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밖의 사람 - 어느 소설가의 택배일지
정혁용 지음 / 마이디어북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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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제대했을 때보다 세상이 만만해 보인 적은 없었다. 게다가 병장 시절엔 운동도 좀 해놓은 터라 힘쓰는 것도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다. 그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큰돈 좀 벌어보겠다고 선택한 아르바이트가 신축 아파트 단지에 나무를 심어 경치를 꾸미는 일이었다. 산에서 나무 좀 캐다가 화단에 심는 일이라기에 선뜻 나섰다.

일주일 일하고 앓아누웠다. 요령도 없었지만 무엇보다 일 자체가 고되었다. 우선 산을 오른다. 뿌리째 나무를 캐야 하는 데 삽질 반경이 장난 아니었다. 뿌리 흙까지 새끼줄로 묶고는 그 큰 나무를 들고 산을 내려와야 한다. 차에 나무를 싣고 아파트 현장으로 다시 와서 그 나무를 심기 위해 산에서 삽질 한 넓이와 깊이만큼 또 삽질을 해야 했다. 육체적 고통보다 머리를 쓰는 정신적 고통이 더하다고 운운하는 거? 헛소리다.

직장 생활하면서 육체적 고통보다 더하면 더했지 그 못지않은 고통을 경험했다. 바로 인적 서비스로 겪는 감정 노동이다. 사람 상대하는 일, 정말 어렵다. 어쩌면 감정노동이 육체노동보다 더 고통스러울지도 모르겠다. 나는 더 어렵다고 생각한다.

'여러 직업을 거쳐 좌절의 끝에서 어쩔 수 없이 만난 게 택배였다. 육체노동은 처음인데다 강도도 커서 매일 체력의 한계치를 넘나들었다. 하지만 정말 견딜 수 없었던 건 내 시간이 전혀 없다는 거였다. 항상 밖에 있는데 하늘을 볼 시간도 바람을 느낄 시간도 없었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쓰러져 자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것도 서너 시간 말이다. (pp. 13, 14)'

택배는 육체적 고통에 감정노동을 더한 노동이란 생각이 든다. '어느 소설가의 택배일지'라는 부제의 에세이 <문밖의 사람>의 저자 정혁용 작가는 낮에는 택배 일을 하고, 틈틈이 휴대전화로 글을 쓰는 작가이자 택배 노동자다. 그는 내가 잠시나마 체험했던 육체적, 감정 노동에 따르는 고통의 최고봉인 택배를 하면서 장편소설 <침입자들>과 <파괴자들>을 출간했다.


'아무튼 성장이든 변화든 인간은 머리로도 할 수 있지만 거기에 육체적 단련이 동반되면 시너지 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것 같다. 삶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게 된다. 물론 이건 결론적인 얘기고 그 사이에 수많은 과정이 있었던 것 같다. 부정, 분노, 인정, 수용, 일상의 여러 과정 말이다. (p. 19)'

이런 삶을 대할 때 나의 인생은 한없이 작아진다. 부정하고 분노할 자격이 나에게 있을까? 적어도 저자의 삶 정도는 돼야 그런 자격이 있지 않을까? 사회에 대한 나의 분노는 그저 나의 부끄러운 삶을 스스로 정당화하기 위한 성숙하지 못한 부정이요 분노였다.

너무 스스로를 비하하는 것 아니냐고? 천만에 저자의 삶 앞에서 그런 소린 사치다. 쇼펜하우어의 말에 빗대어 저자 자신이 당한 모욕조차 나이에 맞는 지성을 가지지 못한 자신의 잘못으로 갈음하는 그런 철학을 갖춘 인생이다.

