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문을 또 열어야 하는 것이 살아가는 과정이니 지금 고민을 하더라도 너무 괴로워하지 말자. 비록 이 생각이 가슴까지 전달되는 깨달음이 없을지라도 입 밖으로 한번 내보면서 살아가고 싶기는 하다. 아, 오늘 하루 소풍처럼 참 즐겁구먼.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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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 - 우리 삶이 직면한 위기를 해결하는 14가지 길
필립 코틀러 지음, 박준형 옮김 / 더난출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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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시아에서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빨리 민주주의를 이뤄낸 대한민국이지만 아이들의 행복지수나 삶의 만족도는 현저하게 낮다. OECD국가 중 자살률은 1위이며 얼마 전 모 방송을 통해 본 언론의 자유에 대한 순위는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으니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는 앞으로 어떻게 굴러 가는 것일까 암담하기만 하다.

 

필립 코틀러가 이 책을 펴낸 이유는 자본주의는 저자 스스로 자신에게 자본주의란 무엇이며 지금 살고 있는 시장논리 또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그가 말한 자본주의의 단점 보완을 위해 더 행복한 삶을 추구하기 위함이다.

 

그가 지금 살고 있는 자본주의의 삶은 만족스럽지만 그러지 못한 14가지의 단점이 있다고 말한다.

 

 

필립 코틀러가 바라보는 자본주의 단점 14가지

 1. 지속적인 빈곤에 대해서 해결책을 거의 또는 아예 제공하지 못한다.

2.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진다.

3. 수십억 명의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지 못한다.

4. 자동화 때문에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

5. 기업들이 사업을 하면서 사회에 초래한 비용 전체를 부담하지 않는다.

6. 규제가 없을 때, 환경과 천연자원은 남용된다.

7. 경기순환과 경제 불안정을 유발한다.

8. 지역사회와 공익을 희생시키고, 대신 개인주의와 사리사욕을 강조한다.

9. 개인들이 과도한 부채를 짊어지도록 조장하고, 생산 중심의 경제가 아니라 금융 중심의 경제구조를 이끌어낸다.

10. 정치인과 기업의 이익단체가 결탁해 시민 대다수의 경제적 이익을 막는다.

11. 장기적인 투자계획보다 단기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계획을 선호한다.

12. 상품의 품질과 안전성 문제, 과대광고, 불공정 경쟁행위가 만연하다.

13. GDP 성장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14. 시장에 적용되는 공식에 사회적 가치와 행복이 빠져 있다.

 

 

 

앞에 열거한 14가지의 단점이 보완된다면 더 없이 행복한 삶을 살아 갈 수 있다는 그의 논리에 의해 책이 정리됐다. 사실 이 부분에서 몇 가지 불만스러운 것도 있지만 대부분 공감되는 부분들이다. 우리나라의 GDP를 생각하면 주변에 그것보다 훨씬 못 미치는 연봉을 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많이 보았고 열정 페이만으로 살아가야 하는 청년층도 많다. 아니 청년층도 그렇지만 장년과 노년층은 상당수의 삶이 현저하게 낙후되어 있는 부의 재분배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이가 이 세상에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인물 중에 레닌을 꼽았던데, 공산주의 속에서 공평한 삶을 외쳤던 레닌도 상당한 부자였고 대 저택에서 살았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부의 재분배는 그 어떤 곳에서든지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면 이 책의 말미에 나와 있는 것처럼 행복한 삶을 살아가기 위한 여러 가지 고민을 통해 성숙한 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더 많이 가졌다고 해서 행복한 것은 아니겠지만 분명 편리하고 편안한 삶을 살아가는 것은 맞다. 돈이 주는 안락한 삶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행복한 삶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진정한 행복은 물욕을 없애고 물질 없이 행복한 방법을 알아가는 것이라고 하는데, 이것 또한 일정 부분에서는 오류가 있다. 하지만 분명 많다고 행복한 것은 아닐 테니 그렇다면 물욕을 느끼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검소한 삶을 살아가자고 말하는 부분에서 잠시 한숨 한번 쉬었고, 저자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사실 좀 궁금했다.

