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으니까 힘내라고 하지 마
장민주 지음, 박영란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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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 괜찮아질거야. 긍정적으로 생각해. 다 잘 될 거야... 


우리가 흔하게 내뱉는 일상적인 위로들이다. 

『괜찮으니까 힘내라고 하지 마』의 저자 장민주씨는 제목에 맞게 우울증 환자로서 이러한 위로를 거부한다. 


모두의 기대를 업고 명문고에 진학했지만 치열한 입시경쟁과 친구들의 따돌림 등으로 저자는 심각한 우울증으로 힘들어한다. 흔히 많은 부모가 자녀들이 내뱉는 고통을 공부에 치우쳐서 받는 일종의 가벼운 스트레스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과정만 잘 지나가면 괜찮을 거라고 위로한다. 

부모님의 마음이 원하는 대로 자녀의 고통과 마음을 해석하고 처방한다. 저자 또한 부모님에게 자신의 증상을 호소했지만 돌아오는 건 "긍정적으로 생각해." 라는 흔한 충고 뿐이였다. 


"앞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 즐겁게 살아봐!"

우리는 우울증 환자에게 "긍정적으로 생각해. 조금만 힘을 !"

라고 쉽게 말할까

몸이 아픈 사람에게는 " 세포들이 건강한 세포를 공격하고 있잖아

가만히 내버려두면 !"

라고 말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지금이야 정신과 치료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지만 예전 우리나라에서도 정신과 하면 생각나는 이미지는 상당히 부정적이였다. 극심한 정신 이상이 있는 사람들이 격리되어 있고 음울하고 침울한 분위기의 정신병원을 떠올렸으며 정신과에 갈 때는 비밀리에 치료를 받곤 했다. 

저자의 부모님 또한 우울증을 치부처럼 여기며 그 사실을 감추기에 급급할 뿐이였다. 

신체의 고통은 치료하려 하면서 왜 마음의 증상은 치료하라고 말하지 못할까? 

주위의 무관심과 사회의 일방적인 기준.. 이 모든 건 결국 증상을 가린 채 억지로 '웃는 가면'을 쓰며 살아가게 만든다. 


내면의 감정 기복이 아무리 심할지라도 

겉으로는 전혀 티가 나지 않을 있다는 것이다

자기 스스로를 길가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하찮은 돌덩이처럼 

무의미하게 여기더라도 

우리가 가진 능력으로 충분히 부정적인 감정을 숨길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자신에게 나타난 우울증의 증상 등을 차근차근 설명해간다. 

무기력증, 자살 충동, 기면증, 인지능력 감퇴 등 점점 저자의 일상 속에 치밀하게 공격해오는 우울증은 저자의 일상을 위협한다. 신체의 고통 뿐만 아니라 우리의 마음의 질병인 우울증이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저자는 이론이 아닌 자신의 일상에 대입하며 그 위험성을 알린다.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방치된 우울증은 대학에 가서도 끊임없이 저자를 공격한다. 시시때때로 공격하며 인간관계를 좀먹고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게 방해한다. 

그 힘든 과정에서 자신의 우울증을 치료하고자 심리학과로 편입을 결정한 저자의 노력은 매우 큰 용기이자 도전이였다. 


심리학을 배우며 저자는 우울증을 이해하고 치료해 가지만 저자는 이 우울증의 치료에 자신을 도와주는 부모님 외 지인들이 함께 있었음을 이야기한다. 

비록 학창시절에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라는 단순한 충고로 저자의 마음을 무시했던 부모님이였지만 조금씩 딸의 증상을 바라보며 달라져가는 부모님과 자신이 온전히 마음을 열지 못했던 때에도 자신의 곁에서 친구가 되어 주었던 라오황과 티아오티아노의 우정은 저자가 긴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데 많은 도움이 되어 주었다. 


부모님이 조금만 더 일찍 저자를 이해해 주었더라면, 라오황과 티아오티아노를 조금 더 빨리 만났더라면 저저가 그렇게까지 힘들지 않아도 됐을텐데라는 마음이 드는 한편 사랑과 관심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느끼게 된다. 


