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읽었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님의 < 책으로 가는 문>이 너무 좋아서 인터넷으로 이리저리 검색하다보니 2013년에 개봉했던 다큐멘터리 영화가 있음을 알고 화들짝 놀랐다. 결혼하기 전에는 영화관도 자주가고 했는데.. 결혼하고부터는 다운해서 보는 영화에 익숙해져버려서 어떤 영화가 나오고 들어가는지 깜깜 무소식이 되어버린지 오래. 그래서인지 가끔 찾을 수 없는 영화를 알게 될때면 슬프고 답답해지곤 했는데 이 영화는 다행히 볼 수 있어서 무척 기뻤다.

 

<꿈과 광기의 왕국>이라는 다소 무시무시한 제목이지만, 지브리 스튜디오를 배경으로 당시 <바람이 분다>라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기위한 제작과정을 담고 있어서 내겐 참 유익한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지브리 스튜디오를 볼 수 있었다는 것과 신랑이 말하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영화는 모두 '연필'로 그린거라던 말을 이제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연필로 스케치 중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님>

 

 <지브리 스튜디오 내 감독님의 자리>

 

오랜시간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님의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고집들이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좋은 모범도 되지만, 동료들이 투덜거리며 힘들어하던 모습조차 감독님이 그 만큼 열정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사실이 느껴저 마냥 흐믓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아름다운 글을 쓰려면 아름다운 삶을 살아라라'던 말처럼,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님은 수시로 옥상에 올라 아침 저녁으로 변화되는 하늘의 모습이나 구름을 감상하고 그 모습을 애니메이션에 옮기는 장면들이 벅차게 다가오기도 했다. 또 스튜디오 건물 옆에 있는 어린이집의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한다는 이야기에서 아이처럼 순수한 마음이 책과 영화에서 느껴졌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튜디오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

 

<변화하는 하늘을 감상하는 동료들과 감독님>

 

 

그리고 <마녀 배달부 키키>에서 마지막에 왜 키키가 지지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냐고 묻는 질문에, '갑자기 무슨 이야기를 하겠어. 이상하잖아'라고 대답하시는 모습이 사춘기 남자 아이처럼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연이어 ' 뭔가를 얻으면 잃는 것도 있다구'라고 대답하시며 '아 방금 말 멋지지 않았어'라고 묻는 모습도 정말 귀엽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영화를 담아내는 감독 조차도 어떤 특정한 뜻을 품기보다는 영화를 바라보는 관객들의 저마다의 관점과 시선을 가지고 감상하길 바란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너무 어렵게 어떤 특정한 의미를 찾으려기보다 마음 가는데로 바라보고 즐기는게 좋다는 사실을 느낀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님의 마지막 영화 <바람이 분다>는 아버지의 일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사실이 무척 흥미로웠는데 애니메이션의 주인공 지로와 아버지의 모습이 상당히 닮아 있다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당시 아버지가 비행기 부품회사에서 일을 하시며 넉넉한 살림을 했던 만큼이나, 전쟁의 무기를 생산해냈다는 죄책감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에게는 어린시절 많은 고민이었던가보다. 그래서 <바람이 분다>의 지로는 자신이 사랑하는 비행기를 통해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을 꾸기도 하지만, 전쟁 무기를 양산하고 있다는 고민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그래서인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에는 날아다니는 장면과 전쟁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데 아마도 어린시절 고민들의 산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님의 아버지와 형제들>

 

<바람이 분다의 지로>

 

 

이 영화 덕분에 지브리 스튜디오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어져서 책을 검색했더니 거의 절판이거나 절판된 책의 가격이 엄청나게 호가 되어있는걸 찾아볼 수 있다. <스튜디오 지브리 레이아웃 전>은 지브리 스튜디어오에서 개봉된 애니들의 스케치를 볼 수 있는 멋진 작품집인데 현재 절판이 되어 인터파크 쪽에서는 7만 5천원에 또 알라딘에서는 4만 5천원에 판매되고 있다. (원 가격은 2만7천원).

 

  

 

 

 

 

 

 

 

 

 

 

 

또 <스튜디오 지브리 입체 건축전 도록>이라는 일본 원서는 애니에서 등장한 수 많은 건축물들을 감상 할 수 있는 멋진 책인데 현재 절판되어 구할 길이 없다.

 

 

 

 

 

 

 

 

 

 

 

마지막으로 <스튜디오 지브리의 현장 스토리>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님과 오랜 시간 함께했던 스즈키 도시오 가 스튜디오 지브리 현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인데 이 역시 절판되었지만, 아주 좋은 분 덕분에 제 가격에 구입 할 수 있던 책이다. 그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

