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제린
크리스틴 맹건 지음, 이진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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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라이팅:

영화 <가스등>에서 유래한 말로,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하여

타인의 마음에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현실감과 판단력을 잃게 만들어

그의 정신을 황폐화하는 일종의 학대행위.




  

사막의 숨막히는 열기와 닮은 소설 [탄제린]을 읽었다. 이 소설의 배경은 특이하다. 주인공은 영국인인데 배경은 모로코의 사막 도시 탕헤르고, 심지어 1956년이다. 여자가 바지를 입는 것은 유럽사람이어도 단정해 보이지 않은 그런 시대말이다. 배경이 탕헤르기 때문에 원하지 않아도 그 강렬한 햇살과 건조한 공기 아래 패대기 쳐질 수밖에 없는데, 더욱 숨이 막히는 것은 글이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이 되기 때문이다. 두려움이 턱끝까지 엄습해온다. 실로 오랜만에 느껴보는 숨막힘이다. 묘한 긴장이 나를 감싸며 대체 누가 거짓을 말하는거야, 누가 강박을 앓는거야, 누굴 믿어야 하는거야 여기저기 의심을 하다가 어느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깨달았다. 아, 이거 가스라이팅 소설이네!!



가스라이팅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런 단어가 있는지 조차 무지했지만 경험 한적 있는 터라 그 단어를 듣는 순간 완벽하게 이해가 됐던 생각이 났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주인공 앨리스의 정신세계가 왜 피폐해 질 수 밖에 없었는지를 너무 잘 알 수밖에 없었다.



주인공은 앨리스와 루시. 루시는 탕헤르에 도착해 앨리스를 찾아간다. 앨리스는 대학시절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우고자 남편을 따라 모로코의 도시 탕헤르로 이주해 와 살고 있다. 앨리스는 좀 내성적인데 남편도 다정하지 않아서 탕헤르에서는 밖에 잘 나가지 않고 산다.


그러다가 우연히 대학 동창 루시가 찾아온다. 오래 전에 헤어진 동창이 이역만리까지 찾아왔는데 반기기는커녕 어딘가 불편하다. 앨리스의 남편이라는 존은 더 가관이다. 뭔가 무례하고, 앨리스를 한심해하며, 친구를 못마땅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가 상당히 가부장적이며 억압적이라는 것을 알아채는데까진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존과 루시가 행여 바람이라도 피우지 않을까 우려한 것과는 달리 너무 적대시해서 긴장되기도 했다. 다소 연약하고 작은 체구의 앨리스가 그야말로 센캐들 사이에서 터져버리지는 않을까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 소설에는 두 건의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그 과정에서 정신병자로 몰리거나 살인자로 몰리는 또 다른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에 아직 읽지 않은 독자를 위해서 다 말해줄 수 없으니 아쉽다. 다만 작가가 상당히 젊은데도 배경이 2000년대가 아니라 1950년대였다는 것과 시대적 배경이 모로코 내부의 분쟁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좁게는 루시와 앨리스의 이야기가 넓게는 도시 내부에서 일어나는 테러와 상충이 되면서 상당히 긴장감있게 전개되는 것이 너무 짜임새 있게 다가왔다. 작가 크리스틴 맹건이 고딕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던 것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조이스캐럴 오츠라는 작가가 히치콕의 작품을 떠올렸는데 상당부분 동의한다. 문장력도 좋은 것 같았다. 등장인물이 맞닥뜨린 공포가 글로 독자에게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실력이다. 번역가의 능력일지도 몰랐다. 암튼 매력적인 소설이었다.



이 소설을 읽으며 아프리카 북부의 어느 도시 탕헤르의 골목에서 내가 헤메고 있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나도 앨리스처럼 집 밖으로 나가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처를 껴안고 방 안에 웅크리고 있는 것이 얼마나 자신을 더이상 올라오지 못하는 구렁으로 밀어 넣는지 잘 보여주는 소설이다. 앨리스가 부모의 죽음과 남자친구 폴의 죽음을 겪고 얻은 공포에서 어떠한 방법으로든 벗어날 수 있었다면 루시의 마수에 걸려들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읽었던 희대의 악녀들 가운데 루시를 하나 더 포함하기로 했다. 손가락 안에 꼽힌다. 특별히 얼마 전에 읽었던 마거릿 애트우드의 [도둑신부] 속 지니아가 떠올랐는데, 지니아는 남자들을 꾀여내서 증오하는 여자의 삶을 파괴했다면 [탄제린] 속 루시는 남자를 죽여서 사랑하는 여자에게 집착한다는 것이 다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지만 교묘하게 심리를 파고들어 당사자를 미쳐버리게 만드는 것은 비슷하다는 생각이다.



