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은 어두운 과거를 분칠할 수도 있지만, 과거에 진실의 빛을 던질 수도 있다.글은 좌절과 번민, 부끄러움과 헛헛함으로 처진 등짝을 곧추세워줄 지지대다. 공허한 말로 나를 포장할지, 진솔한 말로 나를 고백할지는 당신의 몫. 말의 기만성과 말의 진실성을 넘나들 수 있는 기회. 부끄러움을 마주할 용기. 우리 자서전을 쓰십시다. - P138
"에리코 양이 죽고 나서 2~3일쯤 지났을 때 이 편지가 도착했어요. 보시다시피 보낸 사람 이름은 기리유 에리코라고 되어 있습니다." - P56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곳에서 근무하기 전까지는 이 말이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 몰랐다.하지만 이제는 안다. 우리 병원 환자들을 생각하면 정말 와닿는 말이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만으로도 이미 소외된 상황인 범죄자라는 정체성이 덧씌워지면서 이곳 환자들은 이중으로 배척받는다. 나는 범죄 자체를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 P35
살다 보면 남과 다툴 일이 있다. 여기에는 자기가 옳고 남은틀리다는 생각이 깔린 경우가 많다. 지구에서 보는 우주만이 옳은것이 아니라 달에서 본 우주도 옳다.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것이아니라 우리가 달 위에 정지해 있는지도 모른다. 다투기 전, 달에한번 갔다 오는 것은 어떨까. - P90
인생과 화해하지 않았지만 다시 살아야 했다.두 달 남짓한 은둔과 근 기아 상태로 상당량의 근육이 소실되어있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편두통과 위경련, 카페인 함량이 높은 진통제 복용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규칙적으로 먹고 몸을움직여야 했다. 그러나 제대로 노력해보기 전에 폭염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