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984 (양장) ㅣ 새움 세계문학
조지 오웰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0년 11월
평점 :
미래 사회를 전망해서 여태껏 극찬받는 SF 문학의 효시(?) 조지오웰의 [1984]를 읽었다. 많고 많은 판본 중에 새움출판사의 판본을 선택한 것은 눈길을 사로잡는 띠지 때문이다. ‘바른번역으로 읽는 20세기 최고의 소설!‘
솔직히 문학을 읽으면서, 특히 고전을 읽으면서 가장 속상한 것은 원전으로 읽기가 어렵다는 것. 우리는 거의 번역가의 손을 거친 작품을 속절없이 읽기 때문에 원래 작가가 의도한 뜻을 모른 체, 믿고 읽는 경우가 허다하다. 간혹 어떤 작품에서는 정말 이 문장이 이렇게 쓰여진 게 맞는가 싶어서 원서를 빌려다가 비교해보지만 늘상 그렇게 구별하기란 어려워 그저 번역된 것을 믿고 읽게 된다. 그나마 조지오웰 작품 같은 경우에는 여러 판본이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한 출판사에서만 번역, 출간한 고전도 있기 마련이어서 나는 늘 의심하지만 아무런 해결책 없이 그저 읽는다. 그러니 바른번역이라고 말하는 새움의 책은 구미가 당길 수 밖에.
안타까운 것은 내가 [1984]가 처음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누군 말마따나 정말 읽은 것 같은 이 기분은 읽는내내 지워지지가 않았다.
줄거리는 모두가 알테니 차치하고, 느낌만 적어보겠다.
우선 [1984]의 다른 번역본을 읽지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동물농장] 보다는 대단히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동물농장]에서 혹시라도 숨은 의미가 있을까 찾아 헤맸다면 이 책은 까놓고 말하는데도 읽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상당히 속도감 있고, 불안에 떨면서 읽었다. 겉핥기로 아는 것보다 더 치밀했고, 뜨거웠다. 주인공 윈스턴이 체제에 불만을 가지고 일기를 기록할 때도, 줄리아와 만나 체제에 반대되는 의견을 피력할 때도 불안했다. 심지어 붙잡히고 고문당할 때는 실제인 것처럼 무서웠다. 상상으로 쓴 것인데 왜 이렇게 진짜처럼 다가오는가. 그러고보면 조지오웰의 작품이 지금까지도 읽히고 특히 [1984]가 전 세계 65개의 언어로 번역되었다고 하는데 그만큼 대단하다고 새삼 느꼈다.
읽으면서 신어에 주목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뒤에 신어의 원리를 적어두었지만 중간중간에도 설명이 적혀 있어서 이해하기 쉬웠다. 그러나 이 신어는 새로운 언어라기보다는 통제되고 시스템적으로 탄압받는 언어라고 이해하는 것이 옳다. 사람들을 지배하기 위해 무지를 투입시키고 그 방편으로 언어를 축소시켰다. 또, 이중사고를 주입시키는데 본인들의 생각을 전소시키고 당이 원하는 사고를 심어주는 혁신적이지만 공포스러운 체제다.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도 통제한다. 생각할수록 너무 무섭다.
텔레스크린도 심각하다. 보고 있으면 그의 생각까지 읽는다. 텔레스크린으로 감시하는 시스템이 CCTV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래도 감시카메라는 생각까지는 안 읽지 않나? 나는 오히려 빅데이터랑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내가 친구가 산 가방을 클릭하면 내일부터 나는 가방을 살 때까지 예쁜 가방 광고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핫딜은 그렇게 나의 바른 사고를 흔드는 중.
아무튼 조지오웰은 이 모든 것을 어떻게 생각해냈을까 진짜 궁금하다. 제국경찰로 일하면서 얻은 환멸이 미래 사회를 겨냥하는 상상의 에너지가 됐단 말인가.
또, 윈스턴이 몰래 일기를 쓰는 모습을 보면서 시대를 고발하는 글쓰기가 얼마나 용기를 필요로 하는가에 대하여 생각해보게 됐다. 글의 힘은 분명하게 있음에도 이 감시사회에서는 무력해지는 걸 보면서 안타깝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줄리아와 그렇게 연대를 이루고자 했지만 결국 공포 앞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을 팔아넘길 수 밖에 없는 잔혹성 역시도 너무 그로테스크 했다. 윽 ㅠ
이 소설을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와 연장선상에서 보는 견해가 많은데 읽어보니 확실히 둘은 다르다. [멋진 신세계]는 생육계획을 가지고 접근하는 반면, [1984]는 일단 낳아서 자란 애들을 교육하고 정신을 통제한다. 그리고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미래기술적(?)이다. 텔레스크린이 그것을 차지한다. 그리고 [1984]는 고문과 감시등의 공포로 인간을 지배하고자 한다면, [멋진 신세계]는 약을 의존하게 하여 정신과 신체를 지배한다. [1984]가 더 공산주의랑 닮았다.
이렇게 비교해보는 것도 재밌다. 그런데 나는 기억을 조작하고, 언어를 축소한다는 점에서는 로이스루이의 [기억전달자] 도 맥을 같이 하는 것 같았다. 부모를 자식이 고발하고, 형제를 고발한다는 점에서는 [1984]가 독보적으로 비인간적이었는데 뭐 다른 것들도 아니라고 보긴 어렵고.
아무튼 작가들이 가진 세계를 보는 눈은 정말 위대하다. 괜히 대문호가 되는 것이 아니여~
다음에 다른 판본으로 꼭 한 번 다시 읽어보겠다.
그 때 되면 또 다른 비교가 가능할 듯!!
좋은 기회에 잘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