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과 문

천양희


이 세상에 옛 벽은 없지요.
열리면 문이고 닫히면 벽이 되는
오늘이 있을 뿐이지요.
새로울 것 없는 이 사실잊
사실은 문제지요.
닫아 걸고 살기는 열어놓고 살기보다
한결 더 강력한 벽이기 때문이지요

벽만이 벽이 아니라
때로는 결별도 벽이 되고
절벽 또한 벽이지요
절망이 철벽같을때
새벽조차 새 벽이 될 때도 없지 않지요
세상에 벽이 많다고 다
낭비벽이 되는 건 아닐 테지요
벽에도 등을 대고 물끄러미 구름을 쳐다보면
벽처럼 든든한 빽도 없고
허공처럼 큰 문은 없을 듯 하지요.
이 세상 최고의 일은 벽에다 문을 내는 것*

자 그럼 열쇠 열고 들어갑니다
벽엔들 문을 못 열까
문엔들 벽이 없을까

* 인도의 선각자 비노바 바베의 말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따뜻한 파스텔 색이 그림속의 사람들을.. 그리고 그 그림을 보고 있는 사람들을 더 외롭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애 써도 현대사회는 외로울수 밖에 없어... 그러니까 잘 견뎌~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ureka01 2015-11-20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한참 보게 되네요^^..

지금행복하자 2015-11-20 18:41   좋아요 0 | URL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은 시선을 잡아두는 힘이 있어요. 보고 있으면 설명할 수 없는 뭔가가 스멀스멀 올라와요

서니데이 2015-11-20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행복하자님, 요즘 좋은 그림 많이 올려주셔서, 잘 보고 있어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지금행복하자 2015-11-20 18:42   좋아요 1 | URL
전시회를 자주 못가서 온라인상으로라도 이렇게 보고 있어요~^^

해피북 2015-11-20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행복하자님......토닥토닥~~♡♡

지금행복하자 2015-11-20 18:43   좋아요 0 | URL
감사해요~ 가을이라 그런지.. 마음 한켠에 바람이 불어오는 것 같아요..

후애(厚愛) 2015-11-20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려주시는 사진들 잘 보고 있어요.^^
사진들이 정말 멋지고 참 좋습니다~
편안한 저녁 되시고, 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지금행복하자 2015-11-20 19:48   좋아요 0 | URL
후애님도 좋은 주말 되세요~ ^^

cyrus 2015-11-20 2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외로움을 가장 실감 있게 그린 화가를 꼽으라면 에드워드 호퍼라고 말하고 싶어요. ^^

지금행복하자 2015-11-21 09:48   좋아요 0 | URL
동의해요~ 보고 있으면 외로워져요~~
 



정호승


나는 이제 벽을 부수지 않는다
따스하게 어루만질 뿐이다
벽이 물렁물렁해질 때까지 어루만지다가
마냥 조용히 웃을 뿐이다
웃다가 벽 속으로 걸어갈 뿐이다
벽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면
봄눈 내리는 보리밭길을 걸을 수 있고
섬과 섬 사이로 작은 배들이 고요히 떠가는
봄바다를 한없이 바라볼 수 있다

나는 한때 벽 속에는 벽만 있는 줄 알았다
나는 한때 벽 속의 벽까지 부수려고 망치를 들었다
망치로 벽을 내리칠 때마다 오히려 내가
벽이 되었다
나와 함께 망치로 벽을 내리치던 벗들도
결국 벽이 되었다
부술수록 더욱 부서지지 않는
벽은 결국 벽으로 만들어진 벽이었다

나는 이제 벽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벽을 타고 오르는 꽃이 될 뿐이다
내리칠수록 벽이 되던 주먹을 펴
따스하게 벽을 쓰다듬을 뿐이다
벽이 빵이 될 때까지 쓰다듬다가
물 한잔에 빵 한조각을 먹을 뿐이다
그 빵을 들고 거리에 나가
배고픈 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줄 뿐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초딩 2015-11-20 0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요즘 시에 관심이 좀 가는데 감사합니다~

지금행복하자 2015-11-20 18:40   좋아요 0 | URL
저도 시는 잘 몰라요. 생각나는 대로 찾아보는 거죵 ㅎ

yureka01 2015-11-20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도 벽인 쌓고,
어디선가 벽을 허물고..^^..