결말은 내가 예측한 것이 아니었다. 추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낭자한 피와 상식과 다르게 뒤틀리는 관절 등의 괴기함은 없지만 자꾸만 소슬거리고 돋아나는 긴장과 공포를 맛보고 싶은 분이라면 선택하셔도 좋겠다. 끝여름의 무더위에서 오싹한 사막의 해질녘을 만날 수 있을테니.


조지클루니가 제작하고 스칼릿 조한슨이 주연해 영화화 된다고 하니 기대된다. 영화가 나오면 꼭 봐야겠다!! 다음 작품도 기대중~


#탄제린

#tangerine

#크리스틴맹건

#christinemangan

#문학동네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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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안에 쓰고 100일 동안 고친다 - 딱! 10일 만에 초고를 쓰는 힘
추교진 지음 / 바이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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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쏟아지는 글쓰기 책들 가운데 굉장히 핫한 제목의 이 책은 내 눈길을 사로잡기에 완전히 안성맞춤이었다.

10일안에 초고를 완성하다니!!

그리고 뭘 이렇게 오래 고쳐?!

ㅋㅋㅋㅋ 안다. 초고를 쓰기 위해서는 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 초고를 결국 끝맺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몇가지 아이템을 정말 그분이 오신 것처럼 솨라락 쓰다가 결국은 끝을 맺지못하고 임시저장만 된 글이 몇 개인지.

열흘은커녕 열달이 지나도 아직도 임시저장인 채 부유하는 나의 글들에게 굉장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그리고 빨려들어가듯이 펼친 이 책에서 나는 빛을 보았다. 무릎을 탁 쳤다. 이거 참 굉장한 방법이다.

작가는 요일별 텐 코어라는 말을 필두로 10일 동안 우리가 해야할 일을 정해준다.

예비 작가라면, 글을 쓰고자 하는데 마무리가 안된다면 저자의 방법을 따라 해봐도 좋을 것이다.

1일- 초고는 쫓기듯 써라!

일단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 뻔뻔하고 용감하게 써라, '평범하고 보통사람인 나도 쓸 수 있다' 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글을 못쓰는 사람들의 뻔한 레퍼토리, 내 주제에 무슨 글을? 평소에 책도 못 읽는데? 솜씨가 없어서, 시간이 없어서? NO! 그것은 핑계일 뿐! 일단 쓰고자 했으면 어떻게든 써보자고 작가는 말한다.

그럼, 어떤 글을 써야할까? 저자는 예비작가에게 Big Why?를 요구한다. 왜 쓰는지, 어떤 부분을 전달하고 싶은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2일 - 청첩장을 기억하라!

청첩장에는 엄청난 설명이 나오지 않는다. 핵심만! 딱딱! 한번에 너무 담으려고 하지말아야 한다.

3일- 뚜껑 열리게 써라!

유혹하는 서문을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일- 핵심은 간결하다.

간결한 핵심, 하나의 메시지, 일관성과 재미까지 어떻게 하면 쓸 수 있는지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5일 - 프로토타입을 만들어라

생각그물처럼 키워드를 정해놓고, 나열한 후에 살을 붙이는 방법을 추천하기도 한다.

6일- 뭣이 중헌지도 모르면서!

아무리 재치있는 글이어도 무례하면 안된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글쓰기를 해라.

7일- 힘 좀 뺍시다

8일- 엣지 있게 써라

9일 -화가가 되어라

10일 - 책은 엉덩이로 쓴다

더이상의 설명은 불허한다. 직접 읽어보시길!!^^

사실 소제목만 봐도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대충 알겠지만 대충 아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결국은 우리가 써봐야 하는 것이다. 나는 이 책 추천이다. 정말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된 책이지만 엄청 흥미롭다. 이대로 따라하면 좋은 글, 심지어 내 이름 석자 박힌 책 한권도 가능할 것 같다.

자, 이제 주제를 정하자. 빅와이를 설정해 무엇을 왜 쓸것인지 정하고나면, 무조건 써보는거다. 초고를 완성하고 끝을 맺고, 이제 고치는 것이다. 100일이 걸리든 1000일이 걸리든 일단 초고가 완성됐다면 80%이상 성공이다.

나도 이번 참에 한 번 끝을 보지 못하고 걸쳐있는 비운의 '임시저장'들에게 '발행' 이라는 거룩한 사명을 부여해 줘봐야겠다.

