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문학가 선생님이 그런 이야기를 하신 적 있어요. 사람들이 왜 클래식 공연장에 안가는 줄 아느냐고. 음악을 들으면 세포가 반응하고 그래서 몸이 움직이는 것은 너무 당연한데클래식 공연장에서는 몸을 움직이면 안 된다고하니까 갈 수가 없다고 하는 거예요. - P205
황선우: 파주로 오는 길에 점점 많아지는 초록을 봤어요. 이사하고 나서 심심하진 않나요??이슬아: 심심한데, 심심하려고 온 거라 괜찮아요.출판사를 시작하면서 넓은 집이 필요해졌거든요. 재고 도서나 포장 박스 같은 걸 다 보관해야하니까. 계속 서울에 살면서 집과 집 사이가 너무 붙어 있는 환경이 갑갑하기도 했고, 제발 월세를 안 내고 싶다, 나무가 많은 데로 가고 싶다하다가 여기 오게 됐어요. - P103
그의 부친인 관점석씨가 살아 있었던 어느 해 사월 봄이었다.앞내의 여울물 소리가 바람이 있을 때마다 제방을 넘어 가깝게들려왔다. 제법 자란 보리밭 이랑 사이에서는 노고지리 울음소리도 맑게 갠 하늘로 날아올랐다. 마을 여기저기에서 풍기는 구수한 두엄 냄새가 제방까지 설핏했다. 그런데 배꽃이 마을을 떠메고 갈 듯 하얗게 핀 광덕산에 난데없는 강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 P17
뻐꾸기와 낙타처럼 확연하게 구별할 수 없는 것이 세상사라는것을 그는 굳게 믿었다. 게으름이 사람의 열망을 좀먹는다는 격언 따위는 그에겐 먼 데서 짖어대는 개소리일 뿐이었다. 그래서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며 살았다. 인생의 목표가 없어진 다음에 찾아오는 것은 당연히 게으름과 시도 때도 없이 엄습하는 졸음일 수밖에 없었다 - P14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령의 헤아릴 수 없는 고독 속에서 집안의 가장 무의미한 사건까지도 조사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추었고, 과거에는 바빠서 보지 못했던 사실을 처음으로 명확하게 보게 되었다. - P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