3루에서 태어나 현재 자신의 삶을 마치 스스로 일궈낸 양 거들먹거리며 갑질하는 그런 인생철학과는 비교하는 것조차 창피스러운 일이다. 만약 쉰한 살의 나이에 뭔가를 시작할 용기가 없다면? 저자처럼 통렬하게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 들추어 낼 수 없다면, 저자와 같은 삶 앞에 예의를 보여줘야 한다. 고통에 대한 예의를 갖추란 말이 아니다. 그럼에도 올바르게 살아낸, 그가 삶을 대하는 태도에 그러란 말이다.


'다만 '이렇게 살면 안 된다.'까지는 아니겠지만 '내가 이 작자 정도는 아니잖아?"라는 위로는 있을지 모르겠다. (p. 253)'

저자야말로 '이 작자'라는 식의 말로 자신을 깎아내려선 안된다. 글 쓰는 일이 좋아하는 일이었고 '운 좋게 노력이라고 느끼지 못한 노력을 한 시간이 있었을 뿐이다. (p. 236)'라며 이를 행운이라고 하는데 내가 알기로는 노력에 행운이란 없다.

위로는 된다. 저자가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있고, 그 결과에 저자가 만족하는 듯해서 다행이란 생각과 함께 정혁용 작가의 삶이 큰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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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드리 씨의 이상한 여행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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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스에게는 아주 희미한 냄새를 구별하는 것은 물론 한번 맡은 냄새를 영원히 기억하는 특별한 재능이 있다. 그래서 그녀의 직업은 조향사다. 크리스마스이브 전날 엘리스는 친구들과 놀러 간 놀이공원에서 점쟁이로부터 뜻밖에 이야기를 듣는다.

'"진짜 흥미로운 이야기." 점쟁이는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남자, 존재하는지조차 모르면서 오래전부터 네가 찾고 있는 남자, 그 남자가 방금 전에 바로 네 뒤를 지나갔어." (...)
"인내심이 필요해. 그 남자에게 이르려면 여섯 사람을 만나야 하니까." (...)
"아름다운 여행, 무엇보다도...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만, 때가 너무 늦을까 봐 네가 알아야 하는 것을 미리 말해준 거야... " (p. 29~ p. 32)'

엘리스의 이웃에는 달드리라는 조금은 괴팍한 성격의 독신남이 산다. 그는 교차로 풍경만 그리는 화가다. 달드리의 소원은 햇살이 통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곳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인데, 바로 그곳이 옆집에 사는 엘리스의 방이다.

달드리는 엘리스에게 자신이 여행경비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점쟁이가 엘리스에게 가라고 한 이스탄불 여행을 제안한다. 조건은 이스탄불에서 만나게 될 여섯 남자 중 두 번째 남자를 만날 때까지만 동행하고, 그 이후에는 런던으로 돌아와 엘리스의 햇살이 비치는 빈방을 달드리 자신이 사용하는 이상하기 짝이 없는 그런 조건이다.

로맨틱 코미디의 대가 마르크 레비가 펼쳐내는 엘리스와 달드리의 이상한 여행이 시작된다. 이스탄불에는 어떤 인생이 엘리스를 기다리고 있을까? 엘리스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남자를 만나게 될까?


자신의 미래를 점쟁이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가 한 말을 믿었는가 아님 그냥 흘려보냈는가. 흘려보내기가 그리 쉽지 않다. 자신의 바람이나 걱정하는 뭔가가 점쟁이의 말에 들어 있다면 더더욱 그렇다.

운명은 믿고 안 믿고의 문제라기보다는 믿고 싶다든지 안 믿고 싶다든지 하는 생각의 문제인듯하다. 내가 바라는 운명이라면 현실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며 실현되지 않기를 바랄 것이다.

특히 사랑이라면, 짝사랑이라면 운명의 여신이 내 편이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고백할 용기가 없어서 그렇고, 그 대상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확신이 들지 않아 운명을 끌어들인다. 반대의 경우라면 운명을 애써 외면하며 피해 갈 것이고...

자신이 없을 때, 그 바람에 미련이 남을 때, 운명의 장난에 나를 맡긴다. 달드리 씨가 엘리스와 함께하는 이상한 이스탄불 여행에 자신의 사랑을 맡기며, 운명이 엘리스의 선택에 관여하기를 바라듯이 말이다.

