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 - 개정판
남영신 지음 / 까치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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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산다가 맞을까, 서울에서 산다가 맞을까? 까치글방 사장이 저자에게 질문했다고 한다. 어떤가. 난 전혀 생각해 본 적이 없어 당황스러웠다.

''살다'를 태어난 이후 줄곧 살고 있는 상태를 나타내는 관점에서 보면 장소의 교체는 별 의미가 없다. 따라서 '서울에 산다', '미국에 산다'처럼 '에'를 쓰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살다'를 그렇게 정적으로나 소극적으로 보지 않고 끊임없이 활동하는 생활로 본다면 '서울에서 산다', '미국에서 산다'처럼 장소를 지정하는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pp. 58, 59)'

'에'와 '에서' 가운데 어떤 조사를 쓰느냐에 따라 말의 뉘앙스가 달라진다. 우리말에는 이런 차이로 생기는 재미가 있다 (물론 알아채지 못하면 그만이긴 하다). 이뿐만 아니라 한국어는 조사나 어미가 문법적 기능을 하므로 이를 잘못 사용하면 엉뚱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한국어 문장에서는 조사 사용법이 까다롭다.


저자는 언어를 배에 비유한다. 진리가 우리가 가려는 목적지라면 언어라는 배가 우리를 실어 그곳에 데려다 놓을 것이다. 이왕이면 낡고 삐걱거리는 배보다 멋지고 성능이 좋은 배를 타고 가야 좋지 않을까? 이 책은 내가 타고 가는 배가 최고의 성능을 갖추도록 안내한다.


저자는 이번 개정판에 추가한 가장 새로운 내용으로 5장 '순화' 부분을 꼽았다. '쉽고 평범한 글쓰기'에 대한 소망을 5장에 담았다고 한다. '실용적이고 멋진 한국어'를 쓰는 것이 저자의 목표다. 이는 실용성이 높은 언어를 의미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필요한 사람이 가장 쉽고 정확하게 습득하게 해 주는 언어'를 가리킨다.

'내가 실용적으로 멋진 언어의 조건으로 제시한 쉽고, 간결하고, 정확함의 정의를 먼저 내리고자 한다.
쉬운 언어: 어려운 한자어, 외국어를 쓰지 않을 것.
간결한 언어: 불필요하거나 무의미하거나 중복되지 않을 것.
정확한 언어: 논리적일 것, 명료할 것, 중의성을 피할 것. (p. 222)'

정확한 언어 사용을 위해 기피하면 좋을 표현으로 (내가 많이 사용하는 표현이어서인지) 영어식 표현이 눈에 들어왔다. 영어를 많이 접하다 보니 이런 현상이 생긴다.
우선 '~에 의한'.
''무장 세력에 의해 인질로 잡힌'은 '무장 세력이 인질로 잡은' 또는 '무장 세력에게 인질로 잡힌'처럼 구성하는 것이 한국어 다운 표현이다. (p. 261)'
또 하나 '~을 필요로 하다'.
''저를 필요로 하는'은 단순히 '제가 필요한'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p. 264)'


'이상한 한국어 문장도 숱하게 많다. 맞춤법에 맞지 않는 문장, 어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쓴 문장, 문맥이 서지 않은 문장,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문장 등이 여기저기에서 우리 눈을 어지럽힌다. 그런 문장을 보면 우선 그 속에 녹아 있는 고귀하고 아름답고 중요한 의미가 훼손됨을 느끼고, 나아가서 마음이 답답해지거나 짜증이 나게 된다. (p. 18)'