간절히 소망하면 이루워진다!' 늘 가슴속에 품고 사는 말이다. 비록 절판되고 지금은 구할 수 없는 책들이 있지만, 간절히 소망하면 만나게 되는, 책에도 인연이 있음을 나는 믿는다. 그러니 언젠가 너무 기쁜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서 ' 이 책 구했어요!"라는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것도 믿어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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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6-01-27 15: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부산에서 지브리 스튜디오 애니메이션 전시가 있었는데 놓쳤던 것이 후회가 되더라구요
<일본 스토리여행>이란 책에서도 지브리 스튜디오를 언급했는데 아~당장 달려가고 싶었어요^^
내부가 저렇게 되어 있군요 음~~
전 만화를 직접 그리는 사무실이나 애니메이션을 다루는 사무실에 한 번 견학가서 작가들의 책상에 한 번 앉아보고픈 작은 소망이 있네요^^
국내에선 허영만 작가님의 사무실을 가보고 싶어요

해피북 2016-01-27 16:09   좋아요 2 | URL
꺅! 부산에서 그런 전시가 있었다니 무지 무지 안타깝습니다 ㅜㅜ ㅎ 책 읽는 나무님의 아쉬운 마음도 느껴져요 ㅎ 그리고 지난번 책읽는 나무님 글 읽고 그 책 바로 구입했어요 ㅋㅋ 매일 읽고싶어서 자주 펼쳐보는데 다른 일에 밀려서 ㅎ 잠깐 보니까 `귀를 기울이면` 애니의 장면 속 배경도 나왔더라고욧 어찌나 좋았던지요. 저도 그 책보면 막 달려가고 싶을것 같아요^~^

2016-01-27 17: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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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7 17: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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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7 15: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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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7 16: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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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7 16: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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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1-27 18: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간절히 원하는 책이 있으면 언젠가는 만나게 됩니다. 그 대신, 책을 만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어떤 책을 찾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헌책방에 가면 못 찾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못 찾는다고 포기하기 보다는 찾지 못한 책들을 항상 기억해야 합니다. 외우기가 힘들다고 생각하겠지만, 책에 대한 애정이 있으면 머리 나쁜 사람도 가능한 일입니다. 또 다른 좋은 책을 만나기 위해서 헌책방을 자주 드나들면 우연한 만남이 이루어집니다. 제가 이 맛에 헌책방에 찾아 갑니다. ^^

해피북 2016-01-27 18:40   좋아요 1 | URL
책을 좋아할 수 록 절판된 책도 늘어가는것 같아요 ㅋ 덕분에 저는 알라딘 보관함에 담아두고 절판 알림신청을 해뒀답니다 ㅎ 그렇지만 cyrus님 말씀처럼 책방을 찾아다니며 만나는 기쁨은 이루말 할 수 없죠. 제가 사는 곳도 책방이 있었다면 아마도 책방을 오래도록 드나들었을거 같아요ㅎ 그래서 늘 cyrus님의 책방 탐험기가 즐겁고 부럽습니다^~^

2016-01-27 1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8 10: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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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8 12:1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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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8 0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8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9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1-28 17: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팽이개미 2016-01-29 01: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도 매력적인 백발의 감독님이시네요 ㅎㅎ 영화의 장면장면을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간절히 소망하시는 책들을 꼭 만나게 되시기를..바래보아요 ^ ^

2016-01-29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살리미 2016-01-29 15: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서울서 지브리 스튜디오전을 봤었어요. 덕후 딸과 함께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죠. 아무래도 애니메이션을 테마로 여행계획을 한번 더 잡아야 하려나... 요즘 해피북님 덕분에 저도 다시 들썩 들썩~~~~ ㅋㅋㅋ

해피북 2016-01-29 17:23   좋아요 0 | URL
아핫. 서울에서도 있었군요. 알았더라면 함 가보는건데 무척 아쉽습니다 ㅎㅎ 저기 혹시 애니 테마로 생각해보시려면 `일본 스토리 여행`이란 책이 괜찮은거 같아요. 아직 읽지는 못했고 책읽는 나무님 덕분에 알게된 책인데요. 애니메이션 장소들이수록되어있어서 좋더라고요. 지브리 박물관도 있고요^~^

살리미 2016-01-29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책 <일본 스토리 여행> 보고 들썩한 거랍니다 ㅎㅎ 읽고 싶어요 해놓은 걸 봤거든요. 딸이 너무 좋아하니까 내년쯤 계획 잡고 조사부터 들어가야겠.... ㅋㅋㅋ

해피북 2016-01-29 17:49   좋아요 0 | URL
으아아아~~정말요?
그렇다면 저는 오로라님의 루트를 마침표 하나까지 기억해뒀다가 따라가는 여행을 ~~쿄쿄쿄 ㅎ 얼른 다녀와주세요~~~☆ㅅ☆!
 