 

 

점점 높아지고 있는 전 세계적으로 큰 문제를 가지고 있는 실업률은 심각하지만 여전히 그 속에서 희망을 떠 올려야 하고, 행복한 나를 찾아야 하는 암울한 지금이더라도 물질적, 정신적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부정적인 단점들만 놓고 불만을 높여 본들 손해인 세상이니 더 똑똑하게 현실을 주시하며 살아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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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불면증이 다시 생겼다.

3월부터 잠을 못자더니 결국 4월에는 하루에 3시간 이상 잠을 잘 수가 없을때도 있고

어떤 날은 매일 같은 시각 5시에 잠들어 7시에 알람없이 눈을 뜨는 기록도 만들고 있다.

그렇게 4월을 보냈더니 한달에 읽는 책의 권수는 현저하게 떨어졌지만 마음은 이상하게 편했다.

잠을 자지 못하면 책을 읽을수 있을거란 생각에 책을 들었지만

난독환자처럼 눈에 활자가 안들어 오고 들어 온들 감흥이 없고 소설속의 주인공을 이해하지 못해서 화가 날때도 있다.

이런 나를, 책이 달래줄 수 없다니.

 

나는 책이랑 안 맞는 사람인가. ㅎㅎ 그렇지만 분발해서 책을 읽어보려 한다.

이따위 불면증은 사라질것처럼 읽어보련다.

 

 

 

 

 

 

 

 

 

 

 

 

 

 

 

 

 

 

 

1. 도시를 걷는 사회학자.

 

파리에 대한 글을 쓴 작가이다.

2년전 찾은 파리는 참 좋았다. 한참 소매치기 많다고 특히 아프리카에서 몰래 입국한 흑인들의 강매가 있으니

조심하라는 한 카페의 글을 읽으며 좀 떨었는데, 사이요궁 앞에서 만난 흑인들이 파는 에펠탑 기념품을 사면서

나는 열심히 살아가는 그들에게 응원했었다. 남의것 탐내지 말고 더 열심히 이렇게 부지런히 살아가세요...

비록 그때 산 에펠탑이 상점에서 산것보다 싸지 않았지만...흥정하면서 느낀 그의 웃음으로 대신하려 했던 값이니

우리는 아까워하지 않으며 집에 상식해 놓고 간혹 흑형이라고 부르는 그들을 떠 올려 보기도 한다.

그가 말하는 도시, 파리 그리고 서울은 어떤 곳일까

 

 

 

 

 

 

 

 

 

 

 

 

 

 

 

 

 

 

 

2. 낡은 것들의 힘.

 

새옷을 사도 그곳을 자주 입는것보다 그동안 입었던 옷을 입고 외출을 할때가 훨씬 더 많다.

그러면서도 새 옷을 사지만 보풀 일어난 티셔츠를 버릴때마다 많은 생각을 한다.

아, 이럴수가...이 옷은 그때 친구 나가 내 얼굴이 훨씬 환해 보인다며 좋아했었지...

그래서 버릴수 없는데 어쩌나 생각하다가 다시 서랍에 넣어 놓기를 어려번.

입지 않다가 다시 정리함에 들어가지 못하는 옷을 보면서 나는 또 한번 오래전 내게 칭해줬던 친구를 떠올린다. 

낡은 것들이 가지고 있는 추억의 힘은 참, 대단하구나... 

 

낡은 것들, 추억을 간직한 것들을 얘기해 주는 작가들의 이야기는 얼마나 또 가슴 뭉클 할까

 

 

 

 

 

 

 

 

 

 

 

 

 

 

 

 

 

 

 

 

3. 서른 아홉,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내가 고등학교 2학년때, 내 동생은 중학교 2학년때 우리집에 피아노가 생겼다.

왜 그렇게 피아노를 가지고 싶었는지...

지금은 이사 오면서 처분했지만

간혹 피아노를 가지고 이사를 올것을 후회를 했다.

