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약 - 미술치료전문가의 셀프치유프로그램
하애희 지음, 조은비 그림 / 디자인이곶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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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시중에 컬러링 책이 인기를 끌었다.

여러 꽃 무늬, 아름다운 도시, 음식 등등 다양한 소재를 주제로 한 컬러링은 새로운 취미로 자리잡아왔다.

《보는 약》은 미술치료전문가의 셀프치유프로그램이라는 부제와 함께 마음의 치유를 위해 제작된 책이라고 한다.

저자 하애희님은 이 컬러링 <보는 약>의 그림에 추억을 불어넣는다.

예쁜 사물이 아닌 우리의 엄마 아빠, 할머니, 친구와의 추억을 이미지로 그려넣는다.


제 1부 가족에서는 주로 엄마, 아빠, 누나 등 가족 구성원간의 추억을 색칠한다.

엄마로부터 글씨를 배우고 엄마가 "엄마손은 약속" 읊조리며 배를 문질러주던 추억 등. 멀리 떨어져 있지만 항상 그리운 가족과의 추억을 소환시킨다.

그림 그리고 있을 당시 우리가 잊고 지냈던 옛 모습 속을 떠올리게 해 준다.

1부가 가족이였다면 2부는 놀이를 보여준다. 사방치기, 공기놀이, 딱지치기 등 추억의 놀이들을 그려준다.

이제는 컴퓨터 게임이 더 익숙하고 더 다양한 놀이들이 많아 이 놀이들을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밖에 나가기만 하면 온 사방이 놀이터였던 그 때 당시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특별한 장난감이나 도구가 없어도 우리 주위의 모든 것이 놀이도구가 될 수 있었던 그 때...


저자는 이 책을 셀프 치유 프로그램이라고 명명했다. 이 추억이라는 시간의 역사에 집중함으로 내 자신을 스스로 처방하게 해 주는 시간, 내 안의 기억을 떠 올리는 시간.

색칠을 하면서 우리가 잊고 지낸 과거의 따스한 기억들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행복함을 느낀다.

어쩌면 우리가 바쁘고 힘든 일상 속에서 우리를 지탱하게 해 주는 건 바로 우리가 어려서부터 받은 가족의 사랑과 관심 그리고 친구들과의 다정한 추억들일 것이다.

우리는 쉽게 과거를 잊곤 한다. 하지만 그 추억 속에 우리는 우리 자신을 다시 새롭게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상사로부터 치이고 고객으로부터 치이지만 나 자신을 사랑해주는 가족들과의 추억,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던 친구들과의 행복했던 기억들이 우리에게 힘이 되어 준다.

그러하기에 저자는 추억의 힘과 그림의 힘을 융합하여 <보는 약>시리즈를 낼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이 추억들이 부모님 세대에서 누리셨던 경험이기에 나와 같은 나이대나 어린 20대에게는 추억의 공감대가 이루어지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방치기를 해 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그 추억에 빠질 수 있겠는가. 좀 더 다양한 연령대를 위한 보는약 시리즈가 나오면 더욱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복잡하고 화려함을 추구하는 타 컬러링 책과 달리 단순하면서도 행복하게 해 주는 이 컬러링 <보는 약>은 부모님들께 드린다면 좋은 운동 및 추억을 선물해 드리는 방법일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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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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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은 공약이 아니다.

많은 유권자의 표를 받아올 수 있는 방법은 바로 타자를 적으로 만들어 나누면 된다.

이 책의 제목 『우리와 당신들』처럼, 우리편과 네 편으로 갈라서 경쟁심을 부추기고 증오심을 키우면 된다. 그 후 나머지는 그들의 증오심이 스스로 결집할 것이다.

이제까지 많은 정치인들이 이 전략을 고수해왔고 현재도 같은 전략이 사용되고 있다.

소설 『우리와 당신들』은 프레드릭 베크만의 전작 《베어타운》의 후속작이다.