인턴
낸시 마이어스 감독, 로버트 드 니로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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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신문에서 노인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것과 같다며 슬피우는 부족이 있다는 글을 읽은 기억이난다. 오랜 시간 경험과 지혜가 축적된 삶을 애통해하고 위로하는 그들의 방식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들었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노인이라고하면 사회적 경력이 단절된, 가족을 부양 할 수 있는 능력이 소모된 사람으로 취급하기 일쑤이며 노령인구가 증가되고 있는 추세를 걱정스럽게 바라볼뿐 특별한 대책이나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이럴때 보게 된 영화 <인턴>은 비록 탄탄한 짜임새의 스토리는 아니었음에도 노년에 삶을 가장 잘 조망하고. 노년 특유의 경험과 지혜를 잘 살려낸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는 벤이라는 70세 노인이 '시니어 인턴'을 모집하는 인터넷 회사에 지원하기위해 자기소개를 녹화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나는 이 영화의 무게 80%가 이 독백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프로이트는 말했죠. 사랑과 일, 일과 사랑 그것에 인생의 모든 것이 있다. 저는 은퇴했고 아내는 죽었고 당신이 상상할 수 있듯, 그로인해 제게 많은 시간이 주어졌죠. 제 아내는 3년 전에 죽었죠, 저는 항상 그녀를 그리워 해요. 그리고 은퇴요? 진행중이죠. 항상 무언가를 하기 위해 노력해요. 처음엔 은퇴자의 삶을 받아들였어요. 마치 해야할 일을 뒷전으로 둔 채 땡땡이를 치는 느낌이었죠. 전 세계를 여행하는데 그동안 모은 마일리지를 모두 썼죠. 문제는 갔다와서 였어요. 마치 누군가에게 벽돌로 맞은 느낌이었죠. 이 모든걸 해결하기 위해선 계속해서 움직여야된다는걸 깨달았죠. 일어나서 집을 나서선 어디든 갔죠. 어디든지요. 비가오나 눈이오나 아침 7시 15분엔 스타벅스로 향했어요. 나머지 시간동안 뭘 하냐고요? 전부요. 골프, 독서, 영화, 카드놀이, 요가, 요리교실, 화초재배, 중국어도 배우고요. ' 절 믿어요, 할 수 있는건 뭐든 다 해봤죠'  물론 장례식도 가죠. 생각보다 자주요.  요즘 하고 있는 유일한 여행은 샌 디에고에 있는 아들 집에 가는 거죠. 아들네는 대단해요. 모두 다 사랑하는 가족이죠. 그렇지만 솔직히 제가 필요 이상으로 그들에게 의지하는 것 같아요. 너무 이상하게 보진 마세요. 저는 불행한 사람이 아니예요. 사실 반대죠. 난 그저 내 '삶에 난 구멍'을 채우고 싶어요"

 

40년 가까이 일하던 직장에서 퇴직을 하고 사랑했던 아내와 이별을 겪으면서 드는 상실감 내지 무력감이나 위축되는 마음을 지금 내 시선으로 짐작해보라고 한다면 어떻게 안다고 할 수 있을까.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 매일같이 반복되는 무력한 일상과 특정한 목적없이 이뤄지는 계획들이 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제대로 이야기조차 할 수 없을거 같다. 그동안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게되는 노년에 삶을 걱정만할뿐 살뜰하게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벤이라는 인물의 유쾌하지만 가볍지 않은 몸짓과 표정을 통해 그의 삶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게된 시간이었다.

 

이 입사지원 동영상을 통해 벤은 의류를 판매하는 인터넷회사에 입사하게 되고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경험이 부족한 ceo 곁에서 조력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는 주요 스토리를 담고 있지만, 가장 중요하게 느낀점은 사회적으로 부족하다고 낙인을 찍어버리는 사회속에서 그들이 멋진 파트너이자 조력자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요즘 우리 지역 도서관에서는 '책 읽어주는 할머니'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부모의 낭낭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동화도 좋지만, 인자한 할머니 모습에서 느낄 수 있는 편안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기에 많은 아이들이 참여하는 시간이다. 또 어떤 도서관에서는 사람을 빌려주는 이색 프로그램을 진행중인 곳도 있다. 경험이 부족하고 고민이 많은 사람들이 여러가지 조언을 들을 수 있어 인기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소식도 들은 적이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더 많이 개발되고 활성화된다면 지역사회에서도 정서적인 측면을 보듬어줄 수 있고, 또 경험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도 조력자의 역할이 충분히 될 수 있기에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또 하나 노년의 삶이 되었을때도 꼭 지키고싶은 점들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늘 젊은 사람들과 어울릴 수 있는 습관을 만들어야겠다는 점이다. 깨끗하고 깔끔한 옷차림과 젊은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안목을 가지고 지내야겠다는 점이다. 늘 독서를하고 신문을 읽고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영화나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늘 대화를 할 수 있는 벤처럼 그렇게 노년의 삶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느끼게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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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6-01-27 15: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동적이군요!!

해피북 2016-01-27 16:22   좋아요 1 | URL
그쵸그쵸. 저도 영화보면서 노년의 삶이 이럴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했어요^~^

ddakkary 2016-01-27 2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로버트 드니로 멋있죠....
근데 넘 만능이었다는... ㅋ

해피북 2016-01-29 10:17   좋아요 0 | URL
네네 너무 멋지더라고요. 굿 캐스팅인거 같아요 ㅎ

달팽이개미 2016-01-29 0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파트 게시판에서 `호랑이 할아버지`를 모집하는 공고를 보았던게 생각나요.ㅎㅎ 이름도 재밌고 어떤 일을 하는건가 읽어보니 어두워서 위험한 지역을 순찰하는 일이였어요. 단지 안에서 노인분들에게 소일거리를 제공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언젠가 미술전시장에서 도슨트로 활동하시는 할머니를 뵌 적이 있었는데 정말 멋져 보이셨어요. ^^ 노년의 삶도 끈임없는 노력이란 말씀에 깊이 공감해요.

