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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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왜 이제서야 봤을까.


처음에는 ‘뭐 이런 시대가 다 있어‘를 넘어 ‘이 시대에는 정말 다들 이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문화 충격을 받았지만 소설 끄트머리로 가면서 스스로 놀라울 정도로 코끝이 찡해져왔다.


여기 한 가족이 있다. 언뜻 보면 서로 아끼지도 않고 미워하면서 살아가는 듯하지만, 남편과 아내, 세 아들들은 가난한 시대를 함께 힘껏 헤쳐나가며 사실을 서로가 서로를 깊이 아끼고 사랑했음을 증명해낸다. 주인공 허삼관이 자기의 생명을 깎아 피를 파는 이유도 점점 바뀌어간다. 피비린내 나지만 사람의 따뜻한 피와 체온이 느껴지는, 나는 이런 이야기가 참 좋다.


국공 내전부터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까지의 시기를 허삼관이라는 인물의 일생을 통해 관통하는 이야기이다 보니 중국 역사를 다룬 짤막한 대하소설 같은 느낌도 있다. 그 시대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소설이 더 재미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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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탄의 도구들 (블랙 에디션) - 정상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의 61가지 성공 비밀
팀 페리스 지음, 박선령.정지현 옮김 / 토네이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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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계발서를 ‘이럴 땐 이렇게 하는 게 좋아‘라는 충고를 담은 책이라고 본다면, 그리고 조언에 쓸모 있는 것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게 있을 수 있다면. 이 책은 80점 정도는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책에 나오는 ˝타이탄˝은 ‘성공해서 잘나가‘거나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었다‘라고 인정받는 사람들이다. 저자는 그들이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습관 또는 루틴들을 수집해서 분류해 놓았다. 수집 목록이 많이 길어서 뒤로 갈수록 좀 지루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책을 충실하게 쓰려고 노력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글 자체는 읽기 쉽고 재미있다.

타이탄들의 대단함에 전부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 귀담아들을만한 이야기들이 꽤 있었다. 나는 5분 일기로 시작하는 루틴, 캐주얼한 명상, 마주하는 사람들의 행복 빌어주기, 어떤 상황에서든 ˝좋아!˝라고 외치는 자세, 그리고 찬물 샤워(!!)를 써먹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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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혁명에서 파리 코뮌까지, 1789~1871
노명식 지음 / 책과함께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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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개봉한 리들리 스콧의 영화 나폴레옹을 봤다. 아우스터리츠 전투신과 촌스럽고 어설픈 시골뜨기 남자 나폴레옹을 보는 재미가 있었으나 다소 머릿속을 어지럽게 뒤섞어버리는 영화이기도 했다.


영화를 본 김에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제국을 제대로 다룬 역사책을 읽고 싶어졌다. 최근에 나왔다는 ˝새로 쓴 프랑스 혁명사˝도 있지만 그건 번역이 좀 난잡하다는 평이 있어서, 좀 오래된 다른 책을 골랐다. 무려 초판이 1980년대에 나왔다는 책이다.



사실 프랑스 혁명사는 그 자체로 매우 복잡하다. 산을 하나 넘었나 싶었는데 또 다른 산이 나타나고, 그냥 돌아갈까 하고 뒤를 돌아보면 퇴로는 이미 막혀있고. 뭐 그런 느낌이다.

앙시앵 레짐부터 1789년의 혁명, 1791년의 입헌 군주제 헌법, 1793년의 공화제 헌법, 자코뱅, 지롱드, 로베스피에르, 테르미도르 반동, 나폴레옹, 브뤼메르 18일 쿠데타, 워털루, 왕정복고, 1830년 7월 혁명, 1848년 2월 혁명과 2공화국, 나폴레옹 3세, 1871년 파리 코뮌까지 블라블라블라~


이 책은 그 과정을 훌륭하게 정리해놓은 듯하다. 프랑스 혁명에 대한 이런저런 최신 학설을 담지는 못했겠으나 이 복잡하고 아리송한 역사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서 깔끔하고 먹기 좋고 예쁘게 다듬어놓았달까. 특히 나폴레옹이라는 인물과 그의 시대를 변종 또는 혁명의 배반이라거나 불세출의 영웅으로만 설명하지 않고, 혁명의 중간 정산이자 1차 결산으로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한 부분이 탁월했다.


아무튼 다 읽고 책을 덮으니 뭔가 마음이 웅장해졌다. 프랑스라는 나라는 거저 만들어진 게 아니었고, 우리가 프랑스 그리고 파리라는 단어에서 흔히 느껴왔건 ‘자유‘의 냄새가 그냥 괜히 맡아지는 게 아니었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다. 왕의 나라를 국민의 나라로 스스로 싸워서 만들고, 그걸 침략자들로부터 지켜내려고 싸우고 또 싸웠던. 찬탈자들과 도둑들을 그냥 놔두지 않았던. ‘혁명‘이 곧 ‘애국‘이었고, 그게 정체성과 전통이 된. 그러다 보니 지금도 반정부 시위를 한번 하면 온 나라가 화끈하게 달아오르고, 부당함을 그냥 넘기지 못하며, 심지어 경찰이 파업을 하기도 하는. 1789년과 1793년, 자코뱅을 때만 되면 다시 호명하고, 그걸 자기들의 자부심으로 여기는 그런 나라. 솔직히 부럽다. 그럼 내가 살고 있는 이 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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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이다. 일반적인 서양사 개설서보다는 훨씬 더 구체적이고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면서도 서술은 어렵지 않고 친절하다. 프랑스 혁명을 자세히 궁금해하는 사람이나 영화관, OTT로 나폴레옹이나 레미제라블을 보고서 남은 여운에 뭐라도 붙잡고 프랑스를 더 잘 알고 싶어진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할 것 같다. 다만, 책이 좀 예스럽다는 점은 감안해야 할 것 같다. 아주아주 옛날 대학 교재나 역사 개설서를 보는 것 같은, 뭔가 거창하게 의미 부여하려 한다거나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서술하는 부분이 군데군데 보인다는 점이 옥에 티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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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은 이러했다.