체념할 때도 운명은 도움이 된다. 모든 탓을 운명으로 돌리는 것보다 쉬운 일이 있을까? 그렇지만 결국 운명도 나의 선택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운명에 맡길지 안 맡길지 그 선택을 내가 했기 때문이다.


'"앨리스, 네 안에는 두 개의 인생이 있단다. 네가 아는 인생과 오래전부터 너를 기다리고 있는 인생... " (p. 57)'

점쟁이를 만난 후 엘리스는 악몽에 시달린다. 꿈속에서 본 그곳을 이스탄불에서 보게 되고 그곳의 냄새가 왠지 익숙함을 알아챈다. 냄새가 엘리스 어린 시절의 또 다른 인생을 불러냄으로써 엘리스에게는 냄새로 기억하는 인생 하나가 더 존재하게 된다.

나의 인생에 운명이 들어오면 내 삶에 대한 기억이 바뀐다. '모든 것이 운명이었어.'라는 선택을 하는 순간 오래전부터 기다리던 내가 바라던 인생이 펼쳐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그대 앞에 서 있는 운명이 될, 운명이 된 '일곱 번째 만난 사람'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직도 당신은 그 사람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왜요, 당신은 (일곱 번째 사람이 될) 그런 생각 없어요?"
"물론, 그럴 생각이 있죠. 하지만 당신은? 당신은 아직 나의 단점을 다 몰라요. 시간이 지나면 아마 견디지 못할지도."
"나는 아직 당신의 장점도 다 모르는데요?"
"아, 그러네요. 그건 생각 못 했는데..." (p. 383)'
운명은 아직도 그 사람의 장점을 다 알려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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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생활
모리스 메테를링크 지음, 김현영 옮김 / 이너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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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메테를링크의 에세이 <꿀벌의 생활>은 자연관찰문학으로 이 책을 읽는 매력은 꿀벌의 신비로운 세계를 바탕으로 저자가 펼치는 상상력과 노벨문학상 수상자 다운 문학적 재능으로 펼치는 묘사에 있다.

'여왕은 바짝바짝 속을 태우며 결행의 날과 시간을 선택한다. 그리고 출입구의 그늘에서, 거대한 감청색 항아리 같은 하늘의 끝에서 황홀한 아침이 혼례를 올릴 공간에 넘쳐나기를 기다린다. 이슬의 흔적이 나뭇잎과 꽃들을 추억으로 적실 때, 쇠약해져가는 여명의 마지막 서늘함이 서툰 전사의 팔에 안긴 발가벗은 처녀처럼 단념하기는 했으나 그래도 저항하듯 낮 동안의 더위를 거스르고자 할 때, 근방에 남아 있는 아침에 핀 제비꽃의 향기가 더욱 강하게 느껴질 때, 여왕은 그런 때를 좋아한다. (p. 174)'

드디어 여왕이 입구에 모습을 드러낸다. 여왕은 날아올랐다가 돌아오기를 두세 번 반복하고는 화살처럼 감청색 하늘 꼭대기로 날아오르면 결혼 비행에 나선다.


'우리는 이 벌집을 통해 꿀벌들의 중요한 일상. 즉 분봉의 형성과 출발, 새로운 도시의 건설, 젊은 여왕벌의 탄생과 결투, 결혼비행, 수벌 학살, 동면 따위가 자연의 질서를 좇아 펼쳐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p. 18)'

지성知性의 측면에서 인간 다음으로 축복받은 지구상의 주민은 벌이라는 것이 저자의 상상력이다. 학자들 간에는 꿀벌의 지성을 놓고 왈가불가한 모양이다. 저자는 위의 글에 제시된 꿀벌들의 중요한 일상 모두를 꿀벌 지성의 근거로 내놓는다.

