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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콥스키 - 세계인의 마음을 움직인 볼가강의 영혼 ㅣ 클래식 클라우드 27
정준호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평점 :
비교할 수 없는 불세출의 음악가 차이콥스키. 사실 차이콥스키라는 이름보다는 차이코프스키라고 많이 불렀다. 가장 유명한 것은 <호두까기 인형>. 음악에 전연 조예가 없는 나로서는 이 노래만이 유일무이하게 그를 빛내주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그런 이야기 안하기로 했다. 이 책을 읽고 차이콥스키에 대해서 엄청 많이 알게 됐다. 음악은 귀로 듣는 거라고 했나. 아니, 음악은 눈으로 보기에 충분한 예술이다. 칼럼니스트 정준호를 따라 러시아 서북부를 여행하다보면 음악이 어떻게 눈에 보이는지 확실히 알게 될 것이다. 나는 그랬다.
1840년 5월 러시아 봇킨스키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음악가로는 특이하게도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한 게 아니라 법학을 전공했고, 공무원이 되었다. 이례적이다. 그러나 결국 음악을 전공했다.
차이콥스키의 음악은 러시아 교회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소비에트가 출범한 이후에는 검열되고 금지되기도 하고 그랬다. 그러나 얼마나 다행인가. 소련은 사라졌고 차이콥스키는 러시아를 빛내는 위대한 음악가로 영원히 살아 숨쉬고 있으니.
그는 문학작품을 주로 음악으로 만들었고, 그 음악은 곧 오페라로, 뮤지컬로 만들어졌다. 푸시킨, 셰익스피어 같은 유럽 작가들은 물론 고골 등의 러시아 작가들의 작품도 재해석하였고, 급기야 토마스만의 작품까지도 만났다고 하니 그 폭이 엄청나다.
이 모든 서사와 그것을 음악에 녹여낸 스토리가 이 책 [차이콥스키]에 다양하게 설명 돼 있다. 이 책은 음악가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지만 기행문이기 이전에 러시아 예술 총서 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엄청난 지식이 망라돼 있다. 정말 값진 책이 아닐 수 없다.
발레와 떼 놓을 수 없는만큼 이제 튀튀만 봐도 <백조의 호수>가 생각난다는 저자의 말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명작 동화들의 스토리도 차이콥스키의 손을 거쳐 화려한 음악으로 재탄생했다. 이 정도면 음악이 보이는 게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하기 어려울 걸?
다루어진 다수의 문학작품들은 아는 것도 있지만 제목만 아는 것도 허다했다. 책 좀 읽는다고 - 그것도 고전 좀 읽었다고 자부했는데 여전히 부족한 게 많다. (템페스트부터 읽어야겠다.) 그래도 좋았던 건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을 2권까지 읽었는데 여기서 다루자 그 높은 산의 모습이 선명해지면서 다보스의 산이 탁 펼쳐지는데 마음에 썩 들었다. 역시 고전은 읽고 봐야 한다니까. 하지만 잘난 척 하기는 이른 것이 음악은 어쩔 것이냐, 모르는 게 투성인데! 그래서 나는 겸손한 마음으로 음악을 들어보기로 했다.
물론 가서 보는 것보다야 부족하겠지만 그래도 이런 시대에 태어나 언제 어디서든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들을 수 있으니 그게 어딘가. 감사할 따름이지.
그렇게 음악이 들리고, 수 많은 공연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정준호는 러시아 음악은 물론이거니와 문학에 대해서도 상당한 조예가 있는 듯 했다. 책에는 고맙게도 이야기의 모든 서사를 짤막하게 실어주었다. 게다가 차이콥스키가 그것을 어떻게 변형했는지도 상세하게 말해주었다. 이렇게 고마울데가!! 그러니 독자는 그저 읽기만 하면 됐다. 내가 클래식 클라우드를 좋아하는 이유이자 믿고 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단 한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다.
저자의 자신감 넘치는 문장들은 독자를 사로잡는다. 허구의 이야기로 포문을 여는 프롤로그는 상당히 강렬했다. 지금까지 이런 클클은 없었다, 이것은 에세이인가 픽션인가. (영화 <극한직업> 버전)
차이콥스키가 살았던 생가, 머무르던 마을 등 여정도 자세히 소개돼 있지만 러시아 곳곳에 세워져 있는 박물관에 대한 설명들도 너무 좋았다. 러시아 가든링에 있다는 체홉박물관, 샬라핀 박물관, 톨스토이 박물관, 푸시킨 박물관, 차이콥스키 박물관 등을 다 가보고 싶었다. 가자. 모스크바로!!
그 뿐만이 아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음악, 음악가, 무용, 무용가, 오페라, 뮤지컬, 심지어 명화까지도 설명이 들어간다. 중요 인물에 대한 설명은 또 어떻고! 이 책은 거의 러시아 사전 수준이다. 절대로 사장돼서는 안되는 소중한 책이다. 아르테가 또 한 건 했다!
정말 재밌었다. 읽는내내 신났다. 다 욀 순 없겠지만 멋진 영화 한 편 보고 나오는 기분이었다. 150년 전으로 갔다가 오는 기분!! 차이콥스키가 동성애를 했는지 자살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 생각에는 자살은 아닌 것 같다. 의사도 콜레라라고 했다잖는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가 음악으로 아직 살아있다는 거지. 나에겐 책으로도 살아있는 분이시고. 러시아 예술 총서 같다고 했지만 절대 러시아에만 국한되지 않았던 자유로운 예술가 차이콥스키. 그를 오래도록 기억하기에 음악 무식자에겐 이 책이 안성맞춤이다! 고맙다.
서평단 지원도서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