일본을 잘 설명하는 책을 찾다가 우연히 ˝위험한 일본책˝을 골라 읽게 되었는데, 이 책 저자가 대체 뭐 하는 사람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신념이 굳은 사람이 보면 무척 불편하고 싸움을 걸고 싶어질지도 모르는 책이라고 하면 독서하다 느껴진 점이 잘 전달되려나?

아무튼 끝까지 다 읽고 나니 시간 낭비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저자 나름대로의 설득력과 호소력이 있었고, 그 뒤에서 학자로서의 내공이 느껴졌달까. 그래서 같은 저자가 예전에 메이지 유신을 다룬 책을 추가로 찾아서 읽게 되었다.

그렇게 연달아 읽은 책이 ˝메이지 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이다.

한 마디로,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으면서 눈이 번쩍 떠졌다고 하면 괜찮은 표현일까?

그동안 역사 교사로서 일본의 근대사와 메이지 유신을 설명하는 기존 틀에서 부족함을 많이 느껴왔다. 메이지 유신과 일본의 성공적인 근대화를 서양의 충격을 받아 이루어진 급격한 도약 또는 순전한 운에서 찾는 기존의 대중적인 설명은, 솔직히 우리 역사가 아니어서 그렇게 대충 설명했다고 핑계를 대기에도 좀 많이 게으른 방식이 아니었나 싶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구절은 아마도 이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메이지 정부의 서양화 정책은 막부가 깔아 놓은 레일 위를 힘차게 달린 것이었다.˝



에도 막부는 서양의 접근에 통념보다도 훨씬 민감하고 기민하게 반응했고 중국, 조선보다 한층 빠르게 체제 개혁과 근대화에 착수했다. 그럴 수 있었던 건 1) 이미 일본이 200년간 동시대 최고 수준의 도시화, 상업화된 경제와 문화를 발전시키고 있었고, 2) 다른 동양 국가보다 서양의 동향을 빠르게 파악하고 있었으며, 3) 일본 사무라이 일반이 기존 이미지처럼 단순한 무인이라거나 행정 실무 서리가 아니라 학문적 소양과 정치 참여 의식을 갖춘 계층으로 거듭나고 있었기에 기존 질서에 균열을 일으킬 핵심 세력까지 형성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와글와글 시끌시끌 여기저기에서 일어나서 막부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크게 주었다. 이 모든 변화와 조건이 맞아떨어져서 일본은 세계의 대세에 올라타는 데에 성공했고, 그 와중에 막부 체제가 엎어지면서 메이지 유신이라는 이벤트가 일어났던 것이다.

특히 생각보다 일본 정치와 문화에서 성리학이 큰 지분을 차지했으며, 일본의 변혁 과정에서 성리학이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료들을 보고 충격받았다. 일본의 변화를 이끈 막부 말 사무라이들은 알고 보면 각자 성리학을 가르치는 학당을 중심으로 정치 조직을 만들어서 뭉쳤던 ‘칼을 든 사무라이‘였던 것이다.

아. 일본이 성리학과 단절해서 성공한 게 아니라, 성리학을 바탕으로 성공한 것으로 봐야 하는 거구나. 성리학에는 그저 고인물에 변화를 가로막는 이미지만 가졌는데(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개인적으로 가진 이미지는 그러했다), 그런 성리학에도 열정과 에너지가 있었구나.



타성에 젖어 게을러졌던 두뇌에 오랜만에 신선한 충격을 준 책이었다. 그리고 누군가 이 책을 함께 읽은 사람이 있다면 토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책이기도 하다. 역사학자가 썼지만 참 재미있고 쉽게 잘 썼다. 일본을 어느 정도 알았지만 더 알아보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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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통사
미야자키 이치사다 지음, 조병한 옮김 / 서커스(서커스출판상회)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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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시험을 준비하던 시절에 읽었던 동양사 개설서 종류보다는 확실히 재미있다. 저자의 말투가 살아있는 서술이라 신기했다.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된 문명의 파도가 대륙의 서쪽과 동쪽으로 퍼져나갔고, 유구한 중국 문명 또한 그 영향 아래에서 싹을 틔웠으며, 동양과 서양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선진 지역이 되었다가 후진 지역이 되었다가 하는 모습이 책을 읽는 동안에 머릿속에서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특히 서양의 르네상스와 중국의 송-원-명-청 왕조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대비하는 관점이 신선했다. 그리고 이슬람 문명이 그렇게나 대단했던 것일까? 나는 이렇게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예나 지금이나 사람과 물자는 강과 산맥과 바다를 넘어 흘렀을 텐데, 그동안 내가 역사를 이해하는 방식이 꽤나 경직된 것은 아니었을까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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