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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2월
평점 :
언제나 그랬지만 작가의 용기와 상상력에 박수를 보낸다. 콜슨 화이트헤드의 책은 향후 50년 안에 세계문학전집 속 고전반열에 설 것이다. 그만의 상상력으로 사회를 사실적으로 비추기 때문이다. 뻔하지 않은 스토리, 냉혹한 전개 그리고 반전! 책친구들 모두에게 사주고 싶은 그런 책이었다.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2017년 타임지 선정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 100인 안에 들었던 콜슨 화이트 헤드의 신작 [니클의 소년들]을 읽었다. 나는 콜슨을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를 읽고 알았고, 그의 작품은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강렬하게 각인 돼 있다. 짓밟힌 흑인의 인권에 대해서 이토록 잘 쓸 수 있는 작가는 현존하는 작가 중에는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니클의 소년들]은 2019년 출간 후 커커스상, 2020퓰리처상, 오웰상을 받았다. 작가는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로 퓰리처상을 받았기 때문에 두번이나 퓰리처상을 받게 되었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1219/pimg_7540751262768643.jpg)
분명히 학교 부지 였던 곳에서 발견된 수 많은 청소년들의 뼈. 3년전에 폐교한 청소년 보호 학교의 학생들로 밝혀졌다. 두개골에 상흔이 있고, 갈비뼈에 총알이 박힌 채 매장된 사체. 이 곳을 학교라 부를 수 있는가!
1962년 엘우드라는 소년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소년원 니클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엘우드의 부모는 그를 두고 떠났지만 자애로운 할머니 아래서 별로 부족한 것없이 살아가는 씩씩한 소년이었다. 가난했지만 행복했고, 책을 사랑했고, 어른들은 그를 놀렸지만 늘 함께 해주는 할머니 덕분에 잘 자라고 있었다. 마틴루서 킹 목사의 기사를 보면서 흑인들도 사람대접 받을 날이 오겠지 꿈꾸며 살았던 소년이었다. 잡화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 학교 선생님 힐이 와서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게 해준다고 했다. 꿈 같은 일이었다. 그 대학으로 찾아가던 중 얻어 탄 트럭이 하필 도난차량이었고 엘우드는 소년원에 감금된다.
이럴수가. 이런 변이 있나. 엘우드의 할머니는 손자를 되찾지 못한다. 변호사를 구했지만 돈만 들고 도망가 버렸다. 백인이 흑인을 도와줄리는 없었다. 너무도 억울했다.
그렇게 엘우드는 죄없이 수감됐다. 그 곳은 학교가 아니었다. 죄를 교화 시켜주는 곳도 아니었다. 아이들에게는 쓰레기같은 음식만 배급됐고, 마음에 들지 않는 아이들은 화이트 하우스로 끌려갔다. 그곳은 채찍으로 아이들을 후려갈기는 곳이었다. 맞다가 죽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냥 매장됐다. 가족이 찾으러 오면 도망갔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받아야 하는 배급품은 빼돌린 후 팔아서 학교장이나 선생의 수입으로 들어갔다. 엘우드는 마침내 그 곳의 비리를 적어둔 치부책을 학교에 감사 나온 사람들에게 전달하려고 했다. 그러나 흑인들의 말에 백인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이 소설은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에 비해서는 덜 잔혹하고 색채로 따지자면 덜 붉다. 그렇지만 더 현실성 있게 다가오는 것은 50년이 지난 지금, 미국사회에서 흑인 인권이 좋아졌냐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잿빛이다.
미국내 흑인 인구는 13.4%가 넘는다. 아직도 흑인에 대한 차별이 만연한 가운데 흑인에 대한 과잉진압이나 폭력에 대한 기사가 거대한 바다를 넘어 우리나라까지 심심찮게 들려온다. 아직도 KKK같은 단체들이 버젓이 활동을 한다. 자유주의 국가라는 타이틀은 오명이 된 지 오래. 그래서 콜슨 화이트 헤드같은 작가의 성공은 더욱 응원할만 하다. 니클은 모두 허구라고 하지만 아예 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최근 코로나 백신 상용화를 앞두고 출시된 백신의 양이 적다보니 선별해서 투약하고 있다. 그런 중에 미국에서는 흑인 간호사에게 먼저 백신을 맞게 해 논란이 되고 있다. 물론 미국에서 주장하는 바로는 백인보다 흑인이 주거 환경이나 직업, 생활면에 있어서 감염률이 높기 때문에 먼저 맞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순수하게 그들의 주장을 믿을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새로 출시된 약의 안전성을 믿기 어려워 백신 주사를 거부하는 백인들이 흑인을 임상실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것이 진짜 헛소문일 뿐일까. 나는 왜 아직도 그 비약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지 모르겠다. 미국이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난민 문제가 아니라 몇백년동안 같이 살아오고 있는 이웃에 대한 여전한 차별 문제다. 적어도 아이들만큼은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흑인 대통령까지 나온 지금 아직도 흑인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것은 전근대적 사고방식이다. 그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지 못하는 모든 체제와 문화는 시급히 변경되어야 한다. 전족과 순장만이 인권유린적 풍습이 아니다. 도처에 만연한 인간 경시의 문제와 문화가 조속히 사라지길 또 한번 바라보았다.
언제나 그랬지만 작가의 용기와 상상력에 박수를 보낸다. 콜슨 화이트헤드의 책은 향후 50년 안에 세계문학전집 속 고전반열에 설 것이다. 그만의 상상력으로 사회를 사실적으로 비추기 때문이다. 고맙게 잘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