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겠지 - 소희와 JB 사람을 만나다 - 터키편
오소희 지음 / 북하우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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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간혹 혼자 유럽 100일 다녀 왔다는 사람들의 블로그를 볼때면, 어디서 저런 용기가 날까 궁금했었다. 혼자는 제주도 말고 밖으로 나가 본적이 없는 내가 과연 혼자 타국에서 얼마나 자유롭게 살아 갈까 궁금하다가도 아니다, 그래도 좋은 풍경을 보면서 즐거워할 누군가 옆에 있어야 한다며 나는 늘 동행을 찾았었다.

가끔 여행 사이트에서 동행을 구하는 것을 많이 보는데, 거기엔 여행 고수들은 늘 이런 얘기를 달아주더라. 동행을 한국에서 구하지 말고 그냥, 여행지에서 만나서 같이 다니다가 헤어지는 것이 좋다고. 꼭 같이 가는 여행만이 여행은 아니라고. 처음에는 그 충고들에 가본 이들이나 할 수 있는 충고라고 생각했지만 언젠가 나의 여행을 떠 올려보면 그 충고가 어떤 것인지 짐작 할 수 있다. 친한 친구와 떠난 여행도 며칠이면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며칠은 서로 속앓이를 하는 것이 여행일 수 있기 때문이다. 

 

10여년전에 떠난 남도 일도 여행이 있었다. 그때의 동행은 나의 10년지기 친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친구와의 여행이 매우 불편했었다. 보름동안 계속되는 남도 여행이었는데 밤마다 수첩에 일정을 적으면서 내가 왜 이 여행을 계획하고 함께 하려고 한 동행자가 저 친구였을까 생각하며 후회하면서 결국 남은 일정을 다 보내지 못하고 서울로 돌아가야겠다고 짐을 싸서 급하게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하지만 돌아와서 나의 성급한 결정이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후회를 낳았는지 모른다. 친구는 내가 왜 그런 결심을 했는지 알지 못하지만 나는 내내 계획했던 곳들을 살피지 못하고 온 것이 후회가 된 것도 있지만 친구와의 시간을 공유하지 못한 어리석은 이기심을 탓하며 몇 년을 보내야 했다.

 

이렇게 성인들끼리도 함께 여행을 한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건만. 36개월 된 아들과 함께 국내 여행도 아닌 터키 여행이라니. 그 여자 정말 대단하다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녀와 아들을 먼 터키로 장기간 여행을 보낼 수 있는 그의 남편은 또 얼마나 열린 세계관을 가지고 있단 말인지. ‘부창부수’란 말이 너무나 적절하게 잘 어울리는 부부라 할 수 있겠다.

 

원어민 발음일 것이라 생각되는 그녀의 영어실력. 그리고 그 어린 나이에 2개 국어를 한다는 그녀의 아들 중빈이. 사실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그녀의 터키 여행보다야 이걸 더 부러워 하는 이들이 많지 않을까.

오소희의 여행 중에 가장 의문스러웠던 것은 우리나라에 있는 아이들은 조금만 어디가 아프면 바로 병원에 달려가는 것이 부모이고 상황이 조금만 달라져도 몸에 탈이 생기는 것은 성인도 별반 다를 바가 없을 텐데. 오소희와 중빈은 아팠던 적이 별루 없는 것 같다. 중빈은 더 많이 아팠을 것 같은데도 아파서 여행을 미뤘다는 얘기가 없다.

 

이 책은 그녀의 여행기이기 때문에 어떤 루트를 통해 가고 어떻게 갔는지 하는 여행 루트가 있지 않다. 다만 그녀의 행적으로 미루어 어떤 곳에 머물렀는지 알 수 있을 뿐이다.

여행 루트를 알려주는 것 보다는 그녀의 행적을 추적하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책이다.