「오베라는 남자」,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등 유쾌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주로 써 오던 작가가 쓴 《베어타운》은 쇠퇴해가는 베어타운을 되살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인 하키의 기대주 케빈이 단장 페테르 안데르손의 딸 마야를 성폭행하며 이를 둘러싼 공동체가 어떻게 분열되는지 보여주었던 소설이였다.

《베어타운》이 자신의 희망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는 이 때 과연 누구의 손을 잡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보여주었다면 후속작 『우리와 당신들』은 공동체가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성소수자등 타자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들여다보는 소설이다.

베어타운의 기대주 케빈이 마야를 성폭행 한 혐의가 증거불충분으로 무죄판결을 받는다.

케빈의 사건으로 케빈의 부모님은 서로 헤어지고 이웃 마을로 이사한다.

가해자인 케빈은 이사하고 난 후 새출발을 하지만 피해자인 마야와 그의 가족들은 긴 후유증에 휩싸인다.

딸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힌 페테르와 미라.

매일 케빈에게 총을 쏘는 꿈을 꾸며 불안해하는 마야.

누나를 도와주지 못한 자신을 원망하며 가해자에 대한 증오심으로 피가 나도록 살을 긁는 동생 레오.

평소처럼 웃으며 이야기하며 연기하지만 이 얇은 유리판 위를 걷는 듯한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와 당신들』에는 이 마을의 갈등을 조장하는 또 한 명의 인물이 있다.

군소정당의 정치인, 리샤르도 테오.

그는 자신의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베어타운 하키단을 돕겠다는 명분으로 페테르에게 접근한다.

의회로부터 배척당하고 거의 문닫을 위기에 처한 베어타운 하기단을 돕기 위한 후원자를 연결하며 페테르에게 조건을 제시한다. 이제까지 베어타운을 지킨 '홀리건'일당을 하키단에서 제외하라는 조건을 내건다.

<베어타운 대 나머지 전부> 글씨가 쓰여진 티셔츠를 입어 경쟁심을 부추기고 안으로는 '홀리건'일당들과 분리할 것을 조장하며 다른 정치인들까지 자신의 편으로 섭외하기에 바쁜 리샤르도 테오.

그는 사람들의 갈등을 조장하며 마을 사람들을 서로 경쟁하도록 만든다.

《베어타운》이 케빈의 성폭행 사건이 도화선이였다면 『우리와 당신들』은 하키팀의 주장 벤이의 성정체성이 마야의 친구 아나에 의해 폭로되는 사건이 도화선이 되어준다.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한 순간에 사람들의 비난 대상이 되어버린 벤이의 모습은 마치 한국 사회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배척함으로서 그 상대방을 궁지에 빠뜨리는 모습은 과거든 현재든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고 있다.

황정은의 소설 <디디의 우산>에서 본 한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너와 나의 상식이 다를 수 있으며 내가 주장하는 식으로 네가 고통을 당할 수도 있다는 가정조차 하질 않잖아."

벤이는 자신의 성주체성으로 인해 본연의 자신을 외면당하고 사람들은 다른 누군가를 배척하는 것에 너무 자연스러워한다. 우리는 그렇게 다르다는 이유로 남들에게 쉽게 고통을 가한다.

《베어타운》보다 더욱 세밀하게 한 공동체의 갈등을 표현한 이번 소설에서도 작가는 희망을 남겨놓는다.

완전히 무너졌던 공동체가 다시 일어서며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다.

과연 우리를 지키게 해 주는 건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한다. 적을 위한 증오심일까? 우리가 똘똘 뭉치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나는 바로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 각 개인 한 명 한 명이 이 공동체를 지키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름을 인정하고 개인을 존중해주는 것. 그 바탕 안에 우리가 진정한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걸 소설은 말해준다.

무엇보다 마야의 성폭행 후 힘들어하는 그 가정의 긴장감과 불안함이 긴 여운이 남는다.

피해자는 한 명이지만 그 피해는 단지 한 사람에 국한되지 않는다.

온 가족을 뒤흔들고 그들의 일상과 가정을 균열시키게 만드는 모습을 저자는 자세하게 그려내주었다.

