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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는 일
채수아 지음 / 모모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채수아 작가와 마주 앉아 그가 살아온 이야기를 듣듯이 읽어간 책이었다. 진솔한 이야기 88편을 영혼의 자서전, 에세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 담았다.
당연히 작가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내가 떠올랐다. 시어머니와 에피소드에서는 69세라는 비교적 짧은 인생을 사신 나의 어머니가 생각났다. 너무 닮은 삶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여자의 일생이 어쩜 이리 닮았을까. 참는 삶 말이다.
'나 하나만 참으면 되었다. 아주버님 부부도, 고모도, 남편도, 우리 아이들도 모두 행복해 보였다. 그 세월이 17년 동안 이어졌다. (p. 5, 프롤로그)'
'그래~ 우리 집은 나만 입다물고 있으면 평온하지. 다~ 내 잘못이야 내 잘못...' 내 아내가 자주 넋두리하듯 내뱉곤 하는 말과 너무 닮았다.
채수아 작가는 아버지 복이 있어 아버지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아버지가 자랑스러워하는 딸이기도 했다. 자신의 꿈을 접고 아버지가 원하는 선생님이 된 것도 아버지 사랑의 결과였다.
하지만 결혼 후 작가는 사는 게 너무 힘들었다. 시어머니의 짜증 섞인 말투, 남을 무시하는 험담, 부정적 기운, 게다가 습관처럼 하는 거짓말까지... 이토록 힘들었던 건 작가의 아버지와 너무 달라서였다.
결혼 전에는 작가의 마음에 미움이 자리 잡을 틈조차 없었다. 하지만 남편을 만난 후 미움도 배웠다. 한때 수녀가 자신과 가장 잘 어울린다고 여길 정도로 상처 깊은 사람에게 온기가 되어줄 자신이 있었던 그였다.
작가는 힘듦, 미움, 상처... 사랑의 다른 모습으로 찾아온 그 모든 걸 회복해냈다. 사랑으로 치유했다.
'삶에서 가장 필요한 건 사랑이고, 가족의 사랑이 으뜸일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엄마는, 아내는 좀 더 힘을 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아내는 '집안의 해, 안 해이기 때문이다. 햇살이기 때문이다. (p. 217)'
채수아 작가와 마주 앉아 그의 이야기를 들은 후 아쉬움 마음이 앞섰다. 나의 어머니, 아내 그리고 채수아 작가 이들 셋이 닮은, 아니 많은 여자들까지도 포함해서 닮은 여자의 일생에서 남는 아쉬움이다.
작가와 여자들의 삶이 딸로서 부모 이야기, 며느리로써 시부모 이야기, 아내로서 남편 이야기, 엄마로서 아이들 이야기, 그리고 선생님으로서 학생들 이야기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내가 빠졌다. 내 이야기 있다손 치더라도 구석자리 웅크리고 앉아 얼굴을 다리에 파묻고 있다.
내가 참으니 아주버님, 고모, 남편, 아이들이 행복해 보였고, 나만 입 다무니 가정이 평온했다니. 그럼 난... 나의 행복과 평온함은 어디에 있나. 딸로서, 며느리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살아온 삶을 돌아보니 그 행복과 평온함이 희미해 '여자의 일생'이 허탈해한다.
'내 삶의 이야기를 읽은 당신과 마주 앉아 있는 기분이다. 당신은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가? 위의 댓글처럼 당신도 위로받고 힘이 났으면 좋겠다. 사랑은 참 힘든 일이지만, 결국은 늘 사랑이라는 걸 깨달았다. 나를 향한 사랑과 상대방을 향한 사랑은 둘 다 소중하다. (pp. 266, 267)'
나의 책 친구 채수아 작가도 나의 아내도 작가의 말처럼 '나를 향한 사랑과 상대방을 향한 사랑 둘 다 소중'하지만 이제부터라도 나를 향한 사랑을 상대방을 향한 사랑보다 더 많이 하고 소중하게 여기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