저자는 우울증이 마음의 감기 같은 증상이지만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위협적인 질병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치료했다 하더라도 수시로 재발할 수 있는 질병이자 이 우울증을 빠져나오기 까지 결코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 힘든 여정 속에 "곧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이 얼마나 무책임한 말인지 이야기한다. 


괜찮아질 것이다라는 것 또한 하나의 가면을 쓰며 자신의 감정을 무시하는 것이다. 

저자가 발견한 진리는 이 모습조차도 자신의 "소중한 나"임을 인정하고 그 위에서 설 수 있도록 살아가는 것이다. 주변의 시선에 주눅들며 가면을 쓰기보다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일 때 저자는 그 긴 터널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함께 그 과정을 지켜보는 지인들에게 가벼운 말 한 마디보다 묵묵히 지켜봐주며 곁에서 응원해 줄 것을 이야기한다. 


『괜찮으니까 힘내라고 하지 마』를 읽으면서 떠오르는 책이 있었다. 

같은 우울증 환자로서 축복받지 못한 출생부터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 너무 어린 나이에 어른 나이를 하며 살아가야 했던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죽지 않고 살아내줘서 고마워》이다. 

이 책 또한 본인의 우울증과 그 치료과정을 다루며 우울증은 절대 방치해서는 안 되는 위험한 질병임을 이야기한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받고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고 말한다. 

이 두 책의 저자들 모두 주변의 무관심 속에 치료가 계속 지연되었고 방치되어 왔다. 누군가가 그들에게 그 심각성을 알고 도와주었더라면 이런 아픔 속에 견디기 수월했을 것이다. 


이제 더 이상 우울증을 부정적으로 대하는 시선보다는 공감의 시선이 필요하다. 

앞의 두 책의 저자들 모두 그 무관심 속에 우울증은 더욱 심해져만 갔다. 

우울증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감기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것처럼 우울증 또한 우리 모두에게 찾아온다. 자신의 마음을 충실히 관찰하며 치료해 나가려는 의지와 주변의 응원만이 우리는 힘이 되어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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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 부자들 - 부자아빠 없는 당신이 진짜부자 되는 법
이명로(상승미소) 지음 / 스마트북스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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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이 말랐다고들 한다. "할아버지의 재력이 손주의 재력이다"라고 하며 금수저 또는 흙수저 등 계급의 격차가 심해지고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웃픈 신조어가 생겨난다.

부자부모가 아니면 부자가 되는 것을 꿈꾸기 어려운 사회. 그 현실 속에서 「부자 아빠 없는 당신이 진짜 부자 되는 법」 이라는 부제가 매우 흥미롭다.

재테크 전문가이자 푸르덴셜생명보험 Life planner로 근무하는 저자 이명로씨의 《월급쟁이 부자들》은 제목 그대로 월급쟁이등을 위한 책이다. 흙수저도 부자가 될 수 있는 법. 나는 이 책의 진정한 부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주로 2-30대를 겨냥한 재테크를 알려준다.

88만원 세대이자 학자금 대출과 주거비 등 여유자금이 없어 빈약한 월급으로 한 달 살기도 힘겨운 20대들에게 저자는 여유는 만들어가는 것이지 상황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월급이 많아서 생기는 여유가 아닌 한 푼 두 푼 절약하며 그 푼돈이 모여서 여유자금을 만들어간다고 말한다.

젊은이들이 저자에게 질문은 "뭘 해야 돈을 많이 벌 수 있을까요?"라고 한다.

직장생활로는 부자가 될 수 없어 주식과 펀드 또는 다른 부업 등을 찾는 2-30대들에게 저자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재테크라고 충고한다.


부자 부모를 두지 않는 한 어려서부터 부자인 사람들은 없다. 저자가 만난 대다수의 부자들은 4-50대등 자기 일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부자라고 말하며 미래를 위한 투자가 파트 타임을 하며 일을 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실에 충실하기. 자기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것. 바로 기본에 충실하기였다.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을 기대했던 상담자들에게 저자는 결국 현재에 충실하지 않으면 어떤 재테크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많은 재테크 전문가들이 말하듯, 저자 또한 적게 쓰고 저축하기를 적극 권장한다.

