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나와 당신을 돌보는 글쓰기 수업
홍승은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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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글쓰기 공동체에 등록해 글을 쓴다. 남편에게 글쓰기 수업을 등록하겠다고 말했을 때 남편은 "너 작가가 되려고 그려냐? 등단하기가 쉬운 줄 아냐?"하며 나를 비아냥거렸다.

글쓰기를 쓸모 없는 일로 치부하며 반대하는 남편을 가까스로 설득해가며 수업을 시작한 내게 남편 이외의 또 다른 장벽이 있었다. 그건 바로 온전한 나의 이야기를 쓰기가 힘들다는 점이었다.

특히 최근 글쓰기 주제였던 '나의 가족'이라는 주제에서는 앞으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비록 온라인 카페에서 글쓰기도 해보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글쓰기의 힘을 믿었지만 여자의 입장에서 무한 공감을 해 주었던 입장과 달리 중년 남성도 상당수 있는 글쓰기 수업에서 나의 이야기를 솔직히 말하기가 조심스러웠다.

가부장적인 결혼 제도에 숨막혀하는 나의 모습을, 모성애라는 이름에 짓눌러 사는 나의 모습이, 가족이 내게 보금자리보다 무거운 십자가로 받아들여지는 나의 정의가 타인에게 특히 남성분들에게 비판의 대상이 될까봐 조심스러웠다. 거짓으로 행복한 척 쓸 수 없었고 솔직한 나를 말하자니 두려웠다.

그렇게 나의 글쓰기는 멈춰져 있었다.

사전서평단으로 만나본 홍승은 작가님의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에서 작가님은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나간다. 남들에게 맞추기 위해 상대방과의 키스가 첫키스였다고 거짓말하고 자신의 모습을 숨기며 살아왔던 과거를 말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글을 쓰며 자신이 느꼈던 점을 질문해가며 자신의 일을 글쓰기로 치환해낸 과거를 이야기한다. 글을 쓰면서 점점 자유로워지는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며 우리에게 숨겨져 있던 우리의 이야기를 풀어써보라고 이야기한다.

앞서 내 이야기를 쓰는 데 힘들어하는 내게 이 책은 나의 이야기는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는 것임을 강조한다.

내 삶의 서사를 타인에게 휘둘리지 말 것을 이야기하며 당당히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을 이야기한다. 저자가 전작 <당신이 계속 불편하면 좋겠습니다>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면 이제는 아직까지 우리의 마음 속에 웅크린 말들을 꺼내서 들려주라고 말한다. 말하는 순간, 글을 쓰며 표현하면서 그 언어가 힘을 갖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과연 좋은 글은 무엇일까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은유 작가님은 자신의 삶을 공적인 언어로 풀어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홍성은 작가님은 좋은 대답이 아닌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 글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부당했던 경험들 속에 과연 이것이 옳은지를 질문해가며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 변화가 일어난다고 이야기한다. 말하지 않으면 "없던" 일이 되고 말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과연 나는 나의 삶에 몇 번의 질문을 했나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내 글이 남들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진지하게 탐구해야 함을 깨닫게 해 준다. 지금까지 이 사회는 너무 많은 부정의 의미를 내게 가져다 주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사회가 정의해 준 부정의 의미에 따를 것을 강요받으며 판단되어야 했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내가 함께 글쓰기를 배우는 남성분들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내 모습 또한 사회가 정해 준 판단에 나를 옭아매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나를 나답지 못하게 만드는 이 사회에서 주눅들어 있는 나의 모습을 직면하게 해 주었다. 무엇이 되든 내 서사의 편집권은 남성들이 아닌 나 자신에게 있음을 이야기하며 온전한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을 따뜻하게 권유해준다.

"이런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써도 될까?"라고 질문하는 내게 저자는 나 자신을 믿으라고 말해준다.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리고 대답해준다. 내 자신의 이야기가 타인의 이야기와 엮어 거대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음을 말해준다. 함께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자고 격려해준다. 글쓰기를 시작한 후 이 책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내 삶의 이야기는 오직 나만이 쓸 수 있다. 용기를 내어 나의 이야기를 쓰자.

내 이야기를 '없던'일로 만들지 말자. 말하면서 내게 주어진 부정의 의미를 긍정으로 바꾸어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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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둘리 2020-01-30 08: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 발 더 나아가기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새로운 도전, 응원합니다! :)
 
가끔 너를 생각해 아르테 미스터리 2
후지마루 지음, 김수지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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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사신 아르바이트를 다루었던 소설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의 작가 후지마루의 두 번째 소설 《가끔 너를 생각해》가 출간되었다.

