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생활비를 출금해야해서 오늘 토요일인데도 은행에가서 atm기로 돈을 인출했다.
혹시 몰라 늘 펑일에 갔는데 오늘은 한국서 가져온 유로를 다 써서 인출해야만 했다.

500유로 인출하려니까 360만 가능하다고 뜨기에 알았다고 확인 버튼을 누르니 돈은 안나오고
카드만 나왔다.
이상해서 서 있다가 다음 사람에게 양보하니 그 사람도 안된다며 다른곳으로 갔다.
나는 그냥 기계가 이상 있나봐 하고 집에 와서 혹시나 하고 인터넷 뱅킹 어플을 와이파이 잡아 확인했더니 돈이 출금되었다.


ㅠㅠ 내돈 50만원.
급하게 은행으로 가봤더니 안됐던 그 기계에서 돈을 뽑는 사람들을 봤다.

아 미치겠다.
토요일이라 은행 직원은 없고
영수증도 나오지않아
나의 이 사실을 확인 시켜줄 사람이 없다.
독일인들은 이런것에 얄짤없다던데 미치겠다.
울고 싶다. 500유로가 아니라 360유로인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까. 난 진짜 왜이럴까

유랑 카페를 막 알아보니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을 찾았는데 돈을 다시 받을수 있더라도 한달이 넘게 혹은 석달도 걸린단다.


제발.
착하게 있다가 귀국할테니
내 현금을 돌려주세요. 오늘 이렇게 종교도 없는 나는 계속 기도했다. 내일부터 수업에 들어가야해서 오늘 공부해야 하는데 지금 열받고 속상해서 잠이 안온다.
월요일에 좋은 꿈 꿔서 로또 사라고 한국에 얘기 하고 기다렸더니 꽝이란다.
로또 꽝이었으니 제발 인출된 내 돈은 돌려주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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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7-07-02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꼭 찾을 수 있기를 한국에서도 간절히 바랍니다.

오후즈음 2017-07-04 06:5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ㅠㅠ

oren 2017-07-02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 없는 기계가 사람 잡더라고요.
3년 전에 벨기에 갔다가 ‘주차 정산 시스템‘한테 붙잡혀서 몇 시간 동안 진땀 흘린 거 생각하면 아직도 진땀 나요.. 아무리 제대로 절차를 밟아도 정산이 안 되고, 차 뺄려는 사람들은 연신 밀려들고 말이지요...

오후즈음 2017-07-04 06:58   좋아요 0 | URL
정말 식은땀 나는 일이셨겠네요. 저도 이놈의 기계 때문에 정말 사람 잡네요...

cyrus 2017-07-02 1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난감한 상황이군요. 타지에서 돈이나 지갑을 잃어버리면 얼마나 마음이 아찔한지 정말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돈이 무사히 되돌아오길 바랍니다.

오후즈음 2017-07-04 06:59   좋아요 0 | URL
긍정적인 대답을 받았습니다. ㅠㅠ 계좌로 송금 되기전까지는 아직 안심은 안되네요. 으휴.....못살겠어요.
 
친구가 뭐라고 - 우리의 삶은 함께한 추억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답다
사노 요코 지음, 이민연 옮김 / 늘 / 201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 시절에는 집에서 친구들과 놀러 좀 그만 다니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다. 밖에 나가서 놀면 집에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하셨고, 그것 때문에 나의 모든 것들에 제약이 생겼다. 숙제를 빨리하면 친구네 집에 놀러 갈 수 있고, 내 방 청소를 빨리 마치면 밖에 나가 친구들과 놀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이 생겼던 것이다. 그런데 그 친구와 놀러 다니는 것도 어느 정도 나이를 더 많이 먹으니 각자가 더 소중하게 챙겨야 할 것들이 생겨 친구와 함께 공유 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친구가 뭐라고]를 쓴 사노 요코는 처음에 친구가 없어도 될 것처럼 얘기 했지만 결론은 그렇지 않았다. 어떤 일이든 챙기거나 알려 주거나 공유 되는 것들이 모두 다 있어야 친구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처럼, 어느 날 소식을 끊었어도 수술한 배를 움켜쥐고 돈을 빌려 달라고 전화를 걸 수 있고, 나의 부고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달려와 나를 위로 해 줄 수 있는 그런 친구가 필요하다.