흔히 쓰는 말도 글로 옮기다 보면 그 낱말에서 왠지 어색함을 느낄 때가 가끔 있다. 글을 자주 써보지 않은 탓도 있고 무슨 뜻인지 모른 채 습관처럼 쓰다 보니 그렇다. 언어생활이 후퇴되지 않도록 사전도 찾아보고 좋은 글은 필사해서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 중이다. 맞춤법 검사도 빼먹지 않고 하는 편이다. 생각 없이 낱말을 나열하는 데 급급해 비문을 마구 사용하고 싶지 않다. 우리말에만 있는 말맛을 한껏 느껴보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소통, 지식과 정보 교환이라는 목적지에 아름다운 모습과 좋은 성능의 배를 타고 가려고 한다. 이왕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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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함께 정처 없음
노재희 지음 / 작가정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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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이 "요즘도 책 읽으며 지내나(요)?"라고 묻곤 한다. '언제까지 그렇게 책이나 읽고 지낼 건가(요)'로 들린다. 뭐라고 대답할까? 길게 답할 여유를 주는 질문이 아니니 짧은 대답을 마련해야 했다. '뭔가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서...'

'정의란?' '평등은?' '죽음은?' '올바른 배려란?' '후회하지 않으려면?'... 무수히 많은 그 뒤죽박죽인 것들을 한 번쯤은 내 나름 정리하고 싶었다. 내 생각과 의견이 무엇인지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앎, 그리고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아야 했다. 그래서 난 책을 읽는다.

'누군가 쓴 것을 내가 읽는다 내가 쓴 것을 당신이 읽는다. 심심해서 외로워서 궁금해서 슬퍼서 읽을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만난다. (p. 234)'
나도 많은 사람을 만났다. 문자공화국(Republic of Letters)의 시민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나는 누구일까' '이게 내가 맞나?' 이것도 정리하고 싶은 주제 가운데 하나다. 노재희 작가의 삶을 펼쳐 보여준 산문집 <나무와 함께 정처 없음>에서 나는 '존재'에 대한 것만 골라 생각했다.


노재희 작가는 어느 날 체온을 재 보았다. 평소보다 1.5도 높아 병원에 갔다. 치사율 50퍼센트의 결핵성 뇌수막염임을 알게 됐고, 40여 일 병상에 누워있는 바람에 일상이 중단됐다. 게다가 20여 일간의 기억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당황스러운 순간을 맞닥뜨린 작가는 '나'란 존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다.

'그 이후의 일들은 모두 다른 가족들로부터 듣고 재구성한 기억이다. 여러 사람에게 여러 번 듣다 보니 실제로 내가 다 겪어서 기억하는 일처럼 느껴졌다. 물론 그것은 실제로 내가 다 겪은 일이다. (p. 38)'

스스로 알고 있는 '나'가 있겠고, 기억이 통째로 날아간 시간은 곁에 있던 사람들이 말해주는 낯선 '나'로 채우고, 어린 시절의 나는 일기장을 펼쳐 '와아아~' 소리치며 내게 달려오는 기억 너머의 '나'들로 메꾸면 짜깁기한 '나'가 완성된다.

또 하나 '나'란 존재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실제로 겪은 '나'가 있겠고, 때론 아름답게 때론 욕심을 부려 기억이 다듬어 놓은 '나'가 있다. 어느 '나'가 진짜 '나'일까. 둘 다일까?


작가의 할아버지 이부연 씨는 1924년 강원도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났다. 17세 때 큰아버지가 소개해 준 김금녀 씨와 혼인날 처음 만나 결혼했다. 우편국에서 일했고 일본군에 징집돼 고생했지만 평생을 항로표지원을 일하다 정년을 맞아 퇴임했다. 그 후 30년을 더 사셨다. 아들 셋을 잃었고 자녀 여섯을 키웠다. 뇌졸중인 아내를 자식들 도움 없이 보살피기도 했다.

어린 작가에게 등대지기 할아버지는 자랑이었다. 키가 훤칠하게 크고 웃는 모습도 멋졌다. 그랬던 할아버지는 작아져 줄어들고 쪼그라진 마지막 모습을 작가에게 남기셨다. 작가가 아는 이부연 씨의 삶이다.

'항로표지원 이부연 씨가 생을 마쳤을 때 몇 사람의 지인과 일가친척 말고는 아무도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 우리 대부분의 인생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p. 105)'

70년 가까이 함께 한 아내는 이부연이란 존재를 어떻게 기억할까? 맏딸인 작가의 어머니는? 이웃들은? 직장 동료들은? 그리고 이부연 씨 자신은? 어느 이부연 씨가 진짜 이부연 씨일까. 모두 다일까?


