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이가 들 때마다 가끔씩 꼰대가 되어 있는 내 모습에 놀랄 때가 많다. 젊은 시절, 잘 이해를 해 주지 않는다며 윗세대를 비판하던 내가 어느 새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나를 볼 때 깜짝 깜짝 놀란다.

역시 나이가 들면 고집이 세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건가라는 생각에 씁쓸해지곤 한다.

 

박완서 작가의 에세이 졀정판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를 감사함으로 읽어보게 되었다.

총 46편의 글이 담긴 박완서 작가의 글을 읽으며 내게 가장 많이 다가온 건 한 가지였다.

 

"끊임없는 성찰."

 

자신의 삶에서, 이웃에서, 사회에서 끊임없이 돌아보는 작가의 모습이 담긴다.

 

가장 많이 와 닿았던 건 바로 '자연'에 대한 성찰이었다.

 

작가는 어머니가 시골에 살던 자신을 서울로 데려가기까지 살았던 자연에 대한 풍경을 묘사한다. 시골에서 싱아를 먹으며 그리워했던 옛 시절, 개울이 있고 소나무, 잣나무, 밤나무 등 여러 나무들이 많으며 낙엽을 긁어 모으고 청솔가지를 태우던 송진 냄새 등 그 옛 시절을 그리워한다.

비록 어머니에게 떠밀려 서울에서 학교를 입학하고 서울 생활을 했지만 그럼에도 그 어린 시절 고향에서의 추억은 자신은 서울내기가 아닌 시골내기라며 홀로 자부하곤 한다.

 

도시에서 살아온 사람은 주변의 꽃과 나무가 얼마나 쉽게 사라지는 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시골에서 살아온 사람은 우리 주변의 자연이 어디에 있는지 쉽게 알아차린다. 어제까지만 해도 있었던 꽃들이 뿌리 뽑히고 사라지는 지 또한 알 수 있다. 그건 바로 자연이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박완서 작가 또한 한국의 근대화에 따라 하나 둘씩 변해가는 우리의 모습 속에 안타까움을 표한다.

자연과 농사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주말농장'이 아닌 관광상품으로 전락한 '주말농장'을 보며 생태 감수성이 사라진 시대를 안타까워하며 자연과 단절된 도시인의 삶이 '고아'와 다를 바 없음을 탄식한다.


 

자연과의 단절을 걱정하는 작가의 글이 2000년대가 아닌 1970년대에 쓰인 시절이라는 걸 알고 나면 저절로 탄식이 나온다. 아... 우리의 자연은 1970년대에도 이런 단절이 2024년대인 지금 우리 아이들은 자연을 모르는구나라는 생각에 깊은 근심에 빠지게 한다.

 

내가 외갓집 뒷동산에서 쉽게 보았던 나무와 풀들을 이제는 돈을 내고 인공적인 목적으로 조성된 수목원에 가서 눈으로만 봐야 하는 현실. 과연 우리는 수목원과 아쿠아리움 속에서 아이들에게 진정 자연과 생물의 다양성을 알 수 있게 해 준다고 생각하는 걸까?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의 가장 큰 백미는 바로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이 아닐까 싶다.

 

사람의 본성은 나이가 들어가면 저항하는 것보다 지키려고 한다.

가족을 지키고,

명예를 지키고,

재산을 지켜야 한다.

변화나 개혁보다 안정을 택하게 되며 지키기에 급급하게 된다.

 

작가 또한 지키기에 바쁜 자신의 모습을 개탄한다.

데모하지 말라고 아이들에게 이르고 도둑이 든다 해도 모른 척 눈감으라 타이른다. 위험하니 사회의 불의에 눈감으라 가족에게 말한다. 글쓰는 업이 힘들 때 그냥 예전처럼 전업주부로의 삶으로 돌아갈까하는 회피 본능이 싹튼다.

 

속물같은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쓰며 개탄하는 작가의 모습을 보며 구역질 나게 싫다는 작가.

글 쓰는 작가가 이런 생각을 해도 되냐고 고민하는 자신을 추하다고 하는 작가의 모습을 보면서 왜 나는 위안을 삼는 것일까. 한국 문학계의 보물이라던 박완서 작가마저 이런 고민을 안고 이겨내려 한 내면의 투쟁이 박완서라는 작가를 더욱 존경하게 만든다.