다른 작가와 인터뷰를 하는 걸로 시작된 이 책 속에 그녀의 진실성이 얼마나 많이 담겨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녀가 쏟아 놓는 친구와의 일화들을 통해 지나간 나의 친구들을 떠 올려 볼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지금은 하지 않지만 매년 다이어리를 정리 할 때마다 더 이상 연락하지 않는 지인들의 연락처를 지워 나갔다. 이후 핸드폰을 바뀌게 되면 자동적으로 연락처를 다시 옮겨 넣으면서 멀어진 이들의 연락처를 지우거나 때로는 다시 연락 할 때도 있었다. 지워지는 이들에 대해 아쉬운 것이 없다가 문득 나도 어떤 이들에게 이렇게 지워 지겠다는 생각에 씁쓸했던 기억이 난다.

그녀는 친구와 멀어졌을 때, 혹은 심하게 다투었을 때 친구와 화해를 하기 위해 애쓰기 보다는 그냥 둔다고 했다. 억지로 다시 만나기 위해 애쓰지 않는다. 나에게도 간혹 이런 것들이 그전의 감정보다 훨씬 더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부러 싸우지 않기 위해 참다가 결국 그것이 더 큰 눈덩이처럼 커져 싸워 안보는 사이로 남게 된 경우도 있다. 그녀처럼 그냥 시간이 더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로 남을 때까지 기다려 봤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관계의 친구가 떠올라서 마음이 쓸쓸했다. 그녀의 말처럼 그렇게 기다리다 보면 우정이 우정을 불러들일 때까지 있었다면 나는 정말로 소중한 그녀를 잃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우정이 우정을 부른다는 그 말은 어떤 말일까? 시간이 지나서 이제 아무것도 아닌 일로 남을 때까지 시간을 두는 것, 그래도 마음에도 더 이상 앙금이 남지 않아 이제는 아무것도 아닌 일로 치부 할 수 있는 그런 일, 그런 시간을 갖기 위해 사실 얼마나 많은 고독의 시간이 필요 할지 생각해 보니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생기는 오해는 인생 경험치와 서로 맞닿아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녀는 오랜 시간을 들여 친구를 만나야 하기 때문에 새로운 친구는 필요 없다고 했다. 그런데 나는 꼭 오래된 사람만이 진정한 친구로 남는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물론 그 친구의 진가를 알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고, 어떤 사건도 필요할 것이다. 그런 경험치를 불러와 그 사람의 인성을 알 수 있겠지만, 간혹 내 초등학교 시절의 친구, 중학교 고등학교의 친구들만 오랜 친구, 진정한 친구로 생각하는 주변의 몇몇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사회에서 만난 동료들과 훨씬 많은 교감을 하고 소통을 하며 잘 지내고 있을 때마다 내가 뭔가 잘못된 사람인가 생각이 든다. 내겐 오래된 친구들은 중학교 동창들이었다. 중학교 친구들은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을 돌보느라 아이가 없는 나에게는 더 이상 연락을 하지 않고 자기들끼리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 놓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나는 더 이상 그녀들에게 연락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때 나는 내 인생에 친구가 뭐라고 생각하며 많은 고민을 했다. 꼭 오래된 친구들만이 진정한 친구로 남는 건 아니잖아? 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훨씬 편해졌고 내 주변에 남은 지인들이 더 빛나보였다. 그들을 더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많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서로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그 수간이 얼마나 즐거운 일이고 행복한 일인지 잘 알고 있으므로 나는 내 옆에 있는 그들과 더 행복하게 살기위해 배려와 안부를 나누며 살기로 했다. 물론, 그들도 그렇게 해 줄 것이라고 믿어 본다. 그런 이들만 내게 남았다고 나는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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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6-25 0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죽기 전까지 자주 만날 수 있는 친구 다섯 명만 있어도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
 
아이슬란드가 아니었다면 - 실패를 찬양하는 나라에서 71일 히치하이킹
강은경 지음 / 어떤책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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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를 찾기 위해 블로그를 뒤지다가 한번은 이 사람은 직업이 뭘까?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매월 어딘가를 떠나서 올리는 사진을 보면서 부러움에 그녀의 삶이 나의 삶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런 일상이 매일 즐거울까? 생각해 보니 여행은 하는 동안도 즐거웠지만 준비하는 그 과정의 두근거림 때문에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 과정 없이 매일 이어지는 여행이 좋기만 할까.







그녀가 선택한 아이슬란드에 대한 정보라곤 오로지 몇 년 전 여행프로에서 본 오로라에 대한 환상밖에 없다. 언젠가 나도 저런 오로라를 꼭 보리라. 그것이 나의 원대한 꿈이라고 지인들에게 떠들고 다녔는데 그녀는 나보다 훨씬 먼저 오로라가 아닌 그녀의 텅 빈 삶의 공간을 채우기 위해 떠났다.