 

저자는 어떤 마음으로 그 나이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을까

 

 

 

 

 

 

 

 

 

 

 

 

 

 

 

 

4.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하, 이 책은 그냥 읽어야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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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4 22: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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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08 2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지프 앤턴]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조지프 앤턴 - 살만 루슈디 자서전
살만 루슈디 지음, 김진준.김한영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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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출판된 한권의 책으로 인해 한 남자의 인생이 달라졌다. 한가롭게 거리를 거닐며 커피를 마실 수도 없으며 집 앞에 놓인 신문을 가져 올 수도 없고 어딜 가든 경호원을 대동하지 않으면 다닐 수 없게 되었다. 아름다운 집에서 살지만 자유가 없는 불쌍한 모습이었고, 중요한 약속이 있어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시간이라는 이유로 집밖 출입이 거절되어 창살 없는 감옥 생활을 해야 하고, 방탄유리가 된 자동차가 아니면 탈 수 없는 신분이 되었다. 해외나 어디서든 날아오는 “너를 죽이겠다”는 살인협박 편지를 매일 받아야 하고 그의 고향 인도는 입국을 허락하지 않아서 고향으로 가는 여행은 할 수 없게 되었다. 인도는 그를 추방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이야기는 한때 조지프 앤턴이라는 이름으로 살았던 살만 루슈디의 이야기다.




살만 루슈디는 암울했던 이야기를 중점으로 자서전을 썼다. 그것도 1인칭이 아닌 3인칭으로 써서 처음에는 자서전이 아니라 평전인가 했지만 그는 그를 아주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보통의 자서전에서 보이는 나는 너무 잘났다는 얘기는 많이 없기 때문에 3인칭의 자서전이 주는 산뜻함을 느낄 수 있다. ‘나만 잘났어’가 많이 들어간 그 누군가의 자서전만큼 두껍다. 800페이지가 넘는 그의 얘기가 그의 소설처럼 드라마틱하다.



그는 [악마의 시]라는 소설을 쓴 후 이란의 지도자 호메이나가 이슬람에 대한 모독이라는 이유로 살만 루슈디를 처단하라는 종교 칙령인 파트와를 발표한다. 인도에서 태어나 열세 살에 영국으로 건너가 학교를 다니며 그곳에서 생활하며 책을 출판한 살만 루슈디는 영국의 보호 속에 13년 동안 감금 아닌 감금 생활을 지속했다.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 그것은 얼마나 지옥 같은 삶일까.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히키코모리 생활이 다를 바가 없다. 그 생활이 얼마나 지옥 같았으면 그는 늘 눈을 뜨고 내일이 있다는 것이 절망스럽다고 했을까. 눈을 뜨면 누군가 나를 죽이겠다는 죽음의 위협으로부터 하루를 맞이해야 하는 그의 일상은 희망과 매일 멀어졌다.

“ 지독히 비통한 순간에 그는 생각했다. 내가 아직 죽지 않은 것이 제일 큰 문제라고. 내가 죽으면 내 경호 비용이나, 내가 특별대우를 이렇게 오래 받을 만한지를 놓고 영국에서 야단법석을 떨지 않아도 될 텐데. 비행기를 탈 권리를 위해 싸우거나, 신체의 자유를 조금씩 늘리려고 경찰 간부들과 다툴 일도 없을 텐데. 어머니, 누이들, 아들의 안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텐데. 더 이상 정치인들하고 이야기 할 필요도 없을 텐데.(이게 정말 큰 이점이다.) 인도에서 추방당한 것에 더 이상 상처받지도 않을 텐데. 스트레스지수도 현저히 떨어질 텐데.” P539