해피북 2016-01-29 10:21   좋아요 0 | URL
우앗. 달팽이개미님이 사시는 곳은 따뜻한 사람들이 많으신거 같아요. 달팽이개미님처럼 말이죠 ㅎ저희 아파트는 이번에 경비 업체를 바꿀것인가른 두고 찬반 서명 받더라고요. 그동안 나이있으신 분들이 경비를 보고 계셨는데 이 서명에 따라 일을 그만 두셔야할 입장이시더라고요. 저 반대쪽에 서명하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될까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다행히 바꾸지 않는 쪽으로 나와서 그래도 따뜻한 마음의 사람들이 많이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ㅎㅎ

살리미 2016-01-29 15: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 재밌었어요. 열정과 연륜! 그 둘이 합쳐져서 내는 시너지가 참 기분 좋더라고요.
이젠 소용이 없어져서 문닫은 전화번호부 회사에 새로 들어온 인터넷 쇼핑몰 회사라는 대비도 좋았고,,, 갑자기 남편이 바람폈다가 급 돌아오는 반전은 좀 그랬지만 전체적으로 로버트 드니로 역이 매우 멋드러진 흐뭇한 영화였어요^^

해피북 2016-01-29 17:19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도 그 부분이 조금 그랬어요 ㅎㅎ 저희 신랑은 저 놀려줄려고 영화보고 있는데 줄리가 이혼하고 벤이랑 결혼해 라고 말하길래 스토리가 너무 아깝네하면서 보다가 덮어버렸었거든요 ㅋ 그런데 나중엔 뻥이라면서 이야기해서 마져봤던 생각이나요. 저도 노년이되면 로버트 드니로 처럼 노신사가 되고싶어요 ㅎ
 

'카모메 식당'이라는 dvd를 선물 받고서 얼마 전 영화를 감상하게 되었다. '사치에'라는 여성의 단단한 내면과 우아하고 단아한 인상에 빠져 재밌게 보게 되었고, 그렇게 원작도 찾아 읽게 되었다. 큰 줄거리 상으로는 사치에가 헬싱키라는 핀란드 골목에 '살찐 갈매기란 뜻의 카모메 식당'을 열어 마을 사람들과 융화되어 가는 과정을 담은 소박한 영화다. 그 과정에서 같은 일본 사람인 미도리와 마사코를 만나게 되면서 그녀들과 함께 인생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흐믓하게 바라볼 수 있었다.

 

그런데 영화 상에는 주인공들의 속 사정은 담겨져 있지 않았다. 사치에가 왜 핀란드까지 가게 되었는지 미도리에게는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다만 마사코에 대한 이야기만 살짝 비춰지고 있었다. 그래서 원작을 들춰 그녀들이 들려주지 못했던 속사정을 읽게 되었는데, 읽다보니 단단한 내면의 소유자 라고 생각했던 사치에가 엉뚱하게도 로또 1등에 당첨된 설정이 좀 실망스럽게 느껴진다. 식당을 열고 한 달동안 손님이 없어도 단단하게 지켜냈던 모습이, 1등이라는 물질적인 단단한 벽이 있었기에 지켜낼 수 있는 시간 이었다고 생각하니 실망스러울 수 밖에.  그외에는 영화와 비슷한 전개로 흘러가고 있지만, 영화와 원작 모두 사랑할 수 없는 부분이 아쉽게 느껴진다. 정말 진짜 영화와 원작을 동시에 사랑할 수 있는 일은 어려운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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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5-12-16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영화보고 감동받았다 책보고 실망한 작품중 하나에요 ㅎ
근데 생각해보니까 알게 모르게 주인공들은 사연이 있어야 한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작품이기도 했어요. 해외이주에 모든 사람이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닌데 ㅎㅎ

해피북 2015-12-16 19:24   좋아요 0 | URL
아핫. 정말 그렇네요 ㅎㅎ 왜 사연이 있어야한다고 생각 했을까요. ㅋ
그리고 원작은 정말 실망스러웠어요. 사치에하곤 어울리지 않는 그런 느낌이 ... ㅎ
저녁 식사 맛있게 하세요^^

도가도비상도 2015-12-16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카모메식당 인상깊게 봤는데 원작의 속사정에 로또가 있었다니!
정말 깨는데요ㅋㅋ
좋은 글 잘 읽고갑니다~

해피북 2015-12-16 19:25   좋아요 0 | URL
아 그렇쵸? 로또 1등은 좀.. ㅎㅎㅎ
오늘 눈 내리며 쌀쌀한 날인데 따뜻한 음식 드시면서 즐거운 저녁 시간 보내세요^^

