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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중고책을 살땐, 밑줄이 있거나 메모가 있는 책은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책을 읽을때 다른이의 메모나 밑줄을 보면 내 생각을 방해받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얼마전  뜻밖의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이 한 권의 책속엔 누군가의 순간의 추억과 기쁨과 열정이 담겨져 있고,

추억들로 모여있는 공간이 바로 중고서점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마치 다른이의 일기장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찰라의 순간이 느껴지고,

단순한 텍스트를 넘어  사람과 사람의 정이 담겨져있는 책이 중고책이며

그런 책을 발견하는 순간 무한한 호기심이 샘솟아 짜릿한 흥분감도 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마음이 전해졌을때의 기쁨과,


 

 

 

 

 소중하게 간직했던 순간의 희열과,

 

 

 

지난날, 열정을 불태우며 꿈꿨던 삶의 시간들이 말입니다.

 

 

 

일상의 순간을 기록하고, 생각을 기록하고, 마음을 기록하는 공간.

지금은 어떤 순간을 어떤 생각을 어떤 마음을 기록하고 있을 누군가를 상상하며,

마치 보물을 찾은것 처럼, 다른이의 추억을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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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4-12-21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방에 가면 사람들의 손길이 한 번 이상 거쳤을 책들이 많이 있어요. 중고서점도 많이 가지만, 주말에 손님이 많으면 책방으로 갑니다. 책탑 사이에 혼자 보물을 찾는 기분이 들어요.

해피북 2014-12-21 22:57   좋아요 0 | URL
그 보물찾는 짜릿한 기분이 느껴집니다^^ 정말 애독가 이시군요^^ 서재에 방문해서 깜짝놀랐습니다.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생각하시는 모습이 참 좋네요^^
 
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처음 만나보는 김연수 저자님 책 참 유쾌하네요 ^^ 《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를 읽으시며 분노 하시는 모습과 책과 얽힌 여행지 추억을 이야기하시며 책을 옮기는 형벌을 감내하시는 모습 인상적이였어요 작가가 들려주는 책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참 설레이는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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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우연히 온라인 서점의 메일을 보다가 깜짝 놀란적이 있다. 표지가 같고 제목이 다른 책을 본것이다.  요즘 출판사에서 값비싼 디자인값을 줄이기 위해 획일화된 디자인을 사는 경우가 많다는 기사가 떠오르면서, 이건 정말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다양한 개인만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물론 비슷한 얼굴형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어 '닮은꼴 찾는'  프로그램도 있지만, 비슷할뿐 모습이 똑같진 않다. 그사람의 생활 환경, 성격과 인품에 따른 세월의 흐름이 고스란히 얼굴에 쌓이면, 한 장의 명함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게 바로 '얼굴'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의 얼굴과 같은게 바로 책의 '표지'다.

 

제목 만큼이나, 책의 내용을 짐작해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인 책의 표지가, 단지 비싸다는 이유로 획일화 되어버린다면, 주차장에 들어선 50대의 똑같은 검정 승용차를 본 후 소름이 돋았다는 박웅현 저자(그의 저서 여덟단어)님의 말씀처럼 소름끼치는 일일 뿐아니라, 한 공장에서  획일화된 제품만을 찍어놓고 진열해놓는 특색없는 '상품'이 되어버리는 일이 된다.

 

책이란 무엇인가? 저자가 사색속에서 잉태한 생각의 덩어리들을 언어라는 매개체에 담아 독자와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일련의 독자와 저자의 "대화의 창"이 아니였던가! 그런 저자의 명함과도 같은 표지가 일률적으로 획일화되는 무서운 세상이 오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책 표지에도 퀄리티(quailty), 즉 격(格)이  있음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돼지책 / 앤서니 브라운그림/ 웅진 주니어

 

첫번째로 꼽는 책은 앤서니 브라운의 재치와 유머를 만날 수 있는 동화책이다. 남편과 자식 둘을 업고 있는 저 여자는 천하 장사일까?  왜 책 제목을  '돼지'라는 이름을 지었을까란 무궁무진한 궁금증을 갖을 수 있는 책이다. 우리가 표지를 보고 짐작할 수 있는것 처럼 이 동화책의 주제는 가정내에서 보여지는 '엄마'의 역할과 가족들의 '역할'이다. 흔히 가사는 엄마의 몫으로 생각하고 있는 아버지와 아이들과 함께 보면 좋을 동화 책이다.

