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의 딸 : 뒤바뀐 운명 1
경요 지음, 이혜라 옮김 / 홍(도서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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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시절, 엄마와 함께 《황제의 딸》 드라마에 심취했던 나는 매주 드라마가 방영될 시간이 되길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중국에 관해 전혀 배경지식이 없던 나였지만 제비의 당돌함과 자미의 우아함에 흠뻑 빠져 드라마를 보곤 했다. 그 드라마의 여운이 너무 강해 소장용으로 드라마를 구매해서 볼 정도로 이 드라마의 매니아였다.

《황제의 딸; 뒤바뀐 운명 1》은 바로 이 중국드라마의 원작 소설이다. 아마 지금의 3-40대 중 학창 시절 대만의 경요 작가를 잘 알 것이다. 나 역시 경요 작가의 소설을 읽으며 애간장 태운 경험이 있다. <금잔화> <물망초> 등 많은 사랑 이야기를 썼지만 한국 독자들에게 가장 익숙한 작품은 바로 《황제의 딸》일 것이다.

제남에서 황제와의 짧은 인연을 간직하며 세상을 떠난 어머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북경에 온 자미와 여종 금쇄, 그리고 변변찮은 무술로 돈벌이를 하며 살아가는 좌충우돌 제비의 첫만남 이후 둘은 의자매를 맺는다.

제비는 자미의 사정을 듣고 아버지인 황제를 알현할 기회를 얻기 위해 황제의 사냥터에 가지만 그만 오황자의 화살에 쓰러지게 되고 마침 황제는 제비가 들고 있던 자미의 어머니 증표를 보게 된다. 그 증표를 제비의 것이라고 확신한 황제는 제비를 환주공주에 명하며 제비는 한순간에 공주로 뒤바뀌게 된다.

사정을 알 리 없는 자미는 제비에 대한 섭섭함에 힘들어하고 제비를 만나기 위해 길을 막다 복륜 학사의 자제 이강 이태를 만나게 되며 사랑의 인연이 시작된다.

이 소설의 백미는 제비와 오황자, 자미와 이강의 사랑이 중요한 한 축이지만 의자매인 제비와 자미의 케미가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비록 뒤바뀐 운명 사이에서도 의리의 끈을 놓지 않고 서로를 도와가는 두 여인의 모습은 그 시절 당시에도 흔치 않은 우정이었기에 이 소설 속에서 더욱 빛이 난다. 옛 중국사극판 우먼스라고 할까?


보통 한국에서 소설을 각색할 때 결말이나 인물을 각색하는 데 비해 이 책은 드라마의 내용을 100% 충실히 따른다. 그렇기에 책을 읽으면서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곤 한다.

이는 드라마를 본 매니아들에게는 향수에 젖으며 볼 수 있게 해 주며 재기발랄한 제비와 우아하고 총명한 자미의 모습이 생생하게 뛰놀 수 있을 것이다. 드라마에서 나오지 않는 배경에 대한 부분까지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어 드라마를 더 깊이 알 수 있을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이 있다면 드라마나 이 소설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또는 사진이라도 함께 첨부되어 있었다면 읽는 재미가 더욱 배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2편 출간이 언제 될 지 알 수 없지만 나의 이런 바램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드라마를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신선한 재미를, 드라마를 본 독자에게는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해 줄 것 같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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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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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평양의 지상낙원이라는 보라보라섬을 이 책을 통해 처음 들었다.

《우리만 아는 농담》은 저자가 식당도, 가게도 많지 않은 외딴섬 보라보라섬에서 9년을 거주하며 지냈던 그 행복한 기억들에 대한 에세이다.

보라보라섬은 도시와 달리 문화생활이 흔치 않다. 물건을 구하려면 날을 잡아서 가야 하고 쉽게 정전이 되고 아이들은 맨 몸으로 수영을 하고 슬리퍼를 신고 산을 오른다. 큰 병원을 가기 위해서는 비행기를 타고 가야만 한다.

밤이면 번쩍번쩍 빛나는 레온사인으로 뒤덮인 한국의 밤과 달리 이 곳의 밤은 별들과 온전한 적막 뿐이다.

