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를 생각한다
존 코널 지음, 노승영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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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출신 작가 존코널은 아버지를 도와 농장에서 일을 한다. 도시에서는 작가로 활동하지만 기술의 발달과 편리 속에서도 자연으로의 회귀를 꿈꾸는 존은 아버지를 도와 농장일을 하기위해 한동안 고향 롱퍼드로 내려간다.

 

첫번째 장면은 강렬하다. 소의 출산을 도와주는데 이 남자 완전 능숙하다. 그리고 엿보이는 동물에 대한 엄청난 사랑과 생명에 대한 경외가 독자의 마음을 한번에 사로잡는다.

 

에세이인데 이렇게 가독성이 좋나. 읽으면서 내내 정말 아름다운 글이라고 생각했다. 목가적이고 자연친화적이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글이다. 주로 소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양도 나오고 개도 나온다. 농장에 있는 양을 잡아먹으려고 오는 천적에게도 따뜻한 시선을 던지는 것이 존코널의 마음이었다. 그가 얼마나 자연을 사랑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책이었다.

 

아픔도 있었다. 동물들이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죽어나갈 때 존의 실망과 상처는 이루말할 수 없었다. 밤새 잠도 안자고 돌보았는데 그 얕은 생명의 끈은 야속하게 끊어질 뿐이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남은 동물들을 돌보는 그의 모습이 자못 숭고하게까지 느껴졌다.

 

책은 작가의 경험만 다루지는 않는다. 소의 역사와 소와 관련된 문화의 발달, 종교의 탄생 등 여러가지 신화적 요소들도 다뤄주니 재미있다. 그리고 피해갈 수 없는 동물 복지문제도 지혜롭게 담고 있어서 작가의 구성력과 필력을 알만 하다.

 

반드시 두번째 책이 나오길 소망하며, 한국의 많은 독자가 이 책을 읽어봤으면 좋겠다.

소를 가치있게 만들려면 소를 몰아내야 가능하다는 말이 가슴 아프게 와닿았다.

정말 좋은 책이다.  

농장에서는 모든 것에 목적과 미래의 쓰임새가 있으며 모든 행위가 순환의 일부이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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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론 2020-01-10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일랜드 출신 작가님의 생각이 오롯이 리뷰에도 잘 전달된것 같아 마음이 훈훈 하네요.
 
렌트 콜렉터
캠론 라이트 지음, 이정민 옮김 / 카멜레온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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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들어 읽은 소설 중 가장 아름다운 소설이다.
감동받았다.
너무 도전이 되기도 했다.
캄보디아 쓰레기마을에 사는 상 리는 문맹이다. 나는 단순히 문맹을 퇴치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글자를 뗀 상 리가 문학을 알고 이해하고 느끼고 동화되면서 나타난 주변의 변화를 다루는 멋진 작품이었다.
주옥같은 문장이 너무 많아서 내가 가진 인덱스가 모자랄 정도였다.
글이 슬픔을 구원할 수 있는지, 절망을 희망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지 나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누군가 글따위가, 문학따위가 뭐가 중요하냐, 지식이 중요하다고 말한다면 무조건 이 책부터 읽어보시길 권한다.
또, 캄보디아의 슬픈 역사에 대해서도 나타나 있어서 그 나라의 빈민을 이해하는데, 작중인물을 이해하는데에도 굉장히 도움을 주는 좋은 책이다.
주저없이 픽하시길


자세한 줄거리 및 감상
https://m.blog.naver.com/2004ppp/221744325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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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도, 인생은 어른으로 끝나지 않아 카카오프렌즈 시리즈
손힘찬 지음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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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연필을 잡는 손가락에
굳은살이 생겨서
한 글자씩 꾹꾹 눌러 쓸 수 있는 것처럼
평범한 삶은 우연히 주어지는게 아니야. p.16

요즘 나는 평범한 삶이 얼마나 행복한 삶인지 새삼 느끼며 살고 있다.
아무것도 아닌 가벼움에서 자유를 느끼고,
작고 약한 것에서 생의 찬란을 배우는 중이다.
그러다 읽게 된 프로도에서 내 맘을 대변하는 문장을 16페이지부터 만났다.

누구는 이 책이 가볍다고 얘기할지도 모른다.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그림책일뿐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작고 별거 아닌 것 같은 이 책에서 독자는
자꾸만 잠언 같은 메시지를 만난다.
밑줄을 쫙 긋고 베껴 벽에 붙이고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가슴에 새길지도 모른다.
이미 나도 여러개 그러했다

회사에서 살아남는 법, 연애 잘하는 법도 소개하고 있으니 참고서처럼 읽으라.
출근 전에 한두페이지 읽고 오늘도 단단한 마음으로 버티리라 주문을 외워도 좋을 것이다.
애인이랑 싸우거들랑 열어서 성숙한 사랑에 대한 정의를 맛보라.
관계에 지친이는 처음 어른이 돼가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라는 시원한 결론에 기댈 수 있다.

책은 안 읽지만 글자는 읽을 수 있는 친구에게 부담없이 선물하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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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의 어느 날
조지 실버 지음, 이재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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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같은 사랑을 믿는가.
첫눈에 반하는 사랑은?
첫눈에 반하고서 1년만에 다시 만난 사랑은?
꼬이고 꼬여서 9년동안 10번의 기회를 놓치는 사랑은?
여기 영화같은 소설 속 기적같은 사랑이 있다.
겨울 도시와 어울리는 로맨스다. 복잡하고 바쁘고 아쉽고
자주 찾아오지만 기회를 잡기가 힘들다
결국 로맨스소설은 답정너 아니겠는가. 겨울을 닮은 아름다운 사랑의 기운들이 소설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눈 내린 12월의 도시와 닮은 이들의 사랑은 어떠한 행로로 끝에 닿을 수 있는지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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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이 엉키지 않았으면 몰랐을 - 엄마의 잃어버린 시간 찾기
은수 지음 / 이비락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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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에서 만난 은수작가의 글이 책으로 나왔다길래 반가운 마음으로 구매했다. 사춘기 아이 둘을 키우는 것도, 경력단절의 비애를 맛본 것도 어찌나 비슷한지. 공감이 많이 되는 책이었다. 전업주부로 살면서도 끊임없이 꿈을 향해 가고 싶은 대한의 엄마들, 그렇지만 다시 사회로 나가는 것은 사실 너무 힘들다. 면접에 입고나갈 옷이 없고, 맞춤법 확인 못한 이력서로 망신을 당한다. 아이는 출근 직전까지 울어댄다. 실패의 고배를 마시면서도 포기할 수 없는 워킹맘으로의 행군. 그러다가 노력이 결실을 맺어 워킹맘이 된다해도 일과 육아의 갈림길에서 혹은 훈련소에서 엄마는 또 휘청한다.
남몰래 눈물 흘릴지언정 남편에게도, 친구에게도 민구스러워 말할 수 없었던 내 속마음을 은수작가가 알고있는 양 술술 적어 놓았다. 옛 생각에 나도 줄줄 울었다.
엄마로서 헤쳐나갈 세상이 너무 무겁다. 내 식대로, 내 성격대로 쏘아붙였다간 가족들 얼굴에 칠할 먹물이 두려워 누르고 참고 살았다. 접시처럼 바삭 깨질 평화가 무서워 나보다는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며 살고 있다. 그런 우리에게 은수작가의 글은 위로가 많이 되었다. 관계에 있어서도, 내면의 나를 발견함에 있어서도 치유가 되고 있다.
나도 어떤 현상을 만나 동요한 내 마음을 글로 잘 적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싶단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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