신은 존재할까? 작가는 신의 존재를 믿는 것 자체가 신이 존재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이 확실히 존재한다면 믿을 일이 아니다. 그냥 존재하므로. 또 과학은 설명할 수 없는 것을 불완전함으로 두는 반면, 종교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모든 것을 전지전능한 섭리로 해결하는 권위를 보이고 오히려 신의 존재 증거로 삼는다.

'자신의 하찮은 일상과 스트레스뿐인 인간관계에서 도망쳐 어딘가로 숨고 싶을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곳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p. 162)'

작가는 신의 존재를 작가만의 방식으로 받아들인다. 기도카펫을 깔고 기도하듯 '절운동'을 한다. 20분 동안 하는 백팔배는 머릿속을 가지런히 한다. 마음이 평안해진다. 마치 기도한 것처럼.

(중략)

이제부터 노재희 산문 <나무와 함께 정처 없음>을 읽으며 정리해 볼 주제는 '제대로 산다는 건 뭘까?'이다.

'서른셋까지도 제대로 살아보지 못했다면 우리는 몇 살쯤까지 살아야 제대로 살아본 것일까? 그리고 제대로 산다는 건 뭘까?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제대로 살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p. 87)'

내 맘대로 책을 읽다 보니 작가가 보여주려 했던 것과 많이 빗나간듯하다. 아무렴 어떠랴. 나를 수신인으로 쓴 글이 아닐 텐데... 노재희가 쓴 글을 그냥 내가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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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한옥 - 도심 속에서 다른 삶을 짓다
행복이 가득한 집 편집부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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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이라는 단어에서 '한韓'은 '하나'라는 의미도 있지만 '한가득', '한 아름'과 같이 '전체'라는 의미도 있다. 또한 '한가운데' '한낮'처럼 '정점'을 뜻하기도 한다. 하늘도 하나고 땅도 하나이며, 우주도 하나다. (...) '옥屋'은 하늘에서 집 안으로 화살이 날아와 박힌 모습을 표현한 글자다. 화살은 하늘의 기운을 땅에 전달하는 매개체로 조상이나 신을 집에 모시는 것을 상징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두 한자의 의미를 결합하면 한옥은 '시작이면서 모든 것이기도 한 생명 정신을 담은 집'으로 이해할 수 있다. (p. 5, 들어가며)'

건축사무소 '착착 스튜디오' 김대균 대표의 '들어가며' 글에 공감하는 되는 부분을 이어 더하면, 한옥에 '시간의 촉감'이라는 멋진 표현을 입힌다. 한옥을 짓는데 쓰이는 나무, 흙, 한지, 기와 따위의 재료가 시간이 지날수록 깊은 맛을 내기 때문이다. 오래된 아파트는 낡았다고 여기는 반면 한옥은 오래될수록 멋지다고 생각하는 것과 결이 같다.

이런 이유로 한옥의 운치에 매력을 느껴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로망이 가지고들 있다. 하지만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탓에 여러 가지 면에서 한옥을 불편해한다. 그래서 그런 욕망을 한 달 살기로 대체하기 일쑤다.


한옥살이의 꿈을 접지 않고 자신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에 맞추어 한옥을 고쳐 짓고 새로 지은 사람들이 있다. 그동안 <행복이 가득한 집>에 소개한 '한옥' 가운데 추리고 뽑은 스물네 채의 집과 그 집 주인 사연을 <더 한옥 THE HANOK>에서 자세히 들을 수 있다.

디자이너 양태오의 계동 한옥, 이 집은 건축가 김영섭이 살았던 곳으로 지은지 100년이나 됐다. 새 주인 양태오는 두 채의 아담한 집을 한 곳은 사무실 겸 생활공간으로, 다른 곳은 부모님이 머무는 공간이자 게스트하우스로 꾸몄다. 자신의 취향 대로 고쳐 라이프스타일에 알맞게 탈바꿈했다.

