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힘든 시기에 많은 힘이 되었다며 '감사일기' 책을 선물로 보내줬다.
받고 난 후 매일매일 쓰겠다고 다짐했지만 작심삼일도 안 되어서 이틀이 지나자 그 의욕은 금방 시들었다.
6월 말, 동생이 잘 쓰고 있냐는 소리에 양심에 찔러 부랴부랴 감사일기를 썼다.

책선물을 받은 지가 6월 7일인데 한 달에 겨우 두 번을 썼다.
이게 100일 감사 일기인데 나는 1년 동안 쓸 것 같다며 웃자 동생이 말한다.
"언니, 우리는 그동안 차질이 생기면 도중에 멈춰버렸잖아. 그러다보니 제대로 해 낸 게 없는 것 같아.
비록 늦더라도 끝까지 해내는 거 그것이 중요한 거 같아."
동생의 그 말을 들으며 알겠다고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다른 일들에 치여 잘 쓰지 못하고 있다.
도서 인플루언서 '나디아'님의 고전 필사모임 '펜클럽'에 참여하고 있다.
매달 새로운 고전 한 권을 각자의 분량에 맞게 필사하며 한 달에 한 권을 끝내가는 모임이다.
부끄럽지만 나는 한 달에 한 권을 제대로 완독, 완필한 경험이 적다.
조금씩 하려고치면 어느 새 한달이 훌쩍 지나고 새로운 책들이 시작되어 엉겹결에 새 책을 시작하지만 새로운 책도 제대로 끝내지 못할 때가 많다. 참여를 제대로 하지 못하니 소통도 하지 못하고 완독하신 분들을 부러운 눈으로 쳐다만 볼 뿐이다.
그런데 어느 날 한 분이 지난 2월에 읽은 <1984> 필사를 인증하시는 것이 아닌가!
나의 경우 주변에 휩쓸러 한 권을 완필하지 못하고 다른 책으로 넘어갔는데 다른 멤버분은 자신만의 속도로 몇 달에 걸쳐서 한 권을 완독완필해나가신 것이었다.
함께 해도 성공하기 힘든데, 혼자서 중심을 잡으며 해 나가시는 그 분을 보면서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끝까지 해낸 회원님의 글을 보며 최근에 읽은 《내 주머니는 맑고 강풍》이 떠올랐다.
최진영 작가의 작업 노트에는 장편소설을 써야 하는데 다른 원고 마감에 장편소설을 쓰지 못하는 고민등을 이야기한다.
써야 하는 건 알지만 다른 일들에 치여 제대로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작가는 말한다.
달리 말하자면 장편을 못 쓰고 있다. 지연되고 있다.
너무 오래 지연되어서 결항이 아닌가 싶지만 그건 아니다.
언젠가는 출발할 것이다.
승객들이 떠나지 않기를, 기장이 포기하지 않기를, 비행기에 문제가 없기를,
날씨가 부디 나를 도와주기만을 바라고만 있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씨로 비행기가 지연되지만 결항은 아닌 것처럼 자신의 장편 소설도 지연은 되고 있지만 언젠가는 출발할 것임을 작가는 믿는다.
그리고 시작했으니 이제 남은 건 끝내는 것 뿐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3달 늦게까지 홀로 필사를 해 나가신 그 회원의 마음도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시작했으니 끝내는 것 밖에 없다고.
지연되고 있지만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그러니 나도 마저 못한 일들을 해 나가기로 한다.
7월의 목표가 조금씩 늦춰져도 포기하지 말고 조금이나마 해나가자.
그리고 지금 하고 있는 모임들을 늦게나마 열심히 쫓아가야지.
내게 지연될지언정 결항이라는 선택지는 없으니까.