이 다음 후속작을 볼 수 있을까? 만약 저자가 3편을 내게 된다면 이제는 회복하는 베어타운의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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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닫힌 문 창비시선 429
박소란 지음 / 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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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란 시인의 『심장에 가까운 말』을 기억한다. 
불우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연민어린 눈으로 바라보던 시들..
그 시를 읽으면서 마음이 아팠고 읽는 동안 힘들었다. 

이제 그 시인이 《한 사람의 닫힌 문》이라는 또 다른 시로 돌아왔다. 
열쇠 모양의 표지... 
이 열쇠는 닫힌 문을 열 수 있는 걸 말하는 거겠지라며 내 나름의 정답을 찾아내본다.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이 싱거운 궁금증이 오래 가슴 가장자리를 맴돌았어요 
......
혼자 밥 먹는 사람, 그 구부정한 등을 등지고 
혼자 밥 먹는 일 

형광등 거무추레한 불빛 아래 
불어 선득해진 면발을 묵묵히 건져 올리며
혼자 밥 먹는 일

그래서 
요즘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 
<심야식당 > 중에서  


먹고 살기 바빠서일까. 이웃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인사도 나누기조차 부담스러워지고 

친한 친구도 만나기 힘들어지는 시대.. 

서로의 안부를 묻는 것조차 희귀해지는 시대가 된 것 같다. 


다른 어떤 것도 아닌 잘 먹고 지내는지 그 싱거운 궁금증으로 상대방에게 묻는 이 글이 마음에 와 닿는다.

삼시세끼 챙겨먹기조차 힘겨운 이 때 잘 먹고 지내냐는 그 간단한 안부는 어쩌면 우리 마음을 열 수 있는 열쇠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시인의 시집을 읽다 보면 이러한 안부를 묻는 글이 종종 등장한다. 


누구의 생일입니까 오늘은

누구를 위해 미역국은 끓고 있습니까 

<미역>중에서 


이 시집 중에 가장 좋아하는 시 「모르는 사이」에서도 물음은 계속된다. 


당신은 말이 없는 사람입니까 

이어폰을 꽂은 채 줄곧 어슴푸레한 창밖을 내다보고 있군요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

<모르는 사이>중에서 


시인의 「전기장판」의 마지막 부분은 한 작가의 인터뷰를 떠올리게 한다. 


전기장판에 누워 겨울을 난다

어떤 슬픔에도 끄떡하지 않는다. 

<전기장판>중에서 


한 작가가 인터뷰에서 갈수록 차가워지고 어두운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만큼 대단한 건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이 세상에서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이다. 이 차가운 세상, 스스로라도 따뜻한 음식을 먹으며 온기를 만들어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쩜 시인도 전기장판의 따뜻함으로나마 우리가 슬픔을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이 아니였을까 조심스레 추론해본다. 


결국 《한 사람의 닫힌 문》을 열 수 있는 건 바로 상대방이다. 

내가 열 수 있고 당신이 그 닫힌 문을 열 수 있다. 

시인은 그 대답을 [모르는 사이]에서 마지막 구절인 


나는 인사하고 싶습니다

내 이름은 소란입니다 


라며 인사를 하는 모습으로 대답을 한다. 바로 우리가 그 닫힌 문을 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서로에게 건네는 인사와 안부 등이 한 사람의 닫힌 문을 열 수 있다. 


《심장에 가까운 말》은  슬픔이 느껴졌다면 『한 사람의 닫힌 문』은 차가운 공간에 불을 지피는 온기가 느껴진다. 안부를 건네고 사람을 기다리고 손을 잡아주며 돌아가신 엄마를 꿈속에서나마 만나며 엄마를 그리워한다. 절망에서 일어나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결국 나와 네가 이 문을 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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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디의 우산 - 황정은 연작소설
황정은 지음 / 창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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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황정은 작가의 글은 내게 쉽지 않다.

작가의 전작 《계속해보겠습니다》와 《아무도 아닌》 속의 쓸쓸하면서도 그 상황 속에서 담담하게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읽어 나가기가 쉽지 않다.