 

쉽게 동물과 친해지는 중빈이 누구든 만지려 하지 않을 커다랗고 더러운 개를 쉽게 만지며 친구를 만든다. 아이다움이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그녀의 여행 중에 가장 눈에 들어오는 말들이 있었다.

 

“처음에 나는 아이를 이곳에 데려온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아이가 오래전부터 이곳에 올 예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라는 사람에게 가방을 들게 하고, 자신의 힘으로 이곳까지 왔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이의 첫 걸음마, 첫 번째 열감기, 처음 내지른 일성, 이 모든 것들은 매일매일 또 다른 '오늘’을 위해 성실히 축조된 밑계단이었다. 그렇기에 아이는 내가 끌고 가는 지점까지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열린 마음이 닿는 곳까지 가는 것이다. 이 아이의 인생은 오롯이 이 아이의 것이다. 내가 주관할 수 있는 것은 가방을 들어주는 정도의 일일 것이다.” _P170

 

 

내가 여행에 실패했던 이유가 이런 것에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열린 마음으로 갈 수 없었던 불편함을 견디지 못한 것. 그것이 였을 것이다.

 

 

“내가 10대였을 때는, 누군가 타인을 위해 봉사하고 내가 하기 어려운 일을 앞장서 해준다 하더라도 그것은 ‘자기가 좋아서’하는 일에 불과 했다. 내가 20대였을 때, 타인에게 봉사하는 것은 감사해야 할 일이지만, 자신의 삶을 성실히 영위하는 것은 ‘먹고 살기 위해 당연한’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30대인 내게 타인을 위해 봉사하는 것은 ‘위대한’일이며, 자신의 삶을 성실히 살아가는 것은 ‘고마운’일이다. -P198

 

 

 

문득 내게 중빈과 같은 아들이 있으면 내가 그녀처럼 바람이 데려다 주는 곳으로 갈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주말에 해야 할 일들을 떠 올리며 주말여행조차 할 수 없는 이 현실에 그런 행복이 내게 올 수 있을까 고민스러워 진다. 그리고 다시 문득 또 오소희가 우리 엄마였으면 난 갈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해 본다. 아마도 그녀를 믿고 나는 손을 꼭 잡고 어디든 갈 수 있었겠지 싶어서 중빈이 살짝 부러워진다.

 

터키 여행을 하고 돌아와 다시 사막을 보러 떠났다는 그녀의 마지막 페이지가 어찌나 질투가 느껴지는지 그녀의 삶이 사실 더 부러워 지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현실에 있는 이곳에서 나는 바람이 불어다 주는 것에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실하게 느낀다.

 

그녀가 다녀온 터키와 내가 작년에 다녀온 터키는 다소 다른 나라였던것 같다. 나는 그냥, 그녀처럼 그들의 삶을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관광지를 돌며 랜드마크 찍었기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내내 마음이 홀쭉해졌다. 왜, 나는 이런 자유로운 여행을 못했을까. 하지만 분명한것은 나도 터키가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알게 되었다. 바람이 데려다 준 그곳에는 아름다운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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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가 인간을 보면? - 다큐PD 이채훈의 빅 히스토리 인문산책
이채훈 지음 / 더난출판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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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 홍수를 이루고 있다. 책 한 권 분량으로 잘 요약해놓은 고전들을 달달 외운다고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까? 지혜는 선물처럼 다른 사람이 갖다 주는 게 아니다. 내 머리로 생각하고 내 피와 살에서 속아나야 비로소 내 지혜라 할 수 있다.” P9





 

가끔 내 주변의 어떤 동료는 무식한 행동을 하는 이에게 “책을 많이 읽지 못해서 저래”라고했지만 책을 많이 읽는 대리(라고 쓰고 욕으로 읽고 싶은 그 여자)를 보며 했던 얘기는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사람은 만들어 주지 않지”라는 얘기였다. 그러니까 책을 안 읽어도 문제, 많이 읽는다고 해도 인성에 큰 도움이 없는것 같다는 얘기였다. 물론 이 지극히 흑백론에 가까운 얘기는 어디까지나 오류이고,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대리(라고 쓰고 시옷발음으로 읽는 여자)를 보면서 그 말을 했던 동료의 말에 공감 백프로였다. 책이 지식은 만들어 주고 그것을 통해 아는 것은 많이 만들어 줄 수는 있지만 그것을 통해 사람으로 거듭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모두 다, 책이 아닌 사람 나름인 것이다.