나도 쓸 수 있으니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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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 수업 365 : 인물편 1일 1페이지 시리즈
데이비드 S. 키더.노아 D. 오펜하임 지음, 고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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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위인전집을 엄마가 사준 적이 있다. 한쪽 벽 앉은뱅이 책꽂이 한가득 쫘악 꽂아 두었지만 이순신, 헬렌켈러만 너덜거리도록 읽었나 다른 사람들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어린이 전집 파는 곳에 갔더니 잘 모르는 위인도 많고 심지어 살아 있는 사람도 많아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하긴 생각해보면 기원전에 살았던 사람들보다는 최근에도 만날 수 있는 - 적어도 찾아보면 등장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지 않나?

꿈과 희망은 어린이만 가져서는 안되는 것이 요즘은 어른들도 위인의 삶에 대해 알고 본받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늘 바빠서 찾아읽기는 힘들다.솔직히 나는 독서광(?) 범주에 들지만 위인전을 잘 읽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역사나 문학을 읽을 때 또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시대를 빛낸 사람들의 삶이니 딜레마다.

그럴때 좋은 책이 나왔다.
이름하여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수업 인물편]
(사실 제목이 너무 길다. 좀 줄여줬으면 좋겠다!!)

아 이 책이 벌써 두번째 책이라는데 나는 이번기회에 처음 알게 됐다. 일단 너무 좋다.
책을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소장하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기업체에서는 회사 화장실에 걸어주고 한페이지씩 읽게 해도 좋을 것 같다. 365일 매일 읽을 수만 있다면 1년이면 이책 완독이다. 서점으로 뚜벅뚜벅 걸어가 호기롭게 샀지만 초반 30페이지도 못 가 책장을 덮어버렸던 독자들도 부담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한 페이지만 읽을쏘냐, 읽다보면 줄줄이 읽어진다. 휴일까지 포함 안해도 두어달이면 완독 가능이다!

물론,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검색엔진이 우리의 상식을 채워줄 수 있다. 그러나 알아야 검색하지. 누군지도 모르는데 검색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이 책을 아주 강추하는 바이다. 아이들도 읽혀도 좋고, 책을 싫어하는 아이들이라면 엄마가 한 페이지씩 자기전에 읽어줘도 좋을 것 같다. 아주 유용한 책이다.

이 책은 기원전에 활동 했던 사람들로부터 1900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사람부터 잘 모르는 사람들까지 있는데 다 아는만큼 보이게 돼 있으므로 알아두면 다 도움이 되지 시간낭비가 되진 않을 것이다.
나같은 경우는 몇 달전에 [양철북]을 읽었는데 엄청 어려웠던 기억이 있지만 이 책에 '귄터그라스' 가 등장해서 반가웠다. ㅋㅋㅋ 내가 [양철북]을 읽지 않았다면 금방 잊어버렸을 이름! ㅎㅎ

제목이 길다고 타박했지만 이보다 더 어울리는 제목은 없을 것이다.
[1일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교양수업 365 인물편]
- 아마 해시태그 한번에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

이 책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읽게끔 돼 있는데 요일별로 인물이 속한 분야가 다르다.
월요일은 리더, 화요일은 철학자, 수요일은 혁신가, 금요일은 예술가, 토요일은 개혁가, 일요일은 선지자가 담당 요일이다.
그런데 목요일은 악당에 관한 요일이다.

결국 우리는 인간에게서 배운다는 명제하에 시작된 이 책 ! 정말 배울 게 많은 사람들이긴 한데 응? 악당??!!!!

내가 서두에서 위인에 관한 이야기를 언급했지만 이 책은 엄연히 상식 책이다. 그래서 악당도 들어가 있는 것. 그렇다면 그들에게서 뭘 배울 수 있냐고? 그것은 독자의 몫이다. 어차피 바른 인성은 누가 길러줘야만 획득하는 것은 아니지않나?ㅎㅎㅎ

아무튼 흥미로운 책이다. 정말 이 책은 소장각이다. 나는 이책을 서평단 자격으로 만났으므로 너무 행운이다. 그리고 이 책의 전편도 구매할 예정이다. 하루에 두 페이지 읽어서 일년안에 내게 쌓일 상식이 이만큼이라면 주저없이 두 세 페이지도 읽을 준비가 돼 있다. 다른 독서에도 방해받지 않을 자신이 있다. 아니, 아마 확장된 독서가 심각하게 늘어나겠지 ㅎㅎ

재밌게 잘 읽었다. 자세히 또 읽을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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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특별판) 특별한 서재 특별판 시리즈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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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유명한 책이라고 하는데 나는 처음이었다. 청소년도서여서 그랬을까?

성인버전으로 개정되어 새로 출간된 [구미호식당]을 읽어보게 됐다. 결론적으로는 너무 재밌었다!!



