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주사를 처음 갔을때가 19살이었나보다.
대학 1학년때였으니.
절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고
천불천탑. 와불에 대한 간단한 내용만 있었던것 같다.
윗 선배가 나름 조사해와 후배들에게 브리핑했던 기억이 난다.
와불에 대한 전설도 듣고 와불앞의 머슴불에 대한 이야기. 운주사만의 천불이 다른 절과 다른 이유등등..
시절이 그래서 그런 사연을 가진 곳을 일부러 찾아갔었던것 같다.

어째든 그때의 운주사는
아무것도 없이 허허벌판에 절만 달랑..
여기 저기 석상들은 널부러져? 있고
탑들도 어수선하게 서 있었던것 같은데..
와불위에도 올라가고 칠성바위에도 올라가 놀았던것 같다. ㅎㅎ
절 밖으로 나와 옆 길가에서 고기도 구워먹고 버스를 타러 나오는 길이 길어 한참을 걸어나오면서 한 선배가 풀피리 불어주던 일도 기억이 난다 ㅎㅎ
그때의 사진들은 다 어디에 가버렸는지..

그때의 고즈넉하고 작고 아담하고 소박했던 운주사만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작년에 가보고 허거덕~ 왜 이리 바뀐거야..
초록잔디가 깔리고 산책길이 만들어지고..석상들은 한데 고이 모셔지고~~ 없던 일주문도 만들어지고.. 어이구야~~
여타의 사찰과 다름없음에 실망했었는데..
생각해보니 몇년전 불이 크게 나서 보수를 할 수밖에 없었던 적도 있었었지.. 어쩔수가 없는 건데..
크게 실망했던것은 사실이었다.

올해 다시 가본 운주사는 작년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잘 만들어졌구나. 그래도 주변 환경에 튀지 않으려고 애썼구나 하는 느낌을 받게 한다.
이곳 저곳 다녀보면서 이전의 변해버린 모습을 이야기하면서..
아쉬움과 어쩔수 없음을 생각하게되는 하루다.





<장길산> 제4부 ‘역모’ 끝부분

황석영

세상의 천민들이여 모여라, 천불천탑을 세우자.
그들은 보리밭 밭고랑에 돌을 눕혀 새기기도 하고, 산비탈에서 쪼으기도 하고 암벽 중간에 매댤려서 정과 망치를 두드리기도 하였다. 늙은 노비가 일러서 계곡이 끝나는 곳에 새 절을 세웠으니 운주사(運舟寺)라 하였다. 젊은 노비가 물었다.

할아버지. 절 이름이 어째서 운주사요?
배를 부린다는 뜻이란다. 배가 물에 떠서 움직이게 된다는 뜻이니라.

젊은 노비는 더욱 궁금해졌다. 이 깊은 산골에서 배는 무엇이고 물은 또 무어요. 우리가 이제는 다시 죽지 못해 살던 섬으로 쫓겨 간다는 뜻이우?

늙은 노비는 햇빛에 그을린 주름살 많는 눈을 감을 듯이 가늘게 뜨고 웃으면서 말하였다. 그게 아니란다 얘야. 새로운 우리 세상이 바로 배가 되는 게야. 미륵님 세상의 배가 된다. 배는 물이 없으면 뜰 수가 없지 않느냐?

그럼 물은 또 무엇이우?

물은 우리 같은 천것들이고 만백성이란다. 우리 중생이 물이 되어 고이면 배가 떠서 나아가게 되는 게야. 이제야 배가 되어 움직이는 절의 의미를 알겠느냐.

노비들은 다시 정신없이 돌을 쪼아 미륵상을 세웠다.





<구름바다 위 운주사(運舟寺)〉

황지우

비구름 끼인 날  
운주사(運舟寺), 한 채 돛배가  
뿌연 연초록 화순(和順)으로 들어오네  
가랑이를 쩌억 벌리고 있는 포구(浦口)  
천불천탑이 천만 개의 돌등(燈)을 들고 나와 맞는다  
해도, 그게 다 마음 덩어리 아니겠어?  
마음은 돌 속에다가도 정(情)을 들게 하듯이  
구름 돛 활짝 펴고 온 우주를 다 돌아다녀도  
정들 곳 다만 사람 마음이어서  
닻이 내려오는 이 진창 비구름 잔득 끼인 날  
산들은 아주 먼 섬들이었네  



<산경(山經)을 덮으면서〉

황지우


1
적설 20cm가 덮은 운주사(雲舟寺),
뱃머리 하늘로 돌려놓고 얼어붙은 목선(木船) 한 척
내, 오늘 너를 깨부수러
오 함마 쇠뭉치 들고 왔다
해제, 해제다
이제 그만 약속을 풀자
내, 정(情)이 많아 세상을 이기지 못하였으나
세상이 이 지경이니
봄이 이 썩은 배를
하늘로 다시 예인해가기 전
네가 지은, 그렇지만 작용하는 허구를 작파하여야겄다


2
가슴을 치면
하늘의 운판(雲板)이 박자를 맞추는
그대 슬픔이 그리 큰가
적설 20cm,
얼음 이불 되어
와불 부부의 더 추운 동침을 덮어 놓았네
쇼크로 까무라친 듯
15도 경사로 누워 있는 부처님들
석안(石眼)에 괸, 한 됫박 녹은 눈물을
사람 손으로 쓸어내었네


3
운주사 다녀오는 저녁
사람 발자국이 녹여놓은, 질척거리는
대인동 사창가로 간다
흔적을 지우려는 발이
더 큰 흔적을 남겨놓을지라도
오늘밤 진흙 이불을 덮고
진흙덩이와 자고 싶다

넌 어디서 왔냐?




