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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여섯 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선재 지음 / 팩토리나인 / 201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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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10년을 훌쩍 넘었다. 비록 조그만 소기업이지만 이 회사라는 배 안에서 내리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8년째 버티고 있다.
하지만 알고 있다. 내가 사장님의 친인척이 아닌 한, 언젠가는 이 배에서 내려야 한다는 걸.
특히 쌓이는 연차만큼 곧 내려야 할 때 또한 가까워져오는 나의 두려움 또한 쌓여간다.
한 회사에 8년째 일하다 보니 나보다 나이가 어린 직원이 자신의 기술을 닦아 창업하여 사장님이 된 경우도 보게 되고 때로는 전혀 다른 옵션을 선택하는 직원도 있다.
한 자리에 머물러 있으며 이 배에서 내리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는 나를 보며 나는 대체 뭘 해야 할까라는 공허함이 물밀 듯이 밀려오곤 한다.
《딱 여섯시까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는 우리가 이 회사라는 배에서 영원히 타 있을 수는 없음을 기본 전제하에 글을 시작한다. 누구나 다 알지만 피하고 싶은 진실을 저자는 명확하게 짚어준다.
회사는 그야말로 나의 '배'일 뿐임을,
따라서 언젠가 이 배에서 내려야 함을 잊지 말자는 말을 하고 싶은 것 뿐이다.
어떤 자리에서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라도 언젠가는 서핑 보드를 집거나
자기만의 작은 배를 만들어야 한다느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배의 선장이 되지 못한다면 좋은 서퍼가 되어야 한다. 서퍼는 바다의 온갖 변화에서도 능숙하게 대처한다. 파도를 타고 그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 훌륭한 서퍼일수록 파도의 흐름을 잘 포착한다.
이 책은 바로 서퍼가 될 수 있도록 유도해준다. 변화하는 만큼 자신을 변화에 능동적이고 유연성을 갖출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해준다.
회사만 바라보다 정년퇴직 또는 명예퇴직 후, 평생 일해 받은 퇴직금을 몽땅 털어 치킨집을 하거나 자기 사업을 시작하지만 노하우가 없이 섣부른 도전으로 돈을 잃게 되는 기사를 자주 접하곤 한다.
한 우물만 파면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된다고 독려하던 시대는 지나갔음을 우리는 알 수 있다. 저자는 바로 독자에게 다양한 우물을 파도록 제안한다.
일명 '딴짓 프로젝트'
본업을 계속하되 퇴근 후 딴짓도 열심히 하며 자신의 또 다른 커리어를 즐길 수 있도록 두 가지를 함께 병행해가며 즐기는 다양한 사람들의 인터뷰와 함께 독자들에게 다양한 기회에 자신을 노출시킬 것을 권한다.
업무 강도와 별개로 일상에 무료함을 느끼거나
어딘지 모르게 공허하고 피로하다고 털어놓는 친구들이 많다.
나는 그럴 때면, 삶을 좀 더 촘촘하게 채우는 방법의 일환으로,
내가 주인이 될 수 있는 시간을 새롭게 만들어보라고 추천한다.
회사라는 조직에 의해 움직여야 하는 시스템과 달리 내 자신이 온전히 주체적으로 행동하며 실행에 옮기는 저자가 말하는 딴짓은 또 다른 삶의 활력이자 회사일 또한 함께 해 낼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주게 된다. 보통 출퇴근만 반복하는 수많은 직장인들이 1년 내내 바쁘게 살아왔지만 막상 시간이 흘러 아무 것도 이루어놓은 게 없는 자신의 모습에 깊은 절망감을 느끼곤 한다. 회사에서는 과장,부장 등 대우를 받지만 회사라는 배를 나서는 순간 그동안 우리가 이루어놓은 업적들은 무가 되고 만다.
하지만 내가 주인이 되어 행해졌던 일들은 결코 무가 되지 않는다. 나 개인의 이름으로 행해져왔고 내가 주체가 되었기 때문에 이 세상에 살아있는 한 나의 일은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내가 주인이 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을 소개해준다.
직장인 유튜버 한시연씨, 글쓰는 엔지니어 신원섭 작가, 퇴근 후 펍을 운영하는 김가영 씨 등등.. 실제로 자신이 주인이 되어 일을 하는 사람들의 경험담을 들려주면서 이 딴짓들이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알려준다.
그들 모두 무조건 시작하고 도전해 보라고 강력하게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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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기회에 자신을 허락하며 딴짓을 하는 사람들이 변화하는 이 시대에 능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회사로부터도 완전히 종속되지 않는 관계가 아닌 대등한 관계, 독립적인 관계로 설 수 있다. 나를 위한 일은 없지만 나를 위하는 일은 할 수 있음을 저자는 설명해준다.
딴짓을 하는 사람들 모두 실행에 옮기면서 일과 딴짓을 올바르게 병행하는 방법을 터득해갔고 성과를 만들어갔다. 물론 그 딴짓을 하기 위해 무엇을 포기하고 잃을 것인지 또한 나라는 한정된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철저하게 알아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이후 다시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시중에는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말하는 책은 많지만 이렇게 딴짓을 권하는 책은 매우 드물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과 조언은 이 글이 결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닌 실제로 가능한 일임을 말해주고 있다.
어떤 기회든 자신을 오픈하며 그 기회에 자신의 경험을 실어보는 것. 그리고 그 딴짓의 경험은 자신을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갈수록 긴축재정과 구조조정을 외치는 회사 분위기로 위축되어 있는 내게 이 책은 내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 큰 그림을 그려준 느낌이다. 내가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지, 하고 싶은지 내 안의 공허함과 갈망을 포착하고 우선 두 발을 담그는 것. 그것부터 시작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