빠르게 뛸 필요도 없이 느릿느릿한 보라보라섬. 이 곳의 분위기만큼 《우리만 아는 농담》 또한 느릿느릿하다.

느리게 움직이는 보라보라섬에 맞추어 저자도 천천히 움직이며 그 섬에 동화되어 간다.

책을 읽다보면 보라보라섬에서만이 알 수 있는 것들을 저자는 깨달아간다. 가령 발달장애아인 마리오의 경우 한국이라면 학습 부진에만 집착하여 아이 치료에만 집중하겠지만 이 곳 보라보라섬은 마리오가 제일 큰 물고기를 제일 잘 잡는다는 장점을 더 인정해준다. 그 아이의 부진보다는 장점을 인정하며 온전한 일인으로 인정해준다.

여러 가지 일들을 거리낌없이 해 주며 있는 모습 그대로 인정해 주는 이 섬의 풍경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건 바로 이 이유때문이다.

느긋한 보라보라섬에서는 비교의 대상도 없고 단지 그 자체만으로 행복할 수 있다. 그 속에서 저자는 제목 그대로 보라보라섬에서만 할 수 있는 농담을 하고 삶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된다. 그 삶을 읽어나가면서 읽는 나 또한 그 행복에 심취해 간다.

반면 저자의 한국 생활에 대한 부분에서는 빠름을 외치며 불만이 서린 한국 생활의 추억이 대비된다. 언니와 조카들과의 서울 나들이에 남에게 폐를 끼칠까 봐 계속 부정의 말을 하게 되고 기사의 눈초리에 조심하게 되는 모습이 우리가 삶의 사소한 행복을 잊고 있음을 말해준다. 왜 우리는 삶의 순간을 즐기는 법을 잊었을까?

뭐가 되지 않아도 행복한 삶이 있는 곳. 내일 일은 알 수 없지만 오늘 하루를 온전히 보낼 수 있는 곳.

보라보라섬에 당장 갈 수 없겠지만 이 책을 읽는 순간만이라도 그 곳의 여유를 흠뻑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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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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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의 중요성은 숱하게 들어왔다. 텔레비젼을 켜면 온갖 건강과 운동 찬양에 대한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시중에는 운동으로 인생 역전한 많은 사람들의 경험담이 출간된다. 

하지만 성공한 그들의 모습을 보고 읽을수록 몇 년 째 운동에 실패한 나의 모습으로 인한 무력감이 나를 더 압도하곤 한다. 


이진송 작가의 운동 에세이『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는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운동에 대한 찬양이 아닌 자신의 실패담을 솔직하게 적어나간 에세이다. 

스스로 운동 유목민이라 말하며 헬스클럽은 기본, 복싱, 아쿠아로빅, PT, 필라테스, 요가,스쿼시 등 각종 운동을 경험한 자신의 실패담을 더 이야기한다. 매일 아침 일어나기 힘들어하며 다이어트 위주의 운동만을 전전하는 하찮은 체력의 저자의 모습은 그동안 내가 많은 책과 텔레비젼에서 보았던 운동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여성의 모습이라서 더욱 반갑다. 


그래서일까? 저자의 글을 읽다 보면 저자가 운동하며 겪은 일들에 대해 많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게... 여닫을 수 있는 건가요?"


갈비뼈를 닫으라는 강사의 말에 반문하는 저자의 글은 내가 헬스클러에서 근육 운동을 할 때 트레이너가 내게 해 준 교육과 나의 반응을 떠올리게 해 준다. 



  "더, 더,더"를 요구하는 야속한 트레이너를 향한 원망과 매번 헬스장 기부천사로 등극하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어쩜 나와 이리 똑같을까 감탄하며 웃게 된다. 


많은 운동이 남자의 몸은 '키우고' 

여자의 몸은 '줄이는' 데 치중한다는 사실은 

쉽게 좁혀지지 않는 성별의 격차다. 


