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과 편견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4
제인 오스틴 지음, 류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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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란?

"그래요, 외숙모. 돈이 목적인 결혼과 분별 있는 결혼의 차이가 뭘까요? 어디까지가 신중함이고, 어디서부터 탐욕일까요? 지난번 크리스마스 때 제가 위컴 씨와 결혼하게 될까봐 걱정하셨잖아요. 그런 결혼은신중하지 못하다는 이유로요. 그런데 지금은 그가 고작 만 파운드의 재산을 가진 아가씨와 결혼하려고 한다고 그를 돈만 바라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어하시네요."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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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범한 밥상 - 박완서 대표중단편선 문학동네 한국문학 전집 3
박완서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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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상흔

그러나 나는 그 사람들이 누구나 그 사진을 찍었을 당시와 지금과의 사이에 굵은 획劃을 가지고 있다는 걸로 뭉클한 친화감을느꼈다. 나에게도 그런 획이 있었다. 6·25, 그건 우리 모두의 공동의 획이었다. 그 획을 통과하면서 각자의 운명은 얼마나 심한 굴절을 겪어야 했던가?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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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오만과 편견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4
제인 오스틴 지음, 류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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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너무 재밌다. 여태껏 읽은 제인 오스틴 소설 중에 가장 재밌다. 당시 로맨스 소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 [테스]나 [폭풍의 언덕]과도 필적할만한 내용 전개와 인물 설정들이 손뼉 치고 싶을 만큼 재밌었다. 가독성에 있어서도 반전에 있어서도 모두 나를 사로잡았고, 특히 전형적인 인물상, 입체적인 인물상 모두 하나하나 흥미로웠다. 악한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방해꾼쯤으로 묘사되는 속물적 인간들 -엄마 포함 빙리양, 캐서린 귀부인 등-의 망신 망신 개망신도 고소하고 재밌었다.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대단히 매력적인 여성이다. 엄청난 미모를 자랑한다고 나와 있는데 남에게 예뻐 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우아 떨고 가식 떠는 거랑은 거리가 멀다. 그런 엘리자베스는 당시 뭇 남성들에게는 오만한 여자에 불과했겠지만 그녀에게 한눈에 반한 사내가 있었으니 이름하야 다아시씨!!

그런데 엘리자베스는 오만해 보이는 다아시보다는 그의 친구 위컴에게 더욱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를 질투하는 빙리양들은 경멸의 시선을 가득 담아 편지를 보내기도 하고, 엘리자베스의 엄마는 딸들을 어떻게든 부잣집에 시집보내려고 전전긍긍, 아버지는 상당히 수동적이고 아내에게 무시당하고 한사상속이라는 법 안에 갇혀 죽을 날만 기다리는 무기력한 존재다.

이 소설이 제일 맘에 들었던 것은 인간의 면면이 다양하고도 흥미롭게 배치돼 있다는 것이다. 엘리자베스의 네 자매들, 그 부모, 다아시, 빙리, 남자의 여동생들, 주변 부인들, 귀부인 등 흥미로운 캐릭터가 대거 포진돼 있다. 다양하게 잘 그려져 있어서 내내 지루하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재밌었던 것은 엘리자베스 자신이 본인의 오만을 깨닫는 부분이었다.

자기가 경멸했던 남자 다아시의 묵묵함과 지고지순함에 결국 마음이 열린 엘리자베스의 뉘우침이 재밌었다. 그녀의 인간적인 면모가 작가와 동일시되면서 그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작품이었다.

살다 보면 너무 많은 곳에서 나의 오만을 깨닫는다. 편견으로 인한 것임에는 말할 것 없다. 우리는 자유를 꿈꾸지만 생각에게는 자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멋대로 판단하는 것은 자유로워서가 아니라 오히려 생각이 구습에 얽매여있기 때문이다. 여자는 남자로 인해 행복해져야 하고, 부자에게는 괜찮은 와이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비단 200년 전 생각이기만 한가. (아닐껄 : )

나는 그동안 어째서 제인 오스틴의 작품이 잘 안 읽혔던가. [이성과 감성]도 비슷한 맥락인데 좀 잘 안 읽혔고, [설득] 도 읽다가 중단한 상태인데 중단의 이유를 지루함에서 찾았다. 그런데 이 소설은 로맨스 소설이라서 그런지 술술 읽혔다. (번역 때문인가 싶기도 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재밌었다!

엘리자베스처럼 입체적인 인물상도 재밌지만 변함없이 속물적인 엄마 같은 캐릭터도 가독성에 박차를 가하는 매력적인 인물이었다. 이 소설에 지속적인 악한은 없지만 언니 제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겉과 속이 약간씩 다른 밀당의 제왕들이다. 그래서 재밌다.