살인적인 물가로 유명한 아이슬란드에서 단돈 370만원을 가지고 70여일을 히치하이킹과 야영만으로 버텼다는 그녀의 여행기는 그동안 민박과 호스텔 생활 없이 오로지 호텔과 Airb&b만으로만 여행을 한 나에게는 큰 자극이었다. 남과 함께 화장실을 쓰지 못하고 잠자리도 함께 하지 못하는 나름 중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서 그녀의 장기 여행에 많은 자극이 되었다. 유난스러운 것도 있겠지만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참지 못 하는 것이라는 것을 얼마 전 여행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나는 내가 까다로운 사람인줄 알았는데, 불편함을 못 견디는 개인주의자 였던 것이다. 물론 그녀처럼 꼭 이런 여행만은 옳은 여행이라고 할 수 없다. 여행은 나름의 선택이고 그것을 즐기면 그것으로 족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의 여행기를 읽고 그간의 나의 지나온 시간들을 반추해 보았다.

그녀의 여행이 특별해 보였던 것은 단지 남들은 일주일에 다 쓸 수 있다는 부족한 여행경비와 야영, 히치하이킹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비가 와서 마르지 않은 축축하게 젖은 양말을 신고 다니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나서는 그 고단한 시간을 참으며 견디는 것이 대단해 보였다. 내가 그녀였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우선 젖은 양말을 다시 신고 비바람을 맞으며 하이킹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봤다. 그러면 그녀처럼 그 고단한 밤은 또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내일도 나일질것 없는 그런 악천후 날씨를 견디며 계획했던 코스를 여행 할 수 있을까? 매일 식빵 두 쪽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 없으며 젖은 신발을 매번 아무렇지 않게 신고 갈 자신도 없다. 그리고 그녀만큼 자신 없는 영어로 친구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남들이 불가능 할 것 같다는 것을 해냈다. 살인적인 물가 따위 저리 가버리라며 370만원으로 71일의 히치하이킹을 완성 하였다. 심지어 그녀는 여행이 끝나기 전에 200여만 원이나 남았다고 하지 않았나? 나라면 분명 남은 돈을 생각하며 식빵이 아닌 훨씬 맛있는 고 단백으로 식사를 했을 것이고 야영이 아닌 따뜻한 호텔로 한번쯤은 숙박을 해결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호사를 모두 하지 않았다. 평생 작가로 살지 못할 것 같다는 그녀는 서른세 번째로 그녀에게 작가로 허락을 해준 책을 출판했으며 아이슬란드의 여행을 마쳤고, 그녀에게 들은 그녀의 아이들의 얘기를 통해 그녀 스스로 자신의 응어리진 부분을 풀어 내지 않았을까.

‘행복지수’ 3위권에 드는 아이슬란드에도 슬픔에 잠겨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제일 비참하게 있다고 생각되는 그 순간 내가 아닌 상대방을 위로해야 할 때도 있는 것이다. 그녀가 위로 하려 했던 그의 마른 등을 토닥였을 그 순간을 생각하니 나는 문득 내게 등을 졌던 다른 이들의 모습도 생각이 났다. 그들의 등을 나는 토닥여 줬을까.

“먹구름과 파란 하늘이 번갈아 나타났다 사라졌다 했다. 오후 6시, 마침내 오늘 나의 목적지인 아프나르스타피에 도착했다. 해안가의 작은 마을이 있었다. 헤어질 때 얄티가 악수를 청해 왔다. 나는 살짝 그를 안고 등을 토닥였다. ‘페타 레다스트(잘될 거예요)!’ 속으로 중얼거리며.” P261

그간 여행을 통해 남는 것들이 많지 않았다는 것을 책을 통해 느꼈다. 나는 이렇게 뭔가를 기억하며 그곳을 떠나 왔던 적이 있었던가. 꼭 어떤 기록물을 만들어 놓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새삼 그저 남의 나라 갔다는 것으로 즐겁게 여행을 하고 왔다는 생각에 그간의 여행에게 좀 미안해지는 기분이 든다.