 

《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는 박완서 작가의 작품 세계보다 내면에 대한 고민을 많이 엿볼 수 있다.

1970년, 80년대, 90년대 각 시대에 맞춰 달라져가는 한국 시대의 모습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볼 수 있고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범죄 사건을 통해 작가가 바라보는 문제의식도 볼 수 있게 해 준다.

 

작가 또한 사람이기에 현실과 욕망 사이에서의 고민, 부모로서의 고민, 점점 외로워지는 시어머니를 보며 이웃과의 단절과 자연과의 단절을 고민하는 작가의 모습을 통해 끝까지 고민하며 이 시대를 고민한 작가로서의 사명을 지닌 한 사람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만약 작가가 자신의 자리에 만족하고 자신을 돌아보지 않았다면 이런 고민을 할 수 있었을까?

끊임없이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며 반성하고 솔직해지고자 하는 작가의 투쟁이 곳곳에 보이는 이 에세이는 현재 자신의 안위에만 급급한 우리의 시대에 더욱 소중하게 다가온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정 경제학 - 립스틱부터 쇼츠까지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는 경제 이야기
조원경 지음 / 페이지2(page2)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90년대 인기가요 중 김국환씨가 부른 "타타타"가 있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에서 김혜자씨가 즐겨 부르며 드라마의 인기 상승과 함께 노래도 많은 이들에게 불리워졌다. 드라마에서 김혜자씨는 독단적인 가부장 남편이 아내인 자신과 가족들의 마음도 모르는 마음이 쌓여 노래를 따라불렀다. 그 의미에 많은 사람들이 가사의 의미에 동의하며 노래를 따라부르곤 했다.


예전에는 당연시되던 이 공식이 요즘에는 달라짐을 느낀다. 나는 나를 잘 모르지만 남들은 나를 너무 잘 아는 느낌. 나는 나를 몰라서 잘 속지만 남은 나를 잘 알기에 파고든다. 이해가 안 되는가?


그걸 설명해주는 책이 있다. 바로 조원경 교수의 《감정경제학》이다.

 


 

나는 이 책을 두 가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로 '소비자'의 관점과 '생산자'의 관점이다.


1. 소비자의 관점 - 우리는 자신을 너무 잘 모른다.

 

인간은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존재이다.

 

소비자들 중 과연 몇 프로가 자신의 구매가 합리화하다고 생각할까? 우리는 모든 소비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감정 경제학』에서는 우리가 믿고 있는 똑똑한 소비의 기준을 와장창 깨뜨려준다. 소비자의 심리를 연구하는 마케터들은 모두 감정을 건드린다.

마트에서 흔히 쓰이는 1+1 전략, 재고가 있음에도 '한정판'이라는 이름을 갖다 붙이며 폐기 처분해버리는 '스놉 전략' "써 보고 결정하세요"의 체험단 전략 등. 온갖 마케팅 전략은 차고 넘친다.

저자가 설명한 전략들을 따라 읽어가다보면 느끼는 건 한 가지이다.

'체험단 전략'에서는 한 번 써보고 반품하길 귀찮아하는 나의 특징을 어쩜 저렇게 잘 알지?

지금 필요하지 않은데 '1+1'으로 지금 아니면 놓쳐버릴 수 있다는 마음을 어떻게 잘 이용하지?

'한정판'이라는 말에 무조건 프리미엄급처럼 생각하게 되는 내 마음을 관찰하게 된다.

그 모든 것들이 인간의 욕구를 치밀하게 연구하는 마케터들과 자기 자신을 제대로 모르는 소비자들의 격차가 크면 클수록 마케팅에 당하기 쉽다. 우리의 감정 하나하나 마케터들에 의한 표적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궁금할 수 있다.

왜 우리는 이토록 쉽게 마케터들에게 표적이 될 수 있는가?

그건 대부분의 소비자가 생각하지 않고 살아감을 알기 때문이다. 일명 '도파민 중독' 시대에 감정을 자극하는 것에 이끌려서 살아가는 우리는 그들의 강력한 자극에 우리의 목표와 가치를 빼앗기고 만다.