문학적 소양이 적어서 비평가의 눈으로 이 소설을 해부할 수는 없지만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18세기 영국 사회에서 엄격했던 한사상속에 대해서다. 고대 서아시아에서도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 남편이 죽으면 남편의 남자형제와 다시 결혼을 해야 하는 제도가 있었다. 그거에 비하면 좀 더 윤리적이기는 하지만 아들을 낳지 못하면 한순간에 거지가 될 수도 있는, 여성들에게 상당히 불리한 제도가 바로 한사상속이다.

남편이 죽으면 아들에게 재산이 상속되지만 아들이 없는 경우에는 다른 남자형제나 조카가 그 재산을 가져가게 된다. 집안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라지만 남은 여성들은 빈민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나마 재산을 상속받은 남자 친척이 긍휼을 베풀어야만 겨우 연명할 수 있다. 그러니 엘리자베스의 엄마가 그렇게 돈 많은 사위에 연연한 것도 이해가 된다. 이 점을 악용하기 위해서 마치 자기가 엄청난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거들먹거리면서 '결혼해 줄게, 고맙지?'로 일관하는 남자, 콜린스가 찾아오는 것도 역시 재밌는 포인트다. 엄마는 결혼을 종용하고 엘리자베스는 펄쩍 뛰지만 친구 루카스 양은 가볍게 그 남자의 재력을 보고 결혼을 추진한다. 루카스 양이 콜린스와 결혼하면 엘리자베스 아버지 베넷 씨의 사망과 동시에 친구네 집 재산도 다 루카스 양- 콜린스 씨-의 것이 된다. 콜린스의 그 거들먹거리는 모습이라니. 증말 귀싸대기를 때리고 싶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흠흠 참자)

조건 보고 결혼하는 사람이 아예 없다고 말할 수 있나? 소도 누울 자리를 보고 발 뻗는다고 아무리 사랑해도 진짜로 아무런 조건도 보지 않고 결혼을 결심하기란 쉬운 게 아닐 테다. (그렇다고 팔려가는 건 아니지 않은가.) 남의 결혼에 함부로 이야기 할 수 없고, 내 결혼을 남이 함부로 좌지우지 해서도 안되고. 나는 루카스 양을 대단히 옹호하고 내가 그 입장이었어도 얼마든지 그런 선택을 했을 것이다. (물론 콜린스는 너무도 매력이 없지만)

아무튼 결혼도 안한 제인 오스틴의 결혼에 대한 통찰이 놀라울 뿐이다. 지금 읽어도 200년 전 작품이라는 게 하나도 생각 안날 정도로 공감이 팍팍 되니까.

결국 우리가 위컴과 결혼한 막내 리디아의 인생을 걱정하는 것도 사랑이 없으면 재산이라도, 재산이 없으면 사랑이라도 있어야 그나마 일신이 편안하다는 속물적인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근데 그게 뭐. 사실이잖아?!

그래도 있다고 그렇게 무시하는 태도는 지양하자. 그런 면에서 캐서린 귀부인의 실패는 너무 통쾌하다. 자기 조카 다아시와 엘리자베스가 심상치 않자 여자를 포기시키기 위해서 - 아침 드라마와 맥을 같이하는- 혼자 그녀를 찾아와 정원이 작니 어쩌니 하면서 모욕을 주고 급기야 끌고 나가서 막말을 퍼부었지만 고모님 죄송해요, 저는 다아시를 사랑해요, 한 번만 봐주세요 비굴하게 대거리하지 않는다. 당신 말 무슨 말인 줄 알겠어요, 근데 내 맘대로 할 거예요. 다아시가 나 좋다고 하면 어쩔 수 없는 거죠.라고 말하는 아주 당찬 태도가 너무 멋있었다. 팬심 폭발!! 당시의 여성들에겐 어땠겠는가!!! ㅎㅎ 어쩌면 최초의 팬덤 형성일지도 몰라. (아니면 말고)


[오만과 편견]은 제인 오스틴의 대표작으로 200년 전 영국 사회의 결혼문화를 아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수작임에 틀림없다. 굉장히 다양한 번역본이 존재하고 여전히 출판되는 중이다. 페미니즘 시각에서 보아도 무방한 가치 있는 작품이다. 버지니아 울프가 더 후대의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결혼관보다 제인 오스틴의 결혼관이 더 현시대와 비슷하지 않나 감히 이야기해본다. 나는 이 작품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내게는 다른 번역본이 하나 더 있다. 그것 역시 읽어보고 비교해 볼 것이다. 그리고 멈춰있는 제인 오스틴 읽기에도 기름을 부어봐야겠다. 삐거덕 거릴망정 다시 굴러가도록^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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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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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게 알아가는 시간들이 재밌다!!!