미술 평론가 유경희는 서촌 한옥을 기본적인 대강의 옛것들은 살려둔 채 새것과 연결하여 전통적이면서 모던하게 새로 지었다.
'"... 이런 공간이면 좋겠다는 기준도 명확하고요. 일단 시적詩的이어야 해요. 어둠이 섞인 빛에 로망이 있지요. 약간 어두운 데 가만있으면 서서히 형체가 드러나는 곳 있잖아요. 그런 곳에서 책을 읽는 일,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사치이자 럭셔리예요..." (P. 115)'

그런가 하면 류호향 선생의 경기도 광주 함양당은 아름다운 차 향기가 가득하고 사람들이 오가는 문화 공간인 곳이다.
'차에는 이를 아름답게 마실 수 있는 다법이 존재하고, 이를 행하는 것은 수련과 같다. 하지만 어디서든 차를 마실 수 있기에 장소의 경계는 중요하지 않다. 이와 비슷하게 한옥에는 창과 문이 나뉘어 있지 않다. 바람이 다니면 창이고, 사람이 다니면 문인 것이다. (p. 145)'
차(茶)에 집중하면 스스로 고요함을 자각하는 류효향 선생의 일상이 차와 같은 이유다.

영월 더한옥헤리티지하우스는 현재 일부 오픈 운영 중인 한옥 호텔이다. 2027년에 최종 마무리할 예정이다. 한옥 전통 건축 기법을 사용했고, 건물 높이에 차등을 주었다. 그 결과 영월이 품고 있는 자연을 온전히 담아내 한옥 미학의 매력인 차경借景을 살려냈다.


대궐 같지는 않았지만 한옥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나는 아직도 그 집 모양을 기억 속에 갖고 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왼쪽에 소 외양간, 그 옆에는 엎드려 만화책 보곤 하던 사랑방, 앞마당에서 주로 얼굴을 씻었고, 뒤뜰 장독대로 가려면 부엌을 지나가야 했다. 안방과 건넌방 사이에 마루, 마루에 쌀뒤주가 놓여있었고 마루 뒤쪽으로 난 쪽문을 열어젖히면 담장에 감나무 한 그루가 걸쳐있었다. 대들보가 드러난 마루에 누어 하늘을 올려다 보기도 했다.

상상만 해도 그때 마셨던 공기가 느껴져 나도 모르게 심호흡하게 된다. 막힌 공간이 아니라 외부공간이 집안 가운데 떡하니 들어와 있으니 답답함은 없고 흙냄새 맡으며 흙장난이 가능한 곳이었다.

'어리석음을 깨닫는 집'이란 뜻으로 신영복 선생이 이름을 지어주신 지우헌, 디자인하우스가 운영하는 한옥 갤러리로 북촌 한옥 마을에 있는 곳이다. 전시된 작품 감상, 전통차와 책 읽기 그리고 한옥 체험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이 간직된 한옥 모습은 아니겠지만 그때 분위기만큼은 한껏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곳에 간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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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오페라 - 아름다운 사랑과 전율의 배신, 운명적 서사 25편 방구석 시리즈 2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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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년대, 스페인 세비야 인근 교도소 지하 깊숙한 곳에 혁명 주도자 '플로레스탄'이 갇혀있다. 왕당파 교도소장 '피차로'는 개인 감정 분풀이로 플로레스탄을 납치해 가둔 것이다. 플로레스탄의 아내 '레오노레'는 사랑하는 남편을 구하기 위해 '피델리오'라고 이름을 바꾸고 남자인 척 신분을 감춰 복수를 꾀한다.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내 남편을, 남편을 내 가슴에...
... 내 가슴에 안을 수...
내 아내를, 내 아내를 내 가슴에 안을 수... (p. 28)'