여러 운동을 섭렵하면서 저자가 느끼게 되는 운동에 대한 차별과 배제의 문제들 또한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어려서부터 여자에게 허용되지 않던 구기종목의 배움, 그리고 남자의 운동이 주로 근육량 및 전반적인 건강에 비해 여성의 운동은 예쁜 몸매 가꾸기에 치중한 다이어트에만 집중된 이 사회에 대한 일침을 날린다. 저자 또한 다이어트에 집중된 운동으로 실패를 겪은 후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다이어트보다 몸의 기능에 집중하고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선택한 후에야 비로소 운동의 기쁨을 알아가는 모습을 이야기한다. 여성의 예쁜 몸매에 대한 사회의 압박이 여성에게 운동의 기쁨은 커녕 엄청난 중압감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운동은 적은 비용으로 많은 이익을 울리는 투자보다 

꾸준히 기르고 돌보아서 수확하는 농사에 가깝다. 


곰이 인간이 되는 극적인 변신은 없어도, 아침에 일어나기 쉽다거나 

발목 통증이 줄었다는 사소한 변화에 쉽게 감동하며 지낸다. 


온갖 운동 중에서 무엇 하나 쉬운 운동이 없다. 저자는 자신이 여전히 운동이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제목 그대로 '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라며 침대에서 더 눕고 싶은 마음을 이야기하지만 그래도 반강제적으로 일어나 운동하는 하루 하루가 만들어나가는 변화를 이야기한다. 텔레비젼에서 나오는 인생역전 스토리는 아니지만 못 하던 동작들을 하나씩 해 나가는 사소한 기쁨부터 중도포기한 복싱이지만 우기의 순간에 복싱 때 배운 기술로 인해 큰 위험을 피할 수 있었던 에피소드를 통해 억지로 하는 운동이라도 결국 자신에게 든든한 자산이 되어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나 역시 출산 후 몇 년째 유산소 운동에만 집중하고 있어서일까 저자의 많은 글들이 공감이 되며 웃픈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무조건적인 식단 조절로 인해 하찮은 체력이 바닥을 향함에도 저자가 말했듯 체중이 줄어야 한다는 사실에만 매달려 왔다. 그리고 실패할 때마다 좌절감에 상처받곤 했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다시 도전하고 시도해보는 저자의 좌충우돌 운동 유목기는 내게 어떤 시도든 중요하다고 격려해준다. 나에게 맞는 운동을 조금씩 찾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위로해 준다. 

저자의 유목기를 통해 운동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내가 소화할 수 있으며 체력을 키워나가는 진짜 운동을 도전할 수 있도록 응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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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사회 그래비티 픽션 Gravity Fiction, GF 시리즈 10
심너울 지음 / 그래비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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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술로 인해 수많은 직종이 사라질 것이라는 미래학자들의 진단을 받곤 한다. 이제 10년 후인 2030년에만 몇 만 개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뉴스를 들을 때마다 과연 어떻게 해야 인공지능에 뒤쳐지지 않고 일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라는 깊은 고뇌에 잠긴다. 


심너울 작가의 장르소설 《소멸사회》는 지금으로부터 24년 후인 2043년, 그리고 2043년으로부터 12년 후인 2055년의 미래, 인공지능이 깊숙이 침투해 인간의 모든 노동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하는 미래를 그린 SF소설이다.  


이 소설에는 3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인공지능 기술에 재능이 있지만 가난한 환경으로 인해 밑바닥 생활을 하며 일을 하지만 매일 쪼달리며 근근히 생활하는 민수, 뛰어난 글솜씨로 매일헤럴드에 수석으로 입사해 기자로 생활하는 수영, 부유층이지만 요양보호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며 뜻깊은 일을 꿈꾸는 노랑. 이 세명의 친구들이 각자의 환경에 따라 미래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소멸사회》는 제목 그대로 모든 것이 소멸된 사회를 이야기한다. 인간의 노동은 거의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사람들은 더욱 더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없게 된다. 수영 또한 언론사에 수석으로 입사했지만 기사는 인공지능이 대신 써주는 무력감을 느낄 분이다. 즉 희망도 소멸하고, 오프라인에서의 만남도 소멸되고 인공지능이 모든 걸 대신함에 따라 인간의 자유의지 및 인간의 소중함까지 소멸된 사회를 이야기한다. 그 소멸된 사회 속에서 공황장애, 우울증, 또는 조력자살 등 정신질환 환자가 급증한다. 