 

 

 

 

 

2.소크라 테스의 변명 / 플라톤/ 문예출판사.

 

 왼쪽 첫번째 책은 개정판으로 나온것이고, 두번째 책은 개정판  전의 책이다.  나의 개인적인 안목은 두번째 사진을 더 좋아한다. 1787년 다비드가 그린 작품으로 소피스트들의 모함으로 사형을 받게된 소크라테스가 사랑하는 제자들 앞에서 독배를 마시기 직전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두번째 사진에 제일 앞 의자에 앉아 고개를 떨군 사람이 플라톤인데, 그 당시 28살의 플라톤을 지인의 권유에 따라 노인으로 그렸다고 한다. 그림의 왼쪽 계단위를 오르면서 소크라테스 쪽을 바라보는 여인이 소크라테스의 악처가 크산티베 라고 한다. 그녀는 악처가로 소문이 났는데 소크라 테스의 죽음 소식을 듣고 슬펐을까? 개정판으로 나온 표지에는 이런 전반적인 이야기들을 상상할 수 없이 독배를 마시기 직전의 소크라 테스를 중심으로 편집해버려서 좀 아쉬운 마음이 크다.

 

 

 

 

3. 빅 피처 / 더글라스케네디/ 밝은 세상

 

 

세번째로 소개하는 작품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빅 피처다. 내가 읽어본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 중 제일 으뜸으로 치고 있는 소설인데, 표지를 보면 손에 묻은 피, 들고 있는 사진은 섬뜩하며 글의 흐름을 짐작해볼 수 있게 한다. 양복과 캐쥬얼 모자를 쓰고 있는 사진속의 인물은 상반된 상징을 느낄 수 있게하는데 하나는 도망자의 신분을 가림을 위한 도구로 볼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양복이 "부"의 상징이라면 캐주얼 모자는 "가난"의 상징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소설은 사진작가라는 꿈을 포기하고, 변호사로 살아가던 벤이 우연히 아내의 외도를 목격하고 살인을 저지르게 된다. 이후 도망자 신분에서 사진 작가의 꿈을 이루는 과정을 담고 있는 이 소설의 결말에 이르렀을때 법적 심판대에 오르지 않고 끝을 맺는  부분에서 사람들은 도덕성과, 이상 실현이라는 관점을 두고 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4. 이방인/ 알베르 카뮈/ 민음사

 

 알베르 카뮈의 작품인 이방인의 표지는 알베르 카뮈 자신이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모르쇠'라는 인물은 자기 어머니의 장례식에도 무관심한 인물이다. 그저 기분에 따라 느끼고 행동 할뿐 다른 어떤것에 호기심이나 관심을 표현하지 않는 인물이였다.  표지에서 보여지는 날카로운 이목구비 만큼이나, 날카로운 시선 처리가 흑백사진과 잘 어울려 '이방인' 특유의  '불안감'을 안고서 외로움과 쓸쓸함, 방랑가적 기질, 빛과  섞일 수 없을듯한 모호함들을 표현한듯 했다.

 

 

 

 

 

 

5. 모던보이/ 이지민/ 문학동네

 

박해일, 김혜수 주연의 영화 <모던보이> 원작으로 알려진 이지민 작가의 소설이다. 소설 모던보이의 표지엔 주인공 조난실의 뒷 모습이 그려졌다. 아래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벚꽃과, 등뒤에서 흩날리고 있는 벚꽃잎은 일본이라는 상징성을 주고 모던해보이는 여자의 쓸쓸한 뒷모습은 고독스러우면서도 아름다움을 주었다. 나는 앞 표지의 그림도 좋아하지만, 무엇보다 뒷 표지를 선호한다. 뒷표지에는 주인을 잃어버린 담뱃대에서 꺼질줄 모르고  피어오르는 담배 연기, 여전히 흩날리는 벗꽃잎들은 독립을 향한 열정과, 일본의 지칠줄 모르는 억압이라는 상징성을 담고 있다고 생각 되었다. 이렇게 표지에 담긴 의미를 읽어내는 재미. 이 재미를 느낄 수 있을때 그 책의 값어치는 남달라지는게 아닐까?