그리고 그에 따른 통장 관리 및 각 금융 상품등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전달해주며 어떻게 해야 위기 상황에서도 자신의자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지 여러가지 팁을 제공하여 준다.

가령 급한 목돈이 필요한 경우 어떤 상품을 해지하거나 어떤 저축을 끝까지 지켜야 하는지 또는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분산투자의 예를 들어 이해를 돕는다.


"지피지기는 백전백승이다"라는 격언이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백 번 싸울 수 있다는 뜻이다.

우선 자신의 일에 충실하고 돈과 여러 금융상품 등에 먼저 충분한 지식이 갖추어져야 우리는 은행 및 다른 플래너들이 그들의 입맛에 맞는 가입권유에 휘말려들지 않을 수 있다.


이 책은 부자가 되는 데 지름길은 없다고 말한다. 기본에 충실하지 않는 한 절대 부자가 되지 못한다고 말한다.

적게 쓰고 저축하기, 분산투자 등을 말하는 재테크 책들은 많지만 기본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전문가는 《월급쟁이 부자들》의 저자 , 이명로 전문가 외에는 보지 못했다.

현재에 충실하기. 나는 이 책에서 경제가 아닌 내가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인생을 배운 느낌이다.

경제학 책이지만 쉽게 설명해주어 경제 문외한인 나도 이해할 수 있고 가독성도 좋지만 이 책의 아쉬움이 있다면 앞에서 언급했듯 주로 2-30대들에게 적용 가능한 부분이 많다는 것이였다.

물론 책 후반에 20-60대 등 각 연령층에 맞게 팁을 제공하여 주지만 주로 젊은 층들을 겨냥한 부분이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직장생활을 갓 시작한 사회초년생 또는 기반이 없어 힘들어하는 2-30대가 읽으면 이 책이 많은 위안이 되어 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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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길의 왼쪽 - 황선미 산문집
황선미 지음 / 미디어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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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몰랐던 시절동화나 그림책은 단순히 아이들만을 위한 책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래서 주로 소설,에세이 또는 인문서등만을 주로 읽던 내게 동화가 다 큰 성인인 나를 이렇게 엉엉 울리리라고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렇게 《마당을 나온 암탉》은 나를 엉엉 울게 만들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통해 자신과 다른 청둥오리를 품으며 그 오리의 엄마가 되어주는 암탉 잎싹의 모성애와 희생을 사람이 아닌 암탉으로 써낸 동화는 내게 큰 감동과 울림을 주었다. 모성애와 입양 등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황선미 작가님의 글의 원동력이 알고 싶었고 에세이 「익숙한 길의 왼쪽」는 내게 당연한 선택이었다.

 

옴망눈,엄마에게 혼나 피하지 못해 구부러진 새끼 손가락, 어렸을 때부터 장녀로서 짊어져야 했던 책임감 등..

저자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한다. 밝고 동심에 가득 찬 어린 시절이 아닌 엄마에게 혼나고, 자신의 아픈 손가락들을 바라본다.

애정까지 덧붙여 받아들인 '나의 옴망눈'은 옴팡눈이 아니었다.

짓궃은 별명일망정 야무지고 암팡지고 빈틈없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믿었다.

오십년 넘게 그렇게 믿었다.

오십년간 내 식대로 받아들이고 믿고 안으로 삭여 가능해진 균형이다.

 

어렸을 때부터 삼촌은 작가에게 "옴망눈"이라는 별명을 즐겨 불렀다. 그리고 저자는 옴망눈이 야무지고 암팡지고 빈틈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믿어왔다. 비록 그 뜻이 매서운 눈 독사를 연상시킴에도 오십 년간 자신이 믿은 대로 받아들여왔다.

저자의 책 곳곳에는 자신의 신체의 약점을 드러내는 부분이 많다. 구부러진 새끼 손가락, 못난이 손톱, 화상으로 생긴 발등의 자국 등. 여자인 저자에게는 볼 때마다 상처이고 극복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글은 삼촌의 외모를 비하하는 듯한 별명에도 저자는 자신의 해석대로 별명을 믿어나간다.