전작인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의 소재도 독특했는데 《가끔 너를 생각해》의 소재는 더 업그레이드 된 마녀이다.

주로 그림책이나 동화책에 나오며 하늘을 나는 마녀다.

소설 《가끔 너를 생각해》의 주인공 시즈쿠는 대학생이지만 자신이 마녀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시작한다. 대대로 할머니와 손녀로 전해 오는 마녀이며 자신에게 소중했던 할머니를 닮고 싶었던 시즈쿠였지만 할머니의 사망 이후로 시즈쿠는 모든 의욕을 상실한다. 홀로 외롭게 살아가던 시즈쿠에게 십 년 전 홀연히 사라졌던 친구 소타가 찾아오고 소타는 시즈쿠가 마녀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시즈쿠의 집에 머물며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설은 이 시즈쿠가 소타와 함께 마녀 임무를 행해가며 마녀의 임무에 시큰둥하던 시즈쿠가 서서히 달라져가는 시즈쿠의 모습과 함께 홀연히 사라졌던 소타의 정체와 잊혀진 기억들이 퍼즐처럼 맞춰져가며 진행된다.

사람들의 행복을 전하는 마녀의 임무를 이루기 위해 의뢰를 받고 마녀들의 도구인 마도구의 힘에 의존하며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 간다. 자신에게 문제를 의뢰해 온 의뢰인들의 모습 속에 자신의 모습이 비춰지고 비로소 혼자라고만 생각했던 시즈쿠의 마음에 점차 다른 이들이 들어선다.

이 소설이 진정 빛을 발하는 순간은 마도구의 힘만 의지하던 시즈쿠가 자신의 힘으로 남을 돕기 시작하면서이다.

자신만 몰랐던 힘, 진정한 마법의 힘은 단지 도구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시즈쿠의 오랜 친구인 소타가 시즈쿠에게, 그리고 시즈쿠는 다른 의뢰인인 사나나 미래의 손녀 고즈에에게 전해주며 그 한 명에게 베푼 친절이 타인에게 어떻게 마법이 되는지를 소설은 이야기해준다.

시즈쿠의 변화와 함께 갑작스레 나타난 소타의 과거와 밝혀지는 비밀 속에 점점 드러나는 둘 사이의 관계.

시즈쿠는 둘의 관계가 어떻게 끝날지 모르는 불안함 속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초조하지만 결국 서로를 믿고 앞으로 나아가며 불안함을 극복해간다. 항상 소타에게 받기만 한다며 뭔가를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던 시즈쿠지만 시즈쿠의 존재 자체만으로 소타에게는 하나의 마법이고 힘이었음을 전해주며 더욱 강한 여운을 남긴다.

아이에게 마법사는 엄마이고 나 자신이 타인에게 친절과 사랑이라는 도구로 마법을 할 수 있다.

나와 당신이 서로에게 마법이 되어 줄 수 있다. 서로의 마음만 있다면...

마음이 마법을 능가한다.

과연 나는 내 지인들에게 마법사가 되어 줄 수 있을까?

내 존재가 당신에게 마법을 일으키는 따뜻한 마법사가 되기를 소망해본다.


사람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면

자신도 행복해질 수 있는 마법사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소중한 마법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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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사과의 마음 - 테마소설 멜랑콜리 다산책방 테마소설
최민우 외 지음 / 다산책방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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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을 흔히 감기로 표현하곤 한다. 감기처럼 흔하지만 방치할 경우 큰 합병증으로 와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기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현남 오빠에게> <새벽의 방문자들> 등 테마소설이 페미니즘이였다면 이번 『보라색 사과의 마음』의 테마는 우울증이다.

우울증의 원인을 단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있을까? 기질적으로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사람도 있고 여자의 경우 산후 우울증,육아 우울증등 출산이라는 큰 일을 치룬 후 동반되는 우울증도 있다. 가족 또는 지인의 죽음으로 인한 상실로 겪게 되는 우울증 등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생기는 우울증도 있다. 특히 최근과 같이 급격한 변화와 불안정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경증의 정도만이 다를 뿐 모두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

《보라색 사과의 마음》의 인물들 또한 동생의 사고 이후 표현되지 못한 슬픔으로 인해 안에 고여버린 우울증이 있고 극도의 우울증 속에 생을 마감한 지인 J, 아이가 실종된 후 죄책감으로 스스로를 고립시켜버린 아내가 있으며 직장 내에서의 재해로 인한 후유증으로 힘들어하는 우재등이 있다.