조력자살을 신청한 할아버지가 노랑에게 말하는 마지막 말은 제목 그대로 꿈도 미래도 모두 소멸된 사회에 대한 깊은 절망을 나타낸다. 

20대부터 할 게 없어진 사회. 대다수의 인간이 정부에서 제공하는 쥐꼬리만한 기본소득에 의존해 힘겹게 살아가야 하는 미래의 모습은 정말 암울하다. 


심너울 작가는 이 암울한 미래, 하지만 피할 수 없는 이 미래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지를 노랑의 변화를 통해 이야기해준다. 상위 1%의 집안으로 무엇 하나 부족할 것 없는 노랑은 민수의 고통도 수연의 무력감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런 철부지 노랑이 서서히 맞서고 부딪치는 모습을 통해 주변의 또 다른 변화가 이루어진다.현실에 대한 절망만으로는 결코 변화할 수 없음을 이야기해주며 결국 사람만이, 서로의 존재와 연대만이 희망이라는 것을 이야기해준다. 


인공지능 기술을 지배하는 소수만이 살아남는 사회, 우리는 그 미래를 피할 수 없다. 이미 소설 속에 나오는 일들이 실현되고 있고 변화의 속도는 상상 이상으로 매우 빠르게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세대차와 빈부격차가 더 극대화 되는 현실 속에서 저자는 무엇보다 인간의 희망이 사라져가는 사실에 대한 경고등을 밝힌다. 그리고 그 경고등 앞에서 과연 어떻게 해야 극복할 수 있는지를 궁극적인 해결책은 제시해 주지 못하지만 결코 무너져선 안 된다고 말한다. 


소설 속, 미래를 살아가는 세 명의 이야기를 읽으며 지금 나의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바라보게 된다. 

결코 밝은 미래를 이야기할 수 없는 입장에서 읽다 보니 지금의 미래세대들에게 깊은 죄책감과 안쓰러움이 마음을 압도하곤 한다. 


"여기 사람들이 행복해질 때가 올까요?"


집이 없어 시에서 제공해 주는 배 위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바라보며 수영은 질문한다. 

하지만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그 질문은 바로 읽는 독자들에게도 똑같이 반복된다. 행복해질 때가 올까? 

알 수 없다. 하지만 중요한 건 끝까지 살아있는 한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우리가 행복해질 때까지. 끝까지.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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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여섯 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선재 지음 / 팩토리나인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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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10년을 훌쩍 넘었다. 

비록 조그만 소기업이지만 이 회사라는 배 안에서 내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8년째 버티고 있다.  

하지만 알고 있다. 내가 사장님의 친인척이 아닌 한, 언젠가는 이 배에서 내려야 한다는 걸. 

특히 쌓이는 연차만큼 곧 내려야 할 때 또한 가까워져오는 나의 두려움 또한 쌓여간다. 

한 회사에 8년째 일하다 보니 나보다 나이가 어린 직원이 자신의 기술을 닦아 창업하여 사장님이 된 경우도 보게 되고 때로는 전혀 다른 옵션을 선택하는 직원도 있다. 

한 자리에 머물러 있으며 이 배에서 내리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나를 보며 나는 대체 뭘 해야 할까라는 공허함이 물밀 듯이 밀려오곤 한다. 


《딱 여섯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는 우리가 이 회사라는 배에서 영원히 타 있을 수는 없음을 기본 전제하에 글을 시작한다. 누구나 다 알지만 피하고 싶은 진실을 저자는 명확하게 짚어준다. 


회사는 그야말로 나의 '배'일 뿐임을, 

따라서 언젠가 이 배에서 내려야 함을 잊지 말자는 말을 하고 싶은 것 뿐이다. 