AgalmA 2015-12-16 2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영화와 <파란색은 따뜻하다> 원작 둘 다 맘에 들던데요^^
영화<일 포스티노>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도 각각 좋다고 생각하고요.
원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영화 <프라하의 봄>도 동률로 좋았어요..
스티븐 킹 원작 <샤이닝>, <캐리> 등도 다 영화도 좋았다고.. 스티븐 킹의 내러티브의 승리일까요ㅎㅎ
찾아보면 많을 듯^^

해피북 2015-12-16 21:59   좋아요 1 | URL
오마낫. 이런 고급진 정보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시간나는데로 한 편씩 영화와 원작을 보는 즐거움을 누려야겠어요 ㅎㅎㅎ
편안하고 즐거운 저녁 보내세요^^

달팽이개미 2015-12-16 2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설도 읽어놓고도 로또 일등이었다는걸 전 왜 해피북님 글을 읽고 깨닫는걸까요..ㅠㅠ 전 정말이지 기억력에 문제가 있나봐요; 그렇게 좋아하는 영화이면서도 말이죠~~보고싶은 것만 보는걸까요?? 흑

해피북 2015-12-16 22:00   좋아요 0 | URL
아핫. 그럴수도 있죠~~ 저도 그런적 많았어요. 다른분 서재에 놀러갔다가 알게 된 사실도 많은걸요 ㅋㅋ 또 특별히 로또 라는 개념이 달팽이개미님께는 신경쓰이지 않는 부분일수도 있고요 ^~^

살리미 2015-12-16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로또 일등이었다고요?? 아마도 감독이 영화에서 그런 사연을 빼버린게 이유가 있는 것같군요 ㅋ 저도 책을 읽어보진 못했는데 해피북님 리뷰를 읽어보니 안읽어도 될 것 같군요 ㅎㅎ
저도 영화를 보면 원작이 궁금하고, 원작을 영화로 만들었다고 하면 또 영화가 궁금해서 둘다 보게 된 경우가 많은데요, 원작이 더 좋은 경우가 조금 더 많고, 둘 다 각각 좋은 경우도 많고, 영화가 더 좋은 경우도 있었어요^^

해피북 2015-12-20 19:34   좋아요 0 | URL
그쵸오~~ 사치에와 로또는 왠지 어울리지 않아요. 그 단단함이 좋았는데 말이죠 ㅎㅎ 저도 영화를 보면 원작이 궁금해 읽게되고 그러다보면 에이~~ 하면서 실망하기도 하고요. 또 어떤 책은 이건 그냥 책으로만 읽어야겠다. 영화를 보고 실망하고 싶지 않다 하는 책도 있는거 같아요 ㅋ
 

아주 오래전에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신랑과 함께 영화관에서 봤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이 영화에 대한 기억이 그리 좋지 않았다. 좀 난해하게 보고 나온 영화였다고 할까.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우연찮게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볼 기회가 생겨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리곤 깜짝 놀라게 되었다. 영화의 시작 화면부터 흘러나오는 멜로디 '인생의 회전목마'는 드라마 '애인 있어요'에서 사고로 기억을 잃어버린 도해강과 전남편 최진언을 이어주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구슬픈 멜로디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메인 테마였던 것이다.

 

구슬픈듯 아름다운 멜로디를 배경음으로 깔고 두 손을 맞잡은 하울과 소피가 하늘을 걷는 이 장면에 취하듯 영화에 몰입에 몰입을 거듭하며 보고 있다가 한 화면에서 궁금증이 들었다. 이 영화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는 분명 일본 사람인데 소피가 황야의 마녀에게 저주를 받고 집을 떠나기 전에 챙긴 음식들이 '치즈와 빵'인게 의문스러워진 것이다. 옆에 있던 신랑을 콕찔러 물었다. 왜 일본 음식인 오니기리 같은 주먹밥이 아닐까 하고. 정말 무심한듯 '이 영화의 배경은 일본이 아닌데' 하며 별일 아니라는 듯 뱉어낸 말에 나는 그만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그리곤 부랴부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검색했더니 '다이애나 윈 존스'의 책들이 나왔다. 정말 일본 소설이 아니었구나 싶어서 하나하나 살펴보니 원작은 하울이 무척 바람둥이고 소피는 무지 시크하다는 이야기가 많다. 이 소설을 본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어떤 부분들을 취하고 버리며 이렇게 멋진 장면들로 탄생시켰을지 하는 호기심에 원작도 읽고 싶다. 그런데 절판된 책들도 보인다. 제일 아쉬운건 만화책. 멋진 장면들을 책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만 같아 아쉬움이 크게 들었다. 그런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용감무식한 방법을 선택하게 되었으니.. 바로 원서를 구입한 일이다. 한글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내가 원서를 구입하다니. 이건 정말 내 인생에 유례없을 만큼 이 영화에 푹 빠져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매일 아주 조금씩 원서를 해독하는 일을 할 예정이다. 물론, 다른 사람들은 해석을 한다지만 나는 해독을 해야할 만큼 영어실력이 아주 형편없는 고로. 조금씩 노력하다보면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상상을 해본다.