“다시 산다면 아니, 앞으로 남은 인생이라도 ‘꿈은 이루어진다’는 희망고문 따위 붙들지 말아야지. 아이슬란드 사람들처럼 ‘내일’, ‘다음’ 따위의 단어도 버려야지. 수시로 땅속에서 불이 솟구쳐 오르고 땅이 뒤흔들리고 뒤집히는 걸 보며 사는 아이슬란드 사람들에겐 ‘지금’이 가장 중요한 ‘내일’이 중요한 게 아니었나.” P444

독일에 온지 이제 일주일에 접어든 나는 매일 뭔가를 꼭 이뤄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하루가 피곤했다. 시차 적응을 하지 못해서 쌍커플이 생길 정도로 피곤에 절어있다. 비싼 돈을 들여 비행기를 타고 왔으니 그 시간만큼 뭔가 보상을 받아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안 읽히는 책도 꾸역꾸역 읽어 내려갔던 어떤 날 마주한 이 책을 통해 내일 뭘 할까보다 오늘을 가장 충실하게 채워야 할 아침을 맞이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녀처럼 나도 생뚱맞은 곳에 와 있다. 물론 그녀보다 나는 훨씬 편한 곳에 있고, 매일 아침을 식빵 두 쪽으로 해결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도 아니고, 언제든 좋은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돈도 있다. 아침마다 눈 뜨며 오늘 뭘 하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다를 뿐이다. 그녀는 보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고, 나는 아직 아무것도 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녀처럼 무거운 등을 지고 가야 할 배낭이 없지만, 한국에서 떠나 올 때 짊어지고 온 가슴의 상흔들이 매일 밤마다 찾아와 괴롭히고 있다. 그녀가 귀국하며 시원하게 벗어 버릴 수 있던 짐처럼 내게도 더 가벼워진 마음으로 귀국길에 오르길 기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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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6-15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일 여행, 다 잘 될 겁니다! ^^

오후즈음 2017-06-24 20:5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시차 적응이 이제 끝이 나서 덧글을 답니다.^^

오거서 2017-06-15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일여행이 새로운 전기가 되지 않을까요. 낯선 장소, 낯선 사람, 낯선 말… 등이 새로운 자극이 되겠네요.

오후즈음 2017-06-24 20:57   좋아요 0 | URL
꼭 그렇게 이번 독일 장기 여행이 남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독일에 도착하고 다음날 유심칩을 사서 넣었으니 내 핸드폰은 한국에서 온 전화를 받을 수 없다. 번호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톡에 문자가 아닌 카톡으로 연락을 해 달라고 썼더니 새벽에 (나는 새벽이지만 그들은 오후 한 낮이었던) 연락이 왔다.





“독일은 왜 갔어?”

여기 저기 놀러 다닌다고 생각하는 지인들은 이런 질문을 하지 않지만, 3개월이나 있겠다고 하면 독일에 왜 갔냐고 물어 본다. 처음에는 다 설명을 했지만 몇 번 얘기를 하고 나니 지겨워졌다. 왜 갔냐고? 그냥 온 거라고 하면 다들 너무 부러워 하니까 좀 더 사실적인 얘기를 해주면 아, 그랬구나. 힘들었겠네. 잘 지내다가 오렴이라고 답해준다.

독일에는 나의 대학 후배가 살고 있다. 그녀는 초등학교 동창과 결혼을 했다. 그의 직업이 독일에 있으니 당연히 독일에 살아야 한다. 그녀와 몇 달 전 얘기를 하다가 그녀는 흔쾌히 나에게 독일로 석 달을 머물다가 가라고 했다. 한번 다른 나라에서 살아 보는 것은 어때요? 그때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해외여행을 많이 다녔지만 한 달 이상 머물렀던 적이 없었다. 매번 어떤 여행이 끝이 나면 그곳에서 더 오래 머물다가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비록 머물고 싶었던 도시는 아니지만, 새로운 곳이니 더욱더 가고 싶었다.

그래도 일주일 이상은 고민을 했다. 비행기 값이 문제가 아니라 혼자가 아닌 후배의 남편도 있는 곳에 석 달이나 있을 수 있을지 고민스러웠다. 하지만 그런 고민보다 훨씬 더 가고 싶은 마음이 있으니 결국 새벽녘 대한항공 직항으로 비행기를 결제했다.

그리고 그리스를 다녀오고 홍콩을 갔다 온 삼일 후에 독일로 떠났다. 그리스를 다녀 올 때는 정말 짐이 많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말로 단출하게 짐을 싸기로 했다. 12일 이상 있었던 그리스에서는 캐리어가 23키로가 넘어 등에 지고 에코백에 넣고 공항에서 난리가 있었는데, 삼개월이나 있을 독일에서의 짐을 너무 간소했다. 물론 선물과 후배가 읽을 책을 싸서 오느라 좀 많았지만 그걸 빼면 정말로 간소한 짐이다.