 

 

 

 

 

6. 금붕어 2마리를 아빠랑 바꾼날/ 닐게이먼/ 소금창고 

 

내가 좋아하는 동화 작가 닐 게이먼은 유쾌하고 코믹한 그림으로 감동을 선사하는것 같다. '금붕어 2마리를 아빠랑 바꾼날'의 동화를 보면 친구가 가져온 금붕어 2마리때문에 정신을 빼앗긴 아이가 신문보는것말곤 할 줄 아는게 하나도 없는 '아빠' 와 바꿔버린다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동화가 끝날때까지 시종일관 신문에 코를 박고 있는 '아빠'의  얼굴은 결코 만나볼 수 없는 부분을 보며 이것은  우리네 아버지들의 자화상이자 어항의 얼굴에서  읽혀지듯이 물질 만능주의의 시대가 낳은 폐단의 모습도 함께 보여주는 듯해 씁쓸한 마음을 갖게했던 표지였다.

 

 

 

 

7.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1~7 / 유홍준/ 창비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어떤 수식어도 필요없는 유홍준 교수님의  답사기다. 책의 표지를 보면 대표가 되는 문화유산을 선정하여 담고 있는데, 표지 뒷면을 살펴보면 "표지 사진은 경주 감은사터 삼층 석탑이며, 제목 글씨는 조선 후기에 목판본으로 간행된 언간독(諺簡牘)에서 집자된 것이다"(1권 표지 뒷면) 라는 글귀를 만날 수 있다. 이는 저자와 편집자의 각고한 상의 끝에 얻어진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평소 알지 못했던 문화재의 아름다움과, 무관심 속에서 사라져가는 우리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일깨워줄 뿐 아니라, 책의 대표 유적지를 상기시켜주고 있고 옛 것의 멋스러움을 표현해주는 멋진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떤 한 권을 선택할 수 없고, 어떤 한 권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값진 책인것이다.

 

 

 

 

8. 안돼 데이빗/데이빗 새논/ 지경사

 

이 책의 표지를 본 아이들은 표지만 보고도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고 있다는듯 긴장한다. 동화라는 특성상, 책의 내용을 가장 잘 살려 표현해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모든 동화책들이 그렇게 책의 내용을 잘 살려 내는것은 아닌데, 이 데이빗 새논의 동화들을 보면 각 동화의 중심 내용중 특징적인 것을 골라내어  살려내는 맛이 있는것 같다. 익살스러운 표정의 아이와, 곧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 같은 긴장감, "안돼, 데이빗" 하고 외치는 어른의 시선을 받아내고 있는 데이빗의 장난끼어린 표정들이 이 책을 더욱 사랑스럽게 만들어 주는것 같다.

 

 

이 외에도 소개되어야 할 표지들이 많다. 내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표지들도 있을테고 말이다. 우리는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해야 한다는 외침을 담은 책은 많으면서도 정작 그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행동을 하지 않아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저자에게 주는 다양한 문학상은 있지만, 하나의 작품의 끝을 완성하는 표지를 만든 사람에게 수여하는 상은 없는것을 보면 말이다. 이제라도 책의 표지는 저자의 생각 덩어리를 완성하는 하나의 매개체 라는 인식을 잊지 말고, 하나의 작품으로 인식하는 노력과 더불어 그들의 노력을 보상하는 제도가 생겨나고, 더불어 값에 휘둘려 하나의 작품의 끝을 표현하는 '표지'를 획일화 시키는 출판사들의 만행이 멈춰지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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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4-12-30 0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이른바 북 디자이너 라 하나요?
편집하시는 분들의 고생을 보니 역시 그건
정말 옳지 못하단 생각이 드네요.
아류들..이 그런거..죠.편승해 가기.
그래서 요즘은 북플에 책이 익숙해도 속까지 같은가 또 내가 읽은 책은 같은 작가의 다른 출판사 초판본인데 하고 ..이걸 읽었다 표해야하나 갈등하게되요.같이 고민하게되서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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