 

 

무튼 이 영화의 관전 포인트는 '인생의 회전목마'라는 멜로디 제목에서도 찾을 수 있고 또 하울이 소피를 군인들에게 구해내던 첫 장면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하울이 캘시퍼와 계약을 맺던 유년기 시절의 과거와 현재가 연결 되었고 하울과 소피는 아주 오래전 부터 알고 있던 사이라는 점. 또 헛된 아름다움을 쫓아 살아가는 삶보다 흐르는듯 지나는 시간 그대로의 삶을 받아 들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그리고 전쟁에 대한 생각을 한 번쯤 할 수 있는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참 어떤 분 글에 의하면 영화에서 안나오는 소피의 동생이 원작에서는 나온다고 했는데, 영화에서도 아주 잠깐 소피의 여동생 '레티'가 등장한다.

 

'체자리 카페'에서 일하는 동생 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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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12-16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야자키 감독은 `하늘을 나는 것`에 열광하는 분이라 <하울>도 만들었는데, 원작에 깃든 뜻이라든지 `움직이는 성`이 보여주는 뜻이나 `마법사`와 `마법사를 사랑으로 품는 뜻` 같은 여러 가지 숨은 이야기들이 많아요. 저희 집에서는 아이들하고 함께 자주 다시 보는 영화 가운데 하나예요 ^^;; 노래는 따로 더 자주 듣고요. 아무튼, 어느 곳에서나 `사랑`은 모든 것을 아름답게 녹이는 가장 거룩한 힘이라고 새삼스레 생각합니다..

해피북 2015-12-16 19:22   좋아요 0 | URL
ㅎㅎㅎ 이건 엉뚱한 이야기이지만, 저는 `이웃집 토토로`란 영화도 다시보게 되었는데요 그 영화를 보면서 왠지 숲노래님이 자꾸 떠오르는 거예요. 아이들과 함께 자연에서 지내시던 사진들이 떠오르면서 이렇게 즐겁게 지내시겠구나 싶은 느낌이 들었답니다 ^~^

서니데이 2015-12-16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도 좋았지만 원작인 책도 재미있었어요,
해피북님, 좋은하루되세요^^

해피북 2015-12-16 19:20   좋아요 1 | URL
오홋! 서니데이님도 정말 다독다독 하시는군요^^ 원작까지 즐겁게 읽으셨다니 저도 빨리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ㅎㅎ

지금행복하자 2015-12-16 1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를 더 좋아해요. 미야자키감독을 좋아하는 것이겠죠?

해피북 2015-12-16 19:19   좋아요 1 | URL
미야자키 감독님의 진가를 제대로 느끼게 된 작품이예요. 많은 사람들이 명작이라 할 만큼 잘 만들어진 작품이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ㅎㅎ 앞으로 미야자키 감독님의 다른 작품들도 살펴봐야겠어요 으흐흐

cyrus 2015-12-16 1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명작으로 손꼽히는 일본 만화들 대부분이 외국 작품을 모티브로 만든 것이 많아요. 일본이 역사적으로 서양 문화 개방을 빨리 받아들여서 서양 문화를 자신들의 색(자포니즘)으로 입히는 능력이 좋습니다.

해피북 2015-12-16 19:18   좋아요 1 | URL
오홋! 그렇군요. 그래서인지 자꾸 소피를 보는데 빨간머리앤이 겹쳐 보이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ㅎㅎ

달팽이개미 2015-12-16 2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봤는데 왜 도통 아무생각이 안나는걸까요....ㅠㅠ 메인멜로디만 머릿속에서 떠다닐뿐;; 이렇게 백지장같은 느낌이라니 흑. 원작소설은 읽어보고 싶어요~한글로요..ㅋ-ㅋ 원서에 도전하신 해피북님!! 멋지세용^^b

해피북 2015-12-16 21:54   좋아요 1 | URL
ㅎㅎ 저도 이 영화 다시보면서 깜짝 놀랐어요. 이런 장면이 있었나 하면서 말이죠. 제 옆에 있던 신랑왈 ` 저 할멈은 누구야?`라고 묻기까지 했는데요 ㅋㅋ 예전에 함께 영화를 봤음에도 말이죠 ㅋ. 그런데 이 영화는 반복해서 봐야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아요.그리고 원서는 ... 마음만 그렇지 실제로 읽지 못할 것 같아요 ㅠㅠ

살리미 2015-12-16 2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원서를 지르셨다고요?? 대단하세요! 한줄 한줄 읽어가는 재미가 쏠쏠 할것 같네요. 전 도저히 엄두가 안나지만요!
저도 미야자키 하야오의 팬인데 지브리 스튜디오가 문을 닫는다는 소문과, 얼마전 개봉한 <추억의 마니>가 마지막 작품이라고 하기도 해서 추억의 마니를 보며 눈물나던 생각이 나네요. 미야자키 감독은 하늘을 나는 것도 좋아하지만 할머니도 참 좋아하는 것 같아요 ㅎㅎ