 

 

 

 

 

 

 

 


내 짐을 넣으라고 책장을 비워 줬는데, 다 넣고 다니 이만큼 밖에 없다. 이렇게 간소하게 살아 갈 수 있다는 것을 떠나오고서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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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7-06-13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쪼록 ‘짐‘은 무겁더라도 마음만은 가볍게 여행 즐기시길요~

여행과 짐 말씀을 하시니 문득 김수영 시인의 ‘오래된 여행가방‘ 얘기가 떠오릅니다. 그 시에 딸렸던 곽재구 시인의 글과 함께요... 작은 주머니보다 더 작은 댓글창이지만 가위로 ‘잘라내어‘ 여기에 큼지막하게 ‘오려붙여‘ 봅니다.

* * *

오래된 여행가방

김수영(金秀映)

스무살이 될 무렵 나의 꿈은 주머니가 많이 달린 여행가방과 펠리컨 만년필을 갖는 것이었다. 만년필은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 낯선 곳에서 한번씩 꺼내 엽서를 쓰는 것.

만년필은 잃어버렸고, 그것들을 사준 멋쟁이 이모부는 회갑을 넘기자 한 달 만에 돌아가셨다.

아이를 낳고 먼 섬에 있는 친구나, 소풍날 빈방에 홀로 남겨진 내 짝 홍도, 애인도 아니면서 삼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은 남자, 머나먼 이국 땅에서 생을 마감한 삼촌···

추억이란 갈수록 가벼워지는 것. 잊고 있다가 문득 가슴 저려지는 것이다.

이따금 다락 구석에서 먼지만 풀썩이는 낡은 가방을 꺼낼 때마다 나를 태운 기차는 자그락거리며 침목을 밟고 간다. 그러나 이제 기억하지 못한다. 주워온 돌들은 어느 강에서 온 것인지, 곱게 말린 꽃들은 어느 들판에서 왔는지.

어느 외딴 간이역에서 빈자리를 남긴 채 내려버린 세월들. 저 길이 나를 잠시 내려놓은 것인지, 외길로 뻗어 있는 레일을 보며 곰곰 생각해 본다. 나는 혼자이고 이제 어디로든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ㅡ ㅡ ㅡ ㅡ ㅡ

˝신이 최초의 일주일 동안 창조한 것은 빛이 아니라 여행이었다˝고 말한 이는 그리스의 영화감독 테오 앙겔로 풀러스이다. 한 인간은 한 생애 동안 하나의 여행가방을 지닌다. 길 위에서 여행가방은 점점 낡아가며 때로는 쓸모없는 욕망의 꿈들로 부푼다. 점점 누추해져 가는, 점점 비릿해져 가는 여행가방이 아닌, 꽃향기가 솔솔 풍겨 나오는 여행가방, 구름이나 바람이 한참 머물다 가고 싶은 여행가방, 지혜와 신념과 헌신의 시간들이 묵은 때 속에 반질반질 드러나는 여행가방··· 길 위에서 오래 아파하며 그 여행가방의 주인이 된 이의 영혼이여, 축복 있으라.

- 곽재구 엮음, 『우리가 별과 별 사이를 여행할 때』중에서


오후즈음 2017-06-24 21:01   좋아요 1 | URL
시차 적응이 이제야 완료되어 덧글을 이제야 답니다.
넘 감동적이네요. 저도 가벼운 마음을 지니고 여행을 떠나도록 하려구요.
그런데 늘 마음도 몸도 짐도 너무 무겁네요.....언제쯤 가벼워 질 수 있을까요?

oren 2017-06-24 21:37   좋아요 0 | URL
시차 적응까지 마쳤으니 이제부턴 한결 여유롭고 즐거운 여행 만끽하시길요^^
사정이 허락하는 대로 궁금한 ‘독일 여행기‘도 계속 올려주시구요~

서니데이 2017-06-13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후즈음님 여행 잘 다녀오세요.^^

오후즈음 2017-06-24 21:01   좋아요 1 | URL
넵, 감사합니다. ^^ (넘 늦은 답변이죠? 시차 적응이 이제야 완료 됐네요.....참 오래 걸렸습니다. )
 

 

 

 

 

후배의 남편이 차려준 맛있는 아침상.