 

 

[ET가 인간을 보면?]은 인간, 사람에 대한 탐구가 가득하다. 인간이 책 많이 읽는다고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닌가라는 나의 요즘의 화두에 가장 잘 맞았던 책이었다. 동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 동물에게 얼마나 많은 피해를 주고 있으며 그로인해 좁은 땅에서 함께 살기위핸 방편을 마련해 보자. 뭐 이런 건전한 얘기는 없어도 읽는것 만으로 우리가 얼마나 모질고 독한 인간인가라는 생각은 한번쯤 할 수 있게 되니 참 괜찮은 챕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비좁은 환경에서 닭을 사육하며 인간을 위해 키워지고 버려지는 동물들의 얘기에 가슴 아프다가도 비록 내일 스테이크를 썰거나 주말에 치맥으로 더위를 달랠지언정 함께하는 지구에 주인인척 살아가는 인간의 양면성에 반성은 한번쯤은 할 수 있다는 것에 참 고마웠다. 그래도 이런 가책쯤은 가지고 있었다고 얘기 하고 싶었던 부분도 있을 테고.


 

 

다큐 PD가 쓴 책이라서 그런지 확실히 내용자체가 그림으로 그려지는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그가 그냥 피디가 아니라 삶을 관찰하는 피디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던 부분은 1부에 가장 많이 담겨 있는것 같다. 동물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부분이 사실 제일 재미있었고 “피론의 돼지”를 통해 요즘의 무더위를 넘기기 위해 애썼던 나의 지난날도 좀 반성 했다고 할까.



 

 

 

 

 

 

총 25가지로 본 인간 탐구를 통해 저가가 말하는 것은 결국, 인간, 사람을 통해 우리가 발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간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들을 가지면서 함께 살아가는 공간을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통해 거듭나는 사람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했다. 이런 생각을 통해 혼자가 아닌 함께하는 삶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사람이란 어떤 것인지 알아가야 하며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해서 그것이 그냥 지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필요한 지혜가 되기 위해 애써야 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 시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책이 아니라 사람 공부 일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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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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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의 영화 [오,수정]을 보면서 기억이라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중심으로 편집된 기억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기억은 나를 중심으로 이뤄진, 그러니까 나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진 기억 일 수 있고 타인은 같은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중심으로 기억된다는 것,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장면은 진실 그 상태를 오로지 기억 할 수 없다. CCTV나 그 장면이 녹화된 테이프가 아니라면 그때의 그 순간의 기억은 백프로 사실은 아닐 수 있지 않을까.



이동진의 <빨간 책방>을 통해서 이미 내용을 전부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읽으면서 작가의 치밀한 구성에 짜증이 난다. 뭐 이런 깐깐한 작가가 다 있을까. 1960년대부터 시작되는 1부에서는 소설의 화자인 토니와 그와 연결된 친구들 3명이 나오지만 정작 중요한 인물인 학교에서도 주변에서도 너무나 똑똑하고 명석한 에이드리언이다. 그의 총명함이 시사되는 초반에 교사와 설전을 벌이던 모습을 보면 뭔가 그의 불안한 마음이 느껴진다. 딱히 그런 대사들은 없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우울한 아우라가 책장 밖으로 나오는것 같다.

1부에서는 토니와 베로니카의 연애가 잘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 나도 여자이지만 베로니카의 그 도도하면서 알 수 없는 행동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자신의 취향과 다른 토니의 음악 컬렉션에 뭐 그런 얼굴을 할 것까지야. 그 여자 참, 고상한척 한다는 생각에 사실 나는 베로니카가 마음에 안 들었다.