당신에게 일주일 밖에 시간이 없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요?




띠지에는 이렇게 적혀있지만 사실은 49일이다. 죽기전에 49일을 내 얼굴이 아닌 다른 사람의 얼굴로 살면서 주어진 시간 안에 모든 것을 정리 해야 한다. 게다가 '구미호 식당' 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말이다!

주인공은 두 명. 열다섯살 소년 왕도영과 마흔살이 넘은 셰프 아저씨다. 이 둘은 죽었다. 이제 강하나만 건너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다. 그런데 그 앞에 서호가 막아선다. 서호는 여우인데 강을 건너지 않은 자의 피를 받아먹으면 인간이 될 수 있단다. 그래서 49일동안 인간 세상에서 더 살고 자기에게 피를 달라고 한다. 왕도영은 그냥 죽음의 세계로 건너가고 싶지만 아저씨는 그렇지 않다. 아저씨가 졸라서 다시 이승으로 오게 된 도영과 아저씨. 서호는 아저씨가 죽기 전에 셰프였기 때문에 원래 살던 동네 근처에 식당을 오픈해주고 - 이름하야 구미호식당- 주의사항을 남긴 채 사라진다. 주의 사항은 레스토랑 밖으로 나가선 안된다는 것. 그러나 아저씨는 바로 나가버린다. 그리고 엄청난 고통을 호소하며 돌아와 쓰러진다.

도영은 죽기 전에 가족으로부터 정서적으로 학대를 당했다. 할머니와 이복형, 아버지와 살았는데 아버지는 술만 먹으면 폭력을 휘둘렀고- 그마저도 4학년때 사망- 형은 도영의 것은 무조건 빼앗고 갈궜으며, 할머니는 늘 '나가죽어라' 는 식의 말만 달고 살았다. 도영은 흠씬 두들겨맞고 쫒겨나 개집에서 밤을 지샌 적이 있을 정도로 비참하게 살았다. 중학생이 돼서 한가지 낙이 있다면 친구 수찬네 가게 스쿠터를 훔쳐타는 것이었는데 어느 날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아저씨는 사고로 죽었다고만 말할 뿐 그의 과거를 말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식당은 영업이 시작된다.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댔나? 갑자기 손님이 밀려오자 그냥 시작됐다고 봐야지. 그러나 아저씨는 꼭 만나고 싶은 여자를 불러들이기 위해 그 여자와 자기만 알고 있는 레시피의 요리, 크림말랑을 출시하고 공짜로 음식을 제공하며 손님들에게 홍보하기 시작한다. 또, 아저씨는 독단적으로 알바를 구한다.

도영은 알바가 들어오자 까무러친다. 양아치같이 굴며 자기를 괴롭히던 형이 아닌가. 심지어 형은 자기를 준 왕이라며 영어이름으로 소개한다. ㅋㅋㅋㅋㅋ 완전 웃겼다. 책을 잡고 얼마나 풉풉 거렸는지!!


솔직히 웃긴 상황은 아니다. 학대받다 죽은 가련한 청소년이 얼떨결에 49일을 살게 되었는데 웃을쏘냐. 하지만 작가가 창조한 세상은 슬프지만 유쾌하다. 그리고 작가의 큰그림. 화해와 정리, 그리고 사랑과 헤어짐.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정말 재밌게 잘 읽었다.

살다보니 내 마음대로 되는게 없고, 우연히 도착한 기회도 발로 뻥 차버리기 일쑤며, 같은 시공간에 있어도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는 바람에 오해가 쌓이고 미움이 싹튼 적도 많이 있을 것이다. 우리 인생도 원하는 때에 취소가 되고 리셋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기 때문에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작은 것에 행복을 추구하면서 살아야 한다.

'나는 원래 무뚝뚝해.' 라고 말하지말고 곁에 있을 때 고백하고, 터놓고 말하고 일찍 일찍 서둘러서 풀건 풀고 해야할 것 같다.

소설처럼 어떤 여우가 내게 죽기 전에 사십 구일을 선물할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책을 받은 날 붙잡아서 그 자리에서 다 읽었다. 책이 작기도 하지만 작가가 글재주가 뛰어난 것 같다. 장면 묘사가 탁월하고 읽을 때 여러번 웃음이 터졌다. 다만 아저씨가 헤어진 여자에게 직접적인 폭력을 묘사하는 장면에서 데이트폭력이 연상됐는데 그 점을 뉘우치지 않아서 조금 씁쓸했다. 청소년 도서이니만큼 그런 장면에 대한 조심성은 필요할 것 같다.