< 풍경 달다>

정호승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어오는 길에
그대 가슴 처마 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 마음이



* 흐흐 올만에 관광객 모드 ㅎㅎ

사진 배우는 스님들..
어두워요~ 다시 찍어보세요.
플래쉬 터트려도 어둡나요?
확인해보세요~
선생님인듯한 분은 후래쉬 터트리면 빛이 강할까봐 흰색 우산으로 반사판으로 만들어 주고 계셨고
사진 찍는데 너무 진지해보이는 스님들 모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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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5-10-11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주사 정말 느낌이 좋은 독특한 절이죠. 자연히 생겨난 절같은 느낌. 저도 가 본 지 10년이 넘었는데 그렇게 변해버렸다니 씁쓸하네요.

지금행복하자 2015-10-11 21:02   좋아요 0 | URL
절들이 관광화 되면서 나름의 독특한 맛들을 잃어가는 것이 많이 아쉽습니다. 세월이 바뀌는 것을 탓할수는 없고 되도록이면 너무 많이 인공적이게만 아니었으면 좋겠다~ 고 생각만 하고 왔어요~
 
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 페코로스 시리즈 1
오카노 유이치 지음, 양윤옥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3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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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코로스, 어머니 만나러 갑니다
오키노 유이치

책 표지
`못다한 효도를 당장 하고 싶게 만드는 책`

그런가? 그럴수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못다한 효도를 하고프게 한다기 보다는 효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

예전에 어떤 이야기를 하다가
자식들에게야 못 할일이겠지만
치매라는 것. 꼭 나쁘게 생각할 일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말 한적이 있었다.
누군가는 물론 세상의 기억을
살면서의 기억을 다 가져가고 싶을 수도있지만
또 누군가는 세상의 기억을
살면서의 기억을 놓고 가고싶어 할지도 모르는데 그런 사람이 치매에 걸리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가장 좋았던 기억만
가장 행복했던 기억만 기억하고
이 마저도 부질없을 수도 있고
다 놓고 싶어하는 것이 치매가 아닐까하고 생각하고 있다고..
아무것도 모르는 채 왔으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가는 것이 치매가 아닐까 하고...

치매라는 것을 겪어보지 않아 쉽게 말한다고 하겠지만...
가장 행복한 죽음이 자다가 눈 감는것이라고 그러지 않은가..
고통속에서 이승의 마지막 기억을 약으로 취해 몽롱하게 보내는 것보다는.
너무 아픔으로 고통스러워 그냥 보내드리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보다는 더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자식의 입장에서야
힘든것은
마음 아픈것은
마찬가지이므로...

부모님과 함께 뭔가를 할 수 있는 것..
그것이 효가 아닐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한 동안 엄마가 아버지가 계속 꿈속에 보인다고
이렇게 말했다고..
또는 말을 안 한다고..
쳐다만 보다가 갔다고..
엄마랑 사이도 안 좋은 양반이 뭐한다고 엄마한테 나오냐고 말도 안 된다고
죽은 사람 자꾸 꿈에 보는것 안 좋다고
타박? 준적이 있는데 ...
생전의 부부로서의 기억이 리셋되어버린 듯한 엄마의 모습이 불편했었는데
생각해보면 그것이 엄마한테는 아빠를 보내는 방법이지 않았나 싶다.
부모로서의 모습이 아닌
부부로서의 아버지는 엄마에게 분명 다른 의미였을 텐데..
당신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준 사람도 엄마인걸 보면 우리 자식들은 모르는 뭔가가 분명 있는 건데 자식으로서의 잣대를 엄마에게 들이댔었던 적이 있었다.
그냥 들어주면 되는 것이었는데...

이런것이 효가 아닌가 싶다..
어? 아닌가? 돈 잘주는 자식이 효도하는 자식인가? ㅎㅎ

벗겨진 머리를 내어줄 수 있는 마음.
그것이 효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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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10-11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보니 `비밀 독서단`에서 정찬우님 사연때문에 코끝이 찡했던 생각이 났어요.. 이 책은 그런것 같아요. 가까이에는 부모님을 그리고 조금 멀리에는 자식과 나 사이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장바구니에 담아봅니다^~^