둘의 연애가 달콤하지도 않고 오로지 토니는 베로니카와 더 깊은 관계만을 원하는것 같아 남자가 원하는 연애는 뭐 이런 것뿐인가 싶어 따분해질 쯤 토니는 베로니카와 헤어졌다. 그런 상실감을 털어내기 위해 미국으로 떠난 영국 청년 토니는 방랑을 하며 돌아오니 그의 친구인 에이드리언의 자살 소식을 듣는다.

룸메이트들이 모두 떠난 주말 혼자 욕조에 물을 받고 동맥을 끊었다. 그것도 정확하게 죽을 수 있기 위해서 사선으로 그었다는 친구들의 얘기에 토니는 그냥 그의 죽음이 주변에서 말하는 것처럼 너무 똑똑해서 그랬다고만 생각했지 전혀 자신과 연관이 있었을지 모른다는 추측은 하지 않는다. 물론 그가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에이드리언은 토니에게 편지를 보냈었다. 자신이 헤어진 베로니카와 사귀겠다고. 그때 토니는 불안한 청춘이 가진 모든 에너지를 담아 답장을 보냈었다. 불취한 청춘이 보낸 답장이야 뻔하지 않겠는가. 험담 아닌 험담을 늘어 놓았겠지. 더욱이 자신보다 잘난것 같은 에이드리언과 사귄다니. 하지만 그것이 그의 자살 사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에이드리언은 그런 편지 따위는 그냥 아무렇지 않게 받아 들일 것이라고 생각, 예감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어느 유행가 가서처럼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을 생각하게 된다. 그때 내가 좀 더 침착하게 혹은 여유롭게, 때로는 차분하고 너그럽게 생각했다면 그런 어리석은 행동은 하지 않았을 텐데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만약에 라는 얘기는 필요 없는 것이다. 토니가 신중하게 에이드리언에게 편지를 썼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리고 하필 왜, 친구와 사귀었던 여자와 만나겠다고 에이드리언은 생각 했을까. 그의 알 수 없는 행동들로 그들의 결정에 어떤 의미를 담는 것도 불필요 한 것은 아닐지.

이 책의 제목이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이지만 반어법적 제목이니 당연히 내용도 그렇다. 에이드리언이 죽고 사십년이 지난 어느 날 토니에게서 온 편지는 잊고 있던 애인의 엄마, 사라였다. 애인도 아니고 애인의 엄마라니. 베로니카와 만나고 있을때 여름에 그녀의 집을 방문하고 지내는 동안 그들의 가족은 토니에게 불친절했고 내내 토니도 그 기억이 유쾌하게 남아 있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녀의 엄마에게 온 편지는 더 놀라운 것을 담고 있었다. 그녀가 죽으면서 토니에게 500파운드의 유산을 남겨 줬다. 하지만 그녀가 돈만 준것이 아니라 원래 있어야 할 에이드리언의 일기장과 토니가 에이드리언에게 보낸 편지도 함께 보내졌었지만 그것만은 빠져 있었다. 그것을 찾기 위해 토니는 아득하게 멀어진 베로니카를 만나게 만난다.

소설은 처음부터 뭐든 다 풀어 주지 않는다. 토니가 에이드리언에게 쓴 편지의 내용은 사실 어떤 내용이었는지, 왜 베로니카의 집에서 머무를 때 그녀의 엄마인 사라는 베로니카를 조심하라고 했는지. 또한 베로니카는 왜 토니를 계속 만나려 하지 않는지 모두 숨겨 놓고 독자에게 알아서 찾아보라고 하니, 읽으면 읽을수록 답답해지기만 한다.