신작 『디디의 우산』을 읽을 때도 몇 번이나 읽다 책을 내려놓고, 숨을 고르며 생각하며 읽느라 이 책을 끝마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책을 읽는 내내 생각했다.

왜 작가는 제목을 디디의 우산이라고 정했을까?

디디의 우산이 주는 의미가 무엇이였을까? 읽는 내내 골똘히 생각했다.



주인공 d는 동창회에서 dd를 다시 만난다. 우산을 잃어버린 d에게 dd는 자신의 우산을 권한다.

그 우산을 쓰고 집에 간 d는 다시 되돌려주며 둘은 함께 살아간다.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dd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우산. 그건 서로에게 의미가 되어 주는 매개체였다.

그냥 동창회에서 만나고 헤어졌을 그 둘이 서로에게 중요한 존재가 되어 줄 수 있게 해 주는 매개체였다.



dd의 죽음 이 후 작가는 세운 상가에서 20년 넘게 수리 일을 하는 여소녀를 보여준다.

거의 많은 가게들이 떠나고 몇 남지 않은 상가들만이 이 공간을 지키고 있는 이 세운상가에 d는 택배일을 시작한다. 그리고 잘못 배달된 물건으로 인해 여소녀는 d를 찾아가며 묻는다.



"너 나 알지?"


매일 택배로 물건을 배달하면서 얼굴은 알지만 이름도 모르고 아는 사이라고 말하기가 무색한 사이가 잘못 된 택배로 인해 서로 알아가는 이웃이 되어간다. dd의 우산처럼.


우리 속에 지나쳐 가는 수많은 사람들.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아는 사이라고도 말하기 어려운 수많은 이웃들.


작가는 《dd의 우산》 속에 그 무명의 이웃들의 존재를 생각해보게 한다.

같은 고시원에 살지만 전혀 알지 못하는 옆 방 사람들이 d의 음악 소리에 화가 나 비로소 벽을 치며 반응하며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처럼...




그 많은 이웃들이 다 어디로 갔느냐고 여소녀의 딸이 묻는다.

우리의 이웃은 과연 어디에 있나 작가는 진지하게 묻는다.



또한 도시재생사업이라는 거대한 명분으로 상가를 살리겠다며 보행 데크를 건축한다는 시장의 계획에 콧방귀를 뀌는 여소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명분의 주체는 죽어가는 상가를 살린다는 명분이지만 막상 그 혜택의 대상이 되어야 할 여소녀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주지 않는다. 제발 자신들의 이야기부터 들어달라는 여소녀의 마음은 시장의 귀에 들릴 리 없다.

어떠한 이유든 사람이 먼저고 그들의 이야기가 먼저인 곳에 자신들의 이익과 성과를 위해 자신들의 기준에서 남을 위한답시고 하는 행동들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보여준다.


어쨌거나 저곳을 오가는 사람이 늘고 새로운 상권이 형성되면 임대인들은 즉시 세를 올려 받으려 할 것이다.

재정비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자들의 계획에 따르면 여소녀 자신과 같은 기술자들이

이 프로젝트의 중요한 콘텐츠였으나...

기술자이자 상인인 그들 모두 결국은 세입자이며... 세가 오르면 특별히 영세한 업체가 많은 이 상가에서 상인들은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상가가 사는 거지 내가 사는 것은 아니지.

p. 94


최소한 이 공간에서 인생을 보낸 사람들의 이야기 정도는 펼쳐져야 하는 거 아니냐...

p.95


이 소설에는 끊임없이 이웃에 대한 이야기, 타자를 향한 관심과 연민의 글이 보인다.

우리 곁에 있지만 없는 듯한 존재 이웃을 말한다.

《dd의 우산》 과 함께 책의 또다른 소설 『아무 것도 말할 필요가 없다』 역시 우리의 상식으로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이 얼마나 배타적이고 남을 향한 무관심인지 그려나간다.