지금행복하자 2015-11-20 18:38   좋아요 0 | URL
분명 벽이 필요하기는 한데... 불통을 위한 벽은 좀 그렇죠~~
벽을 쌓아도 문을 좀 많이 만들어 주면 좋겠어요. 하나만 만들어 놓아 지금이 된것같아서요.
 

클림트는 화려하고 관능적인 작품으로 유명하다.
kiss. 유디트..
우연히 발견한 그의 풍경화는 금빛작품들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그의 말년에는 주로 풍경화를 그렸다고 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5-11-19 23: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지금행복하자 2015-11-20 01:38   좋아요 1 | URL
클림트 풍경화 첨 봐요. 너무 익숙하다고 생각하고 그 유명한 그림들이 다 인줄 알았어요. 풍경화... 매력있어요
 

구병모의 동화 다시 쓰기
빨간 구두당.

여러 동화들을 구병모스럽게 잘 엮어낸듯 하다
구병모의 작품은읽을 때마다 뭔가 10프로정도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솔직히 이 책도 그렇다.
좀 더 팡 터트릴 뭔가가 있는데 터지지 않고 있는 느낌.
더 질러도 될것 같은데...
화장실 가서 끝까지 보지 못 하고
도중에 나온듯 한 느낌....
그래서 아쉬워 하면서도
그 터질 한 방을 기대하면서 다시 그의 책에 손을 뻗기는 한다

이 책은 여러 단편들이 동화들과 잘 버물러져 성인들에게 충분히 매력적으로 쓰여져있어
읽는데 별 무리는 없다.
재미있게 읽었다

그 중 최근에 읽고 오늘 영화로 본 프랑스와 모리아크의 테레즈 데케루와 비슷한 작품이 있어 기억에 남는다.

《녹아버린 엘제 》

죄른 지은 여자에게 그물로 덮힌채 집 밖으로 쫒아내는 벌을 주는 마을이 있다.
그물을 벗겨달라고 부탁해도 다른 집을 두드려도 부탁을 들어주지 안ㅅㅇ고
그물을 씌여준 사람만이 그 집 안으로 들여보낼수 있는 관행의 벌.
이 정도의 벌을 받을 정도는 간음이나 간통 그 정도의 죄인듯 하다.
하지만 엘제는 간통도 간음도 아닌데 남편이 그녀에게 그물을 씌워버린다.
엘제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토론하는 것을 좋아하는 여자이다. 하지만 통념상 결혼해야하는 전통에 따라 아버지는 엘제에게 지참금을 주어 결혼을 시킨다.
결혼해서 시댁에 온 첫날.. 시어머니는 엘제에게 이 집안의 일부가 되는데 노력을 해 달라고 하는데.. 엘제는 거부한다
왜 일부가 되어야하냐고 각각 독립된 객체로 지내면 안되냐고...
지참금 때문에 엘제를 보내지도 못한채 그들은 한 집에서 살게 된다.
그럭저럭 맞춰가면서 사는 것 처렁 보이던 그들이었다.
어느날 밭일을 하다가 저녁을 준비하라고 남편이 엘제를 집으로 보낸다
고된 일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데 집에는 저녁식사도 엘제도 없다.
엘제는 저녁준비하러 가다가 밭에서 그만 잠이 든 것이다.
화가 난 남편이 맛 좀 보라고 그녀에게 그물을 씌워버린다.
집으로 가 문을 두드리지만 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엘제 여기 있다고 하지만
그들은 엘제가 없음에도 그들과 있다고 거짓말을 해버린다. 그녀가 잘못을 빌것이라고 생각하고.
하지만 그녀는 그 말을 듣고 그대로 녹아버린다..