책을 소개하는 표지처럼 이 책은 마지막 페이지에 모든 사실이 다 풀어져 있고 그것을 읽으면서 제목이 떠오르고 이내, 그간 내가 알고 있었던 기억이란 얼마나 무모한 진실인가 느끼게 된다. 내가 누군가에게 행했던 그 진실은 어쩌면 나를 위한 변명으로 미화 되어 있지는 않을까. 나는 또 그것이 확실한 사실이라고 생각하며 누군가를 미워하는 날들을 살았던 것은 아닐까.

나 또한 토니처럼 에이드리언에게 그런 상처받는 편지로 그것을 말로 풀어서 생채기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신이 그날 밤 그런 편지를 썼으리라고 전혀 알지 못한 그 편지를 보게 된 토니는 그날 밤 침대에 누워 어떤 꿈을 꾸었을까. 내가 그런 편지를 쓰지 않았다면 에이드리언은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나와 마주 했을까. 사라는 또 왜, 나에게 이런 죄책감을 안겨 주며 유산을 남겼을까.

마지막 책속의 반전은 어쩌면 그간 내가 진짜라고 믿었던 내 기억속의 진실 혹은 나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기억은 모두 가짜 일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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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5-08-07 2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이 책을 6-7월에 알라딘 신림점에서 몇 번이거 들었다놨다를 반복했었습니다. 요는 중고치고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해서....20-30%세일 가였는데, 이 정도 가격이면 그냥 신간을 사야지...라고 생각하고는 지금까지 못 구입하고 있습니다. 리뷰를 보니 다시 구입해야할 거 같아요..ㅜㅜ

오후즈음 2015-08-07 23:14   좋아요 0 | URL
저도 책 원가의 50% 이하 일때는 사는걸 엄청 고민을 하는데요. 워낙 줄리언 반스 얘기를 하루 많이 들어서 구입했어요. 후회 없이 정말 잘 읽었습니다. 완전 마지막 반전때문에 읽는 것이나 마찬가지예요. 잼있습니다. 무엇보다 얇고....음 금방 읽습니다.!!
 
15기 활동 마감 페이퍼를 작성해 주세요!

한동안 책을 읽을 수 없었던 날들이 있었다. 사람들에게 닥치는 갑작스러운 일들이 내게도 닥쳤고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 누군가의 얘기가 귀에 들리지도 않고 눈으로 읽는 것도 힘들었다. 세상과 멀리 있고 싶었지만 그 멀어짐은 외로움이라는 친구와 함께 나를 힘들게 했다. 이번 기수를 하면서 부지런한 독자가 되겠다는 나의 결심은 사라졌고 그저 정해진 날짜를 채우며 꾸역꾸역 책을 읽어 나갔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게라도 내가 책을 한 달에 몇 권이라도 읽을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나는 지나간 달들이 아까워서 며칠 밤을 새며 놓친 달들을 보상 받으려고 했을 것이다. 고마운 평가단 활동이었지만 가장 성실하지 못했던 기수였다.

 

 

- 15기 신간평가단 활동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책과 그 이유 

 

 

 

 

 

 

 

 

 

 

 

 

금요일엔 돌아오렴

_ 광화문에서 있었던 일을 잊을 수가 없다. 그냥 평범한 아이들이었는데 왜 이토록 특별하게 되었을까.

 

 

 

 

- 15기 신간평가단 도서 중 내맘대로 좋은 책 베스트 5

 

 

 

 

 

 

 

 

 

 

 

 

1. 떠나는 이유

-일년 내내 여행을 하고 싶은 내가 가장 공감하면서 읽었던 책이었다.

나는 주변 지인들에게 늘 그런 얘기를 했었다. 명품 가방보다 도장이 꽉찍힌 너덜너덜한 여권을 가지고 싶다고. 그것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2.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

- 빨간책방을 좋아하는 나로서 그들이 선택한 소설을 다시 읽어본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선택한 책들이 우리집에 다 있다는 것이 이렇게 기쁠줄이야.

