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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청년 마이클의 한국전쟁
이향규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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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어느 덧 69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 한국전쟁을 다룬 수많은 소설과 논문 등 책이 출간되었다. 우리는 보통 6.25 전쟁을 남한 또는 북한의 입장에서 많이 생각하며 전쟁에서 싸우다 전사한 군인들을 떠올리지만 남북한 못지 않게 해외에서 파병된 해외 군인들 또한 함께 이 전쟁에 함께 했다는 것을, 그리고 그들 또한 수많은 희생이 있었음을 떠올리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내게 책 제목 《영국 청년 마이클의 한국전쟁》을 접했을 때 한 번도 해외 파병 군인들을 떠올리지 못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저자 이향규 박사는 영국 이주 후 영국에서 생활하면서 감격스런 남북 정상회담을 보며 자신의 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시작한다.
한국이 아닌 타국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기념하기가 쉽지 않던 저자는 '한국전쟁 영국군 참전군인'을 찾아가기로 결심한다. 참전군인을 찾아가는 출발점인 템즈강변의 기념비부터 참전군인이였던 짐 그룬디씨와의 만남, 그리고 딸의 학교 동문이자 한국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마이클의 이야기를 이어가며 저자는 참전 군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또 다른 전쟁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한국이 어디인지도 모르던 영국 청년들이 젊은 혈기와 모험심에 가득찬 그들의 도전에 한국 전쟁 파병을 신청하거나 정규군과 동일한 월급을 준다는 말에 한국전쟁 참전을 신청한 영국의 젊은이들. 그들에게 한국은 저녛 생소한 곳이였고 막상 도착한 한반도의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다. 살을 에는 추위와 뜨거운 태양 밑에 운전을 하거나 시신을 수습하며 살아왔건만 어느 누구도 환영해 주지 않고 쓸쓸히 집으로 돌아가는 그들의 모습 속에 남은 건 사람들의 무관심과 피부병 및 트라우마 등이였다.
한국전쟁이 영국에서는 잊혀진 전쟁 Forgotten war라고 불리우는 이 현실 속에서 참전 군인들은 질문을 한다.
한반도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휴전 중이지만 아직 정전은 선포되지 않았고 아직도 전쟁은 암묵 중에 진행중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더더욱 잊혀져선 안 되고 더욱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전쟁의 참혹성을, 전쟁이 빚어낸 잔인한 결과를, 그리고 더 나아가 평화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영국 청년 마이클의 한국전쟁》은 영국 참전 군인 마이클을 포함한 참전 군인들의 이야기와 함께 저자의 아버지가 전쟁 중에 겪은 이야기들을 함께 기록한 일기장을 통해 그 당시 전쟁으로 모든 게 바뀌어버렸던 피난민의 이야기 또한 함께 보여준다.. 가족을 두고 떠나야 했던 아버지가 죄책감에 평생 힘들다는 말을 하지 못하시며 그 힘든 시기를 겪어나가야만 했던 저 아버지, 전쟁으로 인해 꿈도 일상도 꿈꿀 수 없이 한 끼라도 먹기 힘들고 살아가는 자체가 전쟁이였던 아버지의 일기는 전쟁이 한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담담하게 기록해 나간다.
많은 세월이 흐르고 전쟁으로 가족과 헤어진 이산가족들, 전쟁을 겪은 세대들이 하나 둘씩 세상을 떠나고 그 후손인 우리들은 이 분단체제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전쟁에 대한 두려움 또한 무감각해졌다. 6.25는 식상한 옛날 이야기처럼 들리고 이제 그만 이야기하라고 이야기한다. 보수적이라고, 이제 앞으로 나가자고 말한다.
하지만 과연 전쟁은 멈추었는가? 아니다. 더욱 이 전쟁의 참혹함을 기억하고 참회해야만 우리는 앞으로 나갈 수 있음을 저자는 말한다.
잊히져버린 전쟁, 많은 이들에게 과거로만 기억되는 전쟁, 하지만 평화는 침묵 속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억하고 참회할 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가끔씩 6.25 전쟁을 겪은 윗세대들이 그 때의 끔찍한 기억을 떠올리며 북한을 저주하고 남북 평화를 이루려는 진보정권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면서 의아한 생각을 하곤 했다.
과거를 잊고 평화를 이야기해야 하는 게 더 중요한 것 아닐까라는 생각으로 그 분들을 비판하곤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이 전쟁을 '기억하고 참회하는' 그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생각을 했다.
북한을 적으로 여기며 반공사상을 고취하는 기억함이 아닌 전쟁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사람의 삶을 기억하고 추모하는 과정이 이루어졌더라면 그 분들의 생각이 조금 바뀌어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평화는 침묵 속에 찾아지지 않는다. 함께 이야기하고 기억하며 참회하는 것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 속에서 치유가 이루어지고 우리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화해와 평화로 가는 길은 잘못을 '용서하고 잊어버리는'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참회하는' 긴 과정입니다.
기억하는 일은 정말 중요합니다. 그게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