여섯 편의 단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이 증상으로 인한 외로움을 담담하게 써내려간다.

이 책의 표제작인 [보라색 사과의 마음]에서는 동생의 죽음 이후 뒷처리를 해 가고 부모님을 도와주지만 정작 자신은 감각을 잃어간다. 자신에게 놓여진 짐 앞에 긴 상실 앞에 홀로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지 못했던 은영, 그 은영에게 최근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는 아버지의 고백은 내게 오히려 잔인하게 느껴졌다.

사과를 보라와 회색으로만 알고 있는 사람에게 사과의 색깔을 빨강과 초록으로 알고 있는 사람에게 그 사람의 색깔을 느껴보라고 말할 수 없듯 은영의 숨겨져 있는 감정과 고통, 그 깊은 우물은 유족인 부모조차도 이해하지 못했고 남자친구마저 진저리를 내며 떠나가게 했다.

[알폰시나와 바다]에서 포르투칼 여행 중 몸을 던져 사망한 한 사건을 보며 중증의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다 끝내 바다에 몸을 던진 J를 떠올린다. 감정의 격동이 심한 나와 서서히 깊은 우울의 바다에 잠식해가는 J, 서로 힘든 시기에는 서로가 힘이 되어주었지만 나가 등단하고 조금씩 회복되어간 후 서서히 벌어지는 틈, 그 벌어지는 틈만크 J의 외로움도 우울증도 심해져만 간다. 보이는 질병이 아니기에, 눈으로 느껴지는 고통이 아니기에 더욱 더 외로운 우울증을 여섯 편의 소설들은 그려나간다. 그 우울증 속에 삶이 조금씩 파괴되어가는 모습이 담담하게 그려진다.

외로운 병이지만 그럼에도 함께 있어주고 공감해 주는 한 사람이 있다. 아이를 잃은 자책감으로 스스로를 고립시켜나간 아내를 질책하지만 결국 아내를 잃지 않기 위해 함께 여행을 떠나는 경조, 외로운 해운에게 친구가 되어주었던 미듬, 재해로 잃은 동료를 생각하며 힘들어하는 우재 곁에 함께 하는 준모등.. 서로의 존재는 한 줄기 희망이 되어준다. 우울증을 치료해 주지 못하지만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 만으로 하루 하루를 견뎌간다.

공감해 주는 한 사람이 견뎌내주는 힘이 되기도 하지만 질책하며 힘을 내서 극복해야지 않느냐는 질책은 그들을 더욱 고립시킨다. J가 울 때 침묵으로 함께 해 주었던 나로 인해 J가 버틸 수 있었지만 이력서를 왜 쓰지 않느냐며 일어서라고 독촉하는 순간 그 외로움은 질식시킬 것처럼 서서히 조여온다. 마치 수영에 낯선 해운이 미듬의 수영 페이스에 못 이기고 끝내 돌아오지 못한 것처럼 그들은 사회의 페이스에서 더욱 늦춰져 간다.

김남숙 작가의 단편 <귀>에서 나가 예지에게 자꾸 교회에 가라고만 되풀이하는 이야기 속에, 학교 말고 직장에 취직해야 한다는 그 이야기 속에 공감이 아닌 판단 속에 예지가 주인공 나를 떠나게 한다.

한 사람의 공감과 판단이 우울증의 무게를 힘들게 견디고 있는 한 사람을 이토록 달리 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정혜신 정신의학과 박사님의 저서 [당신이 옳다]에서 공감해 주는 능력만 있다면 모든 사람이 정신과 의사가 될 수 있다고 표현했다. 그 한 사람의 힘이 소설 곳곳에 표현되어 있다. 마지막 단편 이현석 작가의 <눈빛이 없어>에서 우재의 곁을 지키는 준모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준다. 잘 살아가지 못해도 이야기를 들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 우재가 하루를 살아간다.

소설을 읽으면서 여러가지 원인으로 인한 우울증의 증세와 함께 힘들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보인다.

다만 하루 하루 바쁘게 일상을 살아가느라 제대로 증세를 자각하지도 못하는 은영처럼 그렇게 우울증의 바다에서 침식되어가고 있다. 그 때 우리에겐 한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나 또한 누군가의 한 사람이 되어 주어야 한다.