후배 남편은 독일 시립 오페라 극단의 오페라 가수다. 공연의 시간에 따라 출 퇴근 시간이 달라진다. 오늘은 조금 일찍 출근을 하면서 밥상을 차려 놓고 갔다.

시차 적응이 안돼서 늦은 기상을 하였고, 후배는 덩달아 나와 같이 늦은 아침을 먹게 되었다.


장을 보지 못해 아침상을 허술하게 차려 놓아서 미안하다고 밤새 걱정을 했다는데, 서울 생활 아침중에 이런 훌륭한 아침을 먹어본적이 없다.

너무 맛있는 아침상을 먹으며 후배에게 너 이렇게 대우 받으며 사냐? 물었더니 그렇단다. 부러운 눈빛 쏴주고 아침 식사 완료

 

 

 

 

 

 




늦은 아침을 먹고 중앙역에 가기로 했다. 티켓도 끊어야 하고, 한동안 쓸 유심을 사야 했다.

비가 왔지만 우산을 쓴 사람들을 찾기가 어렵다.

다시 비가 그치고 또 내리고 반복적인 날씨였다.

이런 날은 그냥 우산을 쓰지 않고 맞는다고 한다. 기능성 좋은 고어텍스 소재의 방수 신발과 자켓을 입고 있으면 비를 맞으며 그냥 걸어 간다는 후배는 비가 오자

가방에 넣은 고어텍스 자켓을 꺼내 입고 비를 맞으며 걸어 갔다. 내츄럴한 삶이구나.

나는 아직 관광객이니 그럴수 없다며 우산을 꺼내 들고 길을 걸었다.


한달 교통권을 끊기로 했다.

트램과 버스, 짧은 구간의 기차를 탈 수 있는 이 티켓의 한달 가격은 55.50이다.


유심은 o2에서 1기가를 10유로에 구입했다. 한국에서는 한달에 2기가도 부족하지만 쓰고 충전 할 수 있다니 그냥 우선 1기가 사용을 해 보기로 했다.

이제 어디든 갈 수 있고, 와이파이에 목 말라 하며 카페에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

 

 

 

사기로 한 것들을 모두 끝내고 산을 잠시 올라 프라이버그의 시가지를 구경하기로 했다.

처음 후배 집에 도착했을때는 유럽을 온 것 같은 느낌이 없는 도시적인 곳이라 이곳이 맞는 것인가 생각했다. 잠시 밖을 나오니 이런 멋진 곳을 볼 수 있었다.

이곳도 참 좋은 곳이구나. 갑자기 따뜻한 바람이 가슴속을 휘몰다가 사라졌다. 독일로 오기 전 내게 일어났던 일들을 떠 올리며 울쩍했던 시간들을 떨쳐내고 싶었다.

너무 빨리 달라진 일상에 한동안 모르고 살다가 이렇게 밖을 보며 있으니 나의 삶이 조금 달라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드디어 독일 맥주!

필을 먼저 선택했다.

많이 씁쓸한 맛이다.




그리고 프랑크 소시지와 학센과의 만남.

고소하고 부드럽고. 참 이상한 녀석이네!




아직은 관광객 모드로 있는 나의 시간은 계속 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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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6-12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침상에 제가 좋아하는 반찬들이 많군요. 버섯 구이를 양배추, 깻잎에 싸서 먹으면 맛있습니다. 이렇게 먹으면 아침에 고기 구워 먹는 느낌이 들어요. ^^

오후즈음 2017-06-12 16:43   좋아요 0 | URL
건강식으로 준비한 상차림이 좋았어요. 독일서 한국식 식탁이었습니다^^

붕붕툐툐 2017-06-12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독일에 계신 오후즈음님이 부럽습니다!!ㅎㅎ

오후즈음 2017-06-13 15:08   좋아요 0 | URL
다신 없을 호사를 누리고 있습니다. ^^

oren 2017-06-13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후즈음 님의 글과 사진을 보니 3년 전 이맘때 독일에서 마셨던 온갖 맥주들이 생생하게 다시 떠올라 미칠 지경이네요. 보름 이상 거의 매일 ‘독일 맥주‘를 마셨지만, 독일을 떠나 한국에 되돌아오니 금세 독일 맥주가 그립더군요. 아무쪼록 독일에 계시는 동안 맥주만큼은 실컷 드시고 오세요~ ☞ http://blog.aladin.co.kr/oren/7084974

오후즈음 2017-06-24 20:58   좋아요 1 | URL
oren의 말처럼 독일 맥주를 실컷 먹어야 하는데 이제야 시차 적응이 완료 되서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마셔 볼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