특별한 관계인 서수경과 나. 사람들의 이상한 관심 속에서 자신들을 지켜야만 했던 둘은 서로가 무사히 귀가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 만약 서로에게 문제가 발생할 시 자신은 배제될 게 뻔하므로..

시신경을 잃기 시작한 후에야 알게 된 비맹인의 글자를 "묵자"로 불린다는 사실.

용산역 플랫폼에서 앞이 안 보이는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방송되는 열차 안내 멘트..

무엇이 상식인 거냐고 작가는 진지하게 묻는다. 그 상식이라는 이름 하에 비상식이라고 자신들이 명명하고 그들을 무시하고 배제해왔음을 말한다.

사람들은 그런 걸 상상할 정도로 남을 열심히 생각하지는 않아.

p.263


보는 이는 보지 못하는 이를 보지 못한다.

p.275


작가가 어느 인터뷰에서 모두에게 우산이 필요하다고 말한 기사를 읽었다.

소외된 이들에게 연민과 따스함을 끝까지 유지하는 작가 황정은의 글에는 그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여전히 내게 쉽지 않은 작가이지만 많은 걸 생각하게 해 주는 작가의 신작 『디디의 우산 』을 읽으며 과연 나는 누구를 향해 우산을 씌워 주는 지 고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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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든든한 내 편이던
박애희 지음 / 걷는나무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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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울어본 적이 언제였을까.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제목만으로도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아 책을 펴기가 조심스러웠지만 용기를 내어 책을 펼쳤다.

라디오 작가인 저자의 멘트를 통해 엄마에게 편지를 하고 엄마는 딸에게 문자와 전화로 답장을 한다.

지금은 하늘에 계신 엄마의 전화번호를 무의식중에 누르며 그리워하는 작가의 글이 내 예상대로 눈물샘을 자극한다. 저자도 이제 한 아이의 엄마이기에 더욱 엄마가 생각나는 그리움이 책 속에 물씬 풍겨나온다.

책을 읽는 내내 투병 중인 엄마가 떠오른다. 현재로선 마땅한 치료책이 없어 마냥 지켜만 볼 수 밖에 없는 가족들과 병의 상태가 악화될까 불안함 속에 그 두려움을 홀로 떠안야만 하는 엄마의 고통이 계속 떠올라서 읽기가 쉽지 않았다. 어떻게든 엄마의 병을 치료하고자 많은 방법을 동원하지만 너무 빨리 찾아온 엄마와의 이별과 아빠와의 이별은 내가 엄마와의 시간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따스하게 알려준다.

아무리 많은 추억을 만들었다고 해도 결국 마지막에 남는 건 더 잘 해 드릴 걸이라는 후회가 아닐까.

엄마의 잔소리가 그립고 엄마와 함께 한 일상이 그립기만 하지만 결국 우리를 지금까지 지탱하게 해 준 건 바로 부모님이 만들어준 사랑으로 가득찬 하루 하루의 일상이 아닐까?

언제나 어디서나 유일한 내 편인 엄마의 존재가, 엄마와의 추억이 바로 우리를 든든하게 지탱해주며 우리를 더 낫게 만들어준다.


이제는 안다.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최선의 방법은

그가 가장 행복해하는 것을 함께 좋아해 주는 일이라는 것을.

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p98


부모님께 잘 하고자 하는 마음은 굴뚝같지만 방법을 모르는 내게 저자는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부모님이 행복해하는 것을 함께 하는 것이라는 걸.

함께 기뻐해주고 함께 슬퍼해주는 것. 우리가 바쁜 일상 속에 가장 놓치고 마는 것이다.

그냥 돈이면 된다고 선물 사주면 된다며 우리의 시간과 마음을 물질로 교환해버린다.

우리는 충분히 효도하고 있다고 자기 합리화하면서..

부모님과 사별한 이들에게는 더욱 진한 그리움과 위로를 주고

부모님이 계시는 이들에게는 부모님을 더욱 사랑하라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 지금 소중히 여기라고 권유한다.

영원한 그리움의 이름, 엄마, 아빠.

지금 이 자리에 계셔 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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