오페라 <피델리오>는 사랑하는 사람을 구원하는 줄거리로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로 알려진 1805년도 작품이다 (베토벤이 오페라도 작곡했다니... 처음 알았다). 특정한 효과를 위해 트럼펫 연주자가 무대 뒤에서 따로 연주하는 '오프스테이지 트럼펫'이라는 유명한 기법이 자주 사용된 작품으로도 알려져 있다. 트럼펫 소리를 약하게 연주해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신비롭거나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벌써 1년이 지났다. 지난해 10월 문화콘텐츠 전문작가인 이서희의 '감동과 희열을 주는' 명작 뮤지컬 서른 편을 소개하는 <방구석 뮤지컬>을 읽었었다. 대표 넘버를 들으며 뮤지컬 작품 내용을 접하는 시간은 즐거움이었다. 뮤지컬에 이어 이서희 작가가 오페라 이야기를 정리해 내놓았다.

'이 책에는 각 작품의 줄거리와 각 곡의 가사, 인문학적 해석까지 덧붙여 25편의 명작 오페라를 실었습니다. 또한, <방구석 뮤지컬>처럼 QR코드를 삽입하여 대표곡을 듣고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p. 6, 프롤로그)'

뮤지컬의 음악은 팝, 재즈 등 스타일이 다양한 반면, 오페라는 오페라 음악만을 사용한다. 뮤지컬 배우들은 노래와 대사를 하며 연기하지만 오페라는 대사가 없고 노래에 중점을 두고 연기한다. 뮤지컬은 원작이 소설이나 영화가 대부분이어서 조금은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오페라는 다르다. 역사적인 주제나 다소 심오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런 이유로 작품의 줄거리를 모르다면 뮤지컬 보다 오페라는 훨씬 지루하고 낯설다. 알려진 오페라 아리아를 들으면 어느 작품인지 정도는 알지만 작품 내용은 잘 모르는 게 대개의 경우다.


투란도트 공주는 어떤 남자도 자신을 소유하지 못하리라 맹세했다. 그녀와 결혼하려면 공주의 복수가 담긴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 풀지 못한다면 죽음이 기다릴 뿐이다. 페르시아 왕자 사형 집행장에서 투란도트를 본 칼리프는 한눈에 반해 사랑에 빠진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칼리프는 공주와 결혼하기 위해 수수께끼에 도전하기로 결심한다. 수수께끼를 푼 칼리프에게 투란도트는 계략을 꾸미지만 결국 둘은 모든 장애물을 극복하고 사랑하게 된다.

'허나 비밀은
밀봉되어 있어,
어느 누구도
내 이름을 알 수는 없다

그렇다, 그대의 입술 위에
내가 알려주리라 (p. 275)'

푸치니의 3대 명작 가운데 하나인 오페라 <투란도트>의 대략이다. 푸치니는 투란도트의 결말을 짓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그런 까닭에 제자 알피노가 스승을 위해 <투란도트>를 완성, 밀라노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했다고 한다.

창피스럽게도 이렇게 널리 알려진 <투란도트>임에도 중국 공주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오페라였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일고 알게 됐다. 이뿐만일까? <방구석 오페라>에 소개된 스물다섯 편 명작의 제목은 익히 들어 익숙하지만 그 스토리는 생소하기 짝이 없다.


뮤지컬 넘버를 들으며 <방구석 뮤지컬>을 읽은 결과로 뮤지컬과 친해졌다면, 가사와 함께 QR코드로 오페라 대표곡을 들으며 <방구석 오페라>를 통해 역사나 인생의 역경을 표현하는 문학적 서사에 빠져드는 경험이 가능하다.

이서희 작가가 오페라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눈물을 흘리며 혼돈과 감동을 느꼈듯이, 한 권의 책이 우리에게도 작가와 똑같은 순간을 선사할지도 모른다.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우리에게 가이드가 되어 주기에 충분한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지금껏 경험해 온 사랑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앞으로 겪게 될 사랑을 기대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p. 315,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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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4 - 청룡을 타고 비상하는 2024를 기원하며!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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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토끼띠 해를 맞아 <트렌드 코리아 2023> 부제는' 토끼가 더 높이 뛴다. 도약하라!'라는 의미의 'RABBIT JUMP'였고, 2023년 트렌드를 아우르는 첫 키워드는 '평균실종'이었다. 양극화가 가속화되면서 사회의 전형성, 기준성이 사라져 상품, 서비스, 소비형태, 조직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평균을 가늠하기 어려워진 한 해였다.