해피북 2015-12-17 18:42   좋아요 1 | URL
ㅋㅋㅋ 요즘 번역앱이 무지무지 좋더라고요. 한줄씩 입력하면 대략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고요, 또 읽어주기도 해서 발음도 들을 수 있어요 ㅎㅎ 아참 네이버 번역기 하단에는 단어 정리도 되어 있어서 참 좋더라고요 ㅎㅎ

그런데 `지브리` 스튜디오에서 미야자키 하야오의 영화가 나오나봐요. 문을 닫는다면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는건가요? 흑.. 저는 이 영화들을 이제야 사랑하게 되었는데 마지막이라면 무지 슬픈걸요 ㅜㅜ

oren 2015-12-16 2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때는 지브리 애니메이션에 대해 열을 올리던 적이 있었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하여...`라는 글까지 썼었으니까요. ☞ http://blog.naver.com/ojcojj/40009385965
꽤나 오래 전에 개봉된 영화인데 문득문득 라디오를 통해 히사이시 조의 저 음악만 나오면 그때 그 영화 속 장면이 부웅~ 절로 떠오르니 영화와 음악의 힘이 정말 엄청나다 싶은 생각도 자주 든답니다..

* * *

보고 나서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잠시라도 망연자실할 만한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 한 장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도 온 정신을 집중하고 정성을 쏟아야 합니다. 예를 들면 벌레의 세계를 그리기 위해서는 벌레의 눈으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인간이 확대경으로 본 세계가 아닌 진정한 벌레의 눈으로 보게 되면 풀은 거대한 거목이 되고 지면은 평탄하지 않고 울퉁불퉁하며 비나 물방울 등의 물의 성질도 인간이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르게 됩니다. 이렇게 그려지면 재미는 물론 ‘진실’한 세계가 탄생합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해피북 2015-12-17 18:44   좋아요 1 | URL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열렬한 팬이시라니 너무너무 반가운걸요 ㅎㅎ 글까지 쓰신 마음 저는 이해할 것 같아요 ㅎㅎㅎ 그리고 이렇게 자세한 댓글 덕분에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해 좀 더 깊이 알 수 있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닷!! 오늘 저녁은 정말 쌀쌀한데 감기 조심하시고 즐겁고 행복한 저녁 시간 보내세요!
 

 

(스포일러 주의!)

 

 워낙 깨알같은 재미를 촘촘하게 박아놓은, 디테일한 요소가 일품인 원작을 재밌게 읽었던 탓인지도 모른다. 수소니 산소니 패스파인더니 MAV(화승상승선)니 하는 복잡한 용어들이 난무해도 마크 와트니의 긍정적 에너지. 도대체 어디서 저런 긍정성이 솟아날까 의구심이 생길 만큼 마크 와트니는 시종일관 유쾌했고, 원작에서 그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는 촘촘한 디테일을 자랑하며 무사 구출이라는 쾌거를 이루고 해피엔딩을 맺기에 영화에서 그려낼 영상미에 대한 기대심이 컸음을 고백한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시작되고 얼마지나지 않아 나는 맥이 딱 풀려버리고 말았다. 맷 데이먼의 엄청난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영화을 다 본 후의 나의 느낌이란... 대체 원작을 읽지 않은 사람들이 영화만으로 내용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영화는 너무 많은 부분을 삭제, 축소시켜버렸고 그런 면들이 심플한 영상미를 제공하며 그야말로 화성판 생존기에 그치는면에 불과했음을 느끼게 된다.

 

<화성에서 감자 재배를 성공한 마크 와트니>

 

원작에서 재미요소를 꼽자면 그 첫 번째로는 그가 화성에 혼자 남겨졌고 그러므로써 감당 해야하는 생존문제(식량, 산소, 물)가 시급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마크 와트니는 식물학자이자, 기계공학자라는 것. 그야말로 무인도에 떨어져도 홀로 살아남을 수 있는 여건을 갖춘 맥가이버 같은 매력의 소유자라는 것이다. 추수감사절에 쓰일 감자에 싹을 틔워 재배할 생각을 해낸 마크는 인분을 화성 흙과 지구에서 가져온 흙으로 버무려 재배를 시작한다. 여기서 그의 매력은 다양한 공식과 실험방식들로 디테일하게 그려지는데 그런 원작의 재미가 영화에서는 축소 되어버려서 좀 밋밋한 느낌이 들었다.

 

 

<패스파인더를 찾아낸 마크 와트니>

 

두 번째로는 나사와 통신을 위한 과정들이다. 1997년도 '선도자'라는 뜻의 패스파인더가 화성에 쏘아올려지고 배터리 부족으로 통신두절 되었던 상황을 생각해낸 마크 와트니가 패스파인더를 찾으러 이동하는 선외활동의 디테일함. 예로 로버를 장시간 이동할 수 있도록 개조하고 내부 온도 조절을 위해 방사선 물질인 RTG와 절대적인 태양 전지의 필요성의 언급을 삭제 시키므로써 극의 몰입도와 재미를 감소 시키고 있다.