2015-10-11 17: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1 17: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살리미 2015-10-11 1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는 이 책 도서관에서 빌리려 했더니 티비프로그램 영향인지 이미 대출중이고 예약도 다 차 있더라고요. 그래서 어제 영화로 나온 걸 봤거든요. 영화도 나름 감동적이었고 중간 중간 작가의 그림체가 소개되었어요. 근데 확실히 귀여운 그림체로 보는게 더 감동적일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행복하자 2015-10-11 17:38   좋아요 0 | URL
영화도 있나요? 그림체에서 따뜻함이 느껴지고 말투 하나하나에 애정이 느껴져서 정말 좋았어요~^^

2015-10-11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0-11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을 2015-12-02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리뷰 잘 보았습니다. 페코로스와 엄니의 두 번째 이야기 <페코로스, 어머니의 보물상자>가 이번에 나왔더군요. 전작의 감동을 뛰어넘는 완결편이라니 같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지금행복하자 2015-12-08 08:47   좋아요 0 | URL
좋은 책 추천 감사해요~^^
꼭 읽어볼께요~~
 

엄청 야하고 매혹적인 이야기라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무미건조하다.
술탄과 세에라지드이야기도 별로 없고
이야기속의 이야기, 이야기, 또 이야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이 건조하게 나열되었있다는 느낌..
6권 끝까지 다 못 읽을것 같다..

슬쩍 뒤져보니 내가 어릴때 봤던 아라비안 나이트는 리처드 버튼 판이었다??
앙투완 갈랑은 아동용이라고?
그래서 하나도 안 에로틱하고 서술형으로 나열만?
익숙한 표지.. 역시 나는 범우사의 아라비안 나이트를 읽었던 거다.
밤새.. 날 새는 줄도 모르고 읽었었는데.
고전삘의 열린책들 앙투완버전보다는 훨씬 재미있었다는 기억이 있다.
지금도 그럴까? ㅎ


책 뒤에 조르주 메의 말이 압권이다
- ˝천일야화˝는 결국 앙투완 갈랑의 작품이며, 아랍 문화의 걸작이 아닌 프랑스 문학의 걸작이다 -

그것이 바로 서구 문학의 연구에서 하나의 이정표가 된 이 걸작이 엄밀한 의미에서 번역물이라기보다 창작물이라고 할수 있는 까닭이다.
창작물.

집에 있는 인디고판도 버튼?
차라리 인디고 판으로 짧고 굵게
이쁜 삽화로 다시 읽어야 겠다~ ㅋ

입으로 입으로 흘러다니던 이야기들이 활자로 기록되면서 쓰는 자에 의해 전해지는 자들에 의해 번역되는 자들에 의해 얼마나 왜곡되었을까..
그 옛날 이 이야기들이 입으로 전해지던 그 때는 어떤 느낌들로 전해졌는지 궁금해진다.

우리의 심청전이 남성에 의해 활자로 기록되면서 효만을 강조하는 이야기로 전해지듯이..
저잣거리에서 광대들에게서 소리로 불려지던 심청이는 과연 어떤 내용일까~
분명 지금의 이런 이야기는 아니었을거라고 과감히 추측해본다..

아랍인들의 아라비안 나이트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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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네 4

얼굴이 예쁘다는 것에 자유로울 사람이 있을까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미모에 행복해지는 사람과
미모에 불행해지는 사람..
그들의 공통점은
그들을 보되 그들을 보지 않기 때문..
가짜 행복과 진짜 불행.
어느게 더 불행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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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5-10-10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짜행복도 순간은 행복하겠지요?
`나 행복하다` 주문을 외우면 행복해지는것처럼요...

지금행복하자 2015-10-10 11:40   좋아요 0 | URL
그렇게 순간이라도 행복하는게 낫겠죠?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행복하고 싶은게 인간의 본성이나봐요~
 

드디어 갔다
순천 국제 정원.
넓어도 넓어도 너무 넓다.
인공정원 안 간다고 맨날 노래 부르는데 ㅎㅎ

주변환경에 녹아들지 않는 자연은
마음에 들어오지 않는다
예쁘기는 하다

꽃이 더 피는 봄은 더 예쁠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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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5-10-09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정말 이쁘네요.
사진을 잘 찍으시는것같아요ㅎ

지금행복하자 2015-10-10 07:21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세실 2015-10-10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쁘기는 하다ㅎㅎ
꽃 사진 참으로 예쁜걸요^^

지금행복하자 2015-10-10 11:39   좋아요 0 | URL
자연속에 피어있는 꽃하고 다른 맛이 있어요~ 크고 화려하고~

보슬비 2015-10-10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순간 홍학이 붉은 잉어를 옆구리에 껴놓은것처럼 보였어요.
홍학의 도시락인가.... ㅋㅋ

지금행복하자 2015-10-10 15:26   좋아요 0 | URL
ㅋㅋ 그렇게 보니 또 그렇게 보이는데요 ㅎㅎ
도시락치곤 좀 과한 도시락 같은데요 ㅎㅎ

해피북 2015-10-11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ㅇㅁㅇ!
사진에 생동감이 느껴져요! 와 하며 보게되는 사진들이예요 ㅋㅂㅋ

지금행복하자 2015-10-11 17:39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햇빛이 강해서 더 그렇게 보일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