#구미호식당

#박현숙

#특별한서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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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 - 바로 지금,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하여 클래식 클라우드 22
정여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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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의 진짜 모습과 만나는 순간에 느끼는 고통은 누군가가 자신을 공격했을 때보다 더 크고 깊을 때가 있다.

자기와의 대면이 너무도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진정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었기 때문에

헤르만 헤세라는 본명을 숨기고 에밀 싱클레어라는 이름으로 출간했던 것은 아닐까.

그는 당시 융 학파의 치료를 받으면서 자기와 대면하는 일이 너무도 고통스러웠음을 여러 글에서 고백한다.

그러나 그 ‘대면’의 고통이 낳은 작품들은 너무도 아름답고 성공적이었다."


 

클래식 클라우드는 보통 출간 예고를 해주기 때문에 미리 알 수 있는데 헤세X정여울의 조합을 봤을 때 나는 기절초풍이었다. 일단 정여울 작가 평소에 좋아하기도 했고, 대문호 헤르만 헤세의 고장 독일은 너무나 로망으로 남아 있는 도시기 때문에 엄청 궁금하고 보고 싶었다. 호들갑스럽게 기다리고 있었다.




표지도 너무 예뻤다. 정여울 작가를 닮아 시크하고, 헤세를 닮아 수수했다. 여름과 어울릴만한 책 [헤르만 헤세]를 소중하게 받아들고 한자 한자 눌러서 꼼꼼하게 읽어보았다.




정여울 작가의 헤세 사랑과 작가로서의 삶에 대한 성찰이 너무 근사해서 계속 밑줄 긋고 싶은 마음이었다! 헤세도 멋지지만 정여울 작가도 정말 근사한 작가였다.


정작가가 말하는 삶의 법칙들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참 많았는데 '내면의 황금'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내면의 황금이란 우리 정신의 가장 깊숙이 가라앉아 있는 최후의 그 무엇이며, 저절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하는 것인데 이 안에는 이루지 못한 꿈이나 표현하지 못한 감정들이 들어가 있단다. 현대인이 우울한 이유도 이 내면의 황금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늘 바쁜 일과에 쫓겨 내 황금은 커녕 가족이나 친구의 황금을 나눠줄 수 없다는 것에 대해 반성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헤세 역시도 [수레바퀴 아래서]에서 내면의 황금을 나눌 누군가를 찾지 못한 소년의 안타까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단다.



솔직히 헤세의 작품은 [데미안]과 [클링조어의 여름]을 제외하고는 읽어보지 못했는데 한이 됐다. 많이 읽어보고 이 작품을 보면서 같이 주억거리면 좋을텐데 생각했다. 이 책을 덮자마자 [수레바퀴 아래서] 정도는 꼭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심지어 집에 있다 ㅠㅠ)


그리고 작가가 극찬해 마지않았던 크놀프의 삶이 담긴 소설 [크놀프]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얇아서 고마워요!!)



나이 마흔에 새로운 삶을 결심했다는 헤세를 보며 마흔을 앞두고 나에겐 어떤 삶이 펼쳐질까 기대해보게 됐다


헤세같은 대문호가 정착도 해보고 방랑도 해보고 화가나 정원사 등의 다른 삶도 살아 봤다는게 신기하고 독일에 헤세가 거닐었던 곳이 표지판으로 다 남아 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정여울 작가는 아무래도 진정한 헤세 덕후인 것 같았다 클래식클라우드 많이 읽지는 못했지만 내가 읽은 클클 저자 중에서 가장 덕후 인 것 같았다


헤세의 작품들을 총 망라해서 말해준데 놀랐고 적재적소의 자기 이야기도 고마웠다. 헤세의 소설들이 진정한 나를 찾는 과정이었다는 것이 대단히 만족스러웠고 나 역시 그의 작품들에 온전히 빠져보고 싶단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헤세가 찾으려고 했던 '나'를 나는 찾을 수 있을까. 사실 나는 '나'를 찾는 과정을 책에서 찾고 있다. 그러나 어느날은 그것이 온전한 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나도 헤세처럼 글쓰기를 통해 '나'를 찾아야 하는데..



여러가지로 내게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정여울 작가처럼 헤세에 푹 빠지는 날이, 헤세처럼 탐구의 끝에 다다르는 날이 속히 오길 바라본다.


클래식 클라우드의 장점은 거장이 살았던 곳에 저자가 직접 가서 그 발자취를 따라가보고 소개하는 것을 독자가 글과 사진으로 만나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너무 사랑하는 이야기 전달방식이기도 하다. 이번 책도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이 시리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


#헤세바로지금나자신으로살기위하여

#헤세정여울

#정여울

#헤르만헤세

#클래식클라우드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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