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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카르테 1 - 이상한 의사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채숙향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5월
평점 :
<신의 카르테>는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의 저자이자 현직 의사이기도 한 나쓰카와 소스케의 4부작 장편소설이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에서 책에 대한 저자의 깊은 내공에 상당히 감명깊어 전업 작가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현직 의사라니...
그의 현장 경험이 물씬 풍기는 이 <신의 카르테>를 안 읽어볼 수가 없었다.
<신의 카르테>는 작은 소도시에 있는 조그마한 중소병원인 혼조병원 내과의 구리하라 이치토가 환자들과의 사이에서 일어나는 병원 이야기이다. 한국도 마찬가지지만 일본도 서울의 큰 대학병원 또는 대형병원을 선호하는 추세로 인해 지방의 작은 병원들은 언제나 인력난에 허덕인다. 전공이 내과지만 이 곳에서는 전공불문하고 모든 과를 넘나들며 환자들을 돌보기 바쁘다.
환자를 불러오는 의사로 불리우는 구리하라는 병원에서는 괴짜로 통한다. 부인과의 결혼기념도 지키지 못하고 밤낮 울려대는 응급신호,
왜 구리하라는 5년 동안 이 작은 병원을 떠나지 못하는 걸까?
책을 읽노라면 한 편의 의학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죽음 앞에 서 있는 사람들, 의사로서 피할 수 없는 고뇌, 그리고 숨가쁘게 돌아가는 병원 상황에서도 시작하는 연인들 (주인공은 아님).. 하지만 저자가 이 책을 통해 그리는 것은 바로 사람들이다.
말기암 선고를 받고 대형병원에서 거부당하며 끝까지 자신을 거부하지 말아줄 것을 부탁하는 아즈미, 한 숙소에서 생활하면서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하고 초라한 제 자신에 낙담한 학사와 무명 화가인 남작 등.. 각 사람들 하나 하나의 이야기가 맞물려진다.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가 되어 줄 수 있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이러한 사람냄새는 큰 대형병원에서는 결코 느끼지 못하는 것이기에 구리하라는 혼조병원에 남기로 선택하며 1권은 마무리된다.
각 사람에게 소중한 것이 있다. 구리하라에게는 의사로서의 성공과 의료기술보다 사람을 선택했다. 사람이 있는, 함께 웃고 나눌 수 있는 환자들이 그에게는 소중했다. 어쩌면 이 세상에 구리하라같은 의사는 소설 속에서만 가능한지 모른다.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는 무의미해진지 오래고 힘 안 드는 내과만을 선호하고 돈벌이로만 이용되고 있는 이 현실 속에 어쩌면 현직 의사이기도 한 저자가 만들어 낸 구리하라 주인공은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의사를 작품 속에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분명 이렇게 따뜻한 글을 쓸 수 있는 의사라면 실제로도 환자들에게 친절한 의사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2권에서도 주인공의 고군분투 고생담이 가득할 것 같지만 마음을 훈훈하게 해 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