그러므로 저자는 말한다.

소비하기 전에 생각하라.

이것이 내게 과연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단지 원하는 것인지 그 기준선을 확실히 해야 함을 강조한다.

우리는 한순간에 '눈 뜨고 코 베이는'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이 책은 말해준다.

 


 


2. 마케팅의 관점 - 소비자는 바보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할 수 있다. 소비자의 감정을 이용하면 마케팅은 성공할 수 있는 것일까?

『감정 경제학』에서는 인간의 감정을 이용하여 실패한 여러 예시를 보여준다.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예시는 바로 NFT 홍보를 위해 불에 탄 프리다 칼로의 작품이다.

 


 

희소성을 강조하기 위해 1000만 달러짜리 그림을 불에 태우는 쇼를 벌였지만 끝내 실패한 쇼.

그들의 실패 원인은 바로 '본질'에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본질'은 무엇일까?

바로 좋은 품질이라는 것이다. 좋은 브랜드, 믿을만한 품질이라는 점이다.

온갖 정보가 난무하고 감정에 잘 휘둘리는 게 인간이라지만 그 전에 신뢰가 먼저 성립되지 않으면 고객은 절대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1000만 달러 짜리 그림을 불에 태웠던 브랜드는 물어봐야 했을 것이다.

자신의 제품이 1000만 달러짜리보다 더 희소하다는 가치가 있다고 믿게 할 수 있는가?

그 부분에서 철저한 객관화가 필요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비싸다고 하면서도 '스타벅스'를 사고 '코카콜라'를 이용하는 건 이 제품은 다르다는 생각이 있기 떄문이다. 비싸도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떄문이다. 브랜드의 본질을 인정받는 제품만이 사람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다.

감정을 이용하는 마케팅은 바로 그 다음이다.

이 부분을 보면서 나는 퍼스널 브랜딩을 지향하는 사람들 역시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초보가 왕초보를 가르치는' 시대를 떠나 정말 자신이 남들에게 뭔가를 줄 수 있는, 가치를 줄 수 있는지 확신하는 사람들이 과연 몇이나 될까 생각해보았다.

나 또한 생각해본다.

내가 과연 남들에게 다르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

가령 <감정 경제학>을 검색하는 분들 중 타인에 의한 부분보다 내 글이 도움이 된다고 느껴지는 차이점이 있는가. 나는 차이를 만들어내는 글을 쓸 수 있고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가.

'좋아요'와 '구독'을 외치는 시대이지만 결국 먼저 나의 본질을 확실히 하는 게 먼저라는 걸 돌아보게 한다.

 

자본주의의 적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가 아니라 

'자신의 뼛속까지 스며든 욕망'이라고 했다. 

진정한 싸움은 소비자와 생산자에 사이에만 있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자신의 욕망에 맞서

좋은 소비를 하는 습관을 길들이는 과정에도 있다. 

319p

 

다시 '타타타'로 돌아가본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마케팅에 통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욕망을 너무 모르지만 생산자는 우리의 욕망을 너무 잘 안다.

그러므로 이제 우리가 올바른 소비를 하는 첫 번째 단추는 바로 나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이다. 알아야만 속지 않는다. 내가 나를 모를 때 나는 모든 것이 표적이 될 수 있음을 말해주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둑맞은 집중력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디지털기기의 침범으로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건 이제 더 이상 논제가 아니다.

디지털 디톡스를 외치고 타이머를 설정하며 여러 방법을 이야기하는 책들이 출간된다.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 요한 하리는 이 방법들에 의문을 표한다.

좋다. 개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혼자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가능한 것일까?

과연 이건 개인의 의지에 따라 해결될 수 있는 것일까?

그 점에 의문을 품은 저자는 집중력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을 찾기 위해 심층 취재를 시작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한 가지에 오래 집중하지 못할까?

 

이 부분에 대해서 나 역시 궁금했었다. 최근 우리는 한 가지 이슈가 생기면 냄비가 부글부글 끓듯 토론을 하지만 금새 식어진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행동하거나 또는 아주 먼 과거의 일처럼 행동하곤 한다. 왜 우리는 이렇게 빨리 잊어질까?