암팡지고 야무지다라는 뜻이라고.. 과연 누가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이러한 자기 해석이 어쩜 자기의 외모를 받아들이고 극복해 나가는데 필요한 방법이였을 것이다.

 

나 역시 고3까지 보름달이라 놀림을 받은 기억이 있다. 친구들은 보름달을 보며 왜 하늘에 떠 있냐며 지상으로 내려오라고 놀리곤 했다.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리던 내게 다른 한 친구는 "보름달이 뭐가 어때서? 다들 좋아하는 달이고 싫어하는 사람이 없잖아?" 라고 말해주는 순간 나는 그 보름달 별명으로부터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 역시 자신의 약점 모든 것을 감추기보다 의미를 부여해주며 오십년간 지켜올 수 있었다.

 

나의 깊고도 아픈 인자.

우리는 엄마의 줄기 하나였다.

아버지의 한 조각이었다.

저자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신이 그토록 닮기 싫어하던 엄마의 모습이 자신 안에 있음을 싫어한다.

"너는 점점 엄마 목소리를 내는 구나." , "장모님을 닮아가."라는 주변의 말에 애써 부인하고 싶지만 결국 저자는 자신 역시 피할 수 없는 부모님의 한 줄기임을 고백한다.

나 자신으로 살고자 하지만 우리가 완전히 부모님과 동떨어져 자신을 생각할 수 없음을 저자는 나이가 들어가며 인정하게 되고 받아들이게 된다. 그 줄기를 인정하면서도 온전한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한 고독한 몸부림과 외로움을 저자는 아래와 같이 고백한다.

엄마,

왜 나를 떠나지 않아?

아직도 내게 요구할 게 있나?

 

그래요. 난 엄마를 털어내고자 부단히 애쓸 거야. 엄마처럼 살지 않아.

나는 끝내 나이고 싶어

나 역시 부모님에게서 닮고 싶지 않은 모습들이 내 모습에 비칠 때 진저리를 치곤 한다. 그 모습 속에 우리는 좌절감을 느끼고 어쩔 수 없는 건가라는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는 모두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그 인정 위에 우리는 진정한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해 우리는 끝까지 싸워나가야 한다는 걸 저자는 잘 알고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것들이 주는 두려움은 온몸의 감각을 꺠울 수밖에 없다.

낯선 길과 타인에 대한 경계심은 내가 어린애처럼 세상을 보고 작은 것도 기쁘게 관찰하도록 해 주었다.

늘 다니던 익숙한 길의 왼쪽에 이런 세상이 있었구나.

왜 나는 한가지 길밖에 몰랐을까.

익숙하고 편리한 게 전부가 아닌 줄 그때 이미 알았으면서 나의 오른쪽이 무너지고 있는 줄은 이렇게 몰랐다니.

이제부터는 왼쪽의 삶에 무엇이 있는지 봐야겠다.

저자는 목 디스크로 인해 오른쪽 어꺠 및 손 등의 통증을 호소한다. 고통을 줄여보고자 자신에게 익숙한 오른쪽 근육 대신 왼쪽 손과 왼쪽 근육을 사용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불편함과 어색함 속에 스톡홀름에 머물렀던 경험을 소환해낸다. 익숙한 길 대신 왼쪽 낯선 길로 선택하여 바라본 주위의 풍경. 그리고 그 풍경이 주던 감동을 저자는 깨닫는다. 그리고 이제 낯선 왼쪽 삶을 살펴보기로 다짐한다.

 

나에게는 이 글이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 아닌 새로움도 있지만 내게는 저자가 우리가 너무 익숙해서 보지 못하는 주변의 이웃들과 도움을 말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미혼모, 입양, 모성애등 소외된 자들을 향해 글을 써 온 저자에게 이 왼쪽은 바로 우리의 소외된 그 무엇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저자는 자신이 자신으로 설 수 있도록 글쓰기를 시작했고 이 에세이가 그 기록이라고 말한다.

내가 나일 수 있는 것. 나는 이 글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인정과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손가락,발, 매서운 독사같은 눈 등 자기 자신을 받아들이고 부모님의 일부분임을 받아들이며 인정해 나가는 과정.