시장의 양극화로 기업은 프리미엄층 또는 알뜰살뜰한 '체리슈머'형 소비자를 겨냥한 양자택일 전략을 추구했다. 자신을 실제보다 어리게 보이고자 하는 '네버랜드 신드롬'을 앓는 사람들이 증가했고, 저출산으로 중요한 아이가 돼버린 '알파세대'가 시장에 큰 영향력 행사했다.

뉴트로는 지나가는 유행이 아니라 소비문화로 자리 잡았다. 변화를 겪은 노동시장 시스템으로 일터가 송두리째 달라지는 '오피스 빅뱅'이 일어났고, 리오프닝 이후 온라인 기반에 밀려났던 오프라인 공간이 가상공간과 연계하며 변신해 '공간력'이 강력해졌다.

회복된 대면으로 '인덱스 관계'가 다시 중요해졌으며, 취향에 맞는 한 분야를 파고드는 젊은 세대들의 '디깅모멘텀' 현상은 늘어났다.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기업은 없던 수요를 창출하는 '뉴디멘디드 전략'을 앞다투어 선보였고, 데이터 혁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소비자가 처할 상황을 미리 파악하고 대처하는 '선제적 대응 기술'이 적극적으로 적용된 한 해였다.


2024년은 여러 용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용이며, 상서롭고, 가장 사랑받은 청룡의 해이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근사치까지 작업을 완성해놓는다고 해도, 사람이 마무리해 주지 않으면 제대로 된 수준을 갖추기 어렵다. 이런 취지에서 용띠 해에 어울리는 이번 책의 부제를 화룡점정의 의미를 담은 'DRAGON EYES'로 정했다. (p. 8)'


2024년 전체를 묶는 첫 키워드는 'Don’t Waste a Single Second: Time-Efficient Society 분초사회'다. 소유에서 경험으로 경제의 패러다임이 이동하면서 사람들의 시간관념이 달라졌음은 물론 사용 시간의 밀도 또한 매우 높아졌다. 하지만 분주함 속에서 사색을 위한 여백의 시간은 더 소중하게 될 것이다.

시간의 가성비를 따지다 보니 소비행동에도 변화가 뒤따른다. 실패 없는 소비를 빨리하기 위한 선택은 'You Choose, I’ll Follow: Ditto Consumption 디토소비'다. 스타나 인플루언서를 맹목적으로 따라 하는 소비와 달리 주체적 추종 모습을 띠는 것이 이전과 다른 모습이다. 디토소비의 확산으로 기업은 시그니처 상품이나 브랜드를 갖춰야 하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해질 것이다.

시간의 기회비용이 커진 분초사회에서 유효한 전략은 'Expanding Your Horizons: Spin-off Projects 스핀오프 프로젝트'다. 기존의 인지도를 활용하면서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여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프로젝트로 각광받게 될 것이다.

개인화되는 사회, 게다가 시간마저 부족해진다면 'Supporting One Another: 'Care-based Economy' 돌봄경제'는 아주 중요한 이슈가 된다. 돌봄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시기가 됐음을 뜻한다.
''아이'를 돌보는 것은 '부모의 커리어'를 돌보는 것이고, '고령자'를 기술을 통해 보살피는 것은 그들의 '인간적 존엄성'을 지켜주는 일이다. '직원'을 배려하면 '조직의 미래'에 대한 투자가 된다. (p. 373)'


기성세대와 다른 경제적, 문화적, 기술적 환경 속에서 태어나고 자란 젊은 세대는 사뭇 다른 사고방식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든다. 요즘 젊은이들은 모든 면에서 흠이 없는 최고의 자아 'Aspiring to Be a Hexagonal Human 육각형인간'을 선망한다. 계층의 고착화로 완벽을 요구하는 사회적 압박을 견뎌야 하는 젊은이들에게 이 트렌드는 활력이면서 한편으론 절망이기도 하다. 그래서 슬프다.