왜 세월호에 비해서 이태원 사건과 같은 건 더 빨리 잊혀졌는가?

『도둑맞은 집중력』에서는 그 원인에 대해 내 궁금증을 해소시켜 준다.

 

그저 시스템에 정보를 더욱 채우기만 하면 되었다.

정보를 더 많이 주입할수록 사람들이

개별 정보에 집중하는 시간이 줄었다.

 

정치권이 불리한 이슈가 나올 때 그 이슈들을 숨겨왔던 다른 이슈들을 덮는다는 논리를 기억하는가?

이슈를 또 다른 이슈로 집중을 돌리듯 현대 사회는 새로운 정보로 가득 채우며 중요한 쟁점에 깊게 토론하지 못한다. 인터넷 뉴스와 소셜미디어는 연일 우리의 눈을 현란하게 할 여러 영상들과 소식들을 들이붓는다. 매 초마다 들이붓는 홍수의 물결 속에서 우리는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된다.



 

 

깊이는 시간을 요구합니다.

깊이는 사색을 요구해요.

 

빠른 속도의 정보는 깊이를 주지 못한다.

속도에 쫓겨 왜 그러한 사태가 벌어졌는지 무엇이 원인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 

정보의 홍수는 집중하지 못하게 하며 우리를 산만하게 만든다.

 

이 문제를 자신들이 아닌 여러분과 내가 자제력을 더 발휘해서 해결해야 하는개인의 문제로 바라보도록 우리를 슬며시 떠밀고 있는 것이다.

 

산만함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로 치부된다. 하지만 저자 요한 하리는 이 점에 단연코 No라고 말하도록 한다. 그리고 우리의 집중력의 문제는 바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라고 말한다.

 

우리의 집중력을 빼앗기기 위해 개발되는 알고리즘,

우리를 스크린에 체류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온갖 추천 사이트들,

연속 재생과 무한 스크롤..

실리콘벨리에서 만들어내는 온갖 기술들은 우리가 뭔가 집중하지 못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들이 책임을 떠넘기기에 이 집중력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떠넘김으로 책임 회피를 하는 현실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아무리 애쓴들 실리콘벨리의 천재들의 기술을 이길 수 없다.

개인적인 노력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백전백패 질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싸워야 한다.

기술이 우리를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그들에게 요구하고 바꿔야만 한다.

『도둑맞은 집중력』에서는 집중력 문제를 사회적인 차원으로 깊게 관찰한 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왜 우리는 집중력을 회복해야 하는가?

 

바로 우리가 집중해서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할 이슈들이 난제해 있기 때문이다.

 

급증하는 기후 위기들이 온갖 정보의 홍수에 밀려 집중력을 잃는다면 우리의 골든타임이 늦춰질 수 있다. 우리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들을 깊이 몰입해서 해결해야만 한다.

이 이슈는 산만함과 멀티태스킹 사회에서는 결코 해결하지 못한다. 우리 모두의 마음이 모이고 집중력이 모여야만 가능하다.

 

그러므로 집중력은 개인의 능력을 구하는 게 아니다.

바로 이 세계를 구하는 일이다.

 

『도둑맞은 집중력』은 개인의 문제라고 여겨지던 집중력을 사회적인 문제로 재조명한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임을 밝히며 일반인들이 이 집중력을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한 해결책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개인의 책임을 전가하기 전 사회에게 똑바로 물어야 한다.

사회가 과연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는가 먼저 물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개인의 책임을 다하는 동시에 사회에도 변화를 요구할 것을 분명히 물을 수 있어야 함을 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소한 것들을 돌아볼 수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선택. 세상에 사소한 것은 없게 해 줌을 알게 하는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펄롱은 빈주먹으로 태어났다.

빈주먹만도 못했다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사소한 것들> 15p

 

한 남자가 있다. 그 남자의 이름은 펄롱.

그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비록 미혼모인 엄마에게서 태어났지만 주인 미시즈 윌슨 부인의 친절로 모자는 생계에 대한 큰 걱정은 하지 않을 수 있었다. 미시즈 윌슨 밑에서 함께 일하는 농장 일꾼 네드 또한 펄롱의 엄마와 펄롱에게 친절했다. 물론 순탄한 건 아니다. 아버지가 없고 남의 집에 거하는 식모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학교에서 놀림을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성인이 되어 석탄 야적장을 운영하며 살림꾼 아일린과 어여쁜 다섯 딸들과 함께 살아가는 어엿한 가장인 펄롱. 그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 이대로 평범하게 살아가며 딸들이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고 어엿한 사회인이 되는 것 뿐이다.