우리는 아름다운 시간을 공유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곧잘 웃었어요. 무척 즐거운 듯이 웃죠. 하지만 그런 관계를 이어오는 사이점점 그녀에 대한 마음이 깊어지고 더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되면서, 요즘에는 이런 생각이 자주 들어요. 나는 대체 무엇인가."
마지막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혹은 잘못 들은) 것 같아서, 나는 다시 한번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대체 무엇인가, 요즘 자주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는되풀이했다. - P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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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러시아 원전 번역) - 톨스토이 단편선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8
레프 톨스토이 지음, 이순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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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와 도스토예프스키 중에 누가 더 좋으냐고 물어보면 나는 단연 톨스토이를 꼽는다. 그의 삶 전체도 마음에 들지만 무엇보다 글이 더 쉽고 잘 읽힌다.

물론 작가가 숨겨둔 메시지를 내가 다 알지 못해서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지나치게 어려운 단어없이도 인간사를 관통해 철학적으로 독자를 끌어당기는 그의 문장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단편은 거의 처음이다. 장편과는 다른 축약된 정서가 있다. 기본적인 골격은 같아서 훈화적이면서도 교훈적이고 성서를 빗대서 이야기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첫번째 수록된 작품이자 이 책과 같은 제목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는 흡사 톨스토이 본인의 신앙고백이다. 찰스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선물> 같기도 하고, 탈무드 같기도 했다. 판타지가 차용되었고, 성경적이다. 톨스토이는 기독교 사상을 모토로 하여 작품을 만들었고, 인물들을 다룰 때도 성서에 입각한다. 성경에 대해서 좀 더 알면 톨스토이가 작품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 있다.

톨스토이의 장편은 길어도 너무 길다보니 지루한 부분이 없지 않다. 특히 [안나카레니나] 같은 경우에는 2권을 읽지 않아도 됐다고 말할 정도로 길고 지난한 과정이 계속된다. (하지만 절대 2권을 놓쳐서는 안된다.) 그러나 단편은 짧은 기간내에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지루한 설명이나 묘사보다는 줄거리처럼 줄여서 서사를 전개하고 있었다. 좀 낯설기는 했다. 그림을 섞으면 동화같겠다고 생각하며 읽다가 보니 <바보 이반> 같은 건 익숙했다. 아니다 다를까 어릴 때 동화책으로 읽은 거였다. (몇년 전에 아이들 세계명작전집에 있어서 읽어주기도 했고)! <사람에게 얼마나 많은 땅이 필요한가> 는 어린이 버전 동화 <바흠의 땅> 으로 읽은 적이 있어서 반갑기도 했다. (그 땐 톨스토이가 원작인지 몰랐다)

톨스토이의 깨달음에 대해 신앙적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섞지않은 코코아를 먹으면서 싱겁다고 하는 것과 같다. 톨스토이의 믿음은 그저 신과 본인의 관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는 귀족으로 태어나 일찍 부모를 여의고도 부족하지 않은 재정상태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젊을 때는 방탕하게 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깨달음을 얻었고 그것을 실천하기에 이른다. 농민들에게 교육을 하는 것이 그들을 잘살게 해주는 거라고 믿었고, 본인의 땅을 처분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했다. 깨달은 바를 중심으로 소설을 창작했으며, 초등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교재를 만들기도 했다. 인간은 여러가지 경험으로 인생의 깨달음을 얻지만 모두가 실천하는 것은 아니다. 톨스토이는 신 앞에서 겸손을 주장하면서도 인간이 실천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곳곳해서 피력하였다. 성서를 읽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행하는 신앙으로 완성하고자 했던 것에서 루터가 생각나기도 하고 그랬다. 하지만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한 톨스토이니만큼 신앙을 떠나서 인간 개인의 삶에 있어서도 상당한 교훈을 주고자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권선징악적 요소, 탐욕을 경계하는 태도 등은 상당부분 계몽적이다.

아무튼 재밌게 읽었다. 수록된 이야기를 줄여서 적지 않는 것은 모두가 읽어보길 원해서다. 그리고 이번에 확실히 장편만 매력있는 게 아니라 단편도 매력있음을 알게 되었다. (사실 도스트옙스키는 단편이 너무 어려웠다)

특별히 이 책은 영문판을 번역한 것이 아니라 러시아 원전으로 번역된 작품이라고 하니 좀 더 안심하고 읽게 되었다. 러시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소설이니만큼 따뜻하면서도 숨어있는 상징성을 통해 나를 돌아보게 하는 훌륭한 작품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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