두 번째 젊은 트렌드는 도파민과 파밍을 결합한 'On Dopamine Farming 도파밍'이다. 새롭고 재미있는 특별한 경험을 하고픈 젊은 세대의 행동이다. 자칫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자극적인 도파밍에 빠지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명상이나 남을 도울 때 분비되는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균형을 이뤄야 할 것이다.

청년 세대의 결혼이 늦어지고 미혼율도 높아지는 현실에서 가사 노동과 육아에 적극 참여하는 'Not Like Old Daddies, Millennial Hubbies 요즘남편 없던아빠'가 등장한다. 이런 트렌드에 기성세대가 취해야 할 태도는 동의 여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지지와 지원뿐이다. 나름 주어진 여건 아래서 행복 추구의 방편으로 그들이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이나 정부, 지방자치단체 등은 어떤 트렌드에 주목해야 할까? 고객이 느끼는 가치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됨에 따라 'Getting the Price Right: Variable Pricing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이 가능해졌다. 기업 입장에서 시장 변화에 민첩하게 반응해야 하고,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가격 차별화 전략이 필요해졌다.

지역과 도시가 고정된 곳이 아니라 다양한 구성원들이 어우러져 마치 물같이 흐르는 'ElastiCity. Liquidpolitan 리퀴드폴리탄', 유연한 장소로 변화한다. 다양성을 포용하고 가능성을 끊임없이 실험하는 곳이 살기 좋은 리퀴드폴리탄이다.

생성형 AI를 비롯한 인공지능의 발달로 'Rise of 'Homo Promptus' 호모 프롬프트'가 사회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인간 고유의 창의성으로 인공지능 활용을 극대화하고 메타인지 능력을 갖춘 사람이 미래를 주도하게 될 것이다.


20대 아이가 둘 있는 부모로서 '젊은 트렌드' 세 가지에 관심이 쏠렸고, 그 가운데 '육각형인간' 트렌드에 가장 마음이 쓰였다. "나 오늘부터 '갓생god+生' 살 거야"라는 아이들의 외침이 양극화가 점점 더 심화되는 사회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 아프다. 올드머니의 문화와 취향 등 라이프스타일을 소비하려는 심리적 연장선상이란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의사라는 직업만으로도 부족하다고 한다. 집안이 부자인지, 키는 큰지, 외모는 평균 이상인지 같은 것들이 더 따라붙어야 한다. 한 줄로 세우는 환경에서 자랐다고 아이들까지 한 줄로 세우려는 어른들의 심보, 뭐든지 돈으로 환산해 비교하는 등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담을 쌓아놓았으니 아이들이 견뎌야 하는 압박이 너무 무겁다. 치열한 경쟁과 자기 검열의 스트레스 끝에 육각형인간의 모습이 있다는 점이 그 책임에서 우리 부모 세대가 절대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육각형인간이 되기 어려운 현실을 인정하고 희화화하며 즐기는 놀이 정도로 여기는 것이라면 다행이고 좋겠지만, 육각형인간이라는 완벽함을 진심으로 선망하고 모방하려는 것이라면 아이들 욕망의 끝은 불행하다. 강남에서 정신과 의원을 운영하는 김정일 박사의 책 <강남은 거대한 정신 병동이다>에 의하면 육각형인간에 가장 근접한 사람들이 많다는 강남이란 곳에서 정신병적 현상이 심심찮게 목격된다니 말이다.

육각형인간이 되었다손치더라도 그 삶이 행복하지 않다는 건 누구나 다 안다. 사회가 또는 부모 세대가 제시하는 일그러진 이상형을 쫓아가느라 나다움을 잃고 그 나다움에 행복이 있다는 사실을 외면한 채 지나치며 인생을 허비할까 봐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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