 

 

세 번째로는 화성 탈출을 위해 상승선인 MAV가 있는 스키아파렐리 분화구까지의 여정이다. 이동을 위해 로버를 다시 개조하는 과정과 이동 중에 만나게되는 모래폭풍과 그로인해 태양 전지의 효율이 크게 떨어져 로버가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긴박함 속에  맥가이버 같은 순발력으로 해결 해나가는 마크의 디테일한 요소들이 삭제되어 버렸다는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렇게 정리해보자면 영화에서는 '마크 와트니'라는 천재 학자의 디테일함을 축소 시켜버린 셈이다. 어쩌면 감독 리들리 스콧은 마크라는 인물 보다도 화성이라는 광활함과 구조라는 절박함에 초점을 두고 해피엔딩이라는 안전한 발판을 만든 셈인지도 모른다. 다시말해 맥가이버 같은 능력의 거품을 빼버린 대신, 한 인간이 화성에서 살아내기 위한 과정들을 아주 심플하게 구성하며 온 지구촌 사람들이 그의 무사 생환을 한 마음으로 바래는 그 뭉클함을 이끌기 위한 과정이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한다.

 

 

 

 

그렇지만 영화가 아무리 심플함으로 무장했을지라도 결말에 이르렀을땐 눈시울을 붉게 한다. 마크를 구하기 위한 동료애와 전 세계인들의 뜨거운 관심과 사랑이 원작 만큼의 감동으로 전해지 때문이다. 더욱이 '무사 생환'이라는 결말이 우리나라에선 유독 슬프기 때문이란 생각도 든다. 2014년의 해가 그러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씨네 21>에서 '김혜리의 영화일기'의 한 대목이 마음에 콕 와서 박힌다.

 

' 개인이 희망을 잃지 않고 계속 노력할 수 있는 상태는, 당사자의 의지와 태도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 사회에 대한 기본적 신뢰가 희망과 의욕의 토양이다'P32<씨네 21 NO.1028>

 

김혜리 기자의 이야기를 증명하듯 원작에서 마크 와트니의 마지막 대사가 떠올랐다.

 

" 등산객이 산에서 길을 잃으면 사람들이 협력하여 수색 작업을 펼친다. 열차 사고가 나면 사람들은 줄을 서서 헌혈을 한다. 한 도시가 지진으로 무너지면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구호품을 보낸다. 이것은 어떤 문화권에서든 예외없이 찾아볼 수 있는 인간의 기본적인 특성이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는 나쁜 놈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수십억 명이 사람들이 내 편이 되어주었다. 멋지지 않은가?.... 그래도 오늘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다'P598<마션>

 

우리는 언제쯤 탄탄한 신뢰의 땅을 딛고 희망과 의욕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일지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되는 영화 <마션>을 두고  원작을 먼저 볼까 영화를 먼저볼까 하는 고민에 빠져 있다면 나는 영화를 먼저 권하고 싶다. 상상하기 힘들었던 장면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책을 읽으며 더 풍부한 상상거리를 제공해줄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서다. 원작을 먼저 본 나로써 김빠진 맥주를 마시는 듯한 기분을 느낀 점이 핑계라면 핑계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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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1 2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2 0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장소] 2015-12-11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리뷰 잘 읽고 가요~^^

해피북 2015-12-12 00:15   좋아요 1 | URL
앗~!! 감사합니다 ㅎㅎ 그장소님^^ 꿀밤보내세요 ㅎㅎ

[그장소] 2015-12-12 00:16   좋아요 0 | URL
해피투게더 ~^^두 개˝더!!

지금행복하자 2015-12-12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면 아무래도 김 빠진 맥주일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ㅎㅎ

해피북 2015-12-14 21:28   좋아요 0 | URL
그쵸 그쵸 ㅎㅎ 영화와 책은 아무래도 같을 수는 없는거 같아요.
영화가 좋으면 책이 좀 실망스럽고, 책이 좋으면 영화가 좀 실망스럽고 하는 ㅎㅎ
그저 그대로 이해하고 느끼면 좋을텐데 영화나 책을 읽으며 제가 느끼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있어서 자꾸 실망하게 되는거 같아요 ㅎ

살리미 2015-12-12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너무 큰 기대를 안고 영화를 보러 갔다가 조금은 실망스럽기도 했어요. 소설 속 재밌는 얘기들이 많이 빠져버려서요. 그래도 영화는 영화만의 장점을 잘 살렸다고 생각해요. 일단 상상만하던 화성의 모습이 눈앞에 재현이 되는게 어디에요 ㅎㅎㅎ
저는 영화 마션이 재밌다는 사람들에게 꼭 소설 마션을 권하고 있어요. 훨씬 더~~ 재밌다고요.

해피북 2015-12-14 21:30   좋아요 0 | URL
네. 정말 이 영화를 재밌게 보신 분이라면 책은 꼭 권해드리고 싶더라고요. 책이 너무 재밌는데 영화에서 다 다루지 않아서 아쉬울지경이예요 ㅎㅎ특히나 영화에서 빠진 부분들에서 재미를 느끼던 참이라서 더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ㅋㅁㅋ~~~

2015-12-15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6 15:1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