그를 이토록 지독한 순간으로 몰아세운 [악마의 시]를 읽어보지 못해 어떤 내용인지 몰라 찾아 봤다. 소설 속에 나오는 두 주인공은 인도 이민자 살라딘 참차와 지브릴 파리쉬타가 다양한 문화적 관점에서 본 세계를 묘사하고 있는데 무함마드의 삶을 소설화하고 정신병자에게 천사의 역할을 맡겼다는 이유로 이슬람인들은 모욕을 받았다고 생각하며 살만 루슈디에게 아직까지 감정이 좋지 않다고 한다. (네이버 백과사전 참고)

결국 그를 도피생활을 하게 된 것은 소설이라는 문학의 종교 이야기가 문학으로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인도에서 태어난 사람이지만, 무신론자였던 아버지가 이슬람 종료에 매료되어 이슬람 문화와 종료를 접하면서 살았다. 그것 때문에 그가 이슬람 종료에 이권을 주거나 치중한 글을 쓴 것도 없고 그것에 역설되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을 것 같다. 단지 그는 많은 상상력을 가졌을 뿐이다. 그런 그의 문학 속에 담긴 이슬람 종교와 문화가 자신들과 맞지 않다고 하여 이토록 매도되어야 하는 것일까. [악마의 시]가 왜 그들에게는 문학이 아닌 비난의 결과물이 되었을까.

“어째서 소년은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과 자신이 아는 모든 것을 등지고, 지구의 절반을 돌아 머나먼 미지의 땅으로 떠날 결심을 했을까? 문학 때문이었을까? (확실히 책벌레였으니까.)” P47

인도에서 영국으로 공부를 하러 가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문학 때문이었고, 그가 [악마의 시]를 쓰게 된 것도 문학 때문이었다. [한밤의 아이들]이라는 책을 통해 3번의 부커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도 그가 어린 시절 먼 타국으로 문학을 위해 떠났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었다. 그리고 집시처럼 자유는 없지만 떠돌아 다녀야 했던 날들을 견딜 수 있었던 것도 그를 지탱해준 문학이 있기 때문이었다. [악마의 시]를 쓰고 두려워 소설 쓰기를 중단하지 않았고 유명한 수잔 손택이 지금 쓰는 소설은 무엇이냐고 물어 볼 때도 그는 앞으로 더 깊은 소설을 써야 겠다고 생각했다. 오로지 그는 좋은 글을 쓰는 것, 그것으로 그의 사람이 행복해 지는 것만을 바랐다. 그를 비방하는 사람들이 쏟아 내는 말, 명성을 노렸다. 유대인들이 시킨 짓이다. 이슬람을 비방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읽을 수도 없는 책을 누가 사겠느냐(P158)는 비난과 공격을 이겨 낼 수 있었던 것도 오로지, 문학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를 지킨 가족, 그리고 오십에 얻은 아들과 두 번째 부인 엘리자베스의 힘도 있겠지만.


하지만 그를 가장 추켜세웠던 말은 이런 말이었을 것이다.

“조지프 앤턴,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한다.” P388

파트와가 발표되고 십여 년을 도피와 감시 속에서 그를 다시 추켜세웠던 이름은 조지프 엔턴 이었다. 그것은 그의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소설을 쓰기 위한 가명이었다. 그가 그 가명을 벋고 자신의 이름으로 다시 책을 쓰는 날이 오기 전에 그가 독자들에게 쓴 글을 읽으며 독자와 작가가 해야 할 일들을 생각해 보게 됐다.

“독자 여러분께

제 작품에 대해 친절한 말씀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아주 기초적인 논점 하나를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책을 쓸 자유는 책을 읽을 자유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여러분이 읽을 책을 성직자나 ‘분개한 공동체’ 등이 선택하거나 심사하거나 검열하는 일은 없어져야겠지요. 도대체 언제부터 예술작품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작품의 가치를 결정하게 되었습니까? 예술은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증오가 아니라 사랑에 따라 진가가 정해지기 마련입니다. 사랑받는 책이 오래갑니다. 계속 읽어주십시오.” P412