 

 

 

 

 

 

 

 

 

 

 

 

 

3. 다정한 편견

_ 예전 알라딘 소설 신간평가단을 통해 만나게 된 손홍규의 에세이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두 번이나 손에 들어오다니. 이런 행복이 또 어디있겠어.

 

 

 

 

 

 

 

 

 

 

 

 

 

4.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_ 두 사람의 편지를 읽는동안 한쪽 가슴에는 고흐를 떠 올리면 읽었다. 이렇게 영혼을 닮은 친구가 있었다니 그들은 행운아들이다.

 

 

 

 

 

 

 

 

 

 

 

 

 

 

5. 나는 왜 쓰는가

_ 한창훈의 글을 더 좋아하게 되었던 책이다. 그의 글 속에 담겨 있는 바다 내음이 참 기분 좋았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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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 - 이오덕과 권정생의 아름다운 편지
이오덕.권정생 지음 / 양철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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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전에 어쩌다 우연히 기고한 글이 유명한 모 영화잡지에 실리게 되었다. 독자 투고란 비슷한 것이었다. 지금은 개인정보 때문에 전체의 주소가 올라가는 일은 없지만 그때는 개인 정보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인지 내 집 주소가 전부 올라가는 바람에 한 달 동안 편지를 끊임없이 받았다. 편지가 오기 시작한 첫날은 삼백 여 통이 넘는 편지가 와서 따로 집배원 아저씨가 큰 봉투에 넣어서 주고 가셨다. 그때 가장 기억에 남았던 편지는 어느 지방 도시에 있는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편지였다. 대학생이었던 나와 그는 십여 년의 나이차이가 있었는데 문학에 대한 나의 고민을 가장 잘 아는 친구처럼 느껴져 2년째 병원 생활을 하는 그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해 답장을 보낸 것이 시작이 되어 그가 서울로 올라왔던 그해, 그러니까 거의 5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았다. 간혹 시험기간이나 장기간 여행을 가게 된 달을 빼면 일주일에 한통씩 꼬박 편지를 썼었다. 아무런 디지털 기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 그 때문에 편지가 온전한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언젠가 편지에 내게 연락할 방법이 편지 말고 아무 것도 없어 혹 그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 나는 어떻게 소식을 알 수 있을지에 대한 무서운 고민을 써서 보냈더니 그는 내게 전보를 보내왔다. 거기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던 것 같다. “걱정마라, 내가 세상을 떠나게 되면 네게 소식을 전해줄 이가 내 옆에 있으니까.” 십여 년이 지났지만 아직 전보를 받지 않은 것을 보면 그가 열심히 세상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병원을 떠나면서 편지는 중단되었고 핸드폰이 생기면서 서로 전화 연락을 하다가 이후에는 서로 소원해졌다. 그와 연락은 더 이상 되지 않지만 나는 그와 나눴던 수많은 편지를 간혹 떠 올린다. 누군가 내 이름을 쓰고 생각하면서 종이에 한자 한자 정성들여 단어를 골라 썼을 그 시간들과 내가 보낸 편지를 그런 마음으로 읽어줬을 그 순간들을 떠 올리면 그간 지내왔던 시절 속에서 가장 행복했던 나날들이 아니었을까. 편지란 이렇게 허튼 시간이 없고 간절하다.




[선생님, 요즘 어떠하십니까]는 이오덕과 권정생의 30여 년간 오간 편지를 묶은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한동안 잊고 있었던 그를 떠 올렸다. 그가 병원에 입원해 있었던 이유는 권정생과 같은 결핵 때문이었고 그가 입원했었기 때문에 나는 그와 오랫동안 편지를 쓸 수 있었다.