그 사람에게 함께 해 주고 손을 내밀어줄 때 우리는 견뎌낼 힘을 얻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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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달러의 세계 경제 여행 - 달러의 흐름으로 보는 세계 경제의 작동원리
다르시니 데이비드 지음, 박선령 옮김 / 센시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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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가장 인정해 주는 통화는 모두다 알다시피 달러이다.

엔화,유로, 파운드등 여러 기축통화가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제일 많이 통용되는 화폐는 단연 달러이다.

이 책의 저자 다르시니 데이비드는 이 1달러가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달러가 각국에 맞춰 어떻게 쓰이는지를 자세하게 알려주며 읽는 독자에게 달러의 여행과 함께 세계곳곳을 누비며 국제경제의 흐름을 설명해주는 책이다.

1달러 여행의 출발지는 어디일까? 바로 달러의 발행지인 미국, 그것도 미국에서 저가의 제품을 공급함으로 많은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는 윌마트로 출발한다.



저자 다르시니 데이비드는 먼저 이 달러가 위치해 있는 각 지역의 경제 흐름에 설명해 주는 것에 주목한다.

가령 첫 번째 출발지인 미국의 윌마트를 배경으로 윌마트가 어떻게 많은 제품들을 최저가 가격으로 고객들에게 납품할 수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싸게 물건을 살 수 있으므로 가계 소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단면만 주로 보게 된다면 저자는 윌마트가 미국 본토보다 싼 중국산 제품을 대량 공급함으로 미국의 한 지역의 경제가 파괴되고 실업자 신세로 전락하게 된 그 어두운 면 또한 설명해준다

어느 한 면으로 치중되지 않고 균형적인 시선으로 전체적인 모습을 볼 수 있도록 해 준다.

그렇게 미국의 윌마트 고객이 싼 중국산 라디오를 구매한 대가로 지불한 1달러는 윌마트의 주요 공급업체인 중국으로 흘러가게 되고 다시 중국이 저가의 물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된 배경과 중국의 외환보유 정책 등을 알 수 있게 된다. 중국에서 나이지리아 그리고 나리지리아에서 인도를 거쳐 최종 목적지인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기까지 전세계 곳곳을 누비는 달러의 여행과 함께 저자는 이 경제와 돈을 둘러싼 이해관계 속에 평등, 또는 인권 등의 가치가 무용지물이며 영원한 우방도 적국도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당장은 윌마트가 중국에 충실한 고객이겠지만 중국보다 더 싼 제조업체만 있다면 그동안의 관계는 헌 신같이 벗어 던질 수 있다. 나이지리아인들이 달러를 지불하고 인도에서 사 오는 인도쌀의 경우에도 그 쌀을 경작하는 인도 농부들의 주머니에 들어가는 것이 아닌 그 중간에 있는 중개업자들의 주머니에 들어가게 됨은 국제 경제는 결코 평등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유럽의 모든 국가들이 한 공동체로 관세 장벽등을 없애고 경제 공동체를 만들었지만 결국 업힌 자들보다 업은 자인 독일과 프랑스만이 경제혜택을 누리는 현실 또한 아무리 좋은 취지의 통합이라 하여도 힘의 역학 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정치는 경제와 전혀 동떨어질 수 없는 공존의 관계이다. 정치가 불안정하면 당연히 환율은 올라가기에 국제 정세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 그 정치상황에 따라서 새로운 산업이 부흥하거나 또는 기존 산업에 큰 타격을 입는다.

러시아가 왜 그토록 수많은 서방국가의 비난 속에서도 시리아 내전에서 독재자 바샤라 알아사드의 편을 들어주며 그 대가로 받는 그 거대한 이익 모두 화폐를 둘러싼 이해관계가 깔려있다.

이는 화폐의 위력 앞에 정의, 인권, 평화의 가치가 무의미하며 냉정한 현실임을 일깨워준다.

저자는 이 책의 독자들이 달러가 세계를 여행하면서 각국의 역사와 정치 등의 배경을 상세히 설명해 줌으로 국제경제의 단면만이 아닌 각국의 현장과 함께 경제를 알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해 준다.

국제 정세의 감각이 없는 경제 흐름은 있을 수 없다. 날로 급변해가는 상황 속에서 정확한 예측이란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가 좀 더 정확한 경제 흐름을 알고자 한다면 먼저 그 나라를 알아야 하고 역사와 문화 등을 함께 아울러 알아야한다. '지피지기는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이에 어울리는 표현이 아닐까.

