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구스투스는 젊은 여인을 청년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에 당황했다. 하지만 그것이 자기 탓도 아니었기에 사과를 할 수도 없었다. 그는 급히 자신을 소개하고 여인에게 여행하는 데에자신이 도와줄 일이 없는지 물었다. 아우구스투스를 대하는 여인의 태도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자기가 한 말로 인해 아우구스투스의 태도가 변한 것에도 일체 무관심한 듯했다. 망토 아래에가녀린 무릎을 꼬고 두 손을 한쪽 무릎에 포개 얹고 앉아 있는 자세도 그대로였다. 아우구스투스가 생각할 때 대부분의 여자들은남자와 대화를 할 때 주된 관심사가 상대 남자에게 자기가 어떤모습으로 비치는가 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래서 여자들과 교제하는 게 그 자신에게는 멋쩍고 지루한 거라고 생각했다. - P74
그렇더라도 만약 샤를르가 마음만 기울였더라면, 그것을 짐작이라도 해주었더라면, 만약 단 한번이라도 그의 눈길이 엠마의 생각에 닿았더라면, 마치 손만 뻗치면 과수장에서 익은 과일이 떨어지듯이 그녀의 가슴속에서 돌연 무진장으로 솟구치는것들이 쏟아져 나왔으리라. 그러나 그들 생활의 친밀감이 더해질수록 내면의 간격이 벌어지면서 그녀를 남편에게서 멀어지게했다. - P65
당시 기진은 잠에서 깨자마자 주로 뭘 먹이나를 생각했다. 다른 건 몰라도 식구들 아침밥만은 꼭 먹게 하는것이 주부로서 그녀가 가진 원칙이었다. 갓 지은 밥과 따뜻한 국,부드러운 달걀과 두부를 먹이기 위해서 그녀는 새벽부터 주방을종종거렸다.이제 그런 것은 다 지나간 일이 되었다. 근래 그녀는 누구를 위해서도 밥을 짓지 않았다. 아침마다 잠에서 깨지 못해 멍했다. - P177
첫 문장은 처음부터 ‘쌈박하게 써야 하지만 대부분 그러기가 쉽지 않습니다. 초고에서는 헐렁하게 시작해도 됩니다. 글이 어느 정도 완성된상태에서 고치면 됩니다. 그렇지 않고 처음부터 산삼 같은 첫 문장을찾으려다가는 지레 지쳐버릴 수 있습니다. 산삼은 고치고 또 고치는 과정에서 나옵니다. 첫 문장을 품고 있는 첫 단락도 마찬가지로, 부단히닦고 조이고 기름칠하면 빛이 납니다. - P108
나는 신 목사가 평양에 남기로 했다고 전해주었다."목사라는 사람들은 알다가도 모르겠어." 그는 말했다. "그들의 심정도 이해는 갑니다. 우리 안사람이 다니던 교회의 목사도 서울에 남아 있다가 납치당했어요. 숨든가 어떻게 해보라고 일렀는데도 듣지않더라고. 도망가지 않겠다는 거였소.""이젠 제가 소령님께 철수하라고 말할 차례입니다. 가십시다, 소령님, 가요!""난 뭐 성인이 될 생각도 없고 그럴 용기도 없소. 그저 최소한 품위는 잃지 않으려는 것뿐이오." - P2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