그리고 자신에게 언제나 돌아올 곳이 있는 집사람 같은 남편, 그리고 저자의 인생 곳곳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나가는 많은 사람들.. 그 모든 것들이 모여 저자가 지금의 자신이 되어 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저자의 글은 읽는 내내 따뜻함과 함께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버텨내왔던 자기와의 싸움을 느낄 수 있었다.

자기 자신으로 살기 위해 스스로 외로움을 택하기도 하며 자신을 지켜나가는 작가의 글을 보면서 과연 나를 지킬 수 있는 건 무엇일까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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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 - 권기태 장편소설
권기태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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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중력』의 초반부는 연구원 이진우가 일과 오랜 숙원이던 "우주비행사 선발 대회"를 준비하던 중 갑자기 닥친 연구소의 부당한 처사로 대기 발령을 받게 된 이진우의 모습을 보여준다.

자신은 힘들게 노력했건만 사내 권력의 희생양이 되고 만 이진우에게 대기발령은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그 힘든 상황에서 이진우에게 최후의 보루이자 마지막 희망은 "우주비행사"로 선발되는 것이였다.

우여곡절끝에 러시아의 가가린센터로 가는 네 명의 선발대에 이진우는 가까스로 합류하게 된다.

유일한 여자인 김유진, 우주비행사 선발에 대한 강한 집념의 김태우, 모든 사람들과 두루 친하며 사람 좋은 정우성, 그리고 이진우... 이들은 이제 단 한 명을 뽑는 우주비행사 티켓을 따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다.

최종 1인이 되기 위해 매번 시험을 보며 이 네 명은 서로 동료가 되기도 하고 견제하기도 한다.

진우는 이 가가린센터에서 하나씩 관문을 통과할 때마다 이 우주센타 역시 또 하나의 사회임을 깨닫는다.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만 기억하고 두 번째 우주인인 돈 게르만 티토프는 알아주지 않는 현실.

자신이 연구 미달로 평가받아 대기발령 처분을 받은 것처럼 우주선에 앉지 못하면 한직을 맴돌다 센타를 떠나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

결국 이 모든 것이 장소만 다를 뿐 현실 속에 존재하는 사회였고 현실이였다.


내 말은 여기도 요직과 말직,출세와 좌천이 있다는 거야.


내가 알지 못했을 뿐 내 인생의 발걸음 하나마다 가까운 곳에서는 이런 개미들의 싸움이 있었다.

연구소에서건 여기서건.


결코 쉽지 않은 우주비행사가 되는 길.

하나의 관문을 통과하면 또 다른 관문이 나타나고 이러한 관문을 통과할 때마다 이진우와 다른 세 명은 함께 경기를 이어간다. 이 경기는 단 한 명 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간다.

누군가에게 비상의 사태가 생기면 백업인 사람이 바로 그를 대신해 줄 준비가 되어줄 수 있는 그림자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이 경쟁은 개개인이 아닌 모두가 한 팀이자 각자인 게임이니까.

바로 우리 인생 또한 나 혼자 살아가는 게임이 아닌 모두와 어우러져 살아가는 인생인 것처럼.


하지만 우리는 마라톤이나 경보에 가까웠다.....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해야 잘하게 되는...

자기가 쓰러지면 경기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는 남아서 최고치에 도전하는....

경기 자체가 중요하고 경기는 계속되는...

그런 경쟁을 한 것이다.


우리는 이 지구상에 발을 디딛고 서 있을 수 있는 건 중력때문이다.

중력의 힘으로 인해 우리가 현 위치에 지탱할 수 있다. 무중력 상태인 우주에서는 모든 사물들이 둥둥 떠 있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아무리 우주가 좋다 해도 무중력 상태에서는 오래 살 수 없다.

이 중력은 결국 우리 모두를 현재의 우리를 만들어 주게 한 힘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대기발령의 현실에서 더욱 절실해진 우주비행사 선발이라는 꿈이 이진우를 붙잡게 해 주는 하나의 중력이 될 수 있고 김유진이 말한 대로 각자를 끌어주는 리더십이 될 수 있다.