우리는 앞으로 열심히 읽는 것으로, 그리고 그는 앞으로 더 행복한 글을 쓰는 것이 독자와 작가의 일일 것이다. 그 어떤 편견 없이 그저 예술 작품이라는 것으로만 그 가치를 논하며 살아갔으면 하는 소원은 분명 조지프 앤턴, 살만 루슈디와 똑같을 것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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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틈에 2015-04-22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별대우 때문에 영국에서 야단법석을 떨때 작가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오후즈음 2015-04-23 23:22   좋아요 0 | URL
제가 살만 루슈디의 삶이었다면 나는 어떻게 보냈을까 생각해 봤거든요.
아, 정말 이건 사는게 사는게 아니었겠지만 시상식도 가고...두번째 부인이랑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한걸 보면 뭐 큰 자유만 없었을뿐...이런 부분때문에 영국 시민들은 아마 살만 루슈디의 특별 보호를 곱지 않은 시각으로 봤던것은 아니었을까. 머...어찌되었던...그는 전업 작가로 부를 누리며 사는것 같으니....(우리 나라에서 전업 작가로 사는게 참 힘들다는 김영하 작가의 말에 충격받아서 다른 나라에서 전업 작가로 사는게 정말 대단한거구나 느끼거든요. 그래도 이름 값도 하고 책도 잘 팔리는데 전업 작가로 살기 어렵다는 말을 그 한테 들으니 좀....그랬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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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작가 글.그림 / 예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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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엘리엇은 4월이 잔인한 달이라고 했던가. 유난히 만발하게 꽃들이 피어나는 4월에 황무지를 보면서 생각했겠지. 나는 다른 의미로 견디기 힘든 3월이 지나 4월에 그런 느낌이었다. 봄이 참 예쁘구나. 이렇게 예쁜 봄을 앞두고 나에게 왜 그토록 버티기 힘든 일들이 일어났을까. 3월이 내게 깊은 상처를 주지 않았다면 지금 이 봄이 미치도록 사랑스러울 텐데 분홍 벚꽃들도 그저 시들해진 마음과 함께 아무 감정이 없을 때 읽게 된 책에 가슴이 훌쩍거렸다. 그녀를 통해 나의 이 괴로움은 스쳐지나가는 봄날의 바람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에 그간 훌쩍거린 3월이 미안해졌다.




지난 3월 내부적인 일들로 잠을 못자고 책도 읽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책을 읽는 일이 부질없어 보였다. 이렇게 책을 읽는다고 한들 그 어떤 것도 나를 위로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간 미뤄 놓은 책들을 모두 다 구석에 넣어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한 달을 보냈다. 그동안 시간이 아까워서 한 번에 두 가지의 일도 했었던 나였는데 이토록 아까운 시간을 휴지처럼 쓰레기통에 넣어버렸다. 제발 빨리 시간이 갔으면 했다. 지겨운 이 마음이 떨쳐 나가길 바랄뿐이었는데, 책속의 주인공은 참 부지런했다.

두 살 때 열병을 앓은 뒤 청각을 잃은 그녀는 소리 없는 세상에 놓이게 되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는 것에 감사드렸고 그녀의 어머니 또한 말을 할 수 있게 혀가 굳지 않도록 연습을 시켰다.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해도 그녀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고, 그녀가 마음을 담아 그린 귀가 큰 토끼 “베니”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한때 잘나갔던 싸이월드 스킨 작가로 활동했던 그녀가 사람들이 떠나서 이제는 많이 사용하지 않는 스킨 작가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고민할 때쯤 그녀에게 찾아온 또 하나의 불행한 소식은 그녀가 앞으로 더 이상 앞을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이었다.



개그맨 이동우가 앓고 있는 그 병, [망망색소변성증]. 점점 시력을 잃어 가는 그 병은 그녀가 김연아의 스케이팅을 보면서 아직은 이렇게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한 그녀였지만 또 한 번의 시련에 그녀는 말했다. 잘 들리지 않아도, 앞이 보이지 않아도 어떤 것이든 만질 수 있는 손이 있지 않느냐고. 하나를 포기하면 나머지 것들에 충실하면 행복한 하루가 되지 않느냐고. 그것을 즐긴다면 인생이 얼마나 아름답냐고 말이다.