육각 구조의 튼튼한 건축물을 세우기도 하고, 심지어 한 번도 본적도 경험해 본 적도 없는 인간이 제공하는 것들을 세심하게 재료의 속성을 파악해 활용하기도 한다.

인간은 꿀을 얻기 위해 꿀벌들이 확고하다고 믿는 자연법칙을 끊임없이 흔들어놓는다. 꿀벌들은 이제까지 지켜온 법칙에 따라 위기를 지혜롭게 해결한다. 만약 누군가 우리 주변의 중력, 공간, 빛 혹은 죽음 따위의 법칙을 흔들어 댄다면 우리는 과연 꿀벌처럼 대응할 수 있을까?

인간은 자연의 법칙을 알고 이해하려 한다. 이는 인간이 자연에 지성으로 대응하겠다는 태도다. 게다가 이해되지 않을 때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기보다는 예외로 규정해 무지에서 빠져나간다. 꿀벌들은 다르다.

수벌 살육이라는 처참한 자연의 법칙을, 그 의도를 오인이나 모순으로 여겨 갈팡질팡하지 않는다. 자연의 두 가지 힘, 즉 생과 사를 다스려 자연의 질서를 회복해 나가는 자연을 믿는다. 자연을 상대로 우리의 지성을 증명하려는 어리석은 행동을 꿀벌은 하지 않는다.

꿀벌에게 미래는 신이다. 미래의 불안 때문에 신에게 의지하는 인간보다 꿀벌들의 신에 대한 열망이 훨씬 더 강하다. 섬기고 떠받드는 여왕마저도 미래라는 신에 대한 의무를 저버리고 자신의 사명에 게을리할 때 여왕을 향했던 애정은 분노와 증오로 바뀐다. 미래를 위해 꿀벌들은 행복과 권리를 포기하며 벌집에서의 삶을 공유하고 활용한다.

'자연에는 물질의 일부분을 더욱 좋은 상태로 향상시키려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자연에는, 물질의 표면에 처음에는 생명이라 불리고 다음에는 본능, 그다음에는 지성이라고 불리는 신비로운 힘을 서서히 침투시키려는 의지, 미지의 목적을 위해 자신을 다그치는 모든 존재를 조직하고 활용하려는 의지가 존재한다. (p. 226)'

자연 앞에서 거만하면 안 된다. 꿀벌 세계를, 생활을 업신여겨서도 안된다. 그 세계를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수벌의 나태함과 일벌들의 불공평한 상황들을 내세워 비합리적이고 몰 지성하다고 결함을 지적한다면? 이해할 수 없는 원리를 따른다고 결론짓는다면? 인간들의 처지도 이에 못지않다.

'공동생활 전체의 유일한 근원인 땅을 전체 인구의 20, 30퍼센트의 인간들이 힘들게 경작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다른 10퍼센트는 실컷 놀면서, 전자가 열심히 일해서 얻은 수확물의 가장 좋은 부분을 먹어치운다. 나머지 사람들은 항상 굶주림에 시달리며 쉬지도 못하면서 아무런 보람도 없는 일에 정력을 소진한다. (pp. 245, 246)'


메테를링크는 매일 벌집을 드나드는 양봉가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책에서 그가 풀어놓는 꿀벌의 일상은 생생하고 신비롭기까지 하다. 게다가 상상력에 더해진 문학적 표현은 이 글을 읽는 즐거움을 몇 배로 키워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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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저 인간은 왜 저러는 거야?
노주선 지음 / 길벗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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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저 인간은 왜 저러는 거야?>라는 말을 흔히 한다. 자신이 몸담고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면 어느 곳이든지, 즉 회사원이라면 회사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이라면 영업장에서, 공무원이라면 관공서에서, 심지어 친목단체에서도 듣고, 하는 말이다.

