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남성들의 언어 속에 감춰진 가사 노동의 사회, 역사, 경제적 비밀을 파헤친다‘ 는 슬로건을 붙이고 작가 정아은이 직접 겪은 일과 읽은 책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견지를 서술한 에세이입니다.
작가는 워킹맘으로 살던 중 둘째를 낳으며 퇴사했고, 그 후 전업주부로 살면서 겪는 소소한 세계적 충돌을 솔직하게 적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자기 중심적인데다가 개인의 경험을 모두의 경험이자 보편적 느낌인 것 처럼 적었기 때문에 저의 반발을 샀습니다. 그리고 자기의 의견을 전달할 목적으로 본인이 읽은 여러가지 책을 자료로 삼아 어필하는데 인용된 자료로 설득력이 부여된다기 보다는 ‘나 책 이만큼 읽었어.‘ 이외의 효과는 드러내기 어려웠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말했듯이 그냥 서평집처럼 느껴졌을 뿐이에요.
전업주부의 삶이 녹록치 않다는 것, 회사에 나가고 싶다는 것, 나도 내 이름으로 된 월급통장이 있었으면 하고 그래서 집에서 당당하게 돈을 사용하고 싶다는 것 ! 전업주부라면 누구나 생각해 봄직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개인의 삶에는 개성이라는 게 존재하지요. 저자가 말한대로 모두가 그런 삶이라면 , 모두가 전업주부의 삶을 포기하고 싶은데 억지로 감당하는 거라면 , 우리 어머니들의 삶은 모두 부정당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지금까지 내 새끼 입히고 먹이고, 남편을 내조하면서 가정을 건사한 모든 행위가 결혼 후 퇴사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행해진 고뇌의 산물이라는 발상이 솔직히 어이가 없었습니다. 본인이 그런 느낌을 가진 것은 에세이로 그치면 될 것을 자본주의를 차용, 사회 저변에 깔린 ‘주부의 노동 폄하‘ 까지 말하고자 했지만 그 능력이 부족한 탓인지 더 고민하지 않은 것인지는 몰라도 그저 여러번 고개를 갸우뚱 거릴 뿐이었어요.
그리고 모든 것을 돈과 연관시키니까 그게 맞는건지 또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면 엄마는 아무래도 시간이 많아지겠지요. 그래서 취미생활을 하거나 재취업을 원하기도 하고, 준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반드시 ‘돈을 번다‘ 는 것에만 치중 된 것은 아니에요. 인생을 살면서 원하는 것을 찾는 과정은 금방 이뤄지기도 하지만 아니기도 하잖아요. 각자 사정도 있고, 상황도 있는데 모든 것을 차치하고 전업주부보다는 직장여성이 당당하고 능력있다고만 말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답답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 책을 잘 읽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 책이 내가 속한 세계에 대하여 생각거리를 던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생각하지 않았던 부분을 들춰볼 수 있기도 하고. 워킹맘이면서 주부인 나의 삶을 조명해보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혹시 제가 글을 쓰게 된다면 행여라도 잘못된 일반화로 나와 다른 사람에게 실망을 주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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