그녀의 캐릭터 “베니”가 유독 큰 귀를 가지고 있는 것은 그녀가 듣질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은 들을 수 없으니 대신 많은 소리를 듣기 위한 큰 귀를 가지게 된 베니는 앞으로 앞을 보질 못할 그녀를 대신해 더 맑고 예쁜 눈을 가질지 모른다.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는 베니는 그녀가 적어 놓은 버킷리스트 30가지를 모두 클리어 할지 모르겠다.



그녀가 적어 놓은 버킷리스트는 사소한 것도 있고 굵직한 테마를 가진 것도 있다. 그녀만의 작업실을 갖기, 엄마에게 미역국 끓여 드리기, 우유니 소금사막에 가서 누워보기, 김연아 선수 만나기, 소개팅 해보기, 운전면허증 따기, 살빼기등 많은 것들이 있지만 이중에 살빼기에서 그녀가 참 착한 심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녀 역시 여자였다. 예쁜 것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는 더 예뻐 보이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거리를 걷고 싶고, 때로는 눈물도 흘리는 그런 연애를 하고 싶은, 어쩌면 너무나 일상적인 그런 하루를 가지고 싶은 사람이다. 그녀가 살을 빼고 싶은 이유는 남자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가 아닌 앞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은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지 않고 누구에게나 예뻐 보이고 싶어서라고 했다. 앞을 보지 못하니 자신의 옷을 입혀줄 사람이 아무 걱정 없이 옷을 입혀 줄 수 있도록, 그리고 그것 때문에 그 사람이 걱정을 하지 않도록 건강하고 날씬한 몸을 가지고 싶은 그녀. 자신은 모습을 볼 수 없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 아무 옷이나 입어도 예쁠 수 있게 살을 빼겠다는 그녀의 이 소망에 그녀의 마음처럼 예쁜 누군가가 옆에 와줬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같이 해 봤다.


“서로가 서로를 안아주는 그 온기로

아주 작더라도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 싶어요." P189

그녀가 명동에서 프리 허그를 하고 싶은 이유는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몇 주 전 힐링캠프에서 김제동의 “고마워요, 들어줘서”를 보면서 나는 내게 지금 필요한 것이 나의 얘기를 들어주며 나의 등을 쓸어주는 위로였다는 것을 느꼈다. 나에게 3월이 힘들었던 것, 그로인해서 4월도 쓸쓸해서 책을 읽기도 싫었던 것은 어쩌면 가장 필요한 위로를 받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많은 것을 잃어가는 그녀가 느끼는 오늘 하루의 고마움이 내게는 온전한 몸으로 느끼는 가장 부족한 하루였는지도 모르겠다. 들리지 않고 점점 보이지 않은 오늘 하루도 괜찮다는 그녀는 하루를 소중히 여기는 것을 아는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그녀의 버킷리스트가 꼭 완성되길.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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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4-23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후즈음님 마음은 괜찮아지셨는지 모르겠어요 저도 가끔씩 힘든 일이 생기면 모든걸 내려놓고 그렇게 흘려보낼때가 참 많아요 어떤분들은 책을 읽으며 위로를 받는다지만 그 기분으론 책도 안들어오고 마음이 어느정도 진정된 뒤에야 글도 보이고 마음도 느껴지고 위안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마음이 힘들땐 굳이 무언가 생각해서 하려는것보다 마음에서 하자는데로 편히 지내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것도 참 좋은거 같아서 몇자 남기고 갑니다^~^ 맛있는 저녁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래요^~^

오후즈음 2015-04-23 23:15   좋아요 0 | URL
해피북님, 감사합니다. ^^
한달동안 리뷰 기한이 있는 책 말고는 읽지 않고 있었는데 책을 읽었던 시간만큼 참 빨리 흐르네요.
봄인데, 봄을 느끼지도 못하고...벌써 4월말이예요. 뭔가 좀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고....

여튼...파이팅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