이 말을 하는 이유는 그 사람의 행동이 상식으로 전혀 이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이 말은 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하려는 노력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순서는 이렇다. '왜 저러지?', 아~ 그래서 그랬구나',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지?' 물론 그 행동을 무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관계 속에서 살아야만 하는 우리여서 그러진 못한다. 인간관계를 개선하면서 살아가야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이 책은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쓴 것입니다. 내가 왜 이러는지 나도 모르겠다면,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죽도록 싫은 사람이 있다면, 한두 명의 대화와 경험 안에서 답을 찾기보다 수많은 사람을 연구한 심리학 이론과 상담 경험을 공유 받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p. 8)'

이 책에서 다루는 아홉 가지 대표적 성격은 직장에서 접하게 되는 공격적 성격, 자기애적 성격, 완벽주의적 또는 강박적 성격을 비롯해 이성 간에 만날 수 있는 편집적 성격, 경계선적 성격, 분열성 성격 그리고 마지막으로 친구 사이에 문제가 될 수 있는 회피적 성격, 의존적 성격, 수동공격적 성격이다.

아홉 가지 성격 유형이 좀 극단적인 성격인듯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주변에 흔하다. 어쩌면 나는 모르지만 남이 나를 본다면 이 중에 몇 가지 성격이 내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각 성격별로 우선 본인의 관점과 타인의 관점을 사례로 설명한다. 사례에 비추어 그런 성격이 내게 또는 다른 사람에게 있는지 평가해 보고, 그런 성격이 왜 나타나는지를 분석한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그런 성격의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와 내가 그런 성격이라면 어떤 것을 주의해야 하는지를 제시한다.

직장에서 흔히 만나는 성격 중 '자기애적 성격'이 있다. 이런 성격의 소유자는 '자기가 없으면 회사 안 돌아간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동료는 그 사람을 '재수 없다'라고 여긴다. 대체 저 인간은 왜 저러는 걸까? 자기존중감이 지나치게 높아서다.

이런 사람은 대하는 방법은 우선 인정할 만한 장점은 동의해야 한다. 그 사람과의 갈등과 논쟁에서 대립하지 않고 피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피드백은 간절히 원할 경우만 하고 그 피드백조차 장점을 먼저 말하고 불편함은 최소화해 논쟁을 피해야 한다.

스스로 행동 평가한 결과 내가 자기애적 성격이라면? 이 성격은 자신을 너무 높게 평가하는 것이 원인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자기 인식이 우선 필요하다. 객관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성과를 위해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실행한 결과는 자기존중감의 근거가 돼 자신이 원하는 모습을 이루게 된다.


'대체 저 인간은 왜 저러는 거야?'라고 말하는 이유는 그 사람을 너무 이상적으로 바라보는 '비합리적 신념' 때문이기도 하다. 그 신념을 조금만 '합리적 기대'로 바꾸기만 해도 상처와 아픔을 반으로 줄일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본인이 힘들고 타인을 힘들게 한다면 상담과 심리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런다고 내 성격이 타인의 성격이 바뀔까? 쉽지 않다. 심리적으로 큰 고통을 동반한 큰 사건을 경험해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한 힘들다. 사람을 성장시키는 건 적절한 수준의 좌절과 어려움인데...

'그런데 실제로는 적절한 수준의 좌절이란 없습니다. 나에게 닥친 좌절과 고통을 극복하고 이겨냄으로써 '나를 무너뜨리는 좌절'이 아니라 '나를 성장시키는 적적한 수준의 좌절'로 만드는 것은 바로 나입니다. (p. 215)'

결국 습관이 되고 행동 패턴이 된 성격을 변화시키려면 성격에 대한 문제의식과 강력한 변화의 필요성을 바탕으로 성격을 바꾸려는 엄청난 실행과 노력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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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안의 세계사 - 세상을 뒤흔든 15가지 약의 결정적 순간
키스 베로니즈 지음, 김숲 옮김, 정재훈 감수 / 동녘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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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밍은 늪에 빠진 윈스턴 처칠을 구해주었다. 감사의 뜻으로 처칠의 아버지는 가난한 집안의 어린 플레밍을 의과대학에서 공부하도록 지원한다. 훗날 플레밍은 페니실린을 발견했고 페니실린은 전쟁지역에서 폐렴에 걸린 처칠을 다시 한번 살린다.