이 책의 1달러와 함께 여행이 결코 지루하지 않다. 숫자, 경제학에 여전히 약한 나지만 저자가 들러 주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새 끝에 와 있음을 알 수 있다. 웃고 있는 자들 뒤에 울고 있는 자들이 있음을, 그리고 우리가 만지는 이 한 장의 돈 위에 어떤 이들의 숨은 이야기가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게 된다.

경제초보자들 뿐만 아니라 경제의 흐름과 세계사 공부 두 마리의 토끼를 한 꺼번에 잡을 수 있는 책이다.









- 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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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독 이모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1
박민정 지음 / 현대문학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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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작가상 대상 수상 작가인 박민정 작가의 [세실, 주희] 이후로 작가님의 후속작은 항상 내게 관심사였다.

수상작 이후 장편작인 <미스 플라이트> 또한 매우 좋았고 현대문학에서 주관하는 [서독 이모] 또한 작가의 이름만 보고 꼭 읽어야겠다고 다짐한 책이었다.

《서독 이모》에서 소설을 쓰는 주인공 우정에게는 독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교수로 재직중인 이모가 있다.

소설은 그 독일에 사는 이모, 통일된 독일에 살고 있지만 항상 자신을 서독 이모라고 부르는 경희 이모가 우정에게 '남북 데탕트'를 소설로 써 보면 좋겠다는 말을 하며 시작된다.

이모는 독일이 통일되기 전 서독의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통일이 되어 동독 출신의 교수 클라우스와 결혼했다. 한국계 중국인으로 독일에 입양되었던 클라우스는 이모와 결혼 2년만에 실종되었고 이모는 그 후로 몇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홀로 살고 있다.

결혼식을 제외하고 본 적이 없는 이모부의 존재는 우정에게는 미지의 존재와 같아고 엄마에게 물어도 "이모의 불행이 재미있냐"라는 엄마의 핀잔 앞에 가족 어느 누구에게도 실종된 이모부의 존재를 말할 수 없었다.

글을 쓰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한 우정은 독일 통일 2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동독 출신의 학자가 서독 중심으로 일방적으로 흡수되다시피 한 통일은 동독 지식인들에게 큰 고통이였음을 듣고 자신의 사라진 이모부를 떠올린다.

자본주의 체제에 수용당한 동독 출신의 지식인들의 연사를 통해 서독 대학 출신의 이모와 동독 출신의 이모부 사이를 소설로 쓰기로 결심한다.

《서독 이모》는 우정이 대학원 논문을 쓰기 위해 자신의 전공 교수가 아닌 독문과 교수인 최교수에게 지도를 받는 과정과 이모와 이모부 사이의 관계를 연구하며 소설의 시나리오를 짜 맞추어가는 과정이 대비된다.

타 과 출신인 우정이 자신의 심사 교수인 최교수에게 다른 논문 주제로 정하는게 어떻겠느냐고 하소연해도 최교수는 독일어의 알파벳도 모르는 우정에게 한글로 번역되지 않은 작품의 번역을 하라고 강요한다.

내가 맞게 읽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그러한 최교수와 우정의 모습이 통일된 후 동독과 서독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했다. 힘의 우위를 이용해 자신의 희망을 앞세워 능력에 부치는 논문 주제를 발표할 것을 강요하는 최교수의 모습이 힘이 강한 서독만의 방식으로 통일을 이룬 모습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결국 우정이 발표를 하지만 다른 교수에게 공개적인 망신을 당하는 모습과 우정이 독일 방문했을 때 동독의 지난 일반인들의 삶이 DDR 박물관에서 전시되어지는 모습이 동일하게 느껴졌다.

한국 출신이지만 서독의 대학에서 공부한 이모, 한국계지만 동독 출신에 동독을 지키고자 했던 이모부, 독일은 통일되었고 둘은 사랑해서 함께 살지만 없어지지 않는 이 간극을 이모는 우정에게 '남북 데탕트'를 주제로 소설을 써 보라고 권유한 건 우정의 소설을 통해서나마 클라우스를 이해해보려고 하는 이모의 마음이 아니였을까.

그리고 통일된 독일에서 살고 있지만 늘 자신을 굳이 서독이모라고 칭하는 이모의 모습은 서독과 동독이 느끼는 그 간극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였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소설은 127페이지 분량의 짧은 소설이지만 읽는 내내 질문하게 된다.

이모와 이모부, 동독과 서독, 그리고 남한과 북한 등등.. 왜 우정은 이모와 이모부의 이야기를 끝내 미완인 채로 끝내게 되었을까 등등.. 이 묵직한 내용에 읽고 난 후에도 계속 생각에 잠기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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