권정생의 동화를 읽고 그의 글쓰기가 계속 되기를 희망하면서 찾아간 이오덕은 1973년부터 이오덕이 생을 마감한 2003년까지 30여 년 동안 편지가 오갔었다. 평생 교회 종지기로 살다가 생을 마감한 권정생은 결핵으로 많은 시간을 병과 싸워야 했다. 그의 편지를 보면 그가 아프지 않은 날이 없을 만큼 오랜 시간 그는 잘나오지 않는 소변과 기침과 고열에 시달렸다. 고열에 시달리는 날은 하루 종일 누워 열이 떨어지기를 기다려야 했고 기력이 떨어져 밖에 나가 걸어 다니는 것조차 힘든 그를 위로 했었던 것은 오로지 동화와 이오덕의 편지뿐인 것처럼 느껴진다. 힘든 날들의 연속이지만 그는 한결같은 고운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 아이들을 생각하고 글을 썼다.




“ 하늘을 쳐다볼 수 있는 떳떳함만 지녔다면, 병신이라도 좋겠습니다. 양복을 입지 못해도, 장가를 가지 못해도, 친구가 없어도, 세끼 보리밥을 먹고 살아도, 나는, 종달새처럼 노래하겠습니다.” P13

순수하지만 자신의 동화에 대한 열정은 크고, 강직하다. 그의 동화속의 등장인물의 이름이 일본어 인것을 출판사에서 바꿔 달라고 하니 그는 일본 동요곡을 어엿이 표절해서 아이들에게 가르치면서, 문학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 이름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일본 이름으로 등장되었다 해서 어려워하는 것을 (P72) 이해하지 못한다며 답답한 시국을 슬퍼했다. 하지만 적은 원고료에도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는 이가 있어서 행복하다는 그의 삶은 처연하지만 그 순박함을 닮고 싶기도 하다. 그런 그를 가장 걱정해주는 사람은 역시 이오덕이었던것 같다. 그의 편지에는 늘 그가 밥은 잘 먹고 살고 있는지, 연탄은 떨어지지 않는지 걱정하며 그의 차디찬 방에 온기를 줄 수 있는 연탄을 살 돈을 붙여주기도 했다. 그의 동화를 사랑하기 때문에 더 많은 원고료를 받아주기 위해 애썼고 그의 책이 나오면 가장 기뻐했다. 지금도 출판 시장이 좋지 않지만 그 시대에도 좋지 않은 출판 시장으로 기획한 날짜에 책이 나오지 않자 불안해하는 권정생을 달래는 이도 이오덕이었다. 때론 그의 보챔을 보면서 짜증 한번 낼 법도 한 나이 차이를 가지고 있지만 이오덕은 편지에서 단 한 번도 아랫사람 다루듯이 그를 대하지 않고 늘 존칭을 쓰며 그를 대했다. 권정생의 시골에서는 그는 아무것도 아닌 그저 교회 종지기였겠지만 이오덕에게는 한국 아동문학에 소중한 보물처럼 그를 대했다.




고흐와 그의 동생 태오와 오갔던 편지를 묶은 책 [영혼의 편지]를 읽을 때 고흐의 그림 그리기가 쉽지 않았던 나들이 떠올라 책을 다 읽는 것이 그가 그림을 힘들게 그리는 것처럼 힘들었었다. 고흐에게 태오가 없었다는 그의 삶은 얼마나 더 괴로웠을까. 권정생에게 이오덕은 그런 존재가 아니었을까.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있게 태오는 고흐에게 용기를 줬고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돈을 보내줬다. 이오덕은 권정생에게 콩팥에서 피가 쏟아지는 아픔을 줄때까지 동화를 쓸 수 있게 한 사람이었고 저기 어디쯤 자신의 편지를 가지고 오는 발자국을 기다리게 한 사람이었다. 그들의 운명의 끊을 부러운 마음으로 본다. 누가 이렇게 자신의 일처럼 작은 것 하나까지 반가운 마음으로 다듬어 줄 것인가.


두 사람의 다정한 편지 때문에 나는 한동안 서글펐다. 왜 이토록 오랫동안 나는 편지를 잊고 살았을까. 단 한 줄의 글이라도 내 마음을 전할 이들을 이렇게 많이 놓치고 살았을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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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5-07-27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ㅁ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