 

사람들마다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있다. 그 터닝포인트는 기습적으로 찾아온다.

펄롱에게도 그렇다. 그날은 지극히 평범한 날이었다. 단지 수녀원에 석탄을 배달하러 갔을 뿐이었다.

배달 예정 시간보다 빨리 도착한 그는 거래명세서를 전달할 수녀님을 찾기 위해 예배당 문을 열다 뜻밖의 광경을 마주한다. 더럽고 초라한 행색을 한 소녀들이 예배당 바닥을 죽어라고 문지르고 있다.

뜻밖의 불청객처럼 나타난 펄롱을 보고 구세주마냥 다가온 아이는 말한다.

 

"아저씨, 우리 좀 도와주시겠어요?"

 

안 된다고 거절하는 그에게 때마침 수녀가 나타나고 일은 마무리되며 허겁지겁 수녀원을 나오는 펄롱. 충격어 너무 커서일까. 그는 익숙한 길이였지만 길을 잃어 길가에 있는 노인에게 길을 묻는다.

 


 

길을 잃은 펄롱에게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노인의 대답은 펄롱에게 진지하게 묻는다.

 

펄롱은 과연 자신이 본 사실을 가지고 어떻게 하길 원하느냐.

 

다른 동네 사람들처럼 이 수녀원의 정체를 애써 무시하며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느냐.

아니면 위험하지만 자신의 양심을 지키며 진실과 싸우느냐.

 

《이처럼 사소한 것들》에서 펄롱은 끊임없이 고민한다.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가. 자신의 일상이 평온하고 행복할수록 그 고민은 더욱 깊어져간다.

 

펄롱은 혼자가 아니다.

펄롱에게는 사랑하는 아내와 다섯 딸들이 있다.

펄롱에게는 그의 밑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있다.

펄롱에게는 이 도시의 유일한 명문 여학교 세인트마거릿 학교를 졸업시켜야 할 딸들이 있다.

 

그의 평범한 소원. 버티고 조용히 엎드려 지내면서 사람들과 척지지 않고 무사히 이 난간을 통과해야 하는 그는 과연 어느 길로 가길 원하는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어느 길로 가길 원하는가?

 

펄롱의 터닝포인트는 너무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하지만 그가 이 불편한 진실 앞에 답을 찾아가게 하기 위해 작가는 펄롱의 성장 과정을 내내 강조한다. 미혼모의 아들, 미시즈 윌슨 자택에서의 추억, 엄마의 죽음 등등...

 

그는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어떻게 운이 좋을 수 있었는가?

 

미혼모인 엄마를 내치지 않고 한 가족처럼 대해준 미시즈 윌슨의 친절이 있었다.

자신에게 신발끈을 묶는 걸 가르쳐주고 면도하는 법을 가르쳐준 네드의 친절이 있었다.

현재 자신의 모습까지 오는데 당연한 건 없었다는 걸 펄롱은 알고 있었다.

그 사소한 친절이 쌓여 현재 자신의 모습이 만들어졌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소설을 읽으면 또 다른 질문에 마주하게 된다.

 

왜 사람들은 이 진실을 용기내지 못하는가?

 

현실에서도 용기를 내는 사람들은 극소수이니 진실에 눈감은 사람들을 비난할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의 삶을 당연한 과정으로만 받아들이는 사람들. 펄롱의 아내 아일린과 같이 타인의 불행을 타인의 이야기로만 결론짓는 사람들에게는 무모한 선택이었다고 말할 것이다.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길.

지금의 일상이 이어질 수 있고 때로는 혹독한 시련이 이어질 수 있다.

인생의 갈림길에서 용기를 내어 좁은 길로 선택할 수 있는 건 결코 큰 것들이 아니다.

작은 순간을 아는 사람들이 타인의 작은 순간들을 중요시하게 여길 수 있다. 세상에 사소한 것은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