자기 계발서나 강사들이 선한 일의 선순환을 설명할 때 자주 등장하는 일화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 사실이 아니면 어떤가. 꾸며낸 이야기라도 이런 이야기는 이 세상에 win-win만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것이니 가치가 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너무도 생소한 백신 개발과정에 우리 모두 집중했다. 스파이크라는 돌기 형태의 단백질, 임상실험, FDA 승인 등 관심밖에 있던 용어들을 우리는 알아야 했다.

<약국 안의 세계사>는 15가지 약에 숨겨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플레밍과 처칠의 일화처럼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코로나19 백신처럼 약이 어떻게 개발됐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과학자들의 어떤 노력과 좌절,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는 헌신이 있었지, 또한 그러한 일은 세계사를 어떻게 바꿔놓았지를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들에게 고마움 마음과 찬사를 보내게 된다.


우연도 노력하는 자에게 찾아오는 것이겠지만, 약이 탄생하는 데 우연을 가장한 필연은 우리 인류와 역사에 크나큰 지분을 갖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에서 군인들은 적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감염된 상처와의 싸움이 더 치열했다. 페니실린이란 항생제가 없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휴가에서 돌아온 플레밍은 휴가 가기 전 테이블에 놓아둔 한천배지에서 이상한 곰팡이 핀 것을 발견한다. 이 곰팡이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수많은 군인의 목숨을 구한다.

발기부전을 해결하기 위한 남자들의 시도는 처절하다 못해 안쓰러울 정도다. 수탉과 염소의 생식기를 부적으로 지니기도 하고, 매와 독수리의 정액을 마시기도 했다. 소금물, 전기, 기니피그의 고환 추출물까지 동원했다. 협심증과 혈압에 효과가 있는지를 알기 위한 사우스웨일스 광부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비아그라의 엉뚱한 효과가 나타났다. 실험 참가자들이 남은 약을 돌려주기 싫어했다고 한다.

러시아 제국의 몰락에 기여한 요승 라스푸틴이 차르 니콜라이 2세의 신임을 얻게 된 데 아스피린이 한몫했다. 당시 아스피린을 만병통치약으로 통했다. 하지만 피를 묽게 하는 아스피린은 혈우병 환자에게 독이나 마찬가지였지만 그 부작용이 아직 밝혀지기 전이었다. 혈우병 환자인 러시아 황태자가 아스피린을 복용하며 병이 더욱 악화되자 라스푸틴이 황태자를 치료하겠다고 나선다. 아스피린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복용을 중단하자마자 황태자의 혈우병 증상이 나아지면서 라스푸틴은 러시아 황실의 신임을 받게 되었다.

그밖에 디곡신과 반 고흐, 웃음 가스 아산화질소, 와파린과 스탈린 독살설 등 다양한 종류의 약과 이에 얽힌 역사 이야기가 계속 이어진다.


각 장의 뒷부분에 '약국 밖의 레시피'도 상식으로 알고 있을만한 이야기들이다. 이를테면 약을 두 배로 먹으면 효과도 두 배일까? 그렇지 않다. 유효량보다 더 많은 양을 복용할 경우 부정적 영향을 일으키기도 한다.

저자가 말하는 상식 하나 더. 고양이를 한 가족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꼭 알아둬야 한다. 탈모제 미녹시딜과 접촉한 고양이는 위험에 빠질 수 있다. 고양이에게 나타나는 폐부종 때문이다.


인류는 팬데믹을 거치면서 질병도 진화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알게 됐다. 새로운 바이러스, 세균이 더 강한 모습을 드러내면 낼수록 신약 개발을 위한 과학자들 개개인의 실패와 성공담은 세계사에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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