누가 우주비행사가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에게는 그 가능성만을 믿고 끝까지 가 보았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있었다.

인생이 결국 성공하는 것이 최종이 아닌 끝까지 가능성을 믿고 도전해보는 것이 소중한 것처럼.

우주를 말한 이 소설은 우리 인생을 이야기하는 소설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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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모범생 라임 어린이 문학 25
박서진 지음, 오윤화 그림 / 라임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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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 구민의 교실에는 여러 친구들이 있다.

엄마에게 느림보라 타박받으며 화장실에서도 타이머를 주며 재촉하는 엄마의 독촉에 마음이 바쁜 구민.

매번 올백을 받아 반 아이들의 부러움을 받는 다해는 머리를 배배 꼬는 버릇이 있고

또 다른 친구 대수는 식욕이 왕성하다.

평온하던 이 교실은 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시작되면서 담임 선생님의 빨리빨리 작전이 수행된다.

시험이 없는 대신 단원평가를 보는 것.

선생님은 메트로놈을 가져와 빠른 속도에 맞추어 아이들의 문제풀이에 속도를 낼 것을 독촉한다.

찰칵찰칵찰칵...

「빨리빨리 모범생」은 메트로놈 소리에 맞춰 변화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기다림을 모르고 운동장에서 제대로 놀지도, 앉아서 쉬지도 못하고 심지어 천천히 먹기조차 힘들어하는 아이들.

소화불량과 초조함, 넘어짐은 물론 선생님의 말씀 조차도 끝까지 듣지 못한다.

책을 읽노라면 선생님의 모습에서 나를 발견하게 된다.

한날 한시에 태어난 쌍둥이지만 이해력이 좋아 학습속도가 빠른 둘째 나래에 비해 집중력이 산만하고 이해력이 다소 느린 첫째 누리를 비교해가며 첫째에게 둘째만큼 따라와줄 것을 강요하곤 하는 나의 모습이 선생님의 모습을 통해 비추어진다. 내가 첫째를 독촉할 때면 짜증을 내곤 하던 아이의 모습.

구민의 선생님은 반 아이들의 죽어 버린 화분을 가리키며 말씀하신다.

도로에서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데도 정상 속도라는 게 있어.

그걸 무시하고 무조건 빠르게만 하다 보면 참을성도 잃고 집중력도 없어지지.

중요한 걸 다 놓치고 지나가게 되는데,

선생님이 잠깐 그걸 잊었던 것 같아.


일찍 꽃을 피우는 꽃도 있고 늦게 꽃을 피우는 꽃도 있다.

각자만의 속도로 꽃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낸다. 매일 물을 줘야 하는 꽃도 있고 삼일에 한 번 물을 줘야 하는 꽃도 있듯이 우리 각자에게도 기다려줘야 하는 아이가 있고 늦은 아이도 있다.

하지만 나는 종종 이해력이 빠른 둘째와 비교하며 왜 다른 걸까 푸념을 하곤 했다.

하원 후 여기저기 구경하며 천천히 걷는 아이들을 독촉하며 앞만 보고 갈 것을 종용하는 내 모습 속에 아이들은 거리 곳곳의 풍경을 잃어간다.

나무의 푸르름을 보지 못하고

하늘의 둥둥 떠다니는 구름을 보지 못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풍경을 보지 못한다.

아이들 뿐만 아닌 우리 어른들 또한 거리를 다니면서 일을 하면서 과연 하늘을 본 적이 제대로 있었나를 생각해본다.

매번 바쁜 일상에 쫓기느라 내 이웃을 보지 못하고

친구들과 연락도 하지 못하고 휴일에는 제대로 쉬지 못한다.

우리의 빨리빨리가 아이들을 빨리빨리 독촉하며 자꾸 속도 위반을 하게 만든다.

『빨리빨리 모범생』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 꼭 필요한 동화같다.

바쁘게 살아가는 어른들에게 한 템포 천천히 가라고 이야기해준다.

정말 중요한 건 빨리 빨리 사는 것에 있지 않다고.

천천히 가는 삶 속에 중요한 것이 숨어 있다고 말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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