간통.간음만큼이나 큰 죄가 그들의 집의 하나가 되지 못 한 것인가보다.
가문의 일원. 노동력은 하나.
아무리 개인으로 인정해 달라고 해도 집안의 부속물이기를 바라는 그들..
남편뿐만이 아니다.
테레즈의 아버지도 그러기를 원했고
엘제의 아버지도 엘제의 특성을 알면서도 지참금을 줘가면서 다른 여자들처럼 살기를 원한다.
그녀들의 감정이나 의사따윈 무시하고..
당연히..남들처럼...
그녀들도 느낌으로 이게 아닌데 아닌데 하면서도 통념을 깰 용기를 내지 못 한채 관습에 끌려가게 된다.
이것이 비극의 시작이 된다.

《테레즈 데케루》에서 테레즈가 가 남편을 독살하려고 했어도 가문때문에 체면때문에 돈 때문에 그녀를 유폐시키면서도 명목상의 결혼을 유지하려 했던것처럼...
그녀가 그 가문에 해가 되어도 명목상결혼을 유지해야했던 그래서 엘제처럼 녹아버리지 못하는 테레즈는 병들고 아프고..
결국 남편이 놔 주어야 만 떠날 수 있었던 테레즈.
집안에 누가 되지만 않으면 지참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되기에 책을 읽어도- 그 정도는 엘제가 일한 품삯으로 충분하니까- 눈 감아 주는 사람들과 살다가 버림 받고 녹아버린 엘제..

그녀들이 원한것은 자신들의 감정을 함께 이야기하고 자신들과 함께 웃고 이야기하는 것뿐이었는데...
일하는 기계로
애 낳는 암컷으로
입 다물고 가만히 집안의 때로는 장식품처럼
때로는 부속품처럼 살기를 강요하는 그들..
여기에는 남자들만이 포함되지는 않는다
그들과 같은 생각을 하는 여자들도...

영화속의 무표정하고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테레즈...
아니 느끼지 못한 것이 아니라 느낄 틈도 없었던 테레즈.
그런 그녀를 연기하는 오드리 토투..
너무 표정이 없어 무서워 보이기 까지 한 오드리의 테레즈
책으로 추측하기에 모호했던 그녀의 감정을 잘 표현해주었다..
구병모의 엘제와 영화속의 오드리 도투가 나에게 모리아크의 테레즈를 완성시켰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피북 2015-11-18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빨간 구두당`을 읽으면서 끝의 모호함이 아쉽더라고요. 내용이 뭔가 시작되려고 할때 끝나버린 느낌이드는 단편도 많아 아쉽기도 했고요.ㅋㅁㅋ~~ 그리고 `테레즈 데케루`라는 영화와 엘리제의 이야기에 큰 공감이 되었답니다^^ 즐거운 저녁 시간 보내세요!

지금행복하자 2015-11-19 00:57   좋아요 0 | URL
구병모의 한계일까요? 분명 가능성은 있어 보이는데... 그 선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차라리 예전 작품 아가미가 더 나은것도 같고...
후속작을 기대해 볼까봐요~~
 

Tigran Tsitoghdzyan

아르메니아 작가

seven last words

하이퍼 리얼리즘.
인물사진을 찍는다면 이런 느낌으로 찍고 싶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숲노래 2015-11-18 1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진이 재미있네요.
사람을 보는 눈길과 눈썰미에 따라
사진도 이야기도 달라집니다.

지금행복하자 2015-11-18 14:35   좋아요 0 | URL
사진같은 그림이죠~ 사진보다 더 리얼해보이는것 같아요.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는 얼굴이에요..

초딩 2015-11-18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이나 파스텔로 문지른 느낌도 좋네요.
표정도 좋지만 시선처리가 맘에 들어요 ㅎㅎ

지금행복하자 2015-11-18 14:3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절로 그림속의 시선을 따라가게 되요., 저 사람들은 어딜.. 무엇을 보고 있을까 궁금증을 일으키게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