어떤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라도 언젠가는 서핑 보드를 집거나 

자기만의 작은 배를 만들어야 한다느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배의 선장이 되지 못한다면 좋은 서퍼가 되어야 한다. 서퍼는 바다의 온갖 변화에서도 능숙하게 대처한다. 파도를 타고 그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 훌륭한 서퍼일수록 파도의 흐름을 잘 포착한다. 

이 책은 바로 서퍼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해준다. 변화하는 만큼 자신을 변화에 능동적이고 유연성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준다. 


회사만 바라보다 정년퇴직 또는 명예퇴직 후, 평생 일해 받은 퇴직금을 몽땅 털어 치킨집을 하거나 자기 사업을 시작하지만 노하우가 없이 섣부른 도전으로 돈을 잃게 되는 기사를 자주 접하곤 한다. 

한 우물만 파면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다고 독려하던 시대는 지나갔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저자는 바로 독자에게 다양한 우물을 파도록 제안한다.

일명 '딴짓 프로젝트' 

본업을 계속하되 퇴근 후 딴짓도 열심히 하며 자신의 또 다른 커리어를 즐길 수 있도록 두 가지를 함께 병행해가며 즐기는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와 함께 독자들에게 다양한 기회에 자신을 노출시킬 것을 권한다. 


업무 강도와 별개로 일상에 무료함을 느끼거나 

어딘지 모르게 공허하고 피로하다고 털어놓는 친구들이 많다.

 나는 그럴 때면, 삶을 좀 더 촘촘하게 채우는 방법의 일환으로, 

내가 주인이 될 수 있는 시간을 새롭게 만들어보라고 추천한다


회사라는 조직에 의해 움직여야 하는 시스템과 달리 내 자신이 온전히 주체적으로 행동하며 실행에 옮기는 저자가 말하는 딴짓은 또 다른 삶의 활력이자 회사일 또한 함께 해 낼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주게 된다. 보통 출퇴근만 반복하는 수많은 직장인들이 1년 내내 바쁘게 살아왔지만 막상 시간이 흘러 아무 것도 이루어놓은 게 없는 자신의 모습에 깊은 절망감을 느끼곤 한다. 회사에서는 과장,부장 등 대우를 받지만 회사라는 배를 나서는 순간 그동안 우리가 이루어놓은 업적들은 무가 되고 만다. 

하지만 내가 주인이 되어 행해졌던 일들은 결코 무가 되지 않는다. 나 개인의 이름으로 행해져왔고 내가 주체가 되었기 때문에 이 세상에 살아있는 한 나의 일은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내가 주인이 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을 소개해준다. 

직장인 유튜버 한시연씨, 글쓰는 엔지니어 신원섭 작가, 퇴근 후 펍을 운영하는 김가영 씨 등등.. 실제로 자신이 주인이 되어 일을 하는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이 딴짓들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알려준다. 

그들 모두 무조건 시작하고 도전해 보라고 강력하게 조언한다. 


다양한 기회에 자신을 허락하며 딴짓을 하는 사람들이 변화하는 이 시대에 능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회사로부터도 완전히 종속되지 않는 관계가 아닌 대등한 관계, 독립적인 관계로 설 수 있다. 

나를 위한 일은 없지만 나를 위하는 일은 할 수 있음을 저자는 설명해준다. 

딴짓을 하는 사람들 모두 실행에 옮기면서 일과 딴짓을 올바르게 병행하는 방법을 터득해갔고 성과를 만들어갔다. 물론 그 딴짓을 하기 위해 무엇을 포기하고 잃을 것인지 또한 나라는 한정된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철저하게 알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이후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시중에는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말하는 책은 많지만 이렇게 딴짓을 권하는 책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과 조언은 이 글이 결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닌 실제로 가능한 일임을 말해주고 있다. 

어떤 기회든 자신을 오픈하며 그 기회에 자신의 경험을 실어보는 것. 그리고 그 딴짓의 경험은 자신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갈수록 긴축재정과 구조조정을 외치는 회사 분위기로 위축되어 있는 내게 이 책은 내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큰 그림을 그려준 느낌이다. 내가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고 싶은지 내 안의 공허함과 갈망을 